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로 택배회사는 호황
    택배노동자는 과로사로 생명 위협
        2020년 07월 09일 09: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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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택배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에도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했다. 택배사와 정부가 휴식 보장과 안전대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는 8일 오후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동자는 장시간 고된 노동에 허덕이다 코로나19까지 더해지면서 제대로 된 휴식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더 이상 택배 현장이 죽음의 현장이 되지 않도록, 택배노동자과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죽어가지 않도록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J대한통운 경남 김해터미널 진례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 고 서형욱 씨는 지난달 27일 택배 배송 업무를 하던 중 가슴통증과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다가 다음날 증상이 더 심각해져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일 호흡곤란 증세가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응급수술을 했으나 5일 사망했다.

    노조는 “평소 아무런 지병 없이 건강하던 서형욱 택배노동자는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물량에 힘들어하다 몸의 이상을 느꼈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혼수상태에 빠지게 됐다. 심폐소생술과 수술을 통해 잠시 의식을 회복했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하루 13~14시간 일하며 한 달에 약 7천개 정도의 물량을 배달했다. 노조는 “과로사 이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택배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은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 5월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하기에 앞서 지난 3월에도 쿠팡맨이 업무 중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사망까지는 아니어도 과로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노조는 전했다.

    노조는 “올해만도 벌써 2명이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했지만 CJ대한통운은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며 “직원이 과로로 사망했는데 제대로 된 위로한마디, 사과한마디, 심지어 조문조차 오지 않는 CJ대한통운 모습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택배시장이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정작 택배시장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는 휴식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코로나 이전부터도 택배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는데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물량은 택배노동자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몸이 안 좋아 쉬려고 하면 해고 위협을 하는가 하면 배송비보다 2~3배 비싼 비용으로 대체배송을 강요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울산의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인해 피를 토하며 쓰러졌던 당시에도 회사는 대체배송비를 강요하며 의사소견을 무시하고 출근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택배사와 정부가 택배노동자의 연이은 죽음에 대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쓸모없고 비현실적인 방안들을 ‘코로나19 대응 택배종사자 안전·처우 개선방안’이라고 발표하는 국토부나 택배노동자는 자신들의 직원이 아니라고 우기며 택배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관심 없는 진짜사장 택배사들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정부와 택배사는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CJ대한통운에 대해선 “더 이상 택배기사는 노동자가 아니고, 자신들의 직원도 아니라는 무책임을 멈춰야 한다”며 “더 이상 대리점 소장들을 방패 삼아 뒤로 숨지 말고 진짜사장으로서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노조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정부에 개선책을 요구할 것이고, CJ대한통운에 도의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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