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괭이 난동’, 용산4구역 철거공사 중 충돌

8일 오전 철거업체인 호람건설 소속 용역들이 용산 4구역에 대한 철거공사를 강행하면서 이에 항의하던 철거민들에 곡괭이를 무차별적으로 휘둘러, 전철연 회원 1명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고 1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에 따르면, 호람건설 측은 이날 오전 7시부터 덤프트럭 30여대를 동원해서 철거 잔재를 실어 나르면서 공사를 강행했으며, 전철연 회원 및 용산 범대위 관계자 50여명은 이에 항의하며 오전 11시부터 ‘저지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용역들과 현장을 지키고 있던 경찰들은 한 몸이 되어 이들을 가로막았으며, 용역들은 폭력을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심지어 일부 용역반원들의 '폭력 행위'를 촬영하려던 범대위 관계자에게 곡괭이를 휘둘러,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또 용역들의 발길질에 차인 전철연 여성회원 1명이 실신해 인근 중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어 치료를 받고 있고 있으며, 또 다른 전철연 여성회원은 충돌과정에서 상의가 찢어지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폭력을 휘두른 용역들을 제지하기는커녕, 전철연 회원들과 범대위 관계자들을 가로막고 채증하기에 바빴다.

전철연 여성회원이 용역의 발길질에 차여 실신해 쓰러져 있다 (사진=용산 범대위)

인근 중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전철연 여성회원 (사진=용산 범대위)

용역이 휘두른 곡괭이에 맞아 머리가 찢어진 범대위 관계자의 모습 (사진=용산 범대위)

이에 대해 범대위는 이날 오후 긴급 성명을 통해 “참사 발생 반년이 다 되도록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살인철거를 재개하는 건설사와 용역업체의 만행을 더 이상 눈뜨고 볼 수 없다”며 “이들을 비호하는 경찰의 뻔뻔함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오후 3시 현재 전철연 회원, 유족들과 용역들 간에 대치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2시 55분 경 용역이 항의하던 한 전철연 회원의 안면부를 돌로 가격하려다가, 이를 발견한 전철연 회원들의 제지로 실패한 아찔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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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용산 범대위, 용산 참사, 용역깡패, 전철연, 호람건설



"고인들 용역깡패 무서워 망루 못 내려왔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6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낸 용산참사 발생 20일이 지난 9일 검찰이 내놓은 수사결과는 진상규명은커녕 피해자인 철거민 20명을 기소하는 것으로로 모두 마무리했다. 온갖 의혹투성이에 대해선 수사를 외면한 채 용역직원들이 경찰의 진압작전에 투입된 사실을 <PD수첩>에서 보도했지만,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경찰은 무혐의, 용역업체 직원 7명에 대해서만 폭력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을 뿐이다. 

용산참사의 피해자인 철거민들은 왜 망루로 올라갔을까?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이번 74호에서 '용산철거 용역 목포 조폭과 관련' 보도를 통해 참사가 벌어진 현장에서 "용역깡패들이 무서워 망루로 올라간 후 용역이 무서워 망루에서 내려오지 못해 참사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들을 내보냈다.

<시사IN>용역업체-조폭-주관시공사 삼성물산 관계 의혹 제기

또 해당 용역사인 호○건설은 전남 목포의 S폭력조직배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증언과 함께 용산지역 재개발 주관시공사인 삼성물산이 문제의 호○건설과 연관이 있다는 내용들을 내보내면서 그동안 철거민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시공사-용역업체-조직폭력배'와의 관계에 대한 진상조사가 무엇보다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민주노동당이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마련한 '뉴타운, 재개발 중단, 재검토를 위한 가옥주, 세입자 공동토론회'에 참가한 전국뉴타운재개발지구비대위 구성원들도 이같은 문제를 집중 제기했었다.

당시 토론자로 나섰던 이은정 왕십리 세입자대책위원장은 "용산참사 희생자들이 있어 용역깡패들의 폭력행위가 인식되고 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왕십리에서는 용역깡패들에 의해, 금지된 동절기 강제철거가 이뤄지고 있다"고 눈물로 호소했었다.

용역깡패 폭력, 용산참사 후에도 왕십리 등에서 계속

<시사IN>이 소개한 철거회사 용역들이 쇠몽둥이와 목검을 들고 팬티만 입고 거리를 활보하며 노인, 어린아이를 가리지 않고 욕설과 폭행을 일삼는다거나, 이번 참사에서 숨진 고 이상림씨(72)가 깡패들에게 폭행당하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오지 않는다거나, 고소를 해도 피해자인 이씨는 전치 3주, 때린 용역직원은 전치 4주가 나와 폭력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등의 사례가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 철거 위기에 처한 세입자들의 똑같은 경험이다.

9일 송재영 민주노동당 119민생희망본부장은 "철거현장에 배치되는 용역들은 대부분 조직폭력배와 함께 연계해서 들어와 주민들을 관리하는 게 다반사"라며 "오늘도 옥수금호재개발 현장에 갔는데 조폭과 연계된 용역들이 들어와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철거용역들의 폭력행위를 막을 수는 없을까?

