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수능 거부운동하면 안돼요?"

『88만원 세대』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88만원 세대 새판짜기』 등 10대와 20대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책을 펴내, 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우석훈 박사는 얼마 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부터 전자우편 한 통을 받았다. 거기에는 무시무시한 제안이 하나 들어있었다. 먼저 문제의 메일을 살펴보자.

"어제 밤에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를 읽은 고2 학생입니다.
대학입시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책에 용기를 얻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10대의 운동에 대해 미숙하지만 구상해본 것이 있습니다.
20대 만만치 않게 힘없는 10대입니다.
여지 것 10대의 입시지옥에 대해서 학생의 목소리를 수용한
근본적인 논의는 해본 적이 없는 걸로 봅니다.

아직 초보적인 구상단계이지만,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덧붙여 제가 생각하는 형태는 일단 과격하지만 '수능 거부운동' 입니다."


우석훈 박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고2 학생의 메일 내용

우석훈 박사는 이 고등학생으로 받은 메일 내용을 지난 3일 자신의 블로그 ‘임시연습장(☞바로가기)’에 공개했다. 우 박사는 이 내용을 소개하면서 “요렇게 생긴 편지를 한 통 받았다. 답변은 어떻게 해줘야 할까”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자 해당 게시 글에는 댓글 논쟁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6일 현재 5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여기에는 자신을 학부모, 대학생, 재수생, 고등학생 등으로 소개한 다양한 네티즌들의 의견과 올라왔다. 급기야는 메일을 보낸 고2 학생도 논쟁 대열에 합류했다. 

용기에 박수는 보냈지만...

다수의 네티즌들은 그의 ‘용기 있는’ 제안에 대해 격려의 박수를 보냈지만, ‘수능 거부’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명확히 엇갈렸다. 우선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88만원 세대 새판짜기』를 읽은 뒤, ‘혁명’을 꿈꾸게 된 한 고등학생의 모습을 지켜본 일부 네티즌들은 우려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젊은 노인(닉네임)’은 “수능 거부가 혹시 반향을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개인이 감당해야 할 피해가 너무 막심하다”며 “또 단순히 개인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교육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엄마(닉네임)’는 “‘68혁명’ 때와 같이 (학생들의) 동참을 이끌어낼지 의문이다. 요즘 드는 생각은 부정적”이라며 “소위 ‘좌파’라는 부모들조차 일류대에 목숨을 거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아이들도 부모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좌파 학부모'들도 일류대에 목숨 거는 현실

하지만 ‘수능 거부’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석훈 박사가 저서인『혁명은 이렇게 조용히-88만원 세대 새판짜기』에서 제안했던 ‘진(陣)짜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들도 제기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석훈

‘쇳소리(닉네임)’은 “수능 거부를 혼자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최소한 (수능을 보는) 수험생 중 700명 정도라도 수능 대신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침묵시위'라도 해야지 파장이 있을 것”이라며 “결국 조직화가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로시단테(넥니임)’은 “(혼자가 아니라) 학생들이 단합해서 ‘수능거부’에 나선다면, 분명히 (교육 당국은) 쫄 것이고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 동참하느냐가 문제겠지만, 수험생 1만 명 정도가 참여한 집회라면 꽤 성공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 박사에게 메일을 보낸 고등학생은 댓글을 통해 “수능이라는 대학입시 제도 아래 우리들은 완전경쟁에 내몰리게 된다“며 “‘수능거부운동’이기 때문에, 고등학생들뿐만 아니라 그 범위를 수험생 전체로 확대되면 좋겠다. 재수생 분들도 참여해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되겠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쟁이 당장의 수능 거부 운동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당사자에 의해 이처럼 '극단적(?)'인 제안이 나왔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우 박사는 『88만원 세대』(2007년 발간)를 펴낸 후 가진 독자들과의 대화에서 현재의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은, 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울 것이라는 전제 아래, 수험생들의 '수능거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으며, "수년 내 학생들로부터 수능 거부하자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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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당히' 예쁜 아이가 되고 싶었다

요즘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이 단어를 듣다 보면 어렸을 때가 떠오른다. 나는 엄친아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무수히 많은 엄마 친구의 아들딸 나아가 아빠 친구의 아들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 내 친구 아들은 전교 1등을 도맡아서 한다더라, 내 친구 딸은 서울대에 붙었다더라….

하지만 나는 괴롭지 않았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그들의 얼굴에 두꺼운 안경을 씌우고 피부색이 안 보일 정도로 붉은 여드름을 상상 속에서 그려 넣었다. 거기에, 전체에서 한 문제 틀렸다고 신경질을 부리다 친구 하나 없는 사람이 되는 설정까지 더하면 나의 승리였다. 어렸을 때 내 목표는 전교 1등을 하거나 서울대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적당히’ 공부 잘하고 또 ‘적당히’ 예쁜 아이가 되고 싶었다.

나는 '적당히' 예쁜 아이가 되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내 주변에는 예쁜 친구가 많았다. 그 친구들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호의를 보면서 한번도 입 밖으로 내뱉은 적은 없었지만 이런 말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래도 공부는 내가 더 잘해.’ 그러던 어느 날, 위기가 찾아왔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가장 먼저 친해진 친구가 나보다 얼굴도 예쁘고 ‘성적’도 좋았던 것이다. 위안 삼을 것이 없어진 나는 방황했다. 그 후로 반년을 변변찮은 친구 하나 없이 지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그간의 시간들을 거듭 돌아보게 되었다.

초등학생 때 나는 학급 인기 투표에서 항상 순위권에 들었고, 여중에 다니던 시절에도 학원에서 만난 다른 학교 또래 남자애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정작 나는 쌍꺼풀이 없는 눈, 주근깨 있는 피부, 곱슬머리 때문에 외모에 자신이 없었다. 그 시절 나는, 주변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느끼는 한편 자존감도 쌓으면서 살았었다.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나고 새롭게 사귄 친구들도 모두 예뻤다. 그렇지만 더는 ‘경쟁’하는 마음으로 친구들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무언가 결핍된 듯한 상태는 그대로였지만, 이후 학교생활은 즐거웠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에서 생활했으므로 학교 밖의 공기를 마음껏 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수 시절은 무척 행복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사귀었던 친구에게서 받은 충격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말씀하시던 공부 잘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아이 정도로는 더는 엄친아 혹은 엄친딸 대열에 끼지도 못했다. 집안 좋고, 학벌 좋고, 외모 좋고, 성격 좋고, 스타일까지 좋은 그들을 나는 누구의 말을 통해서가 아니라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는 왜 예뻐져야 했을까

전세는 역전됐다. 내가 무심코 던지는 엄친아, 엄친딸 들의 아빠, 엄마의 직업과 재력에 관한 이야기에 부모님은 그 친구들 부모에게서 흠을 찾곤 했다. “직업 좋고 돈 많은 부부 중엔 화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의사라고 다 돈 잘 버니? 요샌 돈 많이 버는 의사는 따로 있다더라.” 이런 식이었다.

대학에 다니는 내내 많은 사람이 나에게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유히 떠다니는 것 같은 겉모습과 달리 나의 발은 물 밑에서 발버둥치고 있었다. 엄친딸들과 비교해 내가 유난히 매달렸던 건 예뻐지고 싶은 욕망이었다.

대학에 입학한 이래 삼 년 동안 즉, 반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매일 아침 부산스러웠다. 보통 수업 시작 두 시간 전에는 일어나서 전신 거울 앞에서 옷을 입었다 벗었다 화장을 했다 고쳤다를 반복했다. 보고서를 쓰느라 밤을 새운 다음 날에도 잠시 눈을 붙이는 대신, 바로 씻고 화장하고 옷을 골라 입고 학교 가는 쪽을 택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피부 관리도 받았고 그냥 두면 관리 안 되는 곱슬머리 때문에 미용실도 자주 찾았다. 비싼 옷을 사 입을 형편은 안 되어도 계절마다 옷과 구두, 가방 따위를 샀다. 그러다 가끔 내가 아무리 열심히 발버둥쳐도 엄친아, 엄친딸 들이 멘 명품 가방과 그 친구들이 신은 수제화를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적잖이 괴로워했다.

"너 페미니스트 아니지?"

하지만 나를 더 괴롭힌 것은 내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여겼다는 사실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나는 친절한 오빠들 덕에 삶이 편한 편이었다. ‘남녀차별’이라는 단어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였는진 모르겠지만,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하면서 나의 삶과 내가 시작한 공부가 모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치장은 과연 나를 위한 것인가. 여성을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경쟁에 나는 자발적으로 길들여지고 있던 것은 아닌가. 고민이 밀려왔고 이 일로 또다시 방황하게 되었다.

“너는(예쁘장하게 하고 다니니까) 페미니스트 아니지?” 하며 묻는 사람들에게 내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납득시키기 위해 싸우는 일도 지겨웠다. 함께 페미니즘 공부를 하던 친구들은, 예뻐지고 싶은 욕구는 당연한 것이고 그 욕구를 발현하는 방법은 각자 다른 것이라며, 충분히 성찰하고 선택한 것이라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어떤 외적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사람들의 말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 없다고도 말해 주었다. 친구들의 그런 말에 어떤 때는 힘이 나다가도 곧 자신이 없어지는 등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

'사고'를 치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익숙해진 차림을 쉽게 바꾸지는 못했다. 그러다 휴학했던 학기에 급기야 ‘사고’를 쳤다. 오지랖이 넓은 덕에 학교에 입학한 이래 삼 년을 휴일, 방학도 없이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학교에서 살았다. 어느 날 문득 그 생활이 지겨워져 한 학기 휴학을 했던 것이다.

휴학하는 동안 연극도 배우고, 제과제빵도 배우고 싶었지만, 부모님 안심시킨다고 토플 학원에 등록하고 말았다. 결국 영어는 영어대로 공부 안 하고, 배우고 싶었던 것들도 못 배우면서 시간만 허비했다. 휴학 기간을 이렇게 보낸 것이 아쉬워서 한 일이, 토플 학원이 있던 강남역 앞의 모 성형외과에서 한 쌍꺼풀 수술이었다.

실은 전부터 쌍꺼풀 수술을 할까 말까 고민했었지만, 진짜 수술을 하기로 결정한 건 충동적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일은 저질러진 뒤였다. 복학하고 나서는, ‘성형수술’까지 했는데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느니, 예전이 더 낫다느니 하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더욱 치장하는 일에 매달렸다. 한동안 끊었던 피부 관리도 다시 받기 시작했고, 쇼핑도 자주 했다. 두세 달에 한 번 가던 미용실 가는 횟수도 잦아졌다. 예뻐졌다는 말은 기분 좋았지만, 그만큼 고민은 깊어졌다. 나는 왜 이러고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외모도 ‘경쟁력’인 시대라 취업을 잘하기 위해서 피부 관리를 받는 것은 기본이고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정말 더 가치 있는 상품이 되기 위해서 예뻐지고 싶은 욕망을 갖는 걸까? 그래서 화장도 하고, 성형수술도 하고, 매일 저녁 부은 발을 주무르면서도 내일 아침 또다시 하이힐을 신고 나서는 걸까?

예쁨에 대한 사회적 기준

나는 이 주제로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여자 일곱, 남자 세 명이 모여 ‘나는 왜 예뻐지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갔다. 그 과정이 쉽진 않았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고민하던 우리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닥치는 대로 실천해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예쁨’은 무엇인지 몇 주에 걸쳐 이야기해 보았고, 내가 예뻐지고 싶어서 하는 일들은 무엇인지도 찾아보았다. 나는 왜 예뻐지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직접적으로 서로 묻기도 했다. 이야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자기만족’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왔지만, ‘잠재적 연애 대상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나오면서, 실제 ‘자기만족’도 타인의 평가에서 나온다는 의견으로 이어졌다.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나이듦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영화도 함께 보았고, 성형외과에 가서 ‘견적’이란 것도 내 보았다.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서서 나이듦에 대해서 당당히 말하는 할리우드 여배우들 모습은, 주름지지 않은 얼굴을 ‘예쁨’과 밀접하게 여기던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성형외과에서 낸 견적은 우리의 신체 각 부위마다 사회가 예쁘다고 인정하는 기준들이 있다는 사실을 직접 느끼게 해 주었다. 쌍꺼풀을 하거나 코를 높이는 정도의 성형수술만을 알고 있던 우리는 상담을 받으면서 수술 부위와 종류가 너무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예쁨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평소와 다른 나로 변신도 해 보았다. 매일 예쁜 차림으로 학교에 가기 위해 분주했던 나 같은 경우에는, 맨 얼굴로 머리를 질끈 묶고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학교에 갔다. 평소에 늘 단정한 차림이었던 친구들의 경우에는 최신 유행 스타일로 꾸미고 학교에 왔다.

어떤 식의 변화인가에 따라 주변의 반응은 달랐다. 이 실험을 하는 동안 우리는 기존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는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차림새가 낯선 것도 그 이유였지만, 자신의 외양이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도구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미션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답이 있는 질문인 것도 같고 없는 질문인 것도 같았던 프로젝트는 한 줄로 요약되는 결론 대신에 예뻐지고 싶은 욕망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 욕망을 실현하는 방법에 대한 시각에 변화를 주면서 끝이 났다.

대학에 처음 입학했을 때만 해도, 주변 사람 중 누가 성형수술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뒤에서 흉을 보았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친구들과 “저 사람 성형한 것 같지?” 하며 비난조로 자주 얘기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 나는, 누가 성형수술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본인이 만족하는지를 먼저 묻게 되었다. 인터넷을 떠도는 연예인들의 과거 사진을 볼 때에도 그 연예인의 성형수술 여부에 관심이 생기기보단, 누구의 몸을 유희거리로 올려놓고 수술인지 아닌지 논하는 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갖게 됐다. 그리고 예뻐지고 싶은 욕망,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느라 스트레스도 받지 않게 됐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살련다

각종 알파벳으로 설명되던 우리 세대에게 우석훈 선생님은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셨다. 88만원 세대. 알파벳이 붙었을 때 우리 세대는 공통적으로 ‘개성’과 ‘다양성’으로 설명되곤 했었다. 하지만 88만원 세대가 된 우리는 알아 버렸다. 우리에게 ‘개성’과 ‘다양성’은 없었다. 그것은 ‘구입’해야 할 것이지 애초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우리는 명품을 살 수 없음에 괴로워했고, 유행하는 스타일을 쫓기 위해 바둥거렸다. 우리는 경쟁했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는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구입했던 개성과 다양성을 버려야 했다. 스펙을 쌓아야 된다고 하던가. 남과 같은 것을 갖되 더 높이 쌓아야 했다. 이번에도 우리는 경쟁했다. 최근 유행하는 엄친아 혹은 엄친딸은 20대인 우리가 이러한 사회에서 승자로 살아남기 위해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조건’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이제는 사회가 정해 놓은 어떤 기준안에서 평가받고 경쟁하는 것이 재미없는 일이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최근의 일상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면, 나는 예전만큼 열심히 치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예뻐지고 싶은 일에 전혀 관심을 잃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생겼다. 나는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고시를 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

재산이라고는 경기도 어느 지역에 오래된 빌라 한 채 가지고 있는 것이 전부인 우리 부모님, 명문대 간 딸이 결국에는 그들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성공’하리라고 순진하게 믿고 기다리시는 부모님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이 마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이 글을 읽은 누구는 나더러 철이 없다고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굶지 않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살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알고 싶은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너무 많다. 책도 봐야 하고 고민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술도 마셔야 한다. 요즘은 자연스레 밤을 지새우는 일이 많아져 몇 년을 공들여 가꾸어 놓은 피부도 예전 같지 않다.

그래도 나는 즐겁다. 물론 요새도 옷장에 가득한 옷들을 보면서도 입고 나갈 옷이 없어 고민한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본 프로그램에서 같은 과 출신 선배가 엄친딸로 출연한 것을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당당하게 살련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고 사는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 이 글은 우석훈 박사가 최근에 『88만원 세대』후속작으로 펴낸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88만원 세대 새판짜기』에 실린 글이다. 『혁명은...』에는 '대학생들의 20대 관찰기'라는 장에서 7명의 대학생들이 쓴 88만원 세대들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 글은 그 가운데 하나.

