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제복지원, 10년의 기록
    [책] 『고립된 빈곤』 『2014년 생』 외
        2024년 04월 08일 11: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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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립된 빈곤>

    박유리 (지은이) / 시대의창

    10여 년간 형제복지원의 진상을, 그리고 피해자와 생존자의 투쟁을 기록해온 저널리스트 박유리 작가가 그동안의 기록을 정리하여 펴낸 것이다. 인터뷰, 르포르타주, 소설, 소논문 등 다양한 형식을 배합하여 형제복지원 사건에 얽힌 이야기에 입체적으로 접근했다. 피해자, 수용소 설계자, 이러한 상황을 야기한 체제, 생존자의 투쟁, 정치권 반응과 형제복지원의 ‘형제들’(유사 사건)을 충분히 살핌으로써 사건에 대한 표피적인 정보 아래의 사람과 사회를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인간성을 말살했던 국가의 범죄와 정권의 폭력 그리고 비정한 사회 현실을 돌아보고, 이것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꾸준히 이어진 ‘빈곤 청소’와 고립의 현대사에서 기인한 것임을, ‘국민을 지배하는 권력’이라는 모순이 낳은 필연적인 사건임을 정리하였다.

    몇몇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이 사건이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가 배상 판결이 세 차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특히 정부는 법적 책임을 거부하며 끊임없이 항소를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진상 규명을 위한 피해자의 외침을 듣고도 방관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피해자의 권리 구조와 명예 회복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저자는 말한다. “진실은 성실하게, 지루하게 흘러간다”라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진실이 제 갈 길을 가는 침묵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부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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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가치 선언> – 불안을 넘어 연대와 공존으로

    제갈현숙,주은선,이은주 (지은이) / 동아시아

    대대적인 국민 참여로 이루어지는 연금개혁이 21대 국회에서 첫발을 뗄 수 있을까? 22대 총선 이후 연금개혁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민대표단 500인과의 공개토론이 공영방송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4차례에 걸친 이번 토론은 가입자이자 수급자인 시민이 최초로 연금개혁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정안정과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갈림길에 선 국민연금이 치열한 논쟁을 거쳐 과연 어떤 길을 가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길고 지난한 연금개혁의 장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 온 연금연구자 제갈현숙, 주은선, 이은주는 이런 뜻깊은 공론화 과정에 전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2023년 기준 10명 중 6명이 가장 중요한 노후소득보장 수단이라고 지목한 국민연금의 개혁은 특정 세대나 계층, 성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책은 시민 공개토론회에서 다뤄질 주제들, 구체적으로 연금개혁 방안의 의미와 사회적 효과, 더 나아가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진짜 ‘전국민연금’이 되기 위해 필요한 개혁 방향과 그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들까지 망라하여 다루고 있다. 오랜 세월 연금개혁 논쟁에 참여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쟁하고 연구해 온 세 여성학자의 통찰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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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 노년의 심리를 이해하는 112개 키워드

    사토 신이치 (지은이),우윤식 (옮긴이) / 한겨레출판

    일본 최고의 노년 심리학 전문가인 사토 신이치의 신간으로 저자는 45년간 노인의 행동과 심리를 연구해 왔다. 연구 초창기에는 “미래가 없는 노인에 대한 연구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는 노인을 이해하는 일이 ‘미래의 나’를 이해하는 일이라 여겼다. 다양한 이론과 현장 사례가 바탕이 된 그의 연구는, 2021년 65세를 맞아 고령자가 된 저자 자신의 경험과 실감이 더해져 더욱 탄탄해졌다. 덕분에 세계 최고령 사회인 일본 내에서도 크게 인정받았다.

    노인에 대한 이해는 인정과 존중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노인, 어르신, 시니어’라는 호칭을 넘어 애정과 친근함을 담아 ‘고령자 씨’라 부르자고 제안한다. 고령자 씨는 단순히 나이를 먹어 쇠약해져 가는 사람이 아니라, 풍부한 경험에 근거해 우리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말과 행동으로 인생의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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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렌과 비상구> – 학교는 모르는 몸과 마음들

    오유신 (지은이) / 이매진

    학교 폭력을 겪은 학생이 교사가 돼 학교에 돌아왔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아픈 몸과 마음들이 궁금했다. 폭력, 빈곤, 불안, 가족, 이혼, 지방, 교육, 복지, 장애, 질병, 건강, 노동, 젠더, 돌봄, 군사주의 같은 키워드로 연결된 나와 우리를 알고 싶었다.

    성희롱 피해 교사부터 초등학교 청소 실무사까지, 고등학교 때 임신한 청소년 부모부터 성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진단받은 새내기 교사까지, 조현 정동 장애 지닌 딸을 돌보는 엄마부터 풀뿌리 동물 단체 운영자까지 학교를 거쳐 돌봄, 교육, 노동, 몸, 복지를 다르게 여행한 열다섯 사람을 만났다. 가난이라는 낙인으로 납작하게 묘사되면 안 될 평범한 삶에서 비범한 통찰과 빛나는 지혜를 길어 올렸다.

