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쓴 힙합구호 "일제고사, Say No"

“무한경쟁 강요하는~ 일제고사 중단하라~”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방법을 몰라 주변 친구들의 행동을 따라하기 바쁜 학생, 박자를 계속 못 맞추는 학생, 가만히 멀뚱멀뚱 서있는 학생들, 친구들과 수다 떨기 바쁜 학생들까지….

'일제고사 반대 청소년 모임 SAY NO'에서 활동하는 초중고생 50여명은 14일~15일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반대하며 학교에 가지 않은 채, 이날 오전 10시 서울시교육청 앞에 모였다. 시험을 거부하고 나온 학생들도 있었고, 이들을 지지하러 나온 학생들도 있었다.

"일제고사보다 내 인생이 소중해요"

하지만 어른들은 이런 학생들을 ‘데모꾼’들로 간주하며, 서울시 교육청 주변에 100여명의 전투경찰을 배치시켰다. 이것도 모자라 교육청 입구를 경찰버스 2대로 막으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사복경찰은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가면과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학생들 앞에까지 가서 사진 채증 작업을 하다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제지당하자, “어른한테 말을 함부로 하지 마라”며 험담을 늘어놓기도 했다.

   
  ▲학생들의 기자회견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한 학생이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일제고사 SAY NO~ 등교거부 SAY YES~"

어른들이 멀찌감치 물러나자, 학생들은 이전에 했던 ‘어른들의 구호’ 대신, 힙합 리듬이 섞인 자신들만의 구호를 다시 외치며 회견을 다시 준비했다. 회견장 뒤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있던 중3 학생인 ‘따이루(닉네임)’와 고1 학생인 ‘은어군(닉네임)’을 만나봤다.

따이루 = “2주 전에 중간고사를 봤고, 3주 뒤면 기말고사인데, 또 일제고사까지 봐야 하니까 정말 짱나요 짱나~. 내가 다니는 학교가 전국에서 몇 번째인지, 내가 전국에서 몇 등인지 굳이 알 필요가 있나요. 다른 학교하고 비교가 되면 교장선생님이 ‘학교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보충수업을 시킬 것 같아요” (한숨)

은어군 = “대부분의 친구들이 일제고사를 보기 싫다고 말해요. 근데 어쩔 수 없이 시험을 보는 거예요. 선생님들이 ‘일제고사 안보면 무단결석 처리하겠다’, ‘시험 안 보려면 아예 학교 때려 치라’고 협박 하니까요. 상처받기 싫어서 보는 거예요. 전 시험을 보지 않고 여기 나왔지만 친구들의 마음은 이해해요”

   
  ▲경찰은 이날 서울시교육청 주변에 100여명의 전경을 배치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가면과 마스크를 쓰고 나온 학생들 (사진=손기영 기자)
 
 

"무한경쟁은 무한고통"

회견이 시작되자,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생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다른 학생들의 지지발언이 이어졌다. 고3 여학생인 ‘앵건(닉네임)’이 마이크를 잡았다. ‘앵건’은 요즘 오락프로에서 자주 등장하는 ‘강조화법(같은 말을 두 번 반복)’을 동원하며 일제고사를 비판했다.

“지금도 입시지옥이에요 입시지옥. 휴~ 서열이라는 게 한 번 생기고 그러면 쉽게 사라지지 가 않아요. 그거 ‘S 라인’ 말고 ‘서울대, 연고대 라인’ 같은 거 말이에요. 무한경쟁은 무한고통이에요 무한고통. 그래서 학생들이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거죠”

이어서 ‘또또(닉네임)’가 마이크를 잡았다. ‘또또’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인 작년 학교 교육을 거부하고 스스로 학교를 그만 둔 ‘탈학교 학생’으로 자칭 ‘학교 반대주의자‘다.

“저는 학교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학교는 인적자원 양성을 위해, 무한 경쟁이란 방법으로 학생들을 희생시키거든요. 어른들은 모르겠지만, 학생들에게는 고통이에요. 일제고사를 보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시험을 거부하는 학생들과 함께 싸우겠어요. 여기에 있는 공정택씨의 ‘미친 교육’을 몰아내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학생들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던 인권교육센터 ‘들’ 배경내 활동가와 문화연대 문화교육센터 나영 활동가도 마이크를 잡았다.