필자는 1년간 스터디팀에 참가했던 학생들 중에서 가장 가난했던 것 같다. 언제나 리더십을 발휘하며 리더로 움직였던 친구다. 필자는 연세대 운동권의 대모 중의 한 명이고, 맨 앞에 서기보다는 뒤에서 서로 다른 조직들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학생생협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고, 연세대의 생협운동과 생태운동을 대표한다. 공부를 아주 잘하고, 성격도 명랑, 쾌활하다. 성적이 좋고, 수업과 학생운동 모두에서 좋은 성과를 낸, 80년대 운동권과는 전혀 다른 패턴을 보여 주는 친구다. 최근 졸업을 앞두고 학자가 되는 것과 현장 활동을 계속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민주노총 간부들이 강연회에서 이 친구를 만나고는 새로운 대학생 모습에 무척 놀랐던 적이 있다.

방영화 /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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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살 여자인 나, 오늘도 웃으면서 우는 이유

이건, 나만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아침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이힐에 발을 구겨 넣고 학교로 향한다. 전철 안. 내 무게를 가느다란 힐로 버티는 발이 아프다고 난리다. 고통을 못 견뎌 앞에 앉아서 자고 있는 어떤 사람을 흘긴다. ‘나보다 힘들지도 않으면서.’ 속 좁은 말을 속으로 중얼거린다. 옛 중국의 여성들이 겪었던 전족의 고통과 지금 내가 하이힐을 신어 겪는 고통이 비슷했으리라는 우스운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등록금을 미처 마련하지 못해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학교를 다닌 지 3년밖에 안 됐는데 내 이름으로 된 대출금만 1천만 원이 훌쩍 넘는다. 휴학을 해야 하나. 교수님께 제발 장학금 좀 받게 해 달라고 사정해 볼까.

이런 생각들이 정점에 이르면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그러다가도 나 하나 죽는다고 해서 등록금이 내려갈까라는 생각이 들어 자살도 또 쉽게 단념하고 만다. 정말 미칠 노릇이다. 과외를 아무리 해도, 이쪽저쪽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해 봐도, 손에 겨우 움켜쥔 돈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다.

워낙 푼돈이다 보니 차곡차곡 저축을 해 보려 해도 잘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쓸데없이 돈을 많이 써서일 거라는 자책만 늘었다. 분식집, 베이커리, 헬스클럽, 카페 알바를 거쳐거쳐 일을 해 보아도 남는 것은 ‘웃으면서 울기’라는 스킬뿐이다. 스펙 하나 없이, 토익 점수 하나 없이 말이다. 능력도 쥐뿔 없는 것이 감히 취직을 생각하다니!

빚이 ‘빛’을 앗아갈 때

친구들은 내게 쉴 새 없이 취업 얘기를 늘어놓는다. 굳이 취업이 아니어도, 누가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면 자기도 연결해 달라고, 한번 알아봐 달라고 사정한다. 우리는 서로가 그리워도 쉽게 만나자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립다. 언제 날 잡아서 만나자.” 이 말로 겨우 만나고픈 마음을 전한다. 그런데 전해졌을까. “우리 도대체 언제 만나니?”라는 나의 말에 친구는 “실은… 내가 돈이 없어서 만나기가 좀 그래.” 하며 그제야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어딜 가나 돈이 숭숭 빠져 나간다. 사실 만날 시간도 부족하다. 결국은 “나도 그래.”라고 말할밖에.

캠퍼스 안은 나와 다른 세계를 사는 애들로 가득차 있는 것 같다. 상대적 박탈감에 목이 조여 온다. 허술한 나의 옷차림이, 뚱뚱한 내 팔다리들이 저주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구차하게 허덕이는 건 내 탓이 아니라고 애써 위로도 해 본다. ‘내 돈으로 등록금을 마련하자’는 캠퍼스 안의 구인광고가 날 실컷 비웃는다. 비웃으려면 비웃어 보라지.

집마저도 숨 쉴 공기가 부족한 것 같다. 공기마저 모두 돈으로 사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집은 제1금융권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경매를 하겠다는 압박에 밀려 제2금융권에 손을 뻗었다. 제1금융권의 빌린 돈을 못 갚아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어떤 종교는 인간의 몸과 영혼은 신의 것이기 때문에 매일 헌신하고 바쳐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던데. 제2금융권이시여, 우리 가족을 구원하소서.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그 광포한 빗줄기에 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아스팔트가 깊이 패일 것만 같다. 근데 우산이 없다. 엄마더러 우산 갖고 마중 나와 달라고 하고 싶지만, 핸드폰은 정지됐다. ‘미납요금… 미납요금… 미납요금시 수신이 정지될 수도 있사오니….’

퍼뜩 우스운 생각이 든다. 최근 어느 통신사에 인턴을 지원했었다. 결과는 ‘함께하고 싶었으나, 정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였다. 정말, 우리는 함께할 수 있었을까? 혹시 내 미납요금 때문에 함께하지 못한 건 아닌가요? 참으로 낭만스럽게, 나는 여름비를 흠뻑 맞고 집에 돌아왔다.

남자친구에게 나의 고민을 조심스레 털어놓는다. “우리집… 사채까지 빌렸어….” 남자친구는 “그럼 과외 자리라도 알아봐 줄까? 학교에서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해 준다던데 그거 신청해 봐. 교수님한테 당장 가서 말하고….”라는 말을 쉴 새 없이 쏟아 낸다.

나를 걱정해서 해 주는 말인 건 알겠는데, 그 말마저 나를 코너로 몰아세우는 기분이다. 눈에는 눈물이 핑그르르 도는데도 입은 웃고 있다. “고마워… 알았어….” 그러자 남자친구는 나에게 좋은 정보를 알아냈다며 달뜬 목소리로 금융계에 취직할 때 필요한 ‘금융3종 자격증’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다. 내 꿈이 뭐였는지 기억이나 할까?

빚도 경쟁도 ‘뿅’ 사라진다면

내 동생은 어딜 가나 자신만만하고 생기발랄했다. 공부도 무척 잘해서 졸업할 때 경기도 도지사상도 받을 정도였다. 조금 약삭빠른 면도 있지만, 천생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다.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아서 친구들을 몰고 다니는 리더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동생에게도 스무 살의 삶은 쉽지 않았다. 아버지는 늘 동생에게 크게 기대하셨다. 어수룩한 나보다는 총기 가득한 눈망울을 가진 동생이 당연히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부모님 노후도 보장해 주리라 기대하셨던 것 같다. 근데 웬걸, 아버지가 그토록 원했고, 동생 또한 간절히 바랐던 서울대학교에서 동생을 똑 떨어뜨린 것이다. 아버지의 실망감과 동생의 좌절감이 한동안 집안 구석구석에 음습하게 떠돌았다.

차선책으로 동생은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지방 교대에 입학했다. 아무리 국립대라도 등록금은 문제였다. 동생은 학자금과 함께 생활비도 100만 원 대출을 받았다. 생활비 100만 원은 집 빚의 이자를 갚는 데 쓰였고, 동생은 거의 빈손으로 춘천으로 내려갔다.

한동안 동생은 기숙사에 있으면서 고열과 오한에 시달렸다. 뽀얗던 얼굴이 핼쑥해져서 까슬해 보일 정도였다. 동생은 교대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내가 봐도 교대와 동생은 어울리지 않았다.

동생은 영화나 프로그램을 반복해서 봐도 매번 새롭다고 말할 정도로 텔레비전을 무척 좋아했다. 프로그램이 하나하나 만들어지는 과정을 신기해 했다. 그렇지만 공무원 중에서도 초등학교 선생님이 최고라고 여기는 아버지 앞에선 말 잘 듣는 착한 딸일 뿐이었다.

그러나 동생의 대학 생활은 겨우 한 달 만에 끝나고 말았다. 동생은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도 없었고, 적응하기도 싫었던 것 같다. 시든 꽃마냥 생기가 사라져 가는 동생의 얼굴을 보면서 부모님도 더는 어쩌지 못했다. 결국 동생은 다시 수능을 준비하게 되었다.

돈이 없어 학원에 다니지는 못하지만 동생은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종일 공부를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다시금 시들어 가는 스무 살 청춘을 나는 그저 안타깝게 지켜본다. 동생은 나중에 대기업에 취직해 돈을 많이 벌겠노라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녀가 고이 간직했던 10대의 꿈을 잊은 듯해 슬프다.

가끔 동생과 나란히 누워 컴컴한 천장을 바라보며 꽤나 다정하게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는다. 이때 금기시되는 화제가 있는데, 바로 ‘돈’ 얘기다. 얘기해 봤자 서로 맘만 아프다는 걸 이젠 안다. 도란도란 말을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잠잘 시간이다. 행복한 순간이다.

하지만 내일 또다시 아침이 오는 것은 너무나 괴롭다. 타고난 생기발랄한 성격 때문인지 몰라도, 동생은 내게 어서 자라며 귀여운 한마디를 던진다. “뿅!” 그 순간, 우리를 힘들게 하는 빚, 경쟁도 모두 ‘뿅’ 하고 사라졌으면.

“사시 되면 다 해결돼!”

연애. 쉽지 않았다. 한때 경제적으로 힘든 것이 너무 짜증이 나, 돈 많고 학벌 좋은 남자도 만나 보려고 했다. 우습게도 끼리끼리 만난다고 하나. 남자친구네 집 사정도 그리 좋지 못하다. 친구들 사이에서 남자친구 별명은 ‘거지’였으니까. 나는 ‘빈대.’

우리는 학교에서만 만난다. 그나마 학교 안에선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뽑아 먹을 수도 있고, 같이 얘기할 수 있는 벤치도 있으니까…. 밖에 나가면 우린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야기를 나눌 장소를 소비해야 하고, 음료를 소비하는 것을 매일 할 수는 없으니까. 아, 370만 원을 내고 학교라는 공간을 소비했다 치면 되는구나. 학생증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지?

남자친구는 내게 어서 취직하라는 말과 동시에 자기도 어서 취직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야 날 데리고 살지 않겠느냐고. 그런 말에 남자친구가 믿음직스럽고 고마웠던 걸 보면 내가 얼마나 자립적인 여성이라는 이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 것 같다.

스물네 살이라는 나이가 연애하기 어렵게 하는 것 같다. 정말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이 나이에 연애하기 어렵게 사회가 그렇게 만든 건지 잘 알 수는 없지만. 나와 남자친구는 취업 때문에 서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부족하다.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교감이 부족한 편이다. 종종 남자친구는 내게 말한다. “조금만 우리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도서관에서 종일 토익 공부, 취업 공부 하느라 6개월 남짓 되는 연애 기간 동안 영화관 데이트도 두 번밖에 못했다. 물론 돈이 없는 것도 이유였겠지만, 우리 둘 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주말마저도 우리에겐 주말이 아니었고, 공부하기 고달프다는 하소연만 주고받는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밥을 먹게 되었을 때 연애에 대해 수다스럽게 얘기를 했다. 나와 친구들은 새롭게 연애를 막 시작한 한 친구의 설렘을 무척 부러워했다. 연애가 주는 설렘을 잊어버린 지 너무 오래된 거 같다.

어떤 친구는 자신에게 사귀자고 하는 선배의 제안이 너무 황당했다고 했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고백이 아니라, ‘제안’이라고 표현했다. 오랫동안 친구를 봐 왔던 선배는 직장을 잡고선 친구에게 연애를 제안했다. “나는 직장을 잡았고… 그만큼 안정되어 가고… 그러니 오랫동안 봐 왔던 네가 나와 연애한다면 이 ‘안정’이 더 안정될 것 같다.” 뭐, 이런 식이었다고 한다.

친구는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안정적인 그 삶 안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는 것 같다며. 친구는 스물네 살의 연애가 이렇게 낭만도 없고 설렘도 없는 거냐면서 하소연했다. 가끔 나도 설레던 연애를 그리워한다. 그렇지만 그건 과거일 뿐이다. 현실은 내게 또 다른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 어른들의 연애가 다 그런 건가.

어느 날, 남자친구와 남자친구의 친구들을 호프집에서 마주한 적이 있었다. 그중에 실연을 당한 남자친구의 후배도 있었다. 술이 취하자 남자친구 후배는 슬픔에 취해 눈시울을 붉혔는데, 이를 본 남자친구의 또 다른 친구들이 이상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사시 되면 다 해결돼.”

법대생인 남자친구의 친구들은 오직 ‘사시’에 목을 매는 것 같다. 사법연수원생인 선배는 후배들에게 이런 자랑을 한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도 안 했는데, 가입하라고 알아서 전화가 오더라고….” 그러니까, 실연당했을 때는 사시에 붙으면 슬픔도 사라지는 거구나, 사랑과 사시는 같은 ‘사’ 자니까. 등가교환이 가능한가요?

남자친구가 나와 막 연애를 시작했을 때, 친구들이 말렸다고 했다. 공부하면서 연애를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남자친구는 조금이라도 내가 여유를 보이면 다그치곤 했다. 그러다가 말다툼이라도 하게 되면, 이렇게 말했다. “나도 4학년이고 너도 4학년이어서 당연히 여유 안 부리고 함께 열심히 공부할 줄 알고 사귄 건데….” 자기가 아는 커플들이 얼마나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줄 아느냐면서.

아무런 스펙이 없어 취직은 어려울 것 같아서 결혼을 해 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지금의 남자친구와 결혼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요즘에도 가끔 돈 때문에 짜증이 밀려오면 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면 나는 과연 몇 등급으로 나올까. 비정규직 물리치료 일을 하고 있는 친구가 하는 말로는 ‘물리치료사는 B등급’이라 한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고 말하는 자기계발서는 ‘좋은 물’에서 놀라고 하는데….

대체 당신들이 말하는 ‘좋은 물’은 어디에 있는 건가요? 20대 초반이라는 나이에 ‘선’이라는 세계에 뛰어들면 경쟁력은 있단다. 돈 많고 안정적인 아저씨에게 통한다고 한다.

우연히 나보다 나이가 많은 대학 동기와 마주친 일이 있었는데, 생글생글 잘 웃는 그녀에게 남자친구와 연애는 잘되고 있는지 안부를 건넸다. 나이 차가 꽤 나는 남자친구를 둔 언니는 여유가 만만했다. 여유도 있고 뭐든지 야무지게 잘 해내는 모습이 부럽다고 하니까 언니는 꽤나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남자친구 앞날이 창창하다 보니까, 나도 많이 안정된 것 같아.”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남자친군 창창, 내 인생도 반짝?

친구야, 괜찮아

아버지는 늘 내게 "네 주제에 맞게 살아라"라고 말씀하신다. 내 주제가 뭔지 난 아직 잘 모르겠다. 한때 내겐 꿈이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한테는 입도 벙긋하기 싫었다. 또 "네 주제에…."라는 말이 튀어나올까 봐. 그런 여지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는 공무원과 결혼하는 게 제일이라고 하셨다. 나더러도 9급이든 10급이든 공무원 공부를 시작하라고 하셨다.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공무원과 결혼하고, 또 평범하게 애를 낳으면서 살라고 재차 말씀하신다.

내가 평범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내가 내 주제를 잘 몰라서 그런지 나는 아버지 눈에는 한심한 첫째 딸이다. 살림 밑천이 되기는커녕,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첫째 딸. 어쨌든 나는 절대 물려받을 유산 따윈 없다. 아, 있구나. 빚이라는 유산. 학자금도 대출받았으니까, 결혼 자금도 대출받으려나. 무이자였으면 좋겠군요.

술 취한 아버지의 평범해지라는 말이 너무 듣기 싫어서 무작정 동네 놀이터로 뛰쳐나갔다. 나의 오래된 동네 친구는 캔 맥주와 담배를 건네며 위로를 한다. “우린 잡초 같으니까, 마구 짓밟혀도 금방 일어설 거야. 그러니까 힘내자.”

나는 친구에게 나의 꿈에 대해 말하면서 하소연했다. 하지만 친구도 역시 그 꿈을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얘기한다. 우리한테는 서포트해 줄 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현실과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하고, 지금은 당장 벌어진 경제위기를 모면하는 게 꿈보다는 우선이지 않겠느냐고.