철거민들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폭력을 행사해 경찰에 신고해도 경찰은 출동하지 않거나 늑장출동하기 일쑤여서 경찰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같은 용역폭력에 대해 지난달 23일 전국뉴타운·재개발 비상대책위연합은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에 '뉴타운·재개발 중단 및 재검토를 위한 진정서'에 '이주철거업자 선정'과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규정 신설'을 포함할 것과 시공사 선정 기준에 준한 철거업체 선정에 엄격한 법제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경비업법 등 법안 개정은 한계…관리감독 권한 지자체, 경찰, 정부가 나서야 

그러나 무엇보다 폭력행위가 난무해도 치외법권과 같은 재개발현장에 대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폭력 용역업체들에 대한 규정인 경비업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의 정경윤 보좌관은 "우선 용역업체들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허가를 받고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과 허가받은 업체라 해도 현재 처벌조항이 없는 부분에 대해 처벌조항을 신설하고 쇠파이프 등 폭력적인 장비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하는 방향으로 법안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보좌관은 "재개발현장에 투입되는 용역업체들을 규제하는 경비업법도 강화해야겠지만 이미 제도화된 규정을 지키려는 경찰과 자치단체,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용산참사처럼 조합에 대한 관리권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외면하는 자치단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불법용역 주민감시단 발족 "더이상 당하지 않겠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은 10일 서울 성동구청앞에서 '뉴타운·재개발지역 불법용역주민감시단'을 발족하고 성동구 재개발지역에 대한 행정처분취소와 불법용역을 즉각 철수시켜 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며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을 항의방문할 계획이다.

송재영 본부장은 "경찰폭력과 위법성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며 "경찰은 주민을 보호하는 대신 도리어 협박해왔고 용역폭행이라는 범죄행위를 처벌하기는커녕 용역이 범죄행위를 자행하도록 방조하고 엄호해왔다"고 말했다.

또 송 본부장은 "그렇기에 가옥주와 세입자 전국대책위와 민주노동당이 감시단을 만들어 공동으로 각 지역별로 관리감독권한을 가진 구청장의 위법적 행정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연대항의 집회와 함께 구청별로 용역불법행위에 대한 실태조사를 병행해 폭로전과 고발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TAG 삼성물산, 시사IN, 용산참사, 용역깡패
  1. 1212121 2009/02/17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두다 떠나버릴 나라?

    • 걱정 2009/02/17 17: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떠나고 싶다고 쉽게 떠나지나요?
      떠나서 잘 살 분들은 여기서도 이미 잘 삽니다.
      힘들어 떠나봤자, 여기보다 더 힘들 걸 아니 못 떠나지요.



폭행당한 문씨 "경찰이 잡고, 용역이 팼다"

20일 저녁,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과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올라간 철근구조물(망루) 아래에는 1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있었다. 급하게 설치된 망루가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시민들은 구조물을 손으로 지탱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조물 아래에 있던 시민들 중 8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경에 의해 강제연행되었고, 한 시간 뒤 연행된 시민 3명이 들것에 실려 나왔다. 모두 얼굴 주변에 부상을 당했고, 1명은 눈 부위를 크게 다쳐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이날 저녁 김소연 분회장이 올라간 철근구조물을 지키다 경찰에 연행당한 뒤, 정문 안쪽에서 용역깡패에게 폭행을 당한 문재훈 서울 남부노동법률상담소장을 21일 오전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륭 폭력사태 방조’ 규탄집회 현장에서 만나보았다.

그의 눈 주위에는 세로로 10cm 정도의 상처가 나있었다. 관자놀이를 가격 당해 잠시 쓰러진 문씨를 용역깡패들이 아스팔트 바닥으로 끌고 다녀 생긴 상처였다.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그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가득차 있었다. 다음은 문재훈 씨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  *

- 폭행을 당하기 전 상황은?

= 망루(철근구조물)를 세웠을 때 망루가 안정적으로 세워지지가 않았어요. 망루가 균형이 잡히지 않아 무너질 수도 있는 상태였어요. 고정이 안 되면 망루 자체가 위태로워 망루 아랫부분을 1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잡고 있었죠. 하지만 갑자기 전경들이 달려와 망루를 잡고 있던 시민들을 밀어내고 8명을 연행했어요.

- 연행 뒤 용역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하는데?

= 경찰이 저희들을 기륭전자 정문 안쪽으로 연행했는데요. 놀랍게도 연행자들을 관리하는 것은 용역깡패들이었어요. 저는 ‘경찰에 연행된 것이지, 너희들한테 욕을 들을 일이 없다’고 항의했죠. 그러자 용역들이 제 관자놀이를 가격했어요. 그리고 제가 쓰러지자 아스팔트 바닥에 끌고 다녔어요. 그래서 얼굴에 이렇게 상처가 났죠. 제가 맞고 있을 때, 바로 옆에 회사 관계자들도 지켜보고 있었지만,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 당시 상황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정말 이상했어요. 저를 연행한 건 경찰인데, 저를 관리하고 풀어준 것은 용역깡패였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처한 상황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갔어요. 저도 젊었을 때는 맞받아 때리고 그런 사람이었는데, 어제는 한 대도 못 때리고 용역들에게 사정없이 얻어맞았어요. 참 서러웠어요.

- 오늘 회견에서 '20일 사태'를 경찰과 용역의 ‘합동작전’이라고 말했는데?

= 경찰이 해산 방송을 하면 시위를 진압하는 것은 깡패들이었어요. 또 경찰이 용역들에게 저항하는 시민들을 막아서니, 이를 보고 용역들이 고맙다고 박수치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어제 경찰과 용역들은 미리 연습이라도 한 듯, 손발이 척척 잘 맞더라고요.