학생들 거리 행진도

배경내 = “교육당국은 상품가치가 없는 학생들은 챙기지 않아요. 상품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학생들만 신경 쓰고 챙기려고 해요. 지금 학생은 상품이고, 교육은 시장논리로 작동되고 있어요”

나영 = “이 자리 나온 청소년들은 특정 단체의 사주를 받고 나오지 않았어요. 모두 자발적으로 등교를 거부하고 나온 학생들이에요. 등교 거부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행동이지만, 유럽의 경우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리 우파 정권이라도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아요”

오전 11시 회견을 마친 학생들은 인도를 따라, 세종로에 있는 교육과학기술부 청사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학생들은 구호를 외치는 대신 ‘줄 세우기 시험 따위 꺼져버려’라고 적힌 스티커를 길목 곳곳에 붙였다. 하지만 학교에 있을 시간에 교복을 입고 시내 한 복판을 '거닐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주변을 지나는 어른들의 표정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도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전교조 서울지부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서울 시민모임'은 시험을 거부한 초등학생 6학년 학생 60여명, 학부모 80여명과 함께 경기도 포천에 있는 평강식물원으로 체험학습을 떠났다.

2008년 10월 14일 (화) 13:18:26 손기영 기자 mywank@naver.com



TAG , , , ,
  1. 박주희 2008/10/14 2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2여서 시험 안봤는데...우리 언니가 안쓰러웟어요ㅜㅜ
    솔직 우리나라 쉬는게 없어요 계속 시험봐 수행평가하랴 전국진단평가 하랴 뭐하랴
    이게뭐임??

  2. 권오동 2008/10/14 2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올해 대학교에 입학한 대학생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시험이라고 해봐야 기껏 담임선생님의 쪽지시험이 전부였습니다.
    물론 중고교 시절부터는 시험이 따라 붙긴 했지만요...

    솔직히 시험, 대학교부터 봐도 되지 않나요?(좀 과장이지만 솔직히 요즘 교육보면 너무 심합니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공부타령만 해야 하나요?


    저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상업계열에서 이공계열로 옮겼습니다. 이 쪽이 좀 더 끌린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_-;

    만일 초등학교 시절, 늦어도 고교시절에라도 제가 갈길을 알았다면, 시험을 공부할 시간에 제 진로를 찾았다면...

    관심분야에 관련된 좋은 책들을 읽어 지식을 얻고, 미래의 비전을 확실히 하고, 나중에 대학가서 공부를 하기위해
    대학에서 배울수 있는 실력을 키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못 하는 아이들을 버리고 잘 하는 아이들만 키우겠다면 그건 교육이 아닌 차별이고, 학교가 아니라 학원입니다.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따라올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 학교요,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교육아닌가요?


    이명박 대통령님, 그리고 공정택교육감님, 제발 아이들 좀 편히 놔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하고 싶은거 많은데 입시라는 것 하나떄문에 힘들어 하고, 하고 싶은것들, 재능, 심지어 자신의 진로마저도

    공부라는 명목하에 모두 묻혀버립니다.

    제발 교육이란 대의명분으로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 마세요. 차라리 그냥 가만히 계세요. 이리저리 바꾸지 마시고..

  3. 김지영 2008/10/15 0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고~애들을 잡네..
    초등학생들이 왜이리 시험이 많은지.. 중간고사, 매주보는 단원평가..기말고사 그것도 모자라 국가에서 보는
    평가시험까지..
    초등학생 아이들을 데레고...정말 한심한 정부입니다...ㅠㅠ

  4. 2008/10/15 1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생각해보면 그리 나쁠것도 없지않나. 어차피 해야되는게 공부아냐??
    자원도없고, 땅덩어리도 작고, 다른 나라에비해 인구수도 적은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어떻게 그나마 선진국 꼬랑지를 좇을수 있었는데?
    그 동아시아 특유의 교육열 때문 아니야?
    내가 보기엔 지금 내 또래애들 그러니까 저 일제고사보는 아이들을 포함해서
    공부 안시키면 공부 안해. 정말이야 막상 풀어주면 자기 마음가는대로 공부할거같지?
    진짜 장담하는데, 인터넷 악플러들만 늘어난다ㅋㅋ

  5. 2008/10/15 12: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6. 신영진 2008/10/15 18: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부는 평생 해야 되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입니다. 공부?를 하고 그것을 평가 하는것...맞아요..그러나 나를 위해서 하는 공분데
    왜??? 남들과 비교를 해야 하나요?? 뭐 어릴때는 내가 뭐를 필요하나? 뭘할지 모르니까 평균적인? 기본 적인
    교육을 하는거겠지요..개개인이 다 다른데 학교에서 지정해준 교육 과목으로 남들과 비교하다니(석차...ㅜㅜ)
    전 학교 석차는 밑바닥이였으나 지금 사회에서 잘? 나가고 있어요.말그대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에요 또
    성적이 행복순도 아니자나요... 성적순 때문에 내행복을 ㅜㅜ 정말 싫어요... 더말하고 싶지만 넉두리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