그래, 우리는 잡초니까 잘할 거야. 하하하.
나에게도 싱그러운 꿈이 있고, 마음껏 웃고 떠들었던 20대의 단편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즐거웠고, 스펙 따윈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그 시절은 어디로 날아가 버린 걸까. 그건 또 왜지?

필자

먼저 졸업을 앞둔 한 친구는 내게 이런 푸념을 했다.
“나는 정말 소소한 즐거움에 행복해 하면서 살았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런 게 야망도 없고 정신없이 노는, 현실에 대해 전혀 무감각한 철부지 같은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거야. 진짜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수업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 배운 것이 아무 소용도 없는 것처럼 되어 버렸어.

배우고 싶지도 않던, 그 있잖아 물건을 어떻게 잘 팔 것인가 궁리하는 마케팅 뭐 그런 거, 나를 어떻게 상품화할지를 가르치는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지 못한 게 참 바보스럽게 되어 버렸고. 취직하기가 어려우니까. 다들 경영학을 전공했거나 복수 전공한 사람들을 선호하잖아. 어쨌든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데에 시간을 낭비해 버린, 토익 점수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 나는 얼빠진 애가 돼 버린 거야.”

친구야, 괜찮아. 너의 마음속에 있는 그 그리움을 나도 갖고 있어. 그러니까, 함께하자. 마음 놓고 웃을 수 있고, 소소한 즐거움에 행복해 했던 그 시간들을 다시 불러내면 돼. 할 수 있어. 우리를 조여 왔던 끈들을 하나씩 녹여 버리자. 우리의 간절함으로.

                                                  * * *

* 이 글은 우석훈 박사가 최근에 『88만원 세대』후속작으로 펴낸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88만원 세대 새판짜기』에 실린  글이다.  『혁명은...』에는 '대학생들의 20대 관찰기'라는 장에서 7명의 대학생들이 쓴 88만원 세대들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 글은 그 가운데 하나.

2009년 10월 16일 (금) 11:33:26 백고은 / 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



TAG 20대 관찰기, 88만원세대, 우석훈,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1. 2009/10/16 15: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2. 아야 2009/10/16 1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읽다가 눈물이 나네요.
    저와 제 친구들도 꿈을 포기하며 현실에 안주해서 대충
    돈이나 벌면서 살아야 하나 늘 죽도록 고민합니다.
    경제위기를 만들어낸 일부 어른들의(?) 탐욕이
    죽이고 싶을만큼, 밥그릇 싸움하느라 정치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그들을 4대강에 파묻어 버리고 싶을만큼
    저주하고 싶습니다.

  3. 시간에기대어보면 2009/10/16 1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꿈을 이루며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조금 냉정하게 현실을 보셔야 할듯..

    그래도 젊고 건강하다는 것이 큰 행복이라고 생각하세요


    꿈은꿈대로 남겨두시구요.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이뤄질수 있습니다.

  4. 조정우 2009/10/16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님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계속 읽다보니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렇게 힘든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요.
    지금은 힐들어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있겠지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5. 2009/10/16 17: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6. 뽀글 2009/10/16 1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다읽고 뭔가를 써주고 위로해주고 싶은마음이 생기는데 전 말주변이없어서 어떻해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고.. 글을 보는내내 그냥 한숨만 나오며.. 꿈은 언제든 이루어질수 있는거니깐 포기하지마세요..
    지금상황이 너무 절실히 힘들어도 더내려가겠습니까.. 이젠 더내려갈때가 없다고 느낄때 이젠 올라갈 일만 남은거잖아요..
    친구야.. 힘내.. 얼굴도 모르는 남이지만.. 공감하고 안타까운현실을 위로해줄 친구 되고 싶네요...

  7. 깜짝 놀라서 TT 2009/10/16 18: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으면서 왜 내 이야기를 누가 저렇게 일목요연하게 적어 놓았는지 참으로 누가 내일기를 보았나 할 정도로 -상황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대충 흐름이 저러하니- 이젠 공짜로 나이만 잘 줏어 먹고 있지요

  8. 헐;;; 막판에 책광고;;; 2009/10/16 1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쩐다;;; 뭐하는 짓이야 이게;;;; 좋은 글 다 병신만들어놨네...결국 하고싶은말이 책사라 이거냐??

  9. Nasty 2009/10/17 0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보니 야심한 새벽에 울적해지네요...
    왠지 뛰쳐 나가 캔맥주 몇캔 사다 따야할 분위깁니다..
    내 현실과 세상에서 요구하는 소위 스펙과 생기는 괴리감에
    점점 좌절의 구렁텅이로 내 몸이 꺼지는듯 합니다..

  10. 혁명이라.... 2009/10/17 1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혁명...이란 책에 실린 글을 이 블로그에 쓴 이유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자 함이겠지.

    그런데 좀 오류가 있다.. 이 레디앙이라는 블로그의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다만 이 세상에 소수의 몇몇 말
    고는 누가 젊었을 때 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이루
    면서 자기 꿈을 그대로 실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 글쓰는 본인도 젊었을 때는 수많은 좌절과 미래
    에 대한 불안으로 방황을 했었다.(젊었을 때라고 하니
    나이가 많은 것 같은데 이제 40바라본다.)

    내 가정환경 탓, 주변 여건 탓, 사회 탓, 다른 사람과
    의 비교만 하다가는 진짜 패배자가 되고 만다.
    언론이나 사회에서 무슨 대기업, 아님 공사, 교사
    아니면 직업도 아니 것처럼 떠들고 있는데.. 이사회
    에서 저기 직업군에 속하는 비율은 얼마 않된다.

    중소기업이나 아니면 다른 직종에서 몸을 담더라도
    열심히 하면된다. 처음 부터 그럴듯한 직장, 돈, 외형
    은 허상이다. 나도 대학부터 좀 방황은 했었지만 지
    금은 중견기업에서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
    고 여가시간이나 페이에도 만족한다.

    사람은 항상 위를 보고 살아야 한다는 말은 맞지만
    그냥 어떤 목표를 정해두고 거기에 도달할려는 과정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어느정도 수준에는
    가겠지..

    지금 현실이 암울하고 희망이 없다고 포기하고 좌절해
    서 이런 블로그에서 미끼형식으로 꼬이는 글에 현혹되
    서 아..맞다 공감이 가네 하고 있을 학생들이나 취업준
    비생 여려분들...

    이런 블로그가 제일 쓰레기같은 존재다. 이상적인 말
    로 지금 현실이 불만이니 멀 어떻게 해라, 사회를 바
    꿔라니, 혁명이니.... 말 밖에 없다, 책임도 안진다,
    대안도 없다, 이런 글이나 선동에 휩쓸려서 인생허비
    하고 소위 사회운동하는 후배들을 보니 30대 중반 넘
    어가니 할줄 아는게 없다.

    사회에 대한 저주말고는 남아 있는게 없으니 회사를
    다니거나 창업을 한 친구들을 뒤에서 부러워나 하고
    장가, 시집도 못가고 그래도 악밖에 안남아서 온갖
    사회비판, 전쟁이나 나라는 개념없는 소리나 하는
    인생들.......

    제발 이런 쓰레기 블로그나 선동가들이 사라졌으면 한다.

    자기인생은 자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변화된다!!!

  11. 저녁노을 2009/10/17 1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저 녹녹찮은 세상 살아내기 힘듬을 알게 해 주네요. 잘 보고 갑니다.

  12. 뭐야! 2009/10/17 1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가 허락없이 내 이야기 하래 ㅠ

  13. 2009/10/17 14: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두 20대라 그런지.. 완전 몰입하며 읽었네요.
    책에 나오는 글이었다니..
    너무 현실감이 있어서 레디앙님 본인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첫방문이라 레디앙님을 잘 모르기에.. 혼자 착각을 했죠;)
    담담하고 진실되게 잘 씌여진 글이 참 가슴 아프게 공감되네요..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 책에 답이 있나요? ㅎㅎ;

  14. ee 2009/10/17 19: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으로 공감을 많이했습니다.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연애의 설렘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정말 나만그런건 아니었구나.......박탈감과 상실감에 힘들었었는데 조금은 위로가 되네요...

  15. w 2009/10/17 2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좌빨들의 달콤한 선동에 불과.

    그래서 사회주의 혁명이라도 하잔 말인가?

    만국의 빨간 사람들이여 대동단결 하라?

    답은 이미 나와있다. 신자유주의.

  16. 아두리 2009/10/18 16: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진짜 여자들의 의존심 쩐다 ㅡㅡ......
    21세기의 한국여성들이 아직도 19세기격의 남성의존적 발상을 갖고
    살아가니 한국여자들이 무시당하고 사는 거지 ㅉㅉㅉㅉ

    "남자한테 의존하지 않겠다"라며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여자들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네...
    능력없는 그녀들의 한탄이란 "세상이 우릴 이렇게 만든 거다"라지만
    그따위로 살아가는 것에 뭔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한심한 한국여자들.....
    해외연수 가서 어학만 공부하지 말고
    선진국 여성들의 당당한 여성의식도 본받았음 한다.......

    여자들이 남자한테 의존하는 것 역시 가부장제의 본질 아닌가?
    가부장제를 증오하면서도 특혜보려는 가증스러운 한국여자들 ㅉㅉ

  17. 보거스 2009/10/19 0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힘든데 도움 많이 받고 가요...

  18. 대학생 2009/10/19 03: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공감하면서 고개 끄덕이면서
    완전 나의 현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요,
    글이 거짓은 아니나
    결국 책 홍보하는거였다는게...
    쫌 마니 깨네요=_=



우석훈, 88만원 세대 선동 "혁명을 상상하자"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박사(연세대 문화인류학 강사)가 그 후속편인『혁명은 이렇게 조용히-88만원 세대 새판짜기』를 가지고, 다시 20대들 앞에 나섰다. 그와 독자들 간의 만남은 30일 저녁 성균관대 경영관 원형극장에서 열린 출간기념 강연회에서 이뤄졌다.

이날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우 박사의 모습은 그 자신이 마치 20대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는 “『88만원 세대』가 나온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동안 정말 20대들을 많이 만났다”며 “저는 한국에서 20대를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인 것 같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청바지 입은 박사, 20대와 만나다

강연회를 찾은 이들은 대부분 20대 대학생들이었지만, 자신을 ‘고졸 비정규직 출신’이라고 소개한 20대 남성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88만원 세대’의 문제가 학교를 다니는 젊은이들에게는 걱정거리로, 사회초년병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는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었다.  

이런 이유들 때문인지 100여석 규모의 원형극장은 행사 시작 전부터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가 이어진 가운데, 우 박사 특유의 소탈하고 재치있는 화법은 간간히 강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우 박사가 이날 강연에서 꺼내든 화두는 ‘혁명’이었다. 그가 불쑥 물었다. “혁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봐요." 몇몇이 손을 들었지만, 주변을 돌아본 뒤 머쓱한 표정으로 다시 손을 내렸다. 혁명은 아직 20대들에게 생소하고 부담스러운 단어였다.

아직은 낯설고 부담스런 혁명

“요즘 (한국의) 20대들에게 혁명이라는 단어가 잊혀진 것 같다. 그래서 이 단어를 다시 살리고 싶었다. 변화에 대한 에너지가 가장 강한 게 혁명이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변화가 왔고, 자민당 집권체제를 바꿔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일본의 20~30대들이 만든 성과이다.”

우 박사는 20~30대의 성과라는 대목에 대해 학생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것처럼 보이자 △극우성향의 밴드 활동을 하던 중 좌파 영화감독과 영화를 찍으면서, 빈곤 운동의 선두주자가 된 여성 보칼리스트 아마미야 카린 △도쿄대 법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지만 학자의 길을 포기하고, '반빈곤네트워크' 결성을 주도했던 유아사 마코토 등 일본의 대표적인 20~30대 당사자 운동가의 활동과 성과를 사례로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일본과 한국의 20대 개개인들에게 ‘사는 게 힘드나’고 질문을 하면, 일본은 고개를 끄덕이지만 한국은 ‘좋은 학교에 다니고 집안에 돈도 많고 토플점수도 높다’고 말하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고 지적했다.

우 박사는 혁명보다 경쟁에 익숙해져있고, 노동자가 되기에 앞서 CEO를 선망하고 있는 요즘 20대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당사자 운동’을 제안했다. 또 이를 위해 리더와 ‘진(陣) 짜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리더와 ‘진 짜기’의 중요성

“지금 대학등록금이 천만 원이 된 것은, 자기문제를 스스로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학생운동은 ‘대리 운동’이었다. 대학생들이 자신의 문제를 언급하면, ‘치사하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노동자 농민만 이야기했다. 결국 ‘당사자 운동’으로 바뀌지 못했고, 20대들은 자신들의 대변자나 함께 할 조직이 없었다.

쫄지 않으려면 '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 운동과 유니온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20대들은 리더와 ‘진’도 없이 포위된 상황이다. 강의석 씨는 영웅은 맞는데, 20대들이 너무 싫어한다. 리더는 일도 잘하고 사람들이 좋아해야 한다. 또 10만 명의 20대들이 단체를 만들어, 한 달의 1만원씩 내면 어떨까.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큰 운동단체가 될 것이다.”

우 박사는 이 밖에도 지역적인 ‘진 짜기’의 방법으로 편의점․주유소 알바노조 등을 제안했다. "샤넬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샤넬을 만드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어서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독자들은 학문적인 궁금증부터 개인적인 근황까지 다양한 질문들을 던졌다. 한편, 이날 강연회는 저녁 7시 30분부터 약 2시간가량 진행되었다.  

우 박사의 이번 강연은 신간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88만원 세대 새판짜기』의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이 책에는 20대 권리선언 제안문과 20대의 기초의원 진출에서 알바노조 건설에 이르기까지 '당사자 운동'의 다양한 사례들이 제안되고 있다.

참석자1 =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널을 뛰는 등, 안정적이지 않은 이유는?

우석훈 = “미학적인 이유가 가장 큰 것 같다.(웃음) 한국 사람들은 ‘미감(美感)’을 중요하게 여긴다. 한마디로 아무리 잘해도 못 생기면 싫다는 이야기다.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전략은 TV토론회에 나가지 않은 것이었다. 경제를 살린다고 하지만, 하는 걸 보면 ‘이건’ 아닌 것 같다.” 

참석자2 = 요즘 20대들은 자기만 잘난 줄 안다. 친구들에게 집회에 같이 가자면 ‘과제를 해야 한다’, ‘학점을 잘 따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거절한다. 이명박 정부에 맞서 연대를 해야 한다. 그냥 조용히만 있으면 혁명이 안 될 같은데?

우석훈 = “아직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쟁’에 20대들이 참기 어려운 순간이 올 것이다. 혁명을 상상할 때 움직일 수 있다. 아직 에너지가 충만하지 않을 것이다.”

참석자3 = 현재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하이에크의 경제이론이 무너지고 있는데, 다시 ‘케인스주의’로 갈 건지 아니면 다른 경제이론이 주도할지 궁금하다.

우석훈 = “자본주의가 생각보다 오래 갈 것 같지만, 저는 칼 폴라니의 생각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시 ‘케인스주의’로 가기는 어렵다. 당시에는 원유 등 자원사용의 제약 같은 게 없었다. 하지만 21세기는 희소성의 시대다.”

참석자4 = 우석훈 박사께서 곧 시골에 내려가서, 우리 밀을 기르고 술을 내리면서 살겠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

우석훈 = “낙향은 내년 3월 정도에 생각하고 있다.(웃음)”

참석자5 = 오늘 강연에서 20대들의 ‘당사자 운동’을 제안했는데, 나중에 30~40대가 되면 어떻게 운동을 해야 되나?

우석훈 = “20대에 ‘당사자 운동’을 했던 경험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던 사람들은 나중에라도 여러 문제점들을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참석자6 =
20대들이 집회에 참여할 때 ‘간지 나는’ 각오로 나서지만, 전경들이 진압에 들어오는 등 막상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것이 무너지는 것 같은데, 대책은?

우석훈 =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학생들의 집회시위 방식이 80년대에 썼던 것 그대로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바뀌었다. 스크럼을 짜는 등 간지가 나는 방법도 좋지만, 다른 방식을 고민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참석자7 = “우리나라에서 20대 ‘당사자 운동’의 리더가 나올 가능성은 있는가?