- 경찰이 119 구급차의 진입까지 막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 어제(20일) 저녁 ‘안티 MB’ 회원인 ‘윤활유(닉네임)’님은 연행 전에 용역에게 눈을 정면으로 맞아 의식이 잃은 상태였죠, 그런 사람을 연행해 갔어요. 이후 119 구급차가 정문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열어주지 않았어요. 결국 뒤늦게 구조대원들이 들어가 고대 구로병원으로 그를 후송했지만, 안압이 높아져 수술도 바로 하지 못했어요. 10분만 구급차가 일찍 들어갔어도,  병세가 악화되지 않았을텐데….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어제 경찰은 자신들의 직무를 방기하고, 용역깡패와 구사대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려고 했어요. 이렇게 경찰이 ‘자본의 지팡이’가 되는 나라에 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람도 아니에요. 어제 민주주의와 인권이 무너지는 현장을 봤어요. 오늘이 경찰의 날인데, ‘촛불시민’들을 검거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고 자본을 옹호하기 바쁜 경찰이 제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2008년 10월 21일 (화) 17:06:46 손기영 기자 mywank@naver.com


TAG 기륭 폭력사태 방조, 기륭노조, 문재훈, 용역깡패, 합동작전



"쪽 팔린다 경찰의 날, 경찰은 각성하라"

20일 저녁 경찰의 묵인과 방조 속에 용역깡패들이 기륭 농성장을 지키던 시민들과 분회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에 대해, 기륭전자 분회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21일 오전 10시 반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폭력만행 방조에 대한 경찰의 사과 △임국빈 금천경찰서장 등 기륭사태 책임자 처벌 △구사대와 용역깡패 구속수사 △폭력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 등을 요구했다.

“우리가 전두환, 노태우 그 놈들 때문에 이렇게 활동하고 다니는데, 우리나라 경찰은 있으나 마나야. 오히려 두 놈들이 대통령 할 때보다 경찰이 더 미친 것 같아.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서 그런가”

회견 전부터 경찰청 앞이 소란스러웠다. 회견장 주변에는 전경병력 30여 명이 배치되어 있었고, 현장지휘관 한 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인권단체연석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래군씨에게 다가가서 “기자회견문을 확인하자”고 했다.

이에 박 활동가가 강하게 항의하자,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민가협’ 서경순 회원이 경찰들을 보고 내뱉은 말이다. 현장에는 경찰의 날을 맞아 ‘국민과 함께 선진 일류경찰로 도약’이라고 적힌 홍보물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경찰에서 걸어놓은 홍보물보다는 회견 참석자들이 들고 있는 ‘기륭회사의 구사대냐, 경찰은 대답하라’, ‘쪽 팔린다 경찰의 날, 경찰은 각성하라’ 등의 피켓에 눈길을 돌렸다.

“여기 나온 비정규 직원들의 소망은 소박해요. 단지 기륭에서 일하고 싶다는 거예요. 떼돈을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집을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누구를 찔러 죽이겠다는 것도 아니에요”
   
  ▲임기란 '민가협' 전 상임의장이 경찰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민가협’ 임기란 전 상임의장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마이크를 잡았다. 임 전 상임의장은 지난 15일 기륭농성장을 찾아, 용역깡패들에 의해 침탈당한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갔다.

“예전에 경찰이 촛불행진을 하는 시민들에게 빨간 물, 파란 물, 노란 물을 뿌리더니 이제는 힘 없는 비정규 직원들의 농성장을 부수고 주먹질을 하는 깡패 놈들의 행동을 바로 앞에서 모른 척하고 있어요. 이 나라가 올바른 민주주의 국가면, ‘경찰의 날’인 오늘 모든 경찰이 사표를 내고, 어청수 청장은 혓바닥을 깨물고 죽어야 해요”

‘기륭 폭력사건’ 경과보고를 하러 나온 유흥희 기륭전자 분회원은 경과보고 대신, 농성장 폭력 침탈과 이를 묵인방조하고 있는 경찰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저희는 이미 목숨이 두 번 죽었어요. 2005년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계약해지를 당하면서 첫 번째 목숨을 잃었고, 단식을 하면서 두 번째 목숨을 잃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경찰의 방관 속에 깡패들에게 폭력을 당하며 지금 세 번째 죽음을 맞고 있어요”

“어제 너무나 참담한 공권력의 모습을 보았어요. 시민들이 용역깡패들한테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는데, 바로 옆에 있던 경찰들은 이를 못 본 척했어요. 말리지도 않았어요. 또 동지 한 분이 눈을 크게 다쳤는데, 경찰은 구급차도 들여보내지 않았어요. 어제 정말 끔직한 하룻밤을 보냈어요. 악몽 같은 밤이었어요…”

   
  ▲'경찰의 날'을 맞아 경찰청 주변에 걸려있던 홍보물 (사진=손기영 기자)
 

유흥희 분회원의 발언이 끝나자, 어제(20일) 밤 기륭전자 농성장에서 연행된 10여 명에 대한 접견을 요청했다가 경찰에 의해 거부당했던 민변 조영선 변호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어제 저를 포함해 민변 변호사들이 연행된 시민들에 대한 접견 신청을 했는데, 당시 현장에 있던 금천경찰서장은 비아냥거리며 이를 거절했어요, 이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거예요. 우리가 경찰에 바라는 것은 ‘노동자들을 편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에요. 최소한의 합리성, 중립성을 가져달라는 것이에요”

오전 11시 반 회견이 끝나자, 회견장 주변에 있던 경찰병력들은 참가자들을 둘러싸며 경찰청 진입을 막았다. 참가자들은 이미 회견에서 ‘기륭농성장으로 바로 가봐야 하기 때문에, 예정했던 경찰청 항의방문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순간 경찰의 과잉대응에 짜증이 난 한 참가자의 입에서 “역시 경창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민중에 대한 몽둥이야”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한 시민은 “요즘은 경찰은 자본의 지팡이지”라고 말을 받았다.