    《사이렌과 비상구》는 청소년 때 학교 폭력을 겪은 현직 교사 오유신이 삶이라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만난 기록이다. 자기를 괴롭히는 아픔을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자원으로 삼을 길을 찾던 저자는 학교라는 공간이자 제도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연결된 키워드에 접속한다.

    돌봄, 교육, 노동, 몸, 복지를 다르게 여행한 사람들은 터널 안에서 사이렌을 울리고 터널 밖으로 나갈 비상구가 돼줄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들려주는 조금 다른 몸과 마음들 이야기는 다양한 삶이 지닌 구체성을 드러내고, 당장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못하더라도 나만 이렇게 살지 않는다는 연결감을 더해 계속 살아갈 힘이 된다. 이 사람들처럼 우리는 모두 어떤 사람에게 사이렌이고 비상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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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 윤리의 최전선> – 비판적 동물 연구 입문

    이노우에 타이치 (지은이),정혜원 (옮긴이) / 두번째테제

    최근 동물과 관련된 이론·실천의 주요한 흐름인 비판적 동물 연구(Critical Animal Studies, CAS)를 개괄하면서, 19세기에 시작되어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에서 개화한 동물 윤리 및 동물권 철학과 고전 페미니스트에게서 기원한 탈착취(비거니즘) 사상을 소개하는 입문서이다.

    비판적 동물 연구라는 흐름은 아직까지 국내에 자세히 소개된 적 없는 동물 연구의 새로운 분야로 억압에서 벗어난, 동물과 인간 공통의 해방을 전망하는 급진적인 입장으로서 다양한 실천들을 낳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철학자와 이론가 들을 소개하면서 단일 쟁점이 아닌, 종합적 해방을 향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 이노우에 타이치는 일본의 비판적 동물 연구자로 비판적 동물 연구 관련 저작의 전문 번역가이며 비건 생활 및 동물 착취 반대 운동과 동물 옹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이론과 실천 모두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동물을 둘러싼 이른바 영역 횡단적인 수많은 이슈들을 철학, 사회학, 정치경제학, 페미니즘, 포스트휴머니즘까지 망라해서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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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생> – 제1회 이영만 연극상 작품상 수상작

    송김경화 (지은이) / 아를

    극작가 겸 연출가 송김경화의 희곡 《2014년 생》은 2014년‘생’ 시원이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생존자’ 언니들(김도연, 김주희)과의 만남을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알아가고, 끊이지 않는 사회적 재난의 원인에 다가가려 노력하며,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 책에는 〈2014년 생〉 원작 희곡 외에도 연극 제작을 함께한 세월호 참사 생존자 김도연, 김주희의 에세이, 인권운동가 미류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은 뛰어난 구성과 유쾌한 대사들을 통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장소들은 물론 장애인 지하철 시위 현장,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어린이보호구역, 기후위기로 폭발 직전에 있는 미래의 지구 등 궁금해하지 않으면, 상상하지 않으면 알지 못할 장소들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럼으로써 2014년에 태어난 한 존재를 통해 다음 세대, 또 그다음 세대가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게 세월호 참사는 ‘옛날이야기’가 아닌 지금 여기의 이야기로서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된다.

    〈2014년 생〉은 2022년에 초연된 후 ‘아동 청소년의 관점에서 세월호를 다시 바라보고 애도와 무기력을 반복하는 어른들에게 질문을 재구성하는 법을 알려주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3년 제1회 이영만 연극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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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취된 권력, 타락한 정의> – 대한민국 검찰을 고발하다

    최강욱,조국,이연주,조성식,이광철,이탄희,황운하,이성윤 (지은이) / 창비

    검찰권 견제의 최전선에서 활약해온 최강욱 의원이 주도하고, 검찰개혁의 상징과도 같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탄희 의원, 황운하 의원 등이 나서 과거와 현재의 검찰 문제를 지적하고 개혁의 과제를 논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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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녀석 테드>

    에밀리 글리슨 (지은이),김모 (옮긴이) / 이숲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세상 한가운데로 나오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이 책은 자폐 스펙트럼 가운데 ‘전반적 발달 장애’를 지닌 아스퍼거 환자 테드의 삶을 다룬다.

    작가의 전지적 시점이 많이 담긴 이 작품은 실제 남동생을 모델로 한 작품으로, 프랑스어로 ‘전반적 발달 장애(Trouble Envahissant du Developpement)’를 일컫는 단어인 ‘테드’를 주인공 이름으로 차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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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과 지구가 다툰 날>

    데이비드 더프 (지은이),노에미 볼라 (그림),강미숙 (옮긴이) / 북극곰

    어느 날 달과 지구가 다퉜다. 자그마치 45억 년 동안 지구 곁에 있던 달은 짐을 싸서 여행을 떠난다. 흥미진진한 달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태양계 행성들의 특징과 위성의 개수, 달과 지구가 공존하는 이유까지도 알 수 있다.

    태양계를 크게 한 바퀴 돌고 난 달은 과연 지구 곁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까? 매력적인 캐릭터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일러스트가 눈길을 사로잡는 『달과 지구가 다툰 날』은 달이 지구를 떠난다는 신선한 발상을 통해 익숙하고 일상적인 관계를 돌아보게 하고, 태양계 행성의 정보까지도 습득할 수 있는 재미있고 알찬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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