우석훈 = “당연히 리더가 나올 것으로 본다. 한국도 거리에서 ‘영웅’을 많이 만드는 사회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누가 리더로 적합할지는 잘 모르겠다.”



TAG 88만원 세대, 레디앙, 우석훈,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2백만원 월급이 꿈이 돼버린 29세 주차원의 고백


2007년 8월. 88만원 세대가 처음으로 출간된 지 이제 만 2년이 지난 것 같다. 사실 그동안 세상이 약간은 더 좋아질 것 같다는 희망을 어느 정도는 품고 있었다. 책 표지 문구대로 바이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 만큼은 아니겠지만 20대 청년들이 나름대로 자의식을 갖고 저항할 방법을 찾을 거라는 약간의 기대도 있었던 것 같다.

가슴이 먹먹한 만 29세

그때 했던 그런 생각을 지금은 잘 하지 않는다. 그리고 20대를 넘어서 30대로, 그나마도 남아 있던 만 29세라는 나이도 다음다음 달 생일이 지나면 쓸쓸히 멀어질 생각을 하니 그저 가슴이 텅 하니 먹먹하다.

40대를 바라보는 어느 선배가 말한 것처럼 “아직은 시간이 많고 뭘 해도 할 수 있는 나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도 그 이전에 뭔가 토대를 닦아 놓고서야 할 수 있는 얘기지, 황량한 벌판에서 그냥 막 한다고 되는 건 아닐 것 같다. 예전처럼 좌충우돌하기에는 나이를 너무 먹어버렸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가슴 깊이 깨달았던 것이 '어찌됐든 현실은 현실이다'라는 사실.

예를 들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결혼을 하자면 돈이 있어야 되고, 돈이 있으려면 직장을 잡아야 한다. 비정규직으로는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 수도 없으니 정규직으로…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되어버린다.

바로 몇 년 전까지는 '세상을 확 뒤엎어버리자'는 생각에서 이제는 '월급 200만원만 받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것으로 이 세상에 뭔가 구걸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나마 세상에 일찍 적응해 직장을 잡은 친구들은 올해 모두 결혼을 해서 이 녀석들을 축하해주러 갈 때마다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일이 무엇이었나 생각해보면 조금씩 쓸쓸함이 더 해 간다. 나는 나대로 인생을 즐긴 게 아닌가라고,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는 한때의 경솔함이 내 인생을 이렇게 망쳐 버린 것은 아닌지 라고 왠지 나 자신에게 미안해진다.

내가 내 인생을 망친 건 아닌가?

그러면서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그 밑바탕은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인간 대접을 받으면서 사는 방법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나는 우석훈이 책에서 지적한 바대로 '청년들에게 인사를 시키는' 그런 업종에서 일을 한다.

광주는 기아자동차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소비도시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상당수의 청년들이 마트라던가 백화점 같은 대형서비스·유통업체에서 일을 한다. 물론 타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대형유통업체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이러한 서비스업종에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년노동자의 비율이 매우 크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들을 조직해 20대 청년 노동자들을 주축으로 한 노조를 결성하는 게 어떨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최저임금만을 받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금액으로는 100여만원 남짓이다. 그렇지만 최저임금이라는 건 말 그대로 최저 임금일 뿐이고 매년 큰 폭으로 오르는 물가를 비롯해서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제반 여건을 해결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이것만 받아서는 결혼해서 살림차리는 것은 고사하고 당장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조차 버겁다. 본래 진보정치세력들이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역시 결론은 『게공선』에 나온 바 대로 “우리에게는 우리 말고는 같은 편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 말고는 같은 편이 없다

본래부터 노조를 만들자는 것을 미리 생각하고 일을 시작한 게 아니었다. 뭐랄까 일을 하면서 내 앞 길이 점점 꽉 막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많았다. 같이 일을 하는 내 또래, 아니면 나보다 나이 어린 동료들도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비슷한 심정인 것 같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이런 삶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지 않을 거라고들 생각한다. 수많은 청년백수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더 나은 삶을 바라며 공부를 하는 것처럼 이들도 당장은 여기서 일을 하지만 훨씬 더 좋은 미래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대다수인 만큼 이들을 조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법을 두 가지로 생각해봤다. 첫째는 청년활동가들이 들어와 일을 하면서 노조를 만드는 방법이고 둘째는 온라인을 매개로 해서 개인단위로 가입하도록 하는 일반노조 형식으로 가는 방법이다.

나는 가장 매력적인 것이 첫 번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현재 일하는 곳에서 내가 맡은 업무는 주차파트인데 이곳의 직원만 해서 약 30명 가량이 된다. 사람은 부족해서 늘 구하기 때문에 적어도 뭔가 의욕을 가진 약10명 가량의 청년활동가들이 개별적으로 입사해서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일을 하다가 사업장 내 직원들 소수만이라도 조직해서 노조를 결성하면 어떨까.

정보정당의 가장 중요한 과제

여기서 노조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은 투쟁보다는 사측과 임금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일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협상을 통해 임금을 개인당 10만원씩만 올리더라도 해당 사업장 뿐만 아니라 주변 사업장에서 일하는 청년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을 수 있지 않을까.

동시에 노조를 단순히 시위하고 투쟁만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시각을 바꿔 곳곳에서 청년비정규노동자들이 스스로 노조를 조직하는 그런 상황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볼 때 현재의 진보정당이나 진보세력의 역할은 무엇보다 이런 일들을 만들어 내고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독립적인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청년활동가집단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88만원세대에서 지적한 바대로 이른바 운동 1세대에게 모든 영향력이 집중된 현 상황에서 2세대와 3세대로 세대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선배 활동가들이 이런 문제점을 깨닫거나 후배 활동가들을 길러내는데 별다른 의지가 없다는 사실. 개인적으로 진보정당이라면 역삼각형 모양으로 불안정함을 추구하는게 더 옳지 않을까. 예를 들어 청년활동가들 중심으로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시도하는 것들이 먼저 행해져야 하지 않는가. 시간이 되면 이들에게 물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첫 번째 방법이 불가능하다면 남은 것은 하나. 사업장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온라인을 통해 활동가를 조직하고 노조를 출범시킨 이후 청년노동자들이 개인적으로 노조에 가입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알바생 권리찾기’와 같은 활동이 아마도 주된 사업이 되지 않을까 한다.

사실 집단적이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이는 청년들을 조직하는 것이 현상황에서는 매우 힘든 일이므로 이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40~50대 노땅들에게 장악된 정당들

그렇지만 첫 번째 방식의 노조와 성격은 판이하게 달라서 노조라기보다는 일종의 상담센터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알바생권리찾기와 같은 최저임금 지급문제에서부터 시작해서 요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불법다단계와 사채 같은 것들에 대해 주로 상담을 하게 될 것 같다.

물론 이 과정에서 청년노동자들을 규합해 집회를 한다거나 개별 사업장에서 행동을 촉구하는 등 사업들을 진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일본의 '프리터 전반노조' 활동가들과 교류하고 연대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정규직 운운하는 진보정당이 과연 비정규직을 제대로 대변해줄 수 있을지 상당한 회의를 느낀다. 그리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당의 중추가 적어도 30대 중후반까지는 내려와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무슨 운동을 하든 활기를 되찾을 수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거의 '40~50대 노땅'들에 의해 당은 장악되어 있고 -이는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마찬가지다- 아마 앞으로도 세대교체가 되지 않고 그 상태로 나아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저번에 올린 글 '게공선과 공산당'(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4356)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특히 20~30대 젊은 계층, 그중에서도 노동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국공산당'을 재건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공산당이라는 명칭의 의미, 두 번째로는 역사성이 있는데 이것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논하기로 하자.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 결성

분명 미래에 대한 그림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것을 해봤으면 좋겠다” 또는 “저것을 해봤으면 좋겠다” 라는 정도로. 요즘은 복지국가 얘기가 꽤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글쎄 일단 사회주의하고 가까운 거라면 그중에서 현실에 가장 적합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점에서 가장 나은 방안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런 것들을 주장하기에 앞서 “지금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또렷하게 답할 수 있는 어떤 실천행위가 아닐까.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니 '노회찬, '3김시대 끝났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하는 생활진보로 판바꿔야'. 이런 기사가 뜬다. 어떤 생활진보를 한다는 것인지 호기심에 내용을 들여다보니 “9월부터 전국적인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라고 한다. 그리고 민노당과 합당 관련해서는 “언제 합하느냐가 문제인 듯하다.”라는 발언을 한다. 내용을 쭉 읽어보니 민생보다는 내년 지방선거가 이 발언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

진보정당의 문제점은 일하는 사람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일을 잘 안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중앙에 있는 활동가들부터 비정규직으로 내려가서 일을 한번 해보는 것이 나중에 어떤 정책을 만들어 내거나 이후의 지속적인 실천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민노당이 쪼개지기 전, 남원연수원에서 이재유 추모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공산당 재건에 목숨을 걸었던 이재유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것들 보다 그가 노동자였다는 사실을 우리가 가장 먼저 배워야하지 않을까.

어찌됐든 현재의 진보정당이 지금 이 위치에서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만약 밑에서부터 자발적으로 조직된 어떤 힘이 솟구쳐 오르지 않는다면 적어도 앞으로 10년, 또는 그 이상을 지금과 똑같은 구조로 가게 될 것이다.

진보정당 전진 가능성 높지 않아보여

물론 2세대들이 끝까지 남아 있는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는 당의 상층부까지 올라갈 수도 있을 테지만 앞 세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는 불가능한 상태에서 그대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줄서기 정치판으로 끝나는 그리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우리가 아직 젊다면, 그리고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면 현 상태에서 만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첫째는 비정규직이든 무슨 일을 하면서든 스스로 먹고 살 방안을 찾는 게 좋을 것 같다. 두 번째는 그 과정에서 조직하고 연대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일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직접 일을 하면서 고생을 해봐야 세상을 바꿀 필요성도 그만큼 커지지 않을까. 어쨌든 의지를 가지고 있는 청년활동가들끼리 먼저 조직을 했으면 좋겠다. 새로운 사회를 그려내는 것은 결국 젊은 디자이너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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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88만원세대, 비정규직, 우석훈, 진보정당, 프리터
  1. 형사 2009/08/26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친 거 아니야??

    공산당을 만들자고..ㅉㅉ

    젊었을때 열심히 살아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할 생각은 안하고
    너 편하게 쳐 놀고 현재를 즐겼을때..

    지금 열심히 산넘들은 니 젊었을때.. 개같이 고생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이제와서 무능력하니 다같이 평등하자??

    니가 정규직 같이 개같이 고생하여 지금같은 영광이 있다면.

    과연 지금과 생각이 같ㅇ을까

  2. 쯧쯧... 2009/08/26 1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심한 인간아.... 주차하는 사람에게 결혼해서
    살만큼 한 200씩 주는 사회가 과연 있을까?

    200을 너무 큰 금액처럼 느끼는 글쓴이가 너무
    한심하고 남들처럼 열심히 해서 차차 경력을 올리
    거나 뭔가를 이룰려고 하는게 아닌 40~50대 노땅
    들이 꿰차고 있다고 생각하는 네가 진짜 불쌍하다.

    어릴때는 그냥 아무생각없이 놀다가 이제 좀 나이
    드니 대책이 없지? 지금 너 아버지세대들은 못먹고
    헐벗어도 열심히 사회생활 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
    다. 물론 너처럼 주변환경 탓만 하다가 낙오한 사람들
    도 많지..

    나도 이제 40대지만 졸업하고 첫월급이 쥐꼬리만 했지..그러나 열심히 노력하고 나자신에게 채찍질을 해가면서 어느 정도 인정받는 위치까지 와 있다.

    넌 머냐? 가슴에 손을 대고 생각해 봐라. 처음하는
    직장생활부터 니가 생각하는 만큼 돈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아님 이 일이 그만큼 가치가 있는지를
    ... 남들이 피땀 흘려서 이루어 가고 있는 걸 넌 그냥
    가지겠다 이런 생각은 좀 도둑놈 심보 아니냐?

    무슨 공산당 재건 이런 시대에 뒤떨어지고 황당무게한
    생각이나 하지말고 너 자신이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
    가야 할지 목표나 정하고 매진해라..

    니 글을 보니 네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참 많은
    걱정을 끼치는 니 모습이 보인다.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게 니눈에는 답인거 같지?
    쯧쯧...불쌍한 인간아..

  3. -_- 2009/08/26 1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쓴이 진짜 어이없다...
    그럼 나이 29에 대기업 취직한 사람들은
    거저된건가?

    물론 비정규직이 문제이긴하지만,
    그렇다고 29세에 200만원도 못받는다고 한탄하기전에
    고등학교졸업후 10년간 뭘했나 고민부터 해보길 -_-

    자기가 잘못된걸 사회탓으로 돌리다니..

  4. -_- 2009/08/26 1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들은 지방대 나오고도 29살이면 월급 200이상 받는 중소기업은 다 다니고있다 -_-;

    만약 대기업을 가고팠는데 대기업에서 떨어져서 취직안된단 이유로 주차장일을 하고 있다면 더더욱 미친거고

    중소기업도 좋은 곳 많다. 중소기업들 사람 못구해서 난리인데,
    나원 -_-

    평생 주차요원이나 해라

  5. 피아리 2009/08/26 12: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사고방식이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이건 너무 무섭다..
    주차요원끼리 노조결성 -_- 임금협상 -_-
    자본주의 기본원리를 모르는 분인듯..
    에휴..진짜 세상 무섭다..이런사람이 있을까했지만 진짜 있구나..
    덜덜덜...

  6. 월급 2009/08/26 15: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단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도 200가까이 다 받는걸로 아는데..
    본인이 주차요원에서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먼저 생각해 봐야할 문제입니다.
    실제 작은규모의 공장에서는 200만원 수준으로는 한국인 노동자를 구할수가 없는관계로 부득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다 쓰는 실정입니다.

    본인이 200만원이 넘을수 없는 직종에서 일을 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편의점이나 pc방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월급 200만원 안준다고 파업하겠다는거 하고 뭐가 다른지 궁금하군요.

  7. 무개념자본주의 2009/08/26 1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생과 세상살이를 고민하는 젊은이에게 달린 댓글들 꼬라지가 40-50대 노땅들 밥벌이 타령 뿐이라! 자본주의라는 존재한 적도 없는 이념을 신앙으로 살아가는, 그저 좋은 아파트(?)에 하루 세 끼 밥 굶지 않고 먹으면 잘 사는 걸로 만족하는 사람들만 이 글을 읽은 건가? 기껏 한 번 사는 인생을 남의 집 머슴살이로 끝내고도 잘 살았다고 할 건가? 무지가 힘이다. 글쓴이의 고뇌함이 안스럽다.

  8. 열심히 일해라 2009/08/26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회구조 탓 하지 말고 현실을 극복해라
    군대에 부사관으로 복무해도 중사만 되도
    29세면 연봉이 3000은 족히 번다.
    어려운일 하고 싶지도 않고 노력도 하기 싫고...
    결혼만 하고 돈만 많이 받고 싶냐?
    니가 돈주는 입장이 되어봐라

  9. 이돌람 2009/08/26 15: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들이 글에대한 욕으로만 도배되어있군요~! 참으로 한심한 현실입니다. 다른이 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고 난독증인지 뭔지 글쓴이가 가르키는 곳은 못보고 손만보고서 되는대로 지껄이고 댓글달고 있으니 그런 쓰레기 같은 글들에 상처받진 마시길 바랍니다. 적어도 이정도 글을 쓰실 분이면 어느정도 사회에 대한 인식도 하시는 분일진데 (대학졸업정도의 학력도 되실듯하고) 오죽 했으면 노조결성이라는 소리까지 할까 싶네요~! 입방아 찍기 좋아하는 이들은 공장에서 일이라도 하라고 하는데 글쎄요~! 대부분의 대졸자및 청년실업자들이 그 쉬운 진리를 몰라서 취업준비를 하는걸까요? 한학기 몇백만원에 이르는 등록금 내가며 대학졸업장 따서 다시 기술일 부터 배운다는게 말처럼 쉽지많은 않지 않을까요? 왜 남이 하는 고민들에 진지한 공감도 없이 되는대로 지껄이는 댓글들만 난무하는지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10. 그런듯 2009/08/26 16: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ㅁㅊ놈들이 이 글에 목숨을 걸었나ㅡㅡ

  11. 미리스 2009/08/27 1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만 대기업 취직자는 보이고
    1천만 비정규직 청년들은 눈에 안들어오는 꼴통들이 꽤나 많으시군요.

