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행 KTX 탈선 사고
    오영식 코레일 사장 사퇴
    노조 "'철도 쪼개기' 정책의 피해"
        2018년 12월 11일 01: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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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강릉행 KTX 탈선 등 잇단 사고에 책임을 지고 11일 사장직에서 사퇴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열차 사고에 대해 “정부로서는 국민께 송구하고 부끄러운 사고”라고 사과한 것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오영식 사장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월 취임사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코레일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라며 안전한 철도를 강조해왔으나, 최근 연이은 사고로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뜻과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책임은 사장인 저에게 있으니 열차 운행을 위해 불철주야 땀을 흘리고 있는 코레일 2만7천여 가족에 대해 믿음과 신뢰는 변치 말아 주실 것을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오 사장은 “이번 사고가 우리 철도가 처한 본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그동안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과도한 경영 합리화와 민영화, 상하분리 등 우리 철도가 처한 모든 문제가 그동안 방치된 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본다. 철도 공공성을 확보해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오 사장이 사퇴를 결심한 데엔 문 대통령이 전날인 10일 대국민 사과와 동시에 오 사장을 강하게 질타한 것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하는 정부로서는 참으로 국민께 송구하고 부끄러운 사고”라며 “우리의 교통 인프라가 해외로 진출하고 있고, 더욱 활발한 진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 민망한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 사장은 지난 8일 강릉선 탈선 현장에서 직접 고객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브리핑에서 사고원인에 대해 “아무래도 기온이 급강하해 선로 상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말하는 등 전문성 부족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다.

    방송화면

    강릉선 탈선 사고의 원은 선로전환기의 이상을 알리는 경보장치 회선 연결의 잘못으로 알려졌다. 선로 전환기는 열차가 다른 선로로 갈아타기 위해 선로를 전환해주는 장치로,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경보장치가 오류 신호를 보내게 된다.

    강릉선 열차 탈선 사고는 서울행 선로전환기에 문제가 생겼음에도 경보장치가 오류 신호를 보내지 않고 오히려 정상 작동하는 강릉행 열차의 선로전환기에 오류 신호를 보내면서 발생했다. 경보장치의 회선이 서울행과 강릉행이 뒤바뀐 채로 꽂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열차 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착오가 아니라 설계 도면부터 잘못 그려져 있었다는 점이다.

    박세증 민주노총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설계 단계부터 잘못된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강릉선 KTX의 다른 구간에도 설계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토부 산하의 항공철도조사위원회는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에 안전 개선 권고를 긴급히 발송한 상태”라며 “안전과 관련해선 위험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판단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당장 선로전환기에 결함 이력이 있다거나 문제가 발생했던 곳은 빠르게 점검하고 전체 구간에 대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TX열차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만든 시설을 코레일이 빌려 운영하는 방식이다. 시설과 운영이 이분화 돼있는 셈이다. 이번 사고로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의 책임공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정책국장은 “운영사인 코레일에 문제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레일은 규정과 근거에 따라 선로 전환기가 완전히 오작동한 상태가 아닌 상태에서 2년에 한 번 점거하기로 돼 있다. 점검 주기가 적절한지, 운영사로서의 책임이 면피되는 건지 등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는 국토부와 철도공사가 지나치게 효율성을 강조하는 철도정책을 강행한 데 따른 예견된 참사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KTX 탈선사고의 원인은 국토부의 잘못된 철도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국토부는 국토의 대동맥인 철도를 시설과 운영으로 분리했고, 운영부문의 수많은 사업단위인 차량 검수, 선로 및 시설의 유지 보수, KTX승무 업무 등을 외주화했다”며 “10년 넘게 지속된 ‘철도 쪼개기 정책’의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조는 “철도의 CEO 한 명 바뀐다고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며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뒤로 한 채 책임자 처벌에만 골몰하는 사이 철도 사고는 이미 예견돼 있다. 처벌과 징계의 공포는 사고의 원인을 드러내기보다 현장의 작업자들로 하여금 사고를 숨기기에 급급하게 만들 뿐이다. 필요한 건 사고의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낙후된 안전문화와 안전시스템의 총체적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며 “지난 10년 간에 철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안전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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