2008년 10월 21일 (화) 13:15:30 손기영 기자 mywank@naver.com


TAG 경찰의 날, 기륭 농성장, 용역깡패



용역깡패-경찰 합동작전…부상자 속출 '아수라장'

“돌아오는 것은 폭력뿐이에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면 주먹과 발길질이 메아리처럼 돌아와요. 저들은 ‘계급 전쟁’을 선포했어요. 이제는 전쟁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지극히 인간다운 모습으로 저들의 도발에 맞설 거에요”

눈 주위가 부어있는 인터넷카페 ‘함께 맞는 비’ 운영자 신현원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20일 아침, 카페 회원인 오 아무개 씨, 송경동 기륭공대위 집행위원장과 함께 용역깡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이날 새벽의 악몽이 계속 떠오르는지, 그가 잡은 마이크는 떨리고 있었다. 20일 오후 4시 가산동 기륭전자 농성장에는 용역 깡패가 다시 폭력을 휘둘렀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시민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규탄 집회가 열렸다. 신씨의 당시 상황 설명이 이어졌다. 

“집회신고를 하고 오늘 아침에 이곳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측이 스피커를 크게 틀어놓고 집회를 방해했죠. 우리가 항의하자 갑자기 용역깡패들이 저를 포함해 남성 3명에게 마구 폭력을 휘둘렀어요. 카페회원인 오씨는 철문 안쪽으로 끌려가서 집단구타를 당했죠. 이빨과 코뼈가 부러졌고 지금은 병원에 입원해 있어요”

 
  ▲'폭력침탈' 규탄 집회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회사 안으로 끌려가 폭행 당해, 병원에 입원 중

“오늘 새벽 1시쯤에 인터넷 카페에 ‘용역 깡패들이 들어올 것 같다.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는 글이 떴어요. 마음이 편하지 않아 <아프리카 TV> 생중계로 새벽 4시까지 상황을 지켜봤지만, 금세 피곤해서 잠이 들었어요. 그런데 일어나니 ‘농성장이 침탈당했다’는 문자가 왔더라고요. 끝까지 지켰어야 하는데…. 정말 죄송해요. 정말요.”

한국기독교청년연합 회원인 희원 씨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지고 오후 5시 반 경 집회가 끝나가자,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전경 100여명이 갑자기 집회장 주위로 배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과 분회원들은 “합법적인 집회를 하는데, 왜 행패를 부리는 거야”, “당장 철수해라”고 외치며 강하게 항의했고, 전경들이 기륭전자 농성장 쪽으로 오는 것을 몸으로 막았다. 한 시민은 “경찰은 역시 우리의 편이 아니라, 자본의 편”이라고 말한 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집회장 주변에 투입된 전경들을 몸으로 막고 있는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기륭전자 담벼락과 본사 건물 옥상에서 카메라로 채증하고 있는 경찰 (사진=손기영 기자)
 
전경들은 농성장으로의 진입을 막는 시민들을 방패로 밀쳤으며, 일부 흥분한 전경들은 시민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질도 서슴지 않았다. 15분 뒤 시민들의 항의가 계속 이어지자 전경들을 잠시 병력을 뒤로 철수시켰다.

한편, 기륭전자 정문 앞에는 10m 높이의 철근구조물(망루)이 세워지고 있었다.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이 용역깡패 폭력행위에 대한 항의표시로 올라갈 농성장이었다. 김 분회장은 고개를 들어 철근구조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입에는 연신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동안 하도 목숨을 많이 걸어서 이제 걸 목숨도 없어요. 솔직히 10m 위에서 농성을 하려고하니 많이 힘들 것 같아요. 누구의 희생도 없이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우리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저 위에서 싸울 거에요”

"이제 걸 목숨도 없다"

김 분회장은 말을 끝내자마자 철근구조물 위로 올라가지 시작했다.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도 김 분회장의 뒤를 따라 10m 상공으로 향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철근구조물이 흔들리지 않게 아래에서 구조물을 붙잡았다.

 
  ▲10m 높이의 철근 구조물 위로 올라가고 있는 김소연 분회장 (사진=손기영 기자)

두 사람이 맨 위에 오르자, 철근구조물에는 ‘일터의 광우병 비정규직 철폐하자’라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졌다. 김 분회장과 이 위원장은 10m 상공에서 “폭력침탈, 기륭전자 규탄 한다”고 소리 높여 외쳤다. 하지만 잠시 후퇴했던 전경 몇명이 철근구조물 아래로 다가와, 구조물을 흔들었다.