    이건 마치 반에서 1등한 사람만 취급하고 나머지 2등에서 꼴찌까지는 개쓰레기 취급하는, 그 자신이 개쓰레기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1등 지상주의 학부모랑 별다를게 없는 분들인데,
    오로지 밟고 올라서야된다고만 가르치는 우리나라 교육현실로 인해 세뇌된 어르신들이라는 느낌이 팍팍 오네요.


    오로지 있는 놈들만 살찌우는 것을 모르고 독재정권을 찬양하며 '개같이 고생한' 어르신들이, 멍청했던 자신들의 과오를 뉘우치지 못하고 오히려 깨어있으면서 그런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 애쓰는 청년들을 매도하는 모습은...
    아마 조만간 없어질겁니다. 지금의 40~50대는 아마 적어도 30년 내에는 사라질테니까요. 늙어죽든,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든.

    물론 그 후에 40~50대의 위치에 있을 현재의 청년들이 과연 지금처럼 투표에도 관심없고 정치에도 관심없고 마냥 스펙올리는데 열중만 하고 있다면 그건 진짜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나저나, 우리나라에 '제대로된'진보정당이 없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입니다...

  12. 루나빠샤 2009/08/31 19: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월급 10만원씩 올리기 위해 청년들을 조직하여 노조를 만들자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생각입니까? 29세 주차원으로 살면 월급 200만원이 꿈이겠지만, 당신의 건강한 팔과 다리로 다른 일 열심히 찾아보면 월급 200만원이 현실이 되는 직장이 없겠습니까? 학교 졸업하고 지금까지 자기계발에 너무 소홀했던건 아닌지에 대한 고민은 단 한번이라도 해보셨는지요?



우석훈, 88만원 세대를 위한 신년사 "'스펙' 경쟁 무찌르자"

기축년의 새 아침이 밝았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어려운 한 해를 보내면서 새로운 한 해가 오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살면서 이렇게까지 새로운 해가 오기를 바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시간들 속에 사람들이 자기 맘대로 해를 정하고 달을 정한 것에 불과하지만, 또 사람들의 삶 역시 그러한 장치들에 의해서 움직이기 마련이다. 이러한 장치들을 문화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소 뒷걸음에 쥐 잡는 해

어쨌든 한 해가 다 가고 연말이 되어서야 지난 해가 Year of the Rat, 쥐의 해였고, 새로 오는 해가 소의 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로 이사한 집이 쥐의 천국이라서, 연말에 고양이를 새로 들이는 둥, 쥐와 실랑이를 하다보니 이런 것이 다 새롭게 느껴졌다. 소의 기운이 쥐의 기운을 몰아내는 이 신년, 옛말처럼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 같은 예기치 않은 행운이 서로들 덕담으로 오고간다.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은 아직 이름을 붙이지는 못한 12권짜리 한국경제에 관한 일련의 책의 1번 타자인 셈인데, 100개도 넘는 이름들 중에서 결국 최종으로 남은 이름이었다. 계수 조정을 하기 이전의 119만원 세대와 배틀로얄 세대가 마지막까지 경쟁하던 이름들이었다.

가장 낮은 숫자로는 72만원 세대까지도 있었다. 이 이름과 관련해서 가장 피해를 받은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20대 당사자 운동을 개척하고 있는 희망청이라는 곳의 활동가들이 상징적으로 88만원의 생계비를 받고 있는데, 이들이 가끔 조금 상향된 새 책을 써달라고 하기도 한다.

어쨌든 72만원이든, 88만원이든 혹은 119만원이든, 이러한 수치는 상징적 수치들이며 동시에 미래형의 수치라는 점이다.

조금 덜 받더라도 더 많은 자율적 삶을 살 수 있는 것들이 생태주의에서 일종의 미래 노동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한국은 아주 많이 받고 거의 자유가 없거나, 혹은 아주 조금 받고 '몸의 자유'가 사실상 사라진 저급한 노동에 시달리는, 그 두 가지 형태가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미래 노동의 모습

시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가운데 하나라면 아주 많은 제도와 장치들로 제어하지 않았을 때, 이것이 지독할 정도로 비인간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경제에서 시장이 가장 극성에 달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북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고대 상업문명이 끝까지 갔을 때, 인간은 결국 사람도 상품으로 만들어서 이걸 사고 파는 노예 상인의 시대가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어쨌든 2009년은 2~3%를 제외한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아주 괴로운 시대가 될 것 같은데, 특히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토호들은 물론 민주당의 호남 토호들까지 온통 '삽질'로 나서게 되면서 이 경제 위기의 진짜 클라이막스는 2009년 하반기 혹은 2010년 상반기에 걸쳐있지 않을까라는 게 내 조심스러운 전망이다. 그리고 이 시기, 특별히 20대를 위한 배려의 장치들을 만들지 않는다면 시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한중일이라는 극동의 세 나라의 분위기만 외형적으로 살펴보면, 일본이 가장 시끄럽고, 중국이 그 다음이고, 한국은 가장 조용한 것이 내가 살펴본 형국이다. 일본은 '격차사회'라는 말과 함께 신자유주의의 일본식 줄임말인 '네오 리베'가 이미 한참 유행 중인데, 여기에 '워킹 푸어'라는 단어가 한참 맹위를 떨치고, 지난 몇 달간 '파견 킬'이라는 살벌한 단어가 등장했다.

토요타에서 수천 명의 파견 노동자에게 핸드폰으로 해고 조치를 알린 이후, '대면관계'에 익숙한 일본 사회가 들끓고 있다. 생각해보면 기륭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비정규직들의 해고는 통화가 아니라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전달되었는데, 이게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에 대해서 최소한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우리는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은 듯하다. 여기에 '길거리에 나선 30대'라는 표현으로, 30대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 사태에 직면하면서 일본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대결 국면으로 가는 중이다.

중국의 경우는 '단절'이라는 표현에서 상위의 엘리트 집단이라고 분석되던 대학 졸업자들의 실업이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이 전대미문의 현상에 대해서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하자 중국 사회가 술렁이는 중이다.

한중일의 경우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이상한 고용통계가 아닌 약간 정석적인 방식으로 생각을 해보면, 한국의 상황이 훨씬 더 열악해보이는데, 기이할 정도로 침묵하고, 매스 미디어와 정치권에서 '하나마나한 소리'의 레토릭 장식품처럼 '청년 실업'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 대책으로 일부에서 대학생 자격고사 같은 것을 만들자고 하는 걸 보면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시장에서 총공급과 총수요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데, 대학생 졸업자격을 국가가 부여하는 자격고사 같은 것을 만든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이제 대학생마저도 사교육 열풍에 밀어넣겠다는 '적들의 음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요즘 내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정부 관료들이나 혹은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과 토론할 때 주로 하는 얘기가 있다. IMF 경제 위기 때, 어려웠지만 우리는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도입하면서 복지사회의 기반에 해당하는 인프라를 만들었었다. 이번 경제위기는 더 길고 추울 것이지만, 어쨌든 이 기회에 '사회적 일자리'와 함께 '사회적 경제' 혹은 제3부문이나 제4부문을 본격적으로 형성해야 하지 않을까... 이건 나의 본심이다.

최근 아주 공개적인 통계는 아니지만, 어느 정부연구원에서 추정한 게 있는데, 한국의 시민사회에서 1% 정도의 생산을 하는데, 고용은 전체적으로 5% 정도를 차지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활과 같이 '사회적 일자리'에 해당하는 것들, 이제 막 시작한 사회적 기업 그리고 생협과 같은 협동조합을 모두 포함한 수치이다. 노무현 시절에 이헌재 부총리가 농업을 해석하듯이 한다면, 5%나 되는 '시민'들이 1% 밖에 GDP에 기여하지 못하므로 이는 퇴출되어야 할 사람들이 될 것이다.

물론 이걸 사회적 경제라는 눈으로 본다면, 단 1%의 돈만 가지고도 5%의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중이니까, 사회적 안정성에 대한 기여가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만난 20대들

최근 정부에서 시범사업격으로 실시하는 몇 개의 사회적 기업에 관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3년 정도를 지원해주고 여기에서 제시하는 임금은 76만원이었다. 서울에서 이 돈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분명히 도시 빈민임에 틀림이 없는데, 이 돈이라도 받고서 일을 하도록 해야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이 금액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이명박 정부가 주는 돈, 아니 정부에서 주는 돈은 절대로 받을 수 없으므로 이러한 정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열려있는데, 내 생각에는 일단은 그렇게 해서라도 대기업과 공공 부문의 두 축만이 '우아한 직업(decent job)'을 제공한다는 극도로 천박한 '개인적 해법'에 대한 다른 해법들을 찾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지난 3년간, 정말로 많은 20대들을 만났고, 아마 한중일의 20대라고 한다면, 내가 가장 많이 만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중의 일부는 아주 힘 있는 부모들의 자제이고 컨설팅 회사나 로펌 같은 데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지방대학에 가느니, 차라리 집안 일이나 도우면서 살겠다고 근실한 결심을 했지만, 결국은 농촌의 '마을 형들'하고 천렵하고 술 마시면서 몇 년을 보냈다가 알콜중독이 심해져 있었다.

이런 속에서 '20대를 위한 우정과 환대의 공간'은 어떻게 열 것인가? 이런 고민들이 여전히 내 머리 속에서 정리되지 않고,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펼쳐져 있다. 방향은 알겠는데, 답은 여전히 모호하다.

우정과 환대의 공간

대체적으로 정리해보면, 내가 만난 20대들의 일부는 '근자감' 즉,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희망에 가득 차 있었고, 많은 20대들은 잔뜩 겁에 질려서, 졸업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번 학기 채점을 하면서 학생들이 왜 이렇게 줄었지라고 생각해보니까, 아닌 게 아니라 휴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자, 어쨌든 신년이 밝았다. 수년에 걸쳐 20대의 문제를 싫든 좋든, 연구목록의 하나로 넣을 수밖에 없던 나도, 주활동 무대를 금융경제연구소에서 연세대학교의 문화인류학과와 청년문화원으로 옮겼다. 비정규직 시간강사라는 나의 신분은 변함이 없다.

두 과목을 맡으면 학기 중에 대체적으로 90만원 약간 넘는 돈을 받는다. 사람 값이 임금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은 경제적 원칙이겠지만, 아무리 자본주의라도 사회와 문화가 그렇게 기계적으로 '경제의 철의 법칙'을 따라 움직이지는 않는다.

올해에는 나도 좀 정신을 차리고, 이제는 쥐의 해에 겪었던 어려움들은 좀 털어버리고 뭔가 좀 해볼 생각이다. 작년에 미루어두었던 '20대 권리장전'도 정리를 좀 해보고, 20대 당사자 운동을 위한 세부 프로그램들도 이제 새로 생긴 20대 활동가들과 함께 정리해볼까 한다.

프랑스의 학생 아파트 같은 것들은 방향도 선명하고, 상징성도 높아 보인다. 복지 특히 지역복지라는 눈으로 본다면, 어렵다고 해도 해볼 수 있는 것들이 아주 없지는 않다.

다양안정성의 사회

<레디앙>의 20대 독자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소의 해를 맞이해서, 내가 드릴 수 있는 신년사를 바치고 싶다. 작년에는 10대 좌파 소녀들에게 신년사를 바쳤다.

20대 여러분, 어려운 건 알지만, 여러분 스스로도, 정말로 사람 한 점 한 점이 '우정과 환대의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점을 보아 하나의 면이 될 때, 다양하면서도 안정성이 있는 그 '다안성'의 한 점이 될 것이다. 작년에는 점을 놓기 위한 점바둑을 우리는 펼쳤던 것 같다. 올해는 그 점을 이어서 본격적인 포석을 두기 시작하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신년, 부디 취업과 삶에 시달리는 많은 <레디앙> 독자들 여러분들의 삶에도 밝은 빛이 들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자본의 음모에 의해서 만들어진 스펙 경쟁부터, 올해는 무찌르자.




TAG 88만원 세대, 기륭전자, 레디앙, 스펙 경쟁, 우석훈
  1. 애독자 2009/01/05 2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 효리사랑 2009/01/05 2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올해 대학교 4학년인데, 힘을 얻을 수 있어서 기분 좋았습니다...^^

  3. 88세대 2009/01/06 0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저희의 정신을 깨게 하는 글 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

  4. 우왕굳 2009/01/06 0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이 배웠고요 ^^ 그런데 장난 섞인 말이라도 '좌파' 라는 말은 좀...그넘의 왼,오른쪽 구호에 질려버려서요. 자라나는 학생들은 좌우를 떠난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ㅋ 제가 좀 예민했네요.ㅋ 또 공부하러 오겠습니다 ^^

  5. 88만원 세대 2009/01/06 0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최근에 88만원 세대를 읽고 등골이 서늘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 조직의 재발견을 사서 읽고 있고, 촌놈들의 제국주의도 미리 사놨드랬죠.

    쉬지 않고 학교를 다녔다면 이제 졸업을 해야할 시기이지만 저도 한 번 미래를 개척해보고자, 휴학을 하고 있었드랬죠. 대한민국의 5퍼센트가 되어보고자 말이죠.

    그 와중에 읽은 88만원 세대는 충격이었습니다. 20대이며, 20대를 매일 만나며,20대의 생각을 매일 듣고 있는 저 스스로 돌아보지 않았던 현실, 막연한 불안감만으로 서로를 재단하며 개미지옥을 탈출하기 위한 수싸움에 몰려 있는 제 모습이 바로 그책에 담겨 있었으니까요.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저술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책에 담긴 내용 잊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그리고 연세대학교에서 활동하신다니 무척 반갑기도 하네요. 20대를 살펴보시기에 꽤 괜찮은 공간이니까요
    그리고 연세대학교...4년째 다니고 있지만 돈에 관한한 20대에게 정말 무시무시한 학교이기도 하구요.

    기회가 된다면 강의라도 한번 꼭 듣고 싶네요..그럼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6. 을파소 2009/01/06 09: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입니다. 퍼가서 다른 사람과 나눌께요.

  7. 머털이 2009/01/08 2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 자신의 현재 입장이 88만원 세대인지라. 더 가슴에 와 닿네요.
    우석훈 교수님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우석훈 "우리는 지는 법이 없습니다"

<레디앙>의 지면을 빌어 개인적으로 내가 한국에서 가장 '믿는' 이재영 선배의 질문에 답하는 몇 가지 얘기를 해볼까 한다. 몇 가지 질문에 대한 직문직답의 형태는 아닐 것 같고, 이래저래 책 뒤에 에필로그 형식으로 달고 싶었던 얘기들의 일부를 이번 기회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1. 에피소드, "우리는 지는 법이 없습니다"

졸저 『괴물의 탄생』은 "우리는 지는 법이 없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88만원 세대』에서부터 시작한 4권짜리 '한국 경제 대안 시리즈'의 마지막 문장이니까, 굉장히 많은 문장들과 표현 중에서 고르고 고른 문장이라는 점을 먼저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 더 고백을 하자면, 이 표현이 바로 이재영의 표현이었다는 점이다.

시기를 회상하면, 『88만원 세대』를 결국 <레디앙>에서 출간하기로 하고, 이광호 대표가 출간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승용차를 팔았던 그 시점 어느 때의 일이다. 그 무렵, 우리는 모두 너무너무 돈이 없었고, 당장 집 밖으로 나오기 위한 차비도 주머니에 없던 일이 종종 있던 그런 시절이다.

나도 예금이 다 떨어져서 누군가가 밤에 잠깐 보자고 할 때에 택시비가 없어서 "오늘은 못 나간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생활을 꾸리기가 어려웠었는데, 그 때 이재영도 당장 하루 살기가 빡빡했다. 그 어느 즈음에 이재영의 통장에 원고비 20만원이 들어왔다.

