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취소소송
    인권위 개입 요청, ILO 제소 등 대응
    "ILO의 즉각 개입, 국제사회의 노동권 우려 보여줘"
        2022년 12월 05일 04: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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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처분 취소소송을 청구했다. 노동·시민사회·인권·법률단체들은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헌법상 기본권과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침해하지 않도록 국가인권위원회에 개입을 요청했다.

    화물연대는 조합원 A씨의 명의로 5일 서울행정법원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 처분의 취소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시멘트 제품을 운송하는 A씨는 회사 직원이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촬영한 사진을 받았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 취소 소송 청구서에서 “‘국가경제의 매우 심각한 위기’라는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언명을 기치로 기본권의 주체인 개인에게 업무를 강제하고 심지어 불응 시 형사처벌과 행정제재로 압박한다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매우 크다”며 “그렇기에 더더욱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했음에도 국토부 장관은 ‘불법’, ‘엄단’, ‘처벌’과 같은 위하적인 수사를 앞세워 위헌·위법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기에 이러한 업무개시명령은 위법하므로 취소를 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상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한 경우에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는데,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이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화물연대는 “그간 대법원, 헌법재판소, ILO의 판단에 비추어 볼 때 파업으로서의 집단적 노무 제공 거부는 업무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국토부 장관은 ‘정당한 사유’에 관해 자의적인 해석을 하고 있어 부당하다.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스스로도 운송거부행위가 불법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사유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기본권의 제한은 필요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헌법 15조가 보장하는 직업의 자유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행복추구권 침해는 물론, ILO 제29호 협약(강제노동 금지), 제87호 협약(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제98호 협약(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위반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ILO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다. 앞서 ILO는 지난 2일 한국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국제노동기준을 위반한 데 따라 긴급 개입절차를 개시했다.

    화물연대의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한 탄압에 대해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한국정부를 정식 제소할 예정이다.

    사진=공공운수노조

    각계 단체들은 인권위의 개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민변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는 화물노동자 파업에 대한 행정권 발동이 헌법상 기본권과 국제기구의 협약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필 책임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단체들은 화물연대 파업의 책임이 정부와 정치권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총파업 당시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를 논의하겠다’던 합의를 정부와 국회가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화물노동자와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6월의 약속을 이행하고 안전운임제를 안착시키라는 요구가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면 과연 ‘정당한 사유’라는게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와 여당은 파업 사태에 대한 해결 노력 없이) ‘불법’과 ‘정치파업’ 같은 선동적인 문구로 국민들의 눈을 속이고, 제 지지자들을 끌어모으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화물노동자들의 총파업을 둘러싼 현재 상황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의 현 주소가 어디인지를 묻게 한다”며 “긴급개입을 요청한 지 불과 닷새 만에 ILO 사무총장이 즉각 개입에 나선 것은 심각한 노동기본권 침해에 대한 국제기구의 우려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회견 직후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권고 또는 의견표명 요청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한편 노조법 2조, 3조 개정 운동본부 등은 같은 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까지 동원해 노동조합과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사업자의 담합 운운하며 사무실에 대한 현장조사실시, LH공사의 손해배상 청구 검토 등 전방위적인 압박과 탄압에 나섰다”며 화물연대에 대한 전방위적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참여연대

    운동본부 공동대표인 남재영 목사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노동3권은 정당하게 보장되어야 함에도 정부는 이를 철저히 부정하면서 노동자가 아닌 사업주로 접근하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노조법 2·3조 개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명확하게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정용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화물연대 파업은 지난 6월 파업 당시 노정간 합의한 ‘안전운임제 지속과 품목 확대 추진’을 이행하라는 것임에도, 정부는 ‘불법, 떼법’ 등 악랄한 프레임을 씌워 탄압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불법은 윤석열 정권이 업무개시명령과 업무 복귀 가이드라인, 공정위, 검경을 동원해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화물노동자 탄압을 위해 공정위까지 동원하고 있다”며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적 인식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담아내지 못하는 노조법 개정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공동대표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헌법의 명령을 전면에서 거스르는 윤석열 정부가 계속해서 ‘강대강’ 대치를 조장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우리사회 전체가 짊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위헌적 업무개시명령을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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