이어 경찰 방송차에서는 “불법집회를 중단하지 않으면, 강제해산 하겠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시민들은 철근구조물을 흔들어 대는 전경들을 밀어내며 강력히 항의했고, 현장에 있던 시민 한 명은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리고 기륭전자 정문 안쪽에 있던 용역 깡패 100여명이 순식간에 달려 나와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저항하는 시민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는 용역들 (사진=손기영 기자)

   
  ▲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용역들에게 항의하고 있는 유흥희 기륭 분회원 (사진=손기영 기자)

욕설은 기본, 용역깡패들은 주먹질, 발길질 그리고 주변에 있던 집기들을 사람들에게 마구 던졌다. 바로 옆에는 전경들과 현장지휘관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폭력행위를 말리기는커녕 밀리지 않도록 뒤를 받쳐주고 있었다. 또 깡패들에게 저항하는 시민들을 채증하기에 바빴다.

용역깡패와 경찰의 합동작전

“용역깡패와 경찰이 지금 합동작전을 펼치고 있어요. 방금 한 분이 경찰에 연행되었는데, 제가 그분이 연행되지 못하게 막으니깐 바로 용역깡패가 와서 주먹질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용역깡패 한 명이 시민들한테 밀려 넘어지자, 전경들이 바로 방패로 그 시민을 밀치더라고요”

‘강남성모병원 촛불연대’ 회원인 소나무(닉네임)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현장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전경들은 김소연 분회장과 이상규 위원장이 농성중인 철근구조물 밑에서 스크럼을 짜고 있었고, 시민들과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에서는 용역깡패와 구사대들이 있었다. 구사대와 전경들 사이에는 시민 십여 명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발을 구르고 있었다. 

순간 농성장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전경과 용역깡패 사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시민 8명이 경찰에 강제 연행되었기 때문이다. 강제 연행된 시민들은 기륭전자 정문 안쪽으로 끌려갔다. 이어 윤종희 기륭전자 분회원은 다급한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고 “지금 저 안쪽에서 다치신 분들이 있다. 119를 불러 달라”고 했다.

 
  ▲의식을 잃고 구급차에 실려가는 시민 (사진=손기영 기자)
 

   
  ▲부상을 입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시민 (사진=손기영 기자)


잠시 후 현장에 119 구급차가 도착했고, 시민들은 경찰과 용역깡패들에게 “다친 사람이 있으니 길을 터 달라”고 외쳤지만, 경찰과 깡패들 꿈적도 않았다.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경찰은 할 수 없이 119 구조대원들의 정문 진입을 허용했고, 남성 3명이 들것에 실려 나왔다.

한 남성은 눈 주변에 큰 부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남성 2명은 얼굴 주변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의식이 있는 남성 한 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차라리 죽어버릴래요"

“철근구조물을 전경들이 흔들지 못하도록 잡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와서 저를 포함한 8명을 강제 연행한 뒤, 정문 안쪽으로 끌고 가더군요. 거기에는 용역깡패들이 있었어요. 깡패들은 저희들을 감금하고 마구 폭력을 휘둘렀어요. 그래서 얼굴을 다쳤고요. 부상자가 생기자, 경찰은 할 수 없이 연행된 사람들을 모두 풀어줬어요”

밤 8시 10분. 시민들과 분회원들이 150여명이 계속 현장을 떠나지 않고 저항하자, 경찰은 재차 해산경고를 했고 이어 200여명의 전경들이 양쪽에서 시민들을 포위하며 진압작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송경동 기륭공대위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시민 6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결국 시민들은 전경들에게 밀려, 기륭전자 정문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제일모직 물류센터 건물까지 밀려났다.

잠시 후 용역깡패들은 김소연 분회장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철근구조물 밑으로 달려가 구조물을 흔들며 농성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최동렬도 저를 죽이려고 하고, 경찰 그리고 깡패들도 저를 죽이려고 해요. 저 죽어버릴래요”. 참다못한 김 분회장은 울먹이며 10m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옆에 있던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밑으로 뛰어내리려는 김 분회장을 제지했고, 밑에서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도 울먹이며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다. 하지만 옆에 있던 용역깡패들은 울먹이는 김 분회장과 시민들의 모습을 보고 마냥 웃고 있었고, 경찰들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밤 9시 현재, 경찰은 기륭분회 농성장으로 향하는 길목을 봉쇄한 상태이며, 시민 50여명은 용역깡패들의 침탈에 대비해 김소연 분회장과 이상규 위원장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10m 높이에 철근구조물(망루) 주변을 지키고 있다. 밤 9시 45분 경 경찰과 시민들 간에 충돌이 다시 발생돼, 연행자는 10명, 부상자는 4명으로 늘어났다.

2008년 10월 20일 (월) 21:14:40 손기영 기자 mywank@naver.com



TAG 기륭전자, 기륭전자분회, 김소연 분회장, 비정규직, 용역깡패
  1. 이용우 2008/10/21 1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친 새끼들....
    시대가 아무리 거꾸로 가기로 서니... 다시금 용역깡패까지 동원하다니....
    아~~ 정말 어디까지 가려는 걸까요...

  2. 풀무쟁이 2008/10/21 1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분노... .

  3. 실비단안개 2008/10/21 1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찰이 용역 깡패와 한 패라니 - 이게 나라인가.
    빠른 쾌유를 빕니다.()



또 주먹질, 발길질…"죽어도 여기서 죽겠다"


15일 오후 찾아간 기륭 농성장.

