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령 기준 임금삭감
    대법원, 임금피크제 “차별” 판결
    민주노총-한국노총 "적극 환영해"
        2022년 05월 26일 05: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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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이 ‘임금피크제’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퇴직자 A씨가 재직했던 연구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가 다녔던 연구원은 2009년 1월에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A씨는 2011년부터 적용 대상이 됐다. 이에 A씨는 임금피크제 때문에 직급과 역량등급이 강등된 수준으로 기본급을 지급받았다며 퇴직 때까지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다고 봤다. 고령자고용법 4조의4 1항은 사업주가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노동자나 노동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재판부는 해당 법 조항이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연령차별을 금지하는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전후해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를 비롯한 만 55세 이상의 직원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 때문에 임금 등을 차별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정부는 노동계의 강한 반대에도 청년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이유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행 추진한 바 있다.

    노동계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은 연령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명백한 차별’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준 것으로 당연한 결과이며, 한국노총은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제도 도입 당시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청년 신규채용을 늘릴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등 거의 반강제적 방식을 취했다”며 “제도가 도입된 지 만 5년을 넘겼지만 도입 사업장에서 청년 일자리가 느는 효과는 미미했고,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만 삭감됐다”고 짚었다.

    이어 “금융권과 공공기관의 경우 임금피크제 시행시 별도 직무를 부여하고 있으나, 실제로 현장에 중요치 않은 업무가 대부분”이라며 “이로 인해 오히려 숙련된 실무 인력이 감소해 해당분야 노동자들의 업무강도 증가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인건비 규제로 수당 삭감 등 조직 내 갈등은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오늘 판결을 계기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현장의 부당한 임금피크제가 폐지되기를 바란다. 한국노총도 현장지침 등을 통해 노조차원에서 임금피크제 무효화 및 폐지에 나설 것을 독려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대법원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 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에 충실한 전향적인 해석이므로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강행규정이라고 판단했다면 임금피크제 자체를 무효로 선언했으면 됐을 것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 등을 도입한 경우 유효가 될 여지를 남겨뒀다”며 “이는 통상임금 사건에서 신의칙을 끼워 넣어서 자본가들의 퇴로를 만들어 둬 노동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게 한 사건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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