• 자본주의 산물인 멸종의 양상,
    생물다양성 세상은 어떻게 가능할까
    [책소개] 『멸종』(애슐리 도슨(지은이)/ 두 번째테제)
        2021년 06월 12일 01: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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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은 뉴욕시립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애슐리 도슨이 2016년 출간한 책 Extinction: A Radical History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하루에도 100여 종의 생물종이 사라지고 있는 멸종 위기 시대에, 위기를 극복하고 생물다양성이 살아 숨쉬는 지구로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멸종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살피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 보는 이 책의 출간은 독자들에게 문제의 근원에 다가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것이다.

    멸종이라는 현상은 간혹 언론에서 비춰지는 아프리카 지역의 밀렵꾼 기사나 해양에서 일어난 환경 사고 등에 의해 벌어지는 고래 등 다양한 대형동물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도 이미 익숙하게 다가와 있다. 전 세계 생물다양성은 지리적으로는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핫스팟”이라고 일컬어지는 열대우림과 같은 광활한 녹색 지대들에서 멸종이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다. 단지 일부 나쁜 사람들의 탐욕이나 행동 때문에 이러한 생물종들의 멸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판단하기에 멸종의 흐름은 너무나도 광범위하고 걷잡을 수 없을 지경이다.

    멸종은 지구 전역에서 자행되는 공공재에 대한 공격의 산물이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은 자연을 변형하며 문명을 구가해 왔다. 500여 년 전부터 본격화된 유럽의 팽창 및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그 파괴력이 전 세계로 확대되어 지구 전체를 갉아먹고 있다. 공기, 물, 식물, 집단이 창조한 문화 형식의 보고는 인류가 물려받은 유산이다. 풍요로운 야생 또한 이렇게 함께 누리는 공공재이다. 멸종 위기와 생물다양성 파괴는 지구 전역에서 자행되는 공공재에 대한 거대하고 궁극적인 공격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전 세계 생물다양성 위기는 멸종이라는 모습을 통해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 위기 현상과 함께 이미 우리의 피부에도 직접적으로 와닿는 심각한 문제이다. 멸종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고 생물다양성이 살아나 지구 전체에서 그 혜택을 누리려면 어찌해야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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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멸종 위기의 해결책을 모색하려면 우선 이러한 멸종 위기의 근원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진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는 서로 연계되어 있는 복잡한 생태계에서 특정 요소 하나를 골라내어 상품으로 전환하고 단순한 형태로 분해한다. 마르크스가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본을 제약하는 장벽을 넘어서려는 자본의 욕망은 끝도 한도 없다.” 자본주의는 환경을 황폐화하고 끝없이 확장하며 세계를 혼돈에 몰아넣었다. 저자는 지난 시기 이루어졌던 모피 무역이나 포경 산업의 예부터 현실의 채굴주의까지, 자본주의가 확장해 온 역사를 살피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 변화와 멸종이라는 문제를 자본주의의 문제로 인식하고 “정신의 획일화”에 맞서 환경정의를 추구하는 광범위한 반자본주의 운동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더불어 멸종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소개하며 그 한계점 또한 밝히고 있다. 멸종 위기 대응으로 야생복원론과 합성생물학이라는 흐름이 있다. 야생복원론은 대형 포식동물이 생태계의 다양성과 회복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일군의 야생복원론자들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늑대를 재방사해서 그 지역 생태계를 극적으로 바꿨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야생복원론자들은 인간이 등장하기 이전의 환경을 오염되지 않은 환경으로 보고 이 시기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렇지만 야생 보존을 추구하면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내쫗으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인간보다도 야생을 더 숭고하게 여기는 태도일 뿐이다. 야생복원론자들은 홀로세에 일어난 멸종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지구 전역에서 일어나는 생태 파괴에 자본주의가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불평등하고 폭력적인 식민주의와 제국주의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면서 지구를 산산조각 내고 있다는 사실도 애써 외면한다.

    또 한 가지 흐름으로 종복원론이 있다. 책에 등장하는 타우로스 프로그램(예전에 사라진 소 품종 오록스를 복원하려는 시도)의 예에서 보듯 유전체 기술을 통해 멸종한 종을 재창조하려는 종복원론의 시도는 인간을 신의 반열에까지 올려놓으려고 한다. 이러한 장밋빛 기술 발전론에 자본이 몰리고 있다. 종복원론과 같은 관점에서는 동물이든 인간이든 컴퓨터 부호로 손쉽게 치환될 수 있는 유전부호에 불과하다. 종복원론은 자칫 자본주의의 체계적인 모순이 유발한 환경 위기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위험한 망상으로 빠질 위험이 있다. 더 근본적으로 종복원은 자연을 조작하고 상품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즉, 종복원은 생명자본주의를 추동한다. 종복원은 살아 있는 유기체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창출하고 획득함으로써 자본 축적의 새로운 장을 열 군침 도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몬산토 같은 농기업은 생명기술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하여 생명 자체를 창조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이렇게 멸종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들은 강탈을 통해 축적이 이루어지는 현실을 무시한다. 덕분에 생물다양성에 대한 논의의 장이 재난 생명자본주의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사상을 정립하는 장으로 바뀌어 버렸다. 2008년 유엔생물다양성협약은 배출 감소REDD 패러다임에 따라 글로벌 남반구의 환경 공공재는 자연 자본의 원천으로 전락했고, 열대우림과 대양에 깃들어 사는 무수한 생명은 수량화되어 전 세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 되어 버렸다. 극복해야 할 글로벌 남반구와 북반구의 차이도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다.

    멸종에 맞서는 반자본주의 운동은 토지, 사람, 동식물을 상품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거부해야 한다. 더불어 지식재산권이라는 형태로 유전체가 사유화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야생복원론은 코끼리같은 위풍당당한 아프리카의 대형동물을 수입한 뒤 서유럽 또는 북아메리카의 불모지에 풀어놓아 이들을 멸종으로부터 구하겠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태도는 최신 제국주의 생태학에 불과하다. 그럴싸한 동물원을 차려 놓고 아프리카 야생과 아시아 야생에서 훔쳐 온 동물들을 전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멸종 위기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글로벌 북반구의 야생 복원 문제에만 주목해서도 안 되고, 지구 전역에서 이루어지는 야생동물 거래 근절에만 주목해서도 안 된다. 대형동물 학살로 이어지는 경제 불평등과 정치 불평등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멸종 위기는 환경에 관한 쟁점인 동시에 사회정의에 관한 쟁점이다.자본주의의 토대는 무한한 성장이다. 덕분에 전 세계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글로벌 남반구가 가장 먼저 큰 타격를 받는다고 해서 나머지 세계가 안전한 것은 아니다. 혼돈에 빠진 기후는 전 세계를 휩쓸 것이다. 멸종 위기는 긴급한 전환을 요구한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든 생물종이야말로 생태를 파괴하는 자본주의의 특징을 그 무엇보다 구체적으로 입증한다. 비평뿐 아니라 해법까지 제시하는 이 짧은 책은 멸종 위기 관련 문제부터 자본주의의 문제까지 본질적인 연관과 이해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도구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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