이날 새벽 사측이 고용한 용역깡패와 회사 구사대에 의해 강제로 철거된 기륭전자 분회 농성장의 모습은 처참했다. 간신히 건진 컵라면 두 박스와 생수 한 통이 농성장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바닥에는 갈기갈기 찢겨진 천막조각이 나뒹굴고 있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아스팔트 위에 주저앉아 있던 기륭전자 분회원들 앞 정문에는 사측에서 고용한 10여명의 용역깡패들이 분회원들의 모습을 보고 마냥 비웃고 있었다. 한 용역깡패는 분회원들을 향해 손으로 'V자‘를 지으며 약을 올리기도 했다.

용역깡패들, 'V'자를 지으며 약 올리기까지

하지만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 시민들은 사측의 농성장 침탈에 항의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준비했고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깔개를 깔았다. 오후 3시 반 갑자기 정문에 있던 용역깡패들이 길목을 비키더니, 파란색 ‘엑스트랙’ 승용차 한 대가 정문을 나왔다.

▲차량의 진행을 막는 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구사대원 (사진=손기영 기자)



 
  ▲회견을 방해하는 차량의 진행을 막는 시민들과 분회원들 (사진=손기영 기자)

승용차는 바닥에 있던 깔개와 회견 현수막을 그대로 밟고 지나갔고, 주변에 있던 조합원들과 네티즌들은 차량 진행을 막으며 저항했다. 이에 정문에서는 100여 명의 용역깡패와 회사 구사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와, 차량을 막던 분회원들과 시민들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가했다.

"너흰 뜨거운 맛을 봐야 해"

분회원들과 시민들은 시설물을 파손하려는 차량의 진입을 끝까지 막으며, 용역깡패들과 구사대의 폭력에 저항했다. 기륭전자 이름이 들어간 파란색 점퍼를 입은 한 구사대원은 “너희 때문에 몇 년을 고생했는데, 뜨거운 맛을 봐야 해”라고 말하며 마구 발길질을 했다.

분회원들과 시민들은 100여 명이나 되는 용역깡패와 구사대의 폭력으로 차량을 막지 못한 채 50미터 가량 밀려났다. 폭력행위에 시민들이 계속 항의하자 용역깡패와 구사대들은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손가락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현장에는 전경과 현장지휘관 30여 명이 있었지만, 분회원들과 시민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용역깡패와 구사대들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고 지켜만 보고 있었다. 차량이 어디론가 사라진 뒤 용역깡패와 구사대는 다시 정문으로 발길을 돌렸다.

경찰, 팔짱끼고 구경만

‘기륭전자 농성장 침탈 규탄 기자회견’은 예정시간을 넘겨 오후 4시 반이 돼서야 진행되었다.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한 기륭전자 윤종희 분회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방금 전까지 용역깡패의 폭력에 저항했던 윤 분회원의 ‘가쁜 숨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그대로 들리고 있었다.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자리에 의도적으로 차량을 통과시키고, 우리가 항의하자 준비라도 한듯이 구사대, 깡패들이 뛰어나와 폭력을 휘둘렀어요. 저들은 또 다시 순식간에 몰려와서 폭력을 유발할 것 같아요. 하지만 거기에 말릴 필요는 없어요. 이 모든 것을 지시한 사측의 경영자들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 같은 존재들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해가 안가는 게 있어요. 구사대들도 우리와 같은 노동자들인데 우리들을 죽이려고 해요. 서로 약자인데, 사측의 횡포에 함께 싸워도 모자랄 판에 저들은 강자를 향해서는 허리를 굽히고 같은 노동자에게는 폭력을 휘둘러요. 모르겠어요. 정말…”

같은 노동자에게 폭력 휘두루는 구사대 이해 안가

정종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도 상의가 흠뻑 젖은 채 마이크를 잡았다. 정 위원장도 기자회견을 방해하려는 차량의 진입을 끝까지 막으며, 분회원, 시민들과 함께 구사대들에 맞서 저항했었다.

“지금 접하는 현실이 대한민국의 모습이에요. 얼마 전 수천억 원을 탈세한 이건희씨에 대해 대부분 무죄판결을 내리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용역깡패를 동원해 폭력을 휘두르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에요. 얼마 전 기륭전자 최동렬 회장이 한 케이블 TV에 ‘포도주 애호가’라고 나왔어요. 저는 그게 포도주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붉은 피가 연상되더라고요”

 
  ▲컨테이너박스를 옮기고 있는 시민들과 분회원들 (사진=손기영 기자)


새벽에 용역깡패들에 의해 농성장에서 50미터 떨어진 곳으로 옮겨진 컨테이너박스를 원래의 자리로 옮기기 위해 밧줄을 묶여졌다.

“영차~ 조금만 더 힘내요”. 분회원들과 시민 100여 명은 서로 밧줄을 잡고 컨테이너박스를 옮기기 위해 힘을 합쳤다.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는 10여 분 만에 공중전화 부스 옆으로 옮겨졌다. “죽어도 여기서 끝까지 싸우다 죽을 거야.” 밧줄을 놓고 이마에 땀을 닦던 윤종희 분회원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2008년 10월 15일 (수) 19:05:05 손기영 기자 mywank@naver.com



TAG 구사대, 기륭전자, 김소연 분회장, 용역깡패, 윤종희 분회원, 정종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

신부님, 수녀님 깡패 말고 '대화가 필요해'

강남성모병원 농성장…'용역깡패' 3차례 난입

강남 성모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곳에 찾아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뭔가 사들고 가야 할 것 같아서 두리번거리며 가게를 찾아보았지만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건물들만 눈에 뜨일 뿐, 물 한 병 살 만한 곳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한참 걸어 다니며 가게를 찾다가 나는 이마를 쳤다.