그때 그 시절

그 때 "난 지는 법이 없다"라고 이재영이 말했었는데, 그 얘기가 참 재밌었다. <레디앙>은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라서 상근하던 기자들을 떠나보내고 있었고, 이광호와 이재영 둘이 겨우 사무실을 지키고, 몇몇 필자들은 원고비를 '후불' 즉 외상으로 하더라도 <레디앙>을 지켜야 한다고 기고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한국 경제 대안 시리즈'의 1권 이후의 책들이 <레디앙>에서 나오지 못하게 된 것은, 순전히 출판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1, 2권이 동시 출간되었었는데, 1권의 출간비를 대기에도 <레디앙>은 벅찼고, 첫 출간이라서 이래저래 어려운 일들을 해결하느라고 그 뒤에 2권이 나올 때에야 겨우 1권이 나오게 되었다. 1주일 차이지만, 사실은 개마고원의 2권이 1권을 추월해서 먼저 나오게 되는 소소한 사고도 벌어지게 되었다.

그 시절에 "난 지는 법이 없지"라고 하는 이재영의 낙천적인 표현들은 휘발성이 강했던 것 같다. 대선이 끝나고, 이명박 정부로 넘어가면서 몇 개의 독자 모임 같은 곳에서 나는 "우리는 지는 법이 없습니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꽤 오래된 나의 독자들 중에 일부는 다른 곳에서도 그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어쨌든 이 시리즈의 마지막 결어는 <레디앙> 그리고 이재영과 함께 어려운 시기를 같이 넘어갈 때, 그 때 우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말이었다.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 번 이 표현의 원저작권이 이재영에게 있음을 밝히고 싶고, 다시 한 번 그의 낙천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2. 시대의 전위는 어디에 있는가?

졸저 『괴물의 탄생』에서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학부 대학생용 교재 정도로 수준을 맞추고자 했던 이 책에서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시대의 전위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회를 빌어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노동자 정당'이 시대의 전위인가, 아니면 다분히 아카니즘적이며 생태주의적인 공동체 혹은 직접 민주주의의 작동 요소인 풀뿌리 민주주의의 다층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전위인가,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

10년 전에 유행했던 표현대로라면 cummunalism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코뮌에 해당하는 것들을 만드는 것이 보다 더 전위적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내가 가지고 있고, 그런 점에서 사회주의-사회민주주의로 이어지는 논의 축보다는, communism-communalism-코뮌적인 것, 그렇게 이어지는 논의의 축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사회주의와 사민주의 논쟁보다는, 지역-풀뿌리-공동체-생태로 연결되는 논의와 활동들이, 만약 '신좌파'라는 개념을 설정한다면 훨씬 더 전위적이지 않을까라는 것에 내 생각이 더 끌렸다. 아직은 이 문제에 대해 답하기에 내 스스로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지만, 이 책을 준비하면서 줄곧 후자의 논의 축을 생각했다.

전체 시스템보다 '요소'가 중요 

본문에서는 '제3부문'이라고 표현을 하였는데, 사회경제이든, 시민경제이든, 혹은 최근의 UN 용어대로 NGO(비정부기구)-NPO(비영리단체)가 되었든, 이런 것들을 만들어내는 시도들이 어쩌면 경제적인 의미에서든 혹은 정치적인 의미에서든 더 전위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좀 하고 있다.

스웨덴이든, 스위스든, 아니면 독일형, 프랑스형, 혹은 일본형 생협모델이든, 아니면 이재영이 얘기한 북부 이탈리아든, 중요한 것은 전체 시스템이라기보다는 '요소'들에 있다고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요소들은 <자본론>에는 나와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충분히 계급적인 것은 아니지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에 공통으로 발을 걸치고 있으며, 반자본 혹은 비자본적이며, 동시에 자본주의적 축적이 고도화됨에도 불구하고 보존되거나, 재생산되거나, 확대되거나 혹은 '재발견'되는 요소들이 과연 전위적인 것인가, 아니면 계급 사이의 충돌에서 우연히 등장했지만 결국은 사라질 것들이 전위적인가라는 것에 대한 판단이 문제의 핵심일 것 같다.

나는 '재발명(reinvented)'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것들은 나라나 문화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사회적인 요소' 그리고 '공공선'의 요소로서 자본 관계에 개입하며, 정치적 결정은 물론 국민경제의 작동에도 개입하며,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서 기능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한국자본주의의 외부

이런 점에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전위적이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내부에 "다른 것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아직 충분히 전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작은 목소리로, 최소한 한국 자본주의의 외부를 볼 필요가 있다고 소곤거리고 있는 셈이다.

자, 상상해보자. 노조가 만약 스웨덴이나 프랑스의 경우에서 종종 발견하듯이, 그 스스로 일종의 생협을 가지고 노동자협동조합과 같은 형태를 띄게 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것은 노동계급에 대한 배반인가, 아니면 또 다른 경제에 대한 요소를 노조 내에서 스스로 잉태시키는 일인가? 나는 오히려 지금의 민주노총이 스스로 소비자협동조합 같은 것을 잉태시키는 것이 더 전위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3. 녹색당과 정치운동

90년대 이후로 한국에서 시민사회와 진보정당 운동 사이에 묘한 협조와 갈등 그리고 질투와 도전 같은 것들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시절에 유행했던 단어를 다시 환기해보면, '정치운동'이라는 단어와 '운동정치'라는 단어가 있었다.

정치 자체가 운동이라는 흐름은 시민사회 내부에서 '정치세력화'와 '녹색당 창당'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났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두 개 전부 현실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였고, 지난 대선 때 열린우리당에 대거 입당하는 정도의 결과를 낳게 되었다.

어쨌든 그런 흐름 속에서 '운동정치'라는 단어는, 점잖은 표현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당한 비판력을 가지고 있던 단어였다. 참여연대나 환경운동연합과 같은 메이저 시민단체는 사실 운동을 표방하면서도 결국은 준정당의 위상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이 단어는, 아무리 학술적이거나 개념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어도 '노빠'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이다.

운동을 표방하면서도 결국 권력을 만끽하고, 여차하면 '감시와 참여'라는 미사여구를 뒤집어쓰고, 정부 내의 높은 자리나 탐하는 것 아니냐라는 의미의 단어이다.

'운동정치'와 '노빠'

이러한 현실 속에서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시민운동의 정치세력화는 열린우리당 근처로 수렴하려는 하나의 힘과 훨씬 더 좌파 쪽에서 활동의 영역을 찾으려는 녹색당 흐름, 두 개의 힘으로 분화되었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두 개 다 상처만 남은 실패가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현실적으로 3~5% 정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는 것 역시 엄연한 현실이다. 아마 한국에서 녹색당이 창당이 되고, 그 클라이막스에 달한다면, 10% 정도를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세력과 진보신당 혹은 민주노동당의 관계는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졸저 『괴물의 탄생』에서 전개되는 세계관은 다분히 녹색당적인 정책 대안이고, 그런 점에서는 현재의 진보정당과는 구분되는 논의의 세계이기도 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힘들이 기계적으로 진보신당에 합류하게 되는 일은 현재로서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한국의 녹색당 운동은 많은 활동가 혹은 시민들을 대변하는 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그래서 어떤 특정한 인사들이 진보신당의 녹색정치를 지지한다고 표명하여도 현실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기가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녹색의 대안적 정책 틀과 한국경제 대안

원래 녹색의 작동방식이 좀 그렇기는 한데, 한국에서는 특별히 더 대중스타 혹은 많은 활동가들이 인정할 수 있는 인사가 없던 형태였기 때문에 더 그렇다. 즉 '협의' 혹은 '협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대상이 없다는 말이다. 누구와 얘기하면 될까? 그런 사람은,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설령 더 많은 것을 양보하고 협상을 한다고 해도, 그 대상이 없다.

두 번째는, 여전히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이 녹색을 표명한 사람들과 꿈 그리고 이상을 공유하기에는 그 철학적 틀이 너무 협소하다는 점이다. 이것 역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일이다.

녹색당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녹색당이 구현해보고 싶었던 정책적 틀에 관한 논의가 한국 경제 대안 시리즈에서 소박하게나마 전개해보고 싶었던 얘기들이다.

이 정도면 이재영의 대부분의 질문에 몇 가지 간접적인 답변은 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기회에 '파시즘'과 '중산층'에 관한 내 견해를 제시하는 것으로 이 답변을 마무리하고 싶다.

4. 우정과 환대

'우정과 환대'라는 표현은, 내년부터 집필할 본 시리즈 중 세 번째 시리즈인 '국가의 기본'과 몇 개의 번외편에서 키워드로 사용하기 위해서 최근 준비 중인 표현이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몇 개의 논의그룹에서 '환대'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몇 개의 논의를 해보았는데, 생각보다는 중요한 개념인 것 같다. 참고로 작년과 올해, 내가 썼던 일련의 책들은 '생태'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MB 파시즘이라고 원래는 이름붙이고자 했던 그 정치체계는 한국에서는 오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졸저 『괴물의 탄생』의 또 다른 결론 중의 하나이다. 올 가능성은 다분했었는데, 이명박 자신이 파시즘적 인간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정치사회구조는 물론 문화적 정치까지도 한국은 파시즘을 향해서 달려가는 중인데, 불행히도 이명박은 '불안한 중산층'을 유혹할 수 있는 아무런 인간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파시즘 시도는 하지만, 정치체계로서의 파시즘은 등장하지 않고, 다만 경찰국가로서의 전환, 즉 폭주하는 경찰 현상 정도를 보게 될 것 같다.

'증오'와 '편가르기'

그렇지만 한국 경제의 위기는 생각보다 깊고, 향후 2~3년 동안 한국의 사회문화에서 특징적으로 등장하게 될 것은, '증오'와 '편가르기'가 될 것 같다. 이것은 파시즘의 또 다른 전형적인 요소들인데, 경제는 계속해서 어려워지면서도 중산층은 물론 민중들까지도 '증오'라는 감성적 요소를 특징적으로 가지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대단히 매혹적이면서 인간적 매력에 가득 찬 소위 '아름다운 인간'이 등장하면, 대단히 빠르게 한국형 파시즘이 완성될 것이라는 게 내가 잠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파시즘 시나리오이다.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시기가 '불안한 중산층'의 동요에서 시작되어 민중들까지 그 '증오'를 공유하면서 완성되었다고 할 때, 거의 유사한 형국이 2010년에서 시작되어 2012년에 마무리되는 그 정치의 계절이 이런 파시즘의 전개가 극성에 달하게 될 것 같다. 그 때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게 내가 던지고 싶은 질문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맞서는 '환대의 경제'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졸저 『괴물의 탄생』에서 '제3 부문'으로 표현된, 자본과 국가에 환원되지 않는 요소를, '환대의 경제'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세밀하게 그려보고 싶다.

'한국 경제 대안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마무리한 첫 번째 시리즈 이후 나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시리즈에서 이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물론 아직은 뿌옇게 요소들만 볼 정도다. 나는 그렇게 눈이 밝은 사람인 편은 아니다.

'우정과 환대'라는 거울을 가지고 우리 스스로를 비추어보면 과연 어떤 모습이 보일까?

그렇게 정치경제학을 넘어 사회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장으로 가보고 싶기는 한데, 과연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에서 사회경제학이라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아직은 답하기가 쉽지 않다.

2008년 10월 13일 (월) 06:47:52 우석훈 webmaster@redian.org



TAG 88만원 세대, 괴물의 탄생, 노빠, 레디앙, 사회경제학, 시대의 전위, 우리는 지는 법이 없습니다, 우석훈, 운동정치, 이광호, 이재영, 정치경제학, 한국형 파시즘
  1. wlsWk 2008/10/13 1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가지가지한다.
    다음이 책장사하는곳인가요?
    민망하지 않은지..

  2. 풀무쟁이 2008/10/13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엇인가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서 녹색당이나 진보신당도 그 대안으로 서기에는 미미하다"라고 하시는 걸로 들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지 않는다라는 선언과는 모순으로 보입니다.
    대신에 우리는 질 수 없다라고 말해야 하는게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괴물의 탄생』우석훈에게 묻다…"파시즘? 글쎄.."

우석훈의 한국경제 대안시리즈 네 번째 책이자 완결인 『괴물의 탄생』은 우석훈의 눈으로 살펴 풀어 쓴 경제학사이다. 우석훈은 토마스 홉스, 애덤 스미스로부터 시작하여 이명박 정부 경제관료들까지를 칭찬하거나 통박한다.

1부는 세계경제고, 2부는 한국 자본주의고, 3부는 대안인데, 그 각각의 사회경제 상황을 설명하며 이런저런 학파나 유명한 경제학자들이 어떤 학설을 펼쳤는지 소개하고 자신의 비평과 주장을 곁들인다.

우석훈이 좋아하는 경제학자들

‘경제학자’라는 초점으로 이 책을 읽어보면 우석훈이 좋아하는 외국 경제학자는 하이에크와 폴 로머이고, 주목하는 한국 경제학자는 백남운과 장하준이다.

“하이에크의 매력적이면서도 교양 넘치는 책들을 직접 읽어보시면, 지금 한국의 ‘잃어버린 10년’을 주장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 주위에서 ‘747 경제’를 주창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유쾌하지 않고 황당하면서도 잔인한 민족패권론자인지 좀 이해가 가실 겁니다.

… 그에게는 보편주의와 휴머니즘이 가득합니다. 최소한 하이에크만 제대로 읽어도 3~5%의 사람들만을 위하는 한심한 경제 비전을 제시하고, 또 그걸 강행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나는 로머의 논문들 몇 개에 남겨진 흔적을 내 나름대로 해석하는 걸로 박사가 된 셈이다. … 로머와 나는 학자로서 가는 길이 전혀 다르고, 나는 그보다는 생물학적인 패러다임과 진화 현상과 시스템 이론 쪽으로 더 많이 이동했다.

… 그러나 시리즈 첫째권의 작업이 어느 정도 완결되어갈 즈음, 로머에게 배운 것들이 나에게서 사라지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에너지와 자원은 덜 쓰고, 지식과 문화는 더 많은 국민경제’, 그야말로 로머의 출발 지점과 전혀 다르지 않는 결론이 아닌가?”

외국이론이나 소개하는 조순, 정운찬

우석훈이 백남운과 장하준을 꼽는 이유는 하이에크나 로머처럼 호오(好惡)의 관점 때문이 아니라, 자기 이론 없이 외국 이론을 그저 소개하고 적용할 뿐인 조순이나 정운찬, 이한구 같은 한국 경제학자들과 대비되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한국 경제 위기 온다’는 주장은, 백남운이나 장하준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 ‘무식한 극우’ 탓에 크게 기댄다.

“이 시점에서 지금 한국의 우파 혹은 극우파들 역시도 경제적 돌파구를 찾아내기 위한 진지한 논의들이 있어야 할 텐데, 실제로 그런 논의를 하고 고민을 하는 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 이렇게 3~4년 더 소모적인 논쟁을 하다가 결국 국민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공황을 만나게 되리란 게 지금 우리를 음산하게 기다리는 운명이 아닐까 싶다.”

『괴물의 탄생』은 우석훈의 다른 글들처럼 교양이 넘쳐나고, 도전적 문제의식으로 번뜩인다. 그리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드물지 않고, 스스로 던진 화두가 그의 산만함 속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논거 부족, 화두의 실종

아래는 『괴물의 탄생』에서 우석훈이 펼친 주장에 대한 의견이나 질문이다. 우석훈이 당장 보충 설명을 해주어도 좋겠고, 지금 어렵다면 나중에라도 공부하여 알려주길 바라고, 우석훈 아닌 어느 누구라도 『괴물의 탄생』을 읽으며 잠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가장 먼저, 우석훈판 경제 위기론의 전제 중 하나인 이명박 정권이 극우파라는 진단. 한국 우익의 역사적 근원이 좌익과의 격렬한 전쟁을 통해 형성되었고, 그 이후의 태도 역시 극우 반공이었고, 근래에는 극우 경제론을 수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말 정치’가 아닌 구체 정책들이 남미나 동남아의 우익들과 많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네시아 수카르노나 이집트 나세르와는 또 무엇이 다를까? 가장 최신의 우익인 이명박 정부에서조차도 제3세계의 매판 우익들과는 달리 국가주의와 인민주의 전통이 잔존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극우’라는 진단으로 인해 현실 정치경제학에서의 섬세함을 잃는 것은 아닐까?

