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방비 등 생활비 폭등,
    식비는 줄이고 가계대출은 늘고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들 설문조사
        2023년 03월 16일 05: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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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시 유성구에서 학교 예술강사로 일하는 A씨는 월 230만원을 버는데, 1월 난방비로 41만원, 2월엔 32만원을 납부했다. 소득의 15~20%가 난방비로 나간 셈이다. A씨는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해 일자리를 추가로 구했다.

    인천 중구에 있는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로 일하는 B씨는 월 250만원을 번다. 지난 1월과 2월에 낸 난방비만 각각 17만원, 20만원이었다. 지난해 대비 난방비가 20%나 늘어난데다, 물가 인상까지 이어지면서 가계 대출을 늘렸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공공요금과 물가 인상으로 가계대출을 늘리고 ‘투잡’까지 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 난방비 폭탄, 물가 인상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고물가, 고금리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서비스연맹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이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돌봄전담사, 마트판매원, 방과후강사, 요양보호사, 예술강사, 조리실무사 등 월 평균 임금 300만원 이하의 서비스노동자 1천56명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응답자 월 평균소득은 206만원으로 올해 법정 최저임금인 201만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응답자들은 ‘난방비 대란’이 벌어졌던 지난 1월 난방비로 평균은 18만3000원을 납부했다. 월소득의 9%를 난방비로 쓴 것이다.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엔 1월 난방비가 소득의 18%를 차지했다. 저임금 노동자들일수록 난방비 폭등으로 인한 생계의 어려움이 더 크다는 뜻이다.

    여기에 물가 인상까지 겹치면서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은 다른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은 가계대출이 늘었다고 했고, 기존 일자리 외에 다른 일까지 하는 ‘투잡’에 뛰어든 응답자도 10명 중 1명 이상이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월 전기, 가스 및 기타 연료 물가 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31.7% 상승했다. 반면 실질임금은 줄었다.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전년 0.2% 감소해 12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월평균 실질임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1월 통계청 발표를 봐도, 지난해물가인상률은 7.7%였으나 최저임금 인상률은 6.6%에 그쳤다.

    응답자들은 난방비와 물가 인상으로 가장 크게 소비를 줄인 분야는 식비였다. 그 다음으로 공공요금, 문화 생활, 여가활동, 여행 등을 줄였다고 답했다.

    서비스연맹은 “소득 하위 가구일수록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난방비 등 물가인상으로 인해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식비와 공공요금 등 생계에 필수적인 항목을 먼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물가인상이 소득하위 가구의 건강과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물가인상 최우선 대책으로 응답자들은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실질임금 인상’을 꼽았다.

    서비스연맹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공공요금과 물가 인상은 즉각적인 생계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최저임금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을 얘기하면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정작 최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에 대해선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정부는 이중구조 개혁 운운하며 노동자 갈라치기하지 말고 최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인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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