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경제 살리기 위한 이중전략
    [정의 경제] 아래로부터의 ‘녹색기초경제’ 구축해야
        2023년 05월 27일 10: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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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째 악화되는 한국경제

    한국은행이 5월 25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6%에서도 1.4%로 낮추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들이 이미 전망치를 낮춰서 발표했었기에 예상된 것이기는 하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과 투자 부진이 1분기부터 눈에 띄게 나타나기도 했었다. 의도하지 않은 1% 초반대의 성장률이 미칠 고용충격이나 지역경제 악영향을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기존산업이 쇠퇴와 인구소멸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지역경제는 앞으로 탈석탄 등 녹색전환까지 감당해야 하는 중대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통상 한국의 제조업 중심벨트라고 알고 있는 경남지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제조업생산 실질 증가율이 무려 6번이나 마이너스에 빠졌으며, 코로나19가 발발했던 2020년에는 무려 –8.5%까지 축소되었다. 그리고 다음 해에 고작 2.3% 정도만 회복되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 이어 올해 경기부진까지 지속될 경우 특히 지역경제가 받을 고통은 두드러질 것이다.

    국책사업 유치나 환경규제 완화가 지역경제 살리는 길 아니다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지금까지 대부분의 지방정부들이나 정치권은 각종 세제혜택 등을 약속하며 대기업 유치경쟁에 들어가거나, 공항건설 등 무리한 국책사업을 서로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바닥을 향한 경쟁’은 소수의 지자체들에게만 혜택이 갈 뿐이다. 또는 무리한 유치경쟁으로 환경파괴 등 상당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나마 계획이 지연되거나 취소되기 일쑤다.

    한편 지방정부마다 특구나 특별자치제 인정을 받아 무리하게 규제를 풀려는 경쟁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5월 25일 통과된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은 농지전용허가 등에 관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권한은 물론, 환경영향평가 및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 자연경관영향 협의, 기후변화영향평가 협의 등에 관한 환경부 장관의 권한을 강원 도지사에게 이양시키도록 했다. 이는 지방정부가 임의로 환경파괴 등을 감수하고 개발을 강행할 여지를 넓혀준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대기업과 국책사업 유치경쟁을 하거나, 환경규제를 지방정부가 임의로 풀어서 개발을 촉진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심각한 기후위기 해결에 적극 대응하는 탄소중립지방정부 약속을 지키면서도 내실있게 지역경제를 뒷받침할 정책 방안들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위로부터의 정책과 아래로부터의 정책이 동시에 필요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은 큰 프로젝트 하나로 해결하기보다는, 위로부터의 경로와 아래로부터의 경로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위로부터의 경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적인 ‘녹색산업정책’을 통해, 공공이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GDP 2~4%를 매년 녹색인프라에 투자하는 방식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는 2019년부터 세계적으로 그린뉴딜 정책으로 시작된 대안이기도 하다.

    우리도 특히 경남이나 충남과 같은 탈석탄 지역에 우선적으로 녹색인프라 투자를 국가적 차원에서 시작하여 석탄 충격을 능가하는 녹색경제와 녹색일자리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 녹색산업전환 속도와 규모는 한국 산업발전 역사가 과거에 경험했던 전환 곧 ‘섬유산업 -> 중화학공업 -> 반도체, 디지털 산업’으로의 완만하고 지역적인 전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로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녹색전환 연구소 ‘녹색전환 일자리 창출방안 기초연구’ 중에서).

    아래로부터의 녹색기초경제구축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런데 국가적 수준에서의 녹색산업전략은 통상 지역에서의 구체적인 경제활성화와 고용효과를 만들어내는데 미흡할 수 있다. 지역기반 노동자나 지역상권 등 지역주민들이 체감하는 효과도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적 녹색산업정책의 추진과 병행하여 지역차원에서 지역에 착근된 앵커조직이나 공동체 조직,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에 필수적인 기초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지역녹색일자리를 창출하는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영국 멘체스터나 프레스턴 등에서 지역경제를 복원시킨 경험을 토대로 기초지자체 지역경제를 회복시키는데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작은 도시 프레스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난국에 빠지자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외부 투자를 유치하여 도시를 발전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래서 대규모 쇼핑몰을 짓기로 했었지만 불행하게도 이 건설 프로젝트에서 한 대기업이 철수하면서 쇼핑몰 건설이 무산되자 대안이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러자 지역의회 의원들이 나서서 국책사업이나 대기업 유치 방식을 버리고 미국 클리브랜드나 스페인 바스크의 경험을 참조해서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경제라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게 된 것이다. 지역에 착근된 대학교와 공공기관 같은 앵커기관(anchor institutions)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지역 안에서 조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지역의 중소기업과 농업, 서비스업까지 활성화시킬 수 있게 한 것이다.

    프레스턴(위)과 바스크 지역 빌바오

    물론 이는 지역 안에서 경제순환을 일으킨 기초경제의 한 가지 모델이고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그린 리모델링이나 그린 모빌리티 등 녹색전환과 접목한 녹색기초경제를 새롭게 창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할만 하다. 그래서 국가적 기획으로 추진되는 녹색산업정책이 지방정부와 지역 커뮤니티가 창출하는 녹색기초경제와 잘 결합한다면, 굳이 대형개발사업이나 대기업 유치에 목매지 않아도 지역경제를 살릴 돌파구를 열지 않을까? 지금은 관성에서 벗어나 전에 없던 길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 <정의로운 경제> 연재 칼럼 링크

    필자소개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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