‘아차, 여긴 부자 동네 강남 한복판이지!’ 대형 할인점인 줄 알고 찾아간 곳은 서울 팰리스 호텔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십 층짜리 건물들 사이를 요리조리 파고 들어가다가 간신히 편의점을 찾았다. 가진 돈으로는 컵라면 대여섯 개밖에 살 수 없었다.

“요새는 상황이 좀 어떤가요? 제가 지난주 목요일에 오고 못 와서요.”
“저쪽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늘 새벽에 용역 깡패들이 또 쳐들어와서 천막 다 때려 부수고 갔어요.”

   
  ▲지난 9월 17일 1차 천막 철거 모습 ⓒ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조합원이 가리킨 방향에는 무참히 허물어진 채 더 이상 천막이 아니라 쓰레기라 해야 할 것들이 너저분하게 뒹굴고 있었다. 철인지 뭔지 알 수 없는 금속으로 되어 있는 버팀목들은 그악스럽게 발길질을 당한 듯 깍둑깍둑 동강이 나 있었다.

수요일 : 오후 5시쯤 천막 설치. 밤 11시쯤 용역 깡패 침탈. 천막 철거. 조합원들과 몸싸움. (몸싸움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여성 조합원들과 우락부락한 용역 깡패들 사이에 몸싸움이란 말은 당치도 않다. 실제로 용역 깡패들이 천막을 뜯어 들고 가자 천막에 매달려 같이 질질 끌려간 조합원도 있었다고 했다.)

목요일 : 천막 없이 깔개만 깔고 농성장에서 노숙. (이날이 내가 방문한 날이었다. 싸늘한 초가을 밤을 조합원들은 천막도 이불도 침낭도 난로도 없이 버텼다.)

금요일 : 새벽에 용역 깡패가 천막 없는 농성장에 다시 침탈. 현수막과 피켓들을 몽땅 강제로 빼앗아 감. (이날에 쳐들어 온 용역 깡패들은 여자들이 많았다고 했다. 고양이가 쥐 생각해 주는 걸까? 촛불집회에 일부러 여경들을 내보내는 수작과 비슷했다.) 오전에 천막을 다시 설치함. 밤에 연대 단위 사람들이 많이 와 주어서 다행히 그 날 밤은 무사히 넘겼다고 함.

토요일, 일요일 : 별 탈 없이 지냄.

월요일 : 새벽에 용역 깡패들 세 번째로 침탈, 천막 허물어뜨림. 카메라를 가장 먼저 빼앗아 갔다고 함. 

9월 22일 월요일은 천막 농성 엿새째 되는 날이었다. 엿새 만에 용역 깡패와 세 번이나 맞닥뜨려야 했던 조합원들은 어처구니가 없어 다들 웃기만 했다.

신부, 수녀들이 권력자

▲용역업체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


“무슨 놈의 기독교 신자들이 이래? 대화할 생각은 안 하고 계속 깡패들만 보내고 있어요.”

지난 2002년에도 성모병원 정규직 노조는 217일 동안 파업을 했다. 강남 성모병원은 가톨릭 중앙의료원(CMC)이 운영하고 있는 병원이다.

병원장과 간부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몇 명이 알짜배기 권력을 쥐고 있다고 했다. 지난주 목요일에 방문했을 때도 그랬지만 오늘 와서 있는데도 신부님들 수녀님들이 병원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병원 내부 사정은 지난 주에 왔을 때 얼추 들을 수 있었다. 이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 700여 명 중 400여 명이 직접 고용 노동자들이고 나머지 300여 명이 간접 고용 노동자들이라 한다. 그 중 간호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65명인데 9월 말에 계약 만료가 되는 파견직 노동자들이 그 65명 가운데 28명이나 된다.

2년 이상 고용하면 무조건 정규직으로 바꾸어 주어야 하니 병원 측에서는 계약 만료가 되는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했다. 비정규직법이라는 막돼먹은 악법 때문에 어디서든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막돼먹은 비정규직 관련법

기륭전자, 이랜드, KTX, 코스콤 같은 유명한 장기투쟁사업장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과 네티즌들의 관심 바깥에 있는 다른 수많은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들에도 비정규직법 때문에 한순간에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바글바글했다.

8월 18일에 보건의료노조에 가입한 성모병원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8월말까지 계속 투쟁을 준비해 가다가 9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병원 안에서 선전전을 진행했다. 그리고 9월 17일에 처음으로 천막 농성을 시작했고 그 날 밤에 곧바로 용역 깡패들에게 침탈당했다. 매일 저녁 여섯 시 반에 농성장 앞에서 촛불 문화제도 연다고 했다. 농성은 하고 있지만 파업을 하는 것은 아니라서 돌아가면서 근무도 나간다고 했다.

“여기 성모병원이 처음에 오면 적응하기 힘들어요. 일이 너무 많아서 커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요. 그게 적응이 되고 숙달이 돼야 할 수 있는 일들인데 이제 일이 손에 익을 만하니까 그만두라는 거야.”

“정말 꾀 안 부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출근해서 일했어요. 안 그러면 잘리잖아. 비정규직이고 파견직이니까 밉보이면 그냥 잘리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정규직들보다 몇 배는 더 죽어라 열심히 일했어요. 근데 그걸 병원 측은 모르지.”