다음, 한국 경제시스템을 ‘건설 파시즘’으로 읽는 문제. “한국 자본주의의 대부분을 사실상 장악한 건설 파시즘이고, 그 수장은 현재 이명박이지만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교체될 수 있으며, 그 실체는 해체의 과정을 겪기 전까지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건설 파시즘'이란 독해의 위험성

우석훈이 비판하는 지방 토호들의 성격, 그리고 생태운동의 대립자로서 ‘건설’을 반정립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한국 자본주의의 현 단계 또는 국면을 ‘건설족’ 정도로 이해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 1980년대까지만 해도 건설-부동산이 유한계층의 불로소득원이나 비생산적 투기행위로 치부되었던 데 비해 지금에 이르러 어지간한 소득 가진 사람들의 ‘재테크’인 데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지금 한국의 건설-부동산 붐 양상은 지자체와 토건족이 주도했던 일본의 버블보다는 외환위기 전 영국이나 스웨덴, 현재의 미국처럼 금융자본의 움직임에 철저히 연동돼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명박의 대운하 역시 ‘건설’이라는 사업 부문의 문제가 아니라, 거대 자본의 투자와 운용이라는 본질에 따라 언제든지 부문 변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셋째, 경제 위기 문제. 책 곳곳에서 약간씩 다르게 서술되고 있지만, 우석훈은 이명박 정권 말기나 다음 정권 초기에 1980년이나 1998년 같은 공황이 올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는데, 논거가 많이 부족하다. “많은 사람들이 … 다음번 공황은 조금 앞당겨질 거라고 예측하는 편이다”라는 설명은 너무 불친절하다.

1980년은 중화학공업으로의, 1998년은 정보통신산업과 신자유주의 금융으로의 이행 과정이었는데, 그렇다면 다음 공황은 어떤 것으로의 이행에서 생겨나는 것인지? 주기적 순환을 넘어 1980년과 1998년과 같이 거대한 사회 변동을 불러올 ‘공황 에너지’는 무엇인지?

넷째. 파시즘 문제. “한국에서의 파시즘은 ‘건설자본 + 성장주의’라는 두 가지 축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여러 가지 대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들을 억압하고, 정치 지도자와 2~3% 정도의 경제 엘리트가 나머지 국민들을 끌고 가는 상황 정도”라면 굳이 ‘파시즘 온다’고 질겁할 일도 없겠지만, 어쨌거나 책 곳곳에서 비감한 비관을 내비치고 있으므로 그 가능성을 짚어 보자.

파시즘 가능성이 크지 않은 이유

파시즘이 되려면 정치적 극단으로 치우칠 만한 경제적 위기와 파시즘을 추진할 사회 계층, 정치세력이 있어야 한다. 경제 위기 문제는 잘 모르겠지만, 계급 계층 문제에서는 파시즘화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 같은 중하위 근로계층의 곤궁이야 폭발 직전이고 그들이 좌익을 경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사회의 지배자인 대자본은 지금 방식으로도 충분히 지배 지속 가능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일당독재’의 가능성이야 높지만, 그것은 파시즘이 아니라 한국판 자민당 시대의 개막이지 않을까?

또, 파시즘은 우익을 위협하는 좌익의 도전 또는 실험이 좌절된 데 이은 반동일 텐데, 그런 위협과 실패가 전혀 실재한 바 없으므로 한국 우익에게는 파시즘이라는 반동의 유혹도 크지 않다. 무엇보다도 파시즘은 권익 유보를 상쇄할 만한 국가주의적 목표에 대한 ‘국민적 합의’인데, 그게 과연 무엇일까?

다섯째, 우석훈이 대안모델로 제시하는 스위스는 많이 흥미롭고 베껴올 게 많을 듯싶다. 나는, 한국이 지나치게 중앙집중적이므로 분산자치적인 스위스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는 우석훈의 주장을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석훈이 스위스의 고졸자 마에스트로 시스템을 거론할 때 조금 멈칫거리게 된다.

섬유산업에서 곧장 거대 장치산업과 정보통신산업으로 넘어간 한국을 보고 있자면,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고숙련 노동자를 실업자로 내모는 현황을 보면 왜 한국에 정밀가공 기계산업이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이런 건 1970년대의 ‘Made in West Germany’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김나지움-마에스트로에 힘입어 세계 최대 수출국이었던 독일이 지금은 한국 대학보다도 경쟁력이 뒤진다든가, 그래서 스웨덴이나 핀란드만 못하다는 일각의 진단도 그저 무시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제3섹터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들

우석훈이 들고 있는 스위스의 상품 이름들 - 에망탈 치즈, 골드문트, 스마트카 같은 것들이 또 한 번 멈칫하게 한다. 이런 고부가가치 명품들은 사실 스위스보다는 북부 이탈리아가 더 본산이라 할 텐데, ‘좋은’ 스위스와 ‘나쁜’ 이탈리아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리고 고부가치 산업이 먹여 살릴 수 있는 경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끝으로, 제3부문. 공공부문이나 시장부문의 크거나 작음보다는 제3부문의 과소(寡少) 지표가 더 현격한 한국 경제의 특징이므로, 우석훈의 주장처럼 그 방향에서 여러 활로가 찾아질 것은 분명하다. 다만, 우석훈이 들고 있는 유럽 선진 나라들의 제3부문이 어떤 사회문화적 전통에서 확립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을 펴는 노동부나 ‘제3섹터’를 주창하는 시민단체들은 제3부문을 ‘좋은 일’ 정도로 오해하거나 오해하도록 하며 ‘계도’하고 있는데,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 제3부문은 그런 작위적 노력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국민국가 자본주의에 흡수되지 않은 전자본주의 또는 비자본주의적 커뮤니티의 경제활동으로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다.

극도의 연방주의-꼼뮨주의를 취하고 있는 스위스나 아직도 분리독립의 꿈을 접지 않고 있는 바스크, 막부에 대항하는 영주-자민당에 대항하는 공산당 지자체의 일본에서 제3부문이 흥하고 있는 사실이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특수한 제3부문은 어떻게 형성되어야 하는가? 두레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들 사이에서는 세대를 초월하여 지속되고 있는 부조 조직 계(契)는 무엇인가? 왜, 생협은 도시지식중산층의 전유물로 치부되고 있는가?

2008년 10월 06일 (월) 09:09:48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 criticme@redian.org



TAG 괴물의 탄생, 레디앙, 백남운, 신자유주의, 우석훈, 이재영 기획위원, 장하준, 정운찬, 조순, 폴 로머, 하이에크



우석훈 "경제위기 다음은 한나라 일당독재 파시즘"

우석훈 박사 (사진=오마이뉴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확률은 0%이며, 경제위기 국면에서 한국이 파시즘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우울하고 고통스런 이 같은 전망은 우석훈 박사가 최근 펴낸 『괴물의 탄생』(개마고원)의 서문 <우리들의 ‘위대한 선택’을 위하여>에서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경제 대안시리즈 마지막 편인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한나라 일당독재 파시즘’으로의 넓을 길과 그렇지 않은 바늘구멍 같은 길이 있다고 주장한다.

바늘구멍 같은 가능성

그는 “한국 경제의 문제는 외견상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극우파만으로 구성되어 좌파가 멸종된 상태에서 벌어지는 비극에 가깝다”며 “우파 혹은 극우파만으로 구성된 사회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인지에 대한 거대한 실험장이 지금부터 펼쳐질 한국 사회의 모습”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같은 사회 구성은 근대 국가의 역사에서 세계적으로 단 한 번도 성립해 본 적이 없는, “‘주류 극우파’와 ‘비주류 극우파’ 사이의 경쟁에 의한” 사회로 이 같은 구조 속에서는 ‘건전한 보수’도 비주류 극우파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 같은 사례로 미국의 네오콘과 비교해서도 “심하다고 할 정도의 극단적인 ‘국가 해체주의자’”에 가까운 한나라당 경제통 이한구 의원이 ‘합리적 우파’의 역할을 하고 있는 기이한 경우를 들었다.

우 박사는 “이명박의 청와대가 강행하려고 하는 대운하를 정면에서 막고 있는 사람도 이한구이고, 경기 부양을 위해서 노무현 시절부터 경제당국이 종종 추진했던 통화당국을 통한 이자율 인하 정책도 ‘시장대로 합시다’라며 막고 있는 사람이 이한구”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황당한 시대가 과연 한국 사회에 있었는지” 질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 경제가 단기간에 몰락해서 일본이 1990년대에 겪었던 10년짜리 장기공황으로 가는 속도가 더 빠를지, 아니면 정치적인 파시즘의 등장이 더 빠를지, 둘 사이의 속도경쟁 틈바구니에 우리가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미래 침묵하는 다수 민중 손에 달려

그는 이어 “한국에서 파시즘으로의 전환 속도가 더 빨라지면 ‘MB 파시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경찰국가로 급속도로 전환될 것”이며 “동시에 저성장과 비효율, 그리고 미국 교육과 문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건전한 국민경제’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중남미 사회가 펼쳐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는 “앞으로 5년 내에 한국은 현재의 ‘주류 극우파 국가’에서 정상적인 국가가 되거나, 아니면 중남미식 저성장 비효율 국가로 전환되거나 하는 그 두 가지 길 사이에서 중대한 분기점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 두 가지 길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대통령 이명박’이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 민중의 손에 달려있고, 대변 받지 못하는 조용한 다수, 정확히 표현하면 지금 집이 없거나 있어야 아파트 한 채 정도 가진 사람들의 생각과 선택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균 4인 가족 가구인 한국에서 3채의 아파트를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한국 경제에 어떤 구조변화가 오더라도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겠지만, 그 미만이라면 중산층이든 노동귀족이든 건전한 보수층이든 “앞으로 5년간 벌어질 경제적 격동에서 개별적인 경제여건이 지금보다 개선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의 극우파들은 가시적 경제효과를 위해서 건설정책을 집어들 것이고, 오랫동안 누적된 ‘버블 폭탄’을 터뜨리고야 말 것”이고 이 같은 상황에서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총선, 그리고 2012년 대선을 맞게 된다. 경제는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의 계절이 열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우 박사는 “그 마지막 시스템을 결정하는 시기가 지나고 나면 이미 중남미형 경제구조로 깊숙이 들어가게 될 것이고, 그 후에는 다시 되돌아 나오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이 시기의 선택을 ‘위대한 선택’으로 이름 지어줬다.

위대한 선택

그는 ‘위대한 선택’을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취향을 자신의 경제적 이해에 따라 생각하는 그런 순간의 첫 출발점과 같다”며 이를 “계급관계라고 할 수도 있고, 계층관계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인데 “한국에서는 아직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사회적 행위의 시대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도래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하지만 사람들이,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넘어서기 위한 사회적 선택이 한 번 정도는 있어야 “지금의 뒤집히고 비틀린 사회가 조금은 ‘정상 사회’ 혹은 ‘탈극우파 사회’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석훈 박사의 한국경제시리즈 마지막 편인 『괴물의 탄생』은 12개의 강의와 마지막 결론 형태의 총 13개 강의록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이번 책이 “대체로 대학교 한 학기 강의록에 해당되는 분량”이며 “실제 ‘한국경제론’에 해당하는 수업 하나를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썼다”고 밝혔다.

이 책의 1부는 경제학 이론에 관한 이야기들을, 2부에서는 한국경제의 실제 운용 과정에 대한 현실 얘기를, 마지막 3부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3개의 과젱에 대한 대안 논의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 책 제목의 '괴물'은 홉스의 책 『리바이어던』에서 차용한 것으로 이제 막 탄생하고 있는 극우파의 나라 한국을 상징하는 의미로 쓰였다.




TAG 건전한 국민경제, 경제위기, 괴물의 탄생, 리바이어던, 우석훈, 저성장 비효율, 침묵하는 다수의 민중, 한나라 일당독재 파시즘

한국좌파 "MB정책 안바꾸면 위기는 필연"



미국 발 금융위기로 금융 주도의 후기 자본주의에 위기가 닥쳐왔다. ‘검은 9월’의 끝을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아무도 없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 유럽연합 등 6개국 중앙은행이 긴급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불안의 그림자는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검은 9월의 끝이 안 보인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이번 사태를 놓고 부실한 금융기관을 정리해나가는 과정으로 일정 기간 진통은 불가피하겠지만, 예측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조만간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있는가 하면, 금융 중심의 자본주의 특히 미국 금융 시장의 구조적 모순에 따른 결과로 세계 경제가 전대미문의 위기적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들도 원인 분석과 전망을 부지런히 하고 있지만, 아무도 이번 사태의 끝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만 ‘합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진보, 좌파 진영의 전문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부실의 규모도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어디서 어떤 화력을 지닌 지뢰가 폭발할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하면서, 이들은 이와 함께 현재 이명박 정권의 경제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경우, 한국 경제도 심각한 위기적 국면이 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도 동의하고 있다.

장상환 교수(경상대 경제학)는 미국 정부의 지나친 금융규제 완화가 현 사태를 불러왔다며 “1933년에 제정된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 Act)을 통해 증권-보험의 금융융합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융합을 막았는데, 지난 90년대 이 같은 규제가 풀리면서 부동산 거품을 발생했으며, 지금 꺼지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1999년 이 법을 폐지해 은행과 보험, 증권의 장벽을 허물고 금융회사의 대형화 겸업화를 허용했다.

장 교수는 이어 미국 사회의 소득불균형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은 빚을 얻어 살고 부자들은 재산을 늘려 소비를 하는데,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이 줄어들면서, 이들이 집을 담보로 빌린 은행 빚을 못 갚아서 생긴 문제가 서브프라임모기지“라며 과도한 금융규제 완화와 함께 미국판 소득 양극화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았다.

지나친 금융규제완화와 소득 양극화가 불러온 사태

그는 “미국의 주택시장은 공공분야에서 책임을 지지 않고, 시장에 맡긴 것“이라며 공공부문이 취약해서 실패한 ”미국모델을 따라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
 
정태인 교수(성공회대 경제학)는 “부실채권 규모를 아무도 모르고 있고, 알려진 부실 규모보다 실제 부실규모는 점점 늘어날 것이란 두려움이 시장에 있는데, 현재 알려진 정보가 과연 중요하겠느냐”며 앞으로의 사태 전개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교수는 "월가 쇼크를 예견한 누리엘 루비니가 앞으로 18개월간 지속될 위기이며 그 사이에 온갖 금융행위가 다 일어나지만 기술적 반등은 없을 거라고 예견했는데 지금으로선 그의 예측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정교수는 "지금의 상황은 브라질-아르헨티나의 SML(무역대금 결제를 거래 당사국 상호간 자국 통화로 지불하는 시스템)처럼 국제경제의 일부가 아니라, 전 세계가 걸려 있어서 미국이 공적자금을 투입된다고 해서 해결될지 의문이 생긴다"며 "우리 정부는 증권가의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에 마치 위험요소를 파악했다는 식의 입장을 보이는데 문제는 더욱 늘어나는 부실규모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말했다.

우석훈 박사는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제무역체계가 많이 바뀔 것이며 작년 같은 평화로운 시기로는 못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제무역 체계는 달러 중심인데, 최소한 미국 경제 성적이 중간 정도는 갈 것이라는 기대로 운영되는데 실물경제에서는 전혀 생산성이 없었다"며 "실제 GM과 포드 경우처럼 실물경제에서 많이 밀렸고 이것이 금융시장에서 터진 것” 실물 부문의 부진 쪽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찾았다.

