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소득 통계조작 검찰수사 요청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수년간 부동산과 소득 등의 통계 조작이 있었다고 보고 범죄 혐의가 확인된 관련자 22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15일 통계조작 감사 중간 발표를 통해 “청와대(대통령 비서실)과 국토교통부 등은 통계 작성 기관인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서술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의 각종 불법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의 범죄 혐의가 확인된 관련자 22명에 대해 지난 13일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그 외 나머지 내용에 대해선 빠른 시일 내에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감사 결과를 확정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사 요청 대상에는 문재인 정부 정책실장 4명(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이 모두 들어갔다.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통계청장, 김학규·손태락 전 한국부동산원장 등이 포함됐다.
이 외에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의심하는 7명에 대해서도 수사참고자료를 송부해 모두 29명이 수사기관의 판단을 받게 됐다. 7명 중엔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윤종원 전 경제수석 등도 있다.
감사원은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총 94회 이상 부동산원의 통계작성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초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첫 부동산대책 발표(6월 19일)를 앞두고 “주 1회 통계 공표로는 대책 효과를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며 6월 9일 국토부에 작성 중에 있는 서울 주간 주택동향(매매)을 추가로 조사(주중조사)해 ‘주중치’(3일간 조사 후 보고)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부동산원은 제공 중인 정보로도 시장 동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했으나 청와대는 거듭 주중치 등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부동산원은 주 1회 보고해오던 것을 2017년 6월 12일부터 집값 변동률 ‘확정치’(7일간 조사 후 다음 날 공표)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3일간 조사 후 보고)와 ‘속보치’(7일간 조사 즉시 보고)까지 주3회 제공했다.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 전에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통계법 위반에 해당한다.
특히 청와대는 주중치보다 속보치와 확정치가 높게 보고되면 현장 점검을 반복해 지시해 그 사유를 소명하는 것은 물론, 나중에는 주중치와 확정치, 속보치 보고 때마다 표본 가격 결정 근거를 대라고 압박했다. 이에 부동산원은 확정치와 속보치를 주중치에 맞추는 등 통계를 왜곡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전주 변동률보다 높게 나오거나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부동산원에 재검토 지시, 변동률 상승 사유 소명 요구, 현장점검 요구 등의 방법으로 상승률을 낮추도록 압박해 통계수치를 조작했다”며 “이에 부동산원은 애초부터 주중치 등을 낮춰서 작성·보고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부동산원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사례로 2018년 8월 24일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으로 8울 4주차 서울 매매 주중치가 0.67% 높게 보고되자 청와대는 부동산원에 속보치와 확정치를 낮추라고 지시한 것 등을 제시했다.
이후 국토부는 2019년 6월 4주차부터 서울 매매 변동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부동산원에 지속적으로 변동률을 낮추라고 하면서 부동산원장에게는 사퇴까지 종용하는 등 더욱 강하게 압박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9년 7월 4일 부동산원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의 조직과 예산은 날려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17년 5월 이후 5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을 한국부동산원은 19.5%로 집계했지만, KB부동산이 계산한 상승률은 62.2%에 달하는 등 통계가 크게 왜곡됐다.
국정감사 등에서 통계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한국부동산원은 2019년 일부 표본 가격을 시세에 맞춰 수정했고, 이 때문에 상승률이 급등하자 예전 집값을 오히려 높게 다시 입력하는 악순환도 일어났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사전유출·조작이 후임 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정책실장 재임 때까지 계속됐다고 봤다.
이 밖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소득과 분배, 고용 통계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감사원은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감사관 28명을 투입해 집중적으로 통계조작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최종 보고서는 이르면 연내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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