“비정규직이라서 정규직들보다 인격적으로 못한 것도 아니고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 사람들(정규직)은 예전에는 다 정규직으로 뽑았으니 그때 들어와 정규직인 거고, 우리는 시대를 잘못 만나서 비정규직이 된 거죠. 지금은 몽땅 비정규직으로 뽑는 시대잖아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촛불문화제에 참가 중인 조합원들(사진=보건의료노조)
 

“아까 촛불 문화제 때 발언도 했지만, 정말 말 그대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야.”

“이판사판이야. 우리끼리 뭉치는 수밖에 없어.”

나는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두셋씩 짝을 지어 어디론가 바삐 걸어가고 있었다. 간호사들도 보였다. 그리고 늘 마음씨 착하게만 보이는 수녀님들도 보였다.

신을 믿는다는 것은 신 말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는 의미일까? 하느님의 종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왜 노동자들이 벌이고 있는 고단한 싸움을 모른 체하는 것일까? 왜 본체만체 싹 입 닦고 그냥 휙 지나가 버리는 것일까?

‘노조는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을 ‘사탄의 무리’라 낙인찍었던 이랜드 박성수 회장, 독실한 종교인이라는 그 허울 좋은 노인네가 문득 떠올랐다. 나는 담배를 피우며 그제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화단 주변으로 놓인 '부당 전직 철회!'라고 씌인 피켓이 눈에 띄었다.

성경에 나오지 않는 노조는 '사탄의 무리'

“농성자들 중 5명이 본사로 파견 발령이 나 버렸어요. 우리가 본사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거든요. 대기발령인 셈이죠. 명백한 부당 전직이어서 노동부에 고소 고발을 할 예정이에요. 노동위원회에는 부당 노동해고 구제신청도 할 거구요. 오늘 노무사랑 얘기도 했어요.”

결국 피켓에 쓰여 있는 ‘부당 전직 철회!’는 파견업체에서 들이댄 협박이 현실이 되고 나서 등장한 구호였다. 도대체 종교라는 탈을 쓰고 있는 이 병원의 정체는 뭘까? 나는 다시금 가슴이 답답해졌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정말 뜨겁죠! 저희가 농성 들어갈 때부터 정규직 분들이 많이 걱정해 줬어요. 어려울 거다, 많이 다칠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전에 217일 동안 투쟁한 경험도 이야기해 주시고..... 농성장에 지지 방문도 많이 오셔서 격려해 주시고 먹을거리들도 사다 주시고 그래요.

오늘은 병원 로비에서 연좌 농성하고 여기로 와서 노숙하고 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와서 격려해 주고 가셨어요. 지원금을 모아서 주시는 분들도 있었구요. 정규직 노조와도 투쟁 내용은 공유하고 있어요. 오늘 새벽에 천막 침탈당한 것 때문에 정규직 노조에서 원장실 쪽에 항의 방문 갔다고 하더라구요.”

이 자리에 지금 정규직 노조에서 나오신 분이 있냐고 물으니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규직 노조나 보건의료노조가 이 싸움에 현재 어느 정도나 힘을 보태고 있는지 물어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필요한 물품이 없는냐는 질문에 한 조합원이 "침낭같은 건 있고....아, 생각났다. CCTV가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조합원이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CCTV가 필요해요

“맞아요. CCTV나 경보기 같은 거. 깡패들이 순식간에 모든 걸 걷어가서 자료 하나를 못 남겼어요. 그놈들이 다 때려 부수는 걸 찍어 뒀어야 하는데...... 오늘 새벽에도 카메라를 제일 먼저 뺏어갔어요.”

   
  ▲사진=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지부
 

오죽하면 조합원들이 감시 카메라를 갖고 싶어 할까. 엿새 동안에 세 번 침탈. 무서운 일이었다. 병원을 운영하는 종교인들이 보기에 용역 깡패들은 성전을 수행하는 십자군이나 다름이 없을까? 병원 측 종교인들은 농성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사탄의 무리라 생각하고 있을까?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하는 어린 양들이라 생각하고 있을까?

자본 추악한 얼굴 가려주는 종교라는 가면

모를 일이었다. 종교라는 것이 자본의 추악한 맨 얼굴을 가려 주는 훌륭한 가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이랜드라는 경우가 똑똑히 보여주지 않았나! 과연 성모병원은 어떨까?

곧 있으면 열두 시였다. 하루가 지난 것이다. 지난 주 수요일부터 시작한 농성이 어느덧 7일째를 맞이한 것이었다. 이제는 날짜를 헤아리기도 싫은 기륭전자, 날짜를 어림해 보면 숨이 턱턱 막히는 KTX와 이랜드......

성모병원 조합원들이 울며 웃으며 투쟁 100일 200일 문화제를 진행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장기투쟁사업장이라는 눈물겨운 이름을 붙여 주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종교의 이름으로 의술을 행한다는 이곳 성모 병원에만큼은.

나는 집에 가서 글을 써야 한다는 핑계로 그곳을 나왔다. “고맙습니다!” “또 오세요!” 조합원들의 밝은 목소리가 내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당장 오늘밤에도 깡패들이 쳐들어올지 모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천막은 또다시 허물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이 시대는 거리로 내몰린 조합원들에게 비를 피하고 잠을 청할 조그마한 공간조차 허락해 주지 않는다.

2008년 09월 24일 (수) 11:29:34 박병학 / 서울 서부비정규직센터(준) redian@redi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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