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식노동자 10명 중 3명 폐 이상
    교육청 검진 결과···노조 “실효성 부족”
    서울·경기·충북교육청 검진 결과 포함하면 숫자 늘 듯
        2023년 03월 14일 04: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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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급식노동자 2만 4천여 명을 대상으로 검진한 결과 10명 중 3명이 폐 결절 등 이상 소견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폐암 확진 판정을 받은 노동자는 31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이에 따른 노동환경 개선 대책을 내놨지만 노동자들은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대책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교육공무직본부

    교육부는 14일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건강검진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서울·경기·충북교육청을 제외한 14개 시·도교육청 급식 노동자 2만4065명을 검진한 결과, 폐암 ‘의심’ 또는 ‘매우 의심’으로 검진된 노동자는 139명(0.58%)에 달했다.

    이 가운데 31명(0.13%)이 폐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기존에 진단 받은 인원까지 고려하면 최근 5년간 급식종사자 60명이 폐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양성결절·경계성결절 등 이상소견을 보인 노동자도 6773명(28.2%)이나 됐다.

    비슷한 연령대 여성의 암 유병률과 비교하면 급식 종사자 유병률이 더 높다. 최근 5년 급식노동자의 폐암 유병률은 10만명 당 135.1명으로,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른 45~64세 여성인구의 유병률(122.3명)보다 1.1배 높았다.

    중간결과에서 빠진 서울·경기·충북교육청의 검진 결과까지 포함하면 폐 이상 소견을 보이는 노동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17개 시·도교육청 급식 종사자 4만2077명의 폐 검진 결과에 따르면, 검진자 중 32.4%인 1만3653명이 이상 소견을 보였고, 폐암 ‘의심’ 노동자는 338명에 달했다.

    교육부는 폐암 확진자들에게 산업재해 신청을 안내하고 치료에 필요한 병가, 휴직 등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경계성 결절이 발견된 노동자에게는 추가·추적 검사에 필요한 검진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업무환경 개선 대책도 내놨다. 학교 급식실 환기 설비 개선이 필요한 학교 1곳당 1억원씩 총 1799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6개 교육청이 개선을 완료할 예정이며 나머지 11개 교육청도 2027년까지 노후 환기 설비를 개선하기로 했다. 또 조리 중에 발생하는 조리흄을 유발하는 튀김류는 주 2회 이하로 최소화하고 오븐 사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급식노동자들은 교육부의 대책이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 방향 제시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와 강득구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 의원은 “2021년 학교급식 종사자의 폐암 산업재해 인정 사례가 첫 발생한 이래 햇수로 2년이 경과해서야 첫 대책 발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후약방문”이라며 “내놓은 대책 또한 속 빈 강정에 불과”고 지적했다.

    공무직본부는 “식단 조정, 오븐 등 확충은 이미 시도교육청 별로 권고가 시행되기도 했으나 권고 수준에 그쳐 실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 1인당 식수 인원에 대한 대책이 실질적인 내용이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공무직본부는 1인당 식수 인원 개선에 관한 실효성 있는 대책과 조리흄 노출 작업의 1인당 최대 작업 시간 기준 명시, 폐 CT 전수검사 정례화, 공기 질 의무 검사 대상에 조리실 포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학교 급식 노동자 1인당 식수 인원이 타 공공기관 대비 2~3배 수준이라 다양한 산재 유형의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어 예산이 뒷받침된 인력 확대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김미경 공무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은 “튀김이나 구이 등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에 1인당 노출되는 시간과 빈도를 높이는 주범”이라며 “각 교육청이 기존 재정에서 인력을 확충하라는 것은 지난 십 수년간 요구에도 단계적인 개선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내용”이라고 짚었다.

    교육부의 발표 내용 또한 침소봉대 수준이라고도 주장했다. 김 수석부본부장은 “학교 급식종사자의 폐암 발생률이 유사 연령군 일반인 대비 1.1배라는 교육부 측의 주장은 객관성이 부족한 비교이며, 어제 교육부가 요청한 노동조합과의 면담 과정에서도 이를 인정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희석할 수 있는 해당 유병률 비교 데이터를 배포 자료에 포함한 것은 그 의도를 의심케한다”고 비판했다.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도 같은 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학비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리흄의 노출 빈도를 낮추기 위해 적정인력 충원 등 교육당국과 정부는 이제라도 노동조합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노동조합이 제시한 학교급식실 적정인원 충원 없이는 학교급식노동자의 폐암 예방은 불가능하며 안전한 급식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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