달러 중심으로 계속 갈 것인가, 기로에 

그는 이어 "이번 금융위기 사태를 계기로 국제경제는 달러체계로 계속 갈 것인지, 다른 식의 국제거래가 생길지 아마 중대한 고민의 지점이 될 것"이라며 "전후 30년간 미국의 달러를 국제화폐로 이용하며 발생한 문제들을 많이 감수해왔던 나라들이 이제 달러 유지냐 아니냐를 놓고 결정을 내릴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우 박사는 특히 "문제는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원화가치는 상대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우리는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미국의 부실이 한국에선 더욱 확대돼 더 큰 부실을 낳고 있어 가만히 미국의 위기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 우석훈 경제학 박사
 
또한 그는 "한국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해 외국에서 많은 돈을 빌려왔는데 한국의 대외신뢰도가 떨어져 앞으로는 한국 이름으로 빌리기는 힘들고 외평채를 발행하기도 힘들어 질 것"이라며 "일부에서 몇 개월 지나면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는데 미국이 흔들리면 한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우리 경제구조에 대한 상당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로선 미국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 모럴해저드가 어떻게 튈지 모른다"며 "그들은 보통상황에서 하지 않는 정책을 펼 것이고, 한국은 공격경영이 아닌 수비경영을 해야 덜 맞고 갈수 있는데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공격경영을 하는 스타일이어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적 금융 위기 사태와 관련 이명박 정권의 정책 기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전성인 교수(홍익대 경제학)는 <경향신문> 기고문을 통해 “미국발 금융위기는 첨단 금융기법에 대한 규제가 없으면 위험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명박)정부가 금융선진화라는 명목으로 금융규제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경제정책 기조 바꿔라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금융규제완화정책들이 미국식 금융시스템을 쫒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결국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다.

또 그는 내년 2월 자금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사실상 금융기관별 장벽이 완전히 허물어지는 것에 대해 "미국이 1999년 금융현대화법을 만들어 금융 영역간 겸업을 허용했는데 10년도 안돼 서브프라임로기지 사태가 터졌다"며 "이는 대형 투자은행을 육성하겠다며 자통법을 만들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도 18일 국회에서 이번 금융위기는 '미국식 금융모델의 파탄'이라고 규정하고 "한국 경제의 일대 전환이 절실하다"며 현 정권의 경제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민노당 의원들은 "가장 선진적이라던 미국 경제가 사실은 얼마나 위기에 취약한 체제였는지 뚜렷이 드러나고 있으며 우리 경제도 미국금융우기의 폭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이어 "치솟는 물가와 실업률, 극심한 내수침체로 실물부문위기도 심각해 자칫하면 서민경제, 나라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으로 빠져들 수도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이미 파산 선고를 받은 낡은 미국식 금융 모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면서 서민의 삶을 돌보지 않고 소수 재벌과 특권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노당은 현재의 경제 위기 탈출을 위한 ‘7대 해법'을 제안했는데 △내년 2월 시행 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원점 재검토 등 새로운 금융규제 정책 준비 △경제위기 최대 피해자인 서민들에게 각종 복지예산 대폭 확대와 고용확대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 역할 등이 포함됐다.

MB 부동산 정책이 위험하다

진보신당의 심상정, 노회찬 공동대표도 한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불러올 이명박식 경제정책의 일대 전환을 촉구했다.

심 대표는 16일 대표단 회의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예측한 루비니 교수가 현 상황을 야구로 따졌을 때, 3회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 앞으로 2~3년은 이어진다는 얘기"라며 "미국경제에 깊숙이 예속된 한국경제에도 이러한 위기가 주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 대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한국이 특별히 요동치는 이유는 외국자본규제 완화와 외환정책 실패 등 그간의 정책 실패로부터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미국발 금융위기는 부동산 거품 때문이라는 점을 볼 때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은 한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며 규제완화 일변도의 정부정책의 수정을 요구했다.

노회찬 대표도 "미국발 금융위기를 부추긴 부동산 거품과 금융기관 저금리는 미국만의 문제도 남의 문제가 아니"라며 "한국 부동산 가격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정부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데 정부조세정책은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한 시장 활성화만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대표는 이어 "미국 위기로부터 교훈을 얻기보다 미국의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부동산시장 창출을 따라가는 형국"이라고 진단하고 "미국의 금융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교훈을 얻어야 하며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인하 연착륙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AG 검은 9월, 노회찬, 서브프라임 모기지, 심상정, 우석훈, 장상환, 전성인, 정태인
  1. 2008/09/19 16: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내 펀드. ㅠ

  2. 2008/09/19 1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생상품이랑 IB가 문제야. 완전 돈 놓고 돈 먹기 잖아?
    손에 쥐어지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주가에 따라 일희일비하는거 보면 참 정신병같기도 하고...
    아므튼 서브프라임 사태에 이어지는 줄줄히 파산.... 모건 스탠리랑 골드만 삭스도 안심할 순 없다지. IB들은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건가.
    이렇게 국제경제가 졸라 불안한데 한국은 대통령이 2mb고 경제장관이 강만수야. 정말 막장이지 뭐. 펀드는 다 빼두었는데도 졸라 무서워.

  3. 지나다가 2008/09/19 16: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국의 대형 은행과 보험사가 휘청인다고 벌써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를 논하는 것은 섣부른 얘기라 생각되네요. 자본주의도 구조조정 과정이라 봅니다. 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자본은 망하고 또 어떤 자본은 더 흥하고.. 자본은 어딘가로 더 집중되면서 오히려 더 막강한 자본세력과 취약한 자본주의 고리를 정비하는 시간을 갖겠죠.

    진보진영은 너무나 자본주의를 허술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같아요. 저 역시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자본주의 위기론을 겪고 또 시간이 지나면 더 강하고 유연한 자본주의 얼굴을 봐온 관계로 오랜만에 찾아온 미국 금융기관의 휘청거림을 두고 섣부른 '위기'론에 들뜬 분위기는 영 맘에 걸리는군요.

    좀더 세밀하게 깊이 있는 관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들의 취약한 고리를 치고 나갈 노동계급, 진보진영의 대응이 전무한 것이 더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남의 집 분란을 즐기는 동안 저들은 남수리에 여념이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거같습니다.

    • 2008/09/19 16: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님 말씀 특히 '진보진영이 자본주의를 허술하게 생각한다'라는 부분은 동의하지만,
      미국의 대형은행과 보험사가 휘청거리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위기를 논할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미국의 대형은행과 보험사는 '세계화'라는 이름하의 미친경제를 이끄는 주역중에 하나였지요. 특히 그냥 은행이 아니라 투자은행(IB)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월가의 주요 IB중에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모두 망하고 지금 골드만 삭스와 모건스탠리 달랑 두개 남았습니다. 둘다 안심할 수 없는 상태라는 이야기도 들려오고요. 이 위기를 극복한다면 자본주의도 더 성장하게 되었지만 앞서 언급했던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IB들의 몰락이라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대전환을 예고한다고 생각하고 주목해도 좋을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꿈별 2008/09/19 1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히려 지금보면

      자본주의를 절대적으로 생각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결국 정부 (미국 연방정부)의 구제 도움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정부의 개입을 반대한다면서 오히려 정부 개입을 받는상황

      평소에는 필요없다고 큰소리치더니
      필요할때는 적극적으로 도와달라 손내밀고..

      너무 얌채같은데요.



      진보진영이 자본주의를 소홀히 하는거라기보다는
      자본주의의 문제점도 함께 생각한다고 봅니다.

    • 냐아옹 2008/09/20 1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꿈별님의 말을보니
      어디서 봤던 그말이 생각나네요...

      기든스였나..
      신자유주의는 오히려 강한국가를 배후로해서
      권력의 힘으로 시장경쟁 질서를 강화한다고...

  4. 바람이되고싶다 2008/09/19 16: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떤 넘이 명바기 당선되면 경제 살릴거라고 한겨 도대체...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미국과 거대자본만 아니에요.

    명바기도 마찬가지...

    입은 좋은 사마리아인이라고 떠들고 있지만 하는 행동을 봐서는...

  5. 슈풍크 2008/09/19 16: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와중에 펀드에 더 투자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한테 뭘더 기대할게 있을지... -,.-

    • deuk 2008/09/19 17: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내가 하니까 니들도 해라."의 의미일 뿐.
      광우병 관련 소문이 흉흉하던 몇달 전 뉴라이트 노인네들이 모 호텔에서 모여 기자 불러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 하던 거나 마찬가지죠. "사회 지도층인 우리도 이렇게 먹으니까 니들도 당연 먹어도 되는거야." 그 날 인원수에 비해 고기가 너무 많이 남았다는 소식이 들리던데, 이대통령은 가진 돈 중에 얼마나 펀드 시식하는 데 쓰실라나.

  6. 지나다가 2008/09/19 16: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고 또 한가지 미국 금융자본주의의 휘청거림과 이명박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지적하는 것도 좋지만, 그로 인해 해체되거나 나뒹구는 노동자, 서민들의 삶에 대한 관찰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이명박에 대한 충고보다 더 시급한 것이 아닐런지요.

  7. 지나다가 2008/09/19 17: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헐/ 미국 대형금융사와 보험사가 휘청이고 그 여파가 전세계 자본주의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는 것이 아닙니다. 대체로 '위기'를 말하면서 곧바로 자본주의가 망할 것처럼 얘기하는 기조에 대한 우려를 말한거죠. 금융자본주의의 약한고리, 한국의 IMF 금융위기도 사실은 한국보다 태국의 금융위기가 아시아 전체의 위기로 전환되었던 걸 생각하면 위기는 위기죠. 하지만 그 위기를 누가 겪었는지가 중요합니다.

    한국 자본주의가 IMF를 거치면서 대자본은 거 싼 가격으로 부동산, 금융, 주식을 걷어들였지만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 지불능력이 취약한 부동산 소유자들이 다 길거리로 내몰렸고 개미군단의 주식투자가만 빈털털이가 됐죠. 자본주의 위기는 대자본에겐 또다른 기회가 된다는 경험을 했었다고 봅니다.

    미국의 금융자본주의 위기는 더 큰 사건이지만, 아마도 그 기회에 새로운 자본가가 부상하겠죠. 누군가는 망하고 누군가는 새롭게 형성된 시장질서에서 이득을 얻고.... 지금의 위기는 자본주의 전체의 위기가 아니라 지금까지 금융자본주의를 움직였던 중심세력의 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가내의 재조정이 곧바로 진보진영에게 기회가 될 것이란 어부지리식 언급과 분석이 나오는 것이 문제라 봅니다. 자본주의가 망한다 해도 진보진영이 그 위기를 받아안을 준비가 안되었다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되는 건 아니죠. 오히려 진보진영의 무능도 함께 드러나면서 새로운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보이네요.

    암튼 자본주의는 지난 10여년동안 사회주의 국가가 망하고 전세계를 자본주의와 세상을 하나의 시장으로 만드는데 성공했고 이젠 앉아서 배불리 먹던 세력이 게으름을 피우는 사이에 위기가 몰려온 것이란 느낌이 듭니다. 이런 생각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암튼 미국의 금융자본주의가 전체적으로 자본에 취약한 계층에게 위기를 몰고 올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누구에게 위기인지 좀더 다각도의 관찰이 필요하는 얘기지요. 그럼....이만.

  8. 못살겠다 2008/09/19 17: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부가 싸놓은 똥은 안 치우고 나라를 미쿡의 오물처리시설장으로 만들 계획이군요. 일시적인 돈을 노리고 끝도없이 추락하네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미국의 토사구팽이 되었으니 이를 어찌할꼬. 애통한지고.

  9. 이명박은 핵폭탄이다. 2008/09/19 18: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들은 아직 잘 못 느끼고 있다. 이명박은 정말 핵폭탄같은 존재다.
    세계경제의 흐름을 거스르는 트리클 다운 정책, FTA 대책도 없는 대대적인 민영화 추진, 미국의 금융위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자본시장통합법 추진, 서브프라임 사태를 간과한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 연쇄 핵폭발 반응을 일으킬 때 대한민국은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10. 생각대로뚱 2008/09/19 1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좌파라는 말이 거북스럽네요.
    원래 민주주의가 소위 말하는 좌파스러운 것 아닌가요?
    민주주의의 시작을 프랑스혁명으로 보는데...그 프랑스혁명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왕의 권력을 몰수하여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권력을 나눈게 프랑스혁명 아닙니까.
    그렇게 본다면 민주주의 그 자체가 좌파스러운 겁니다.
    누군가에게 집중된 권력을 여러 사람들에게 나눈다는 개념...
    좌파라는 말 보다는 민주주의자라는 말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음~ 2008/09/19 1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첨엔 이 글을 읽고 그리 생각했다가...
      님의 글을 읽고 마음이 바꼈습니다!!! ^^

      좌파가 우리에게(?) 거북스러움을 주는 이유가.. 저 망할 매국노들이 좌파랑 빨갱이등과 안 좋은 이미지를 함께 뒤죽박죽으로 만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뭐... 여러분들도 인정하시는 거겠지만!

      이것을 깨려면... 옳은 주장 하는 분들을 좌파로 이름(?) 붙이는 게... 옳아 보이네요!!! ^^

    • 단군 2008/09/19 2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옳은 주장 하는 분들을 좌파로 이름(?) 붙이는 게... 옳아 보이네요" 에 백만표...

    • ㅉㅉ 2008/09/19 2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진보에 좌파면 다 선이고 정의로운거고

      보수에 우파면 다 악이고 불의냐?

      나이가 어리니까 그런소리 하는거라 보는데, 나이들어서도 이딴소리하는거면 답이 없는 멍칭이네.

  11. 도대체 2008/09/19 2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두들 염려하고 걱정하고 피부로느끼고 있는데..
    도대체...머가 경제가 괜찬다고 말하는것인지...ㅜ
    멀 자꾸 투자한다는것인지...걱정된다...
    나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건 아니다...
    경제의기본적 논리도 무시한채 무조건적 투자는 어느분말대로 무모한 투기일뿐...
    이런상황에 "펀드라도 들어야겠다"는 발언은 정말 문제가 있어보인다...
    믿을구석이 좀 생겨야 나라가 걱정이 안되는데..이거원...mb정책 바꿔야만 그나마 살수있는거 아닌지..

  12. 그러면.... 2008/09/19 22: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산주의만이 살길이냐/!

  13. 알카리 2008/09/19 23: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좌파, 진보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이니까요.
    과연 진보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지금 우파, 보수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에 오른다면,
    그들이 평소에 말하던 대로, 추구하던 대로 올바론 길로 나아갈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들은 기득권이 아니기에 불평불만에 쌓여서
    발버둥치고 있을 따름이고, 오히려 자신들의 생각 이외의 다른 것에 대해서는
    상상 이상으로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죠.
    그냥 위의 분들이 이야기하시길래 저도 한마디 덧붙인 거구요.

    경제정책이나 여러가지 방향으로 개진된 대책들에 대해서, 과연 얼마나 믿을 만한
    주장인지 궁금하네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가 받아들이려 하는 것만 받아들이고,
    유리한 것만을 말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말만 듣고서는 얻을 수 있는 게 없겠지요.

  14. wg3117 2008/09/20 0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견해 다릅니다.
    좌파라는 집단은 사실 어려운 사람, 국민공동체의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을 갖는 요즘 유해어로 지속가능한 사회복지를 추구하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 주종을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자칭 우파라는 사람들은 과거 또는 현재 친미(요즘에는 이를 뒤집어 미친놈들이라고 합니다만...)적 사고를 갖고 잇답니다. 며칠전 그들주중 일부가 화폐를 원화에서 달러로 전환함(조선신문이라는 무가지)이 바람직하다거나, 나아가 우리나라가 몽당 미국으로 편입되거나 일본으로 편입되면 국민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것 같은 표현을 하였답니다. 이런 시각에 대해서 좀더 신중하게 접근해주시면 고맙겠군요. 그럼 감사...

  15. 김환수 2008/09/20 09: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ㄷ류ㅓㅇ

  16. 김환수 2008/09/20 09: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첨단산업 에집중그러면산다

  17. ㅎㅎ 2008/09/20 12: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는 좌파 우파 뿐만 아니라 친일파도 있는데..

  18. 진보는 2008/09/20 1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발 더 앞서야 한다. 비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차고 넘치는데 어쩔셈인지...능력없는 나야 이러고 있다지만 제발 한 줄기 빛을 보여줄 수 있기를........

  19. 기본적으로 2008/09/20 12: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일본도 허용하는 공산당이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선진국들은 어린 시절부터 좌파는 분배, 복지, 평등....우파는 경쟁, 성장 등의 키워드를 가르친단다. 잘 모르면서 자꾸 댓글 다는 레드컴플러들아....정신 차리자.제발.

  20. 코달 2008/09/20 1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허경영이 제일 괜찮아보이네요.
    모든 구매를 카드로 해서 세금을 명확히 거두어 들이고
    그러면 적게스는 사람 적게 내고 많이쓰는 사람 많이내고
    그 세금으로 복지사회 만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