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 만에 첫 차별금지법 공청회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 확보돼”
    국민의힘, 법사위원 전원 불참 진술인 추천도 안 해
        2022년 05월 26일 09: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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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서 15년 만에 처음으로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차별금지법(평등에 관한 법률) 제정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진술인인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김종훈(자캐오) 대한성공회 신부가 참석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차별금지법에 관한 오해를 불식하는 한편, 과잉대표된 일부 보수기독교의 차별금지법 반대 요구를 정치인들이 여과 없이 수용함에 따라 한국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김종훈 신부는 종교인들 다수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차별금지법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종교인의 의견은 굉장히 과잉대표된 의견”이라며 “그럼에도 많은 정치인들이 차별금지법에 ‘나중에’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그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들을 승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치인들은 자신의 소임인 정치적 책임을 제대로 감당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특정 그룹의 종교적 신념으로 인한 압력에 물러서서 사회적 합의라는 모호한 수사 뒤에 숨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를 이유로 15년째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루고 있는 거대양당을 겨냥한 비판이다.

    이어진 의원들의 질의에서도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정치인은 ‘성서에 동성애가 죄라고 나와 있는데 어떻게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느냐’고 한다”며 “정교분리 원칙이 헌법에 명시된 한국사회에서 공적책무를 담당하는 분께서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나. 이는 자신의 공적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성서는 종교인에게 맡겨주시고 정치인은 공적인 법을 제정하는 데에 집중해달라”고 덧붙였다.

    홍성수 교수는 차별금지법의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뤄져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이 제기된 지 20년 만에 공식적인 진전을 하게 된 첫 번째 자리”라며 “일각에선 개신교가 반대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 20년 간)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모든 지역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의견이 과반이고, 7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에서 과반이 찬성한다. 또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의견이 우세하다”며 “차별금지법 찬반을 묻지 않고,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겪어도 괜찮은지’ 묻는다면 대부분 국민은 ‘안 된다’고 답할 거라 생각한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정말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확보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년 전만 해도 저는 ‘여론이 다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차별금지법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여론이 이렇게 강력하게 지지하는데 법 제정을 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라며 “이 과정엔 시민사회의 치열한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 있었다. 이제는 국회가 응답해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조혜인 변호사는 제정될 차별금지법의 차별금지사유에 반드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보수기독교인들은 이 두 가지 사유를 차별금지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조 변호사는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에서 삭제하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일부 시민의 기본권을 부정하고 박탈하라는 주장이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절대 수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 시민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주장이 있단 이유로 국회가 15년이나 차별금지법을 만들지 않아왔던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사실상 국회가 이런 주장이 확대재생산 되도록 방치하고 도운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특정 사유에 대한 반발이 있다는 것은 그 사유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매우 심각하단 뜻”이라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다양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은 인간 섹슈얼리티의 정상적인 한 형태라는 것은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의학이나 과학계 전문가들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이런 사유를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을 해선 안된다는 원칙은 한국과 외국의 헌법과 법률, 국제인권 규범 등에 의해 보편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인권규범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서 성적지향 등을 차별금지 사유에서 제외하는 입법례는 찾기 힘들다”며 “적어도 민주주의 확립되고 개인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국가 중 성적지향을 차별금지 사유로 부인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서 열린 첫 차별금지법 공청회였지만 국민의힘 법사위원 전원이 불참했고 진술인도 추천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국민의힘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계 인사들을 위한 소통관 기자회견을 주최하는 등 이들의 혐오 발언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은 동성애자와 이슬람을 특권층으로 격상시켜 특정소수자의 독재를 초래하는 반민주 악법”이라며 “일반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법임에도 지지율이 38%밖에 나오지 않는 민주당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고 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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