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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은 바꿔도
    어린이집 원장은 못바꿔”
    보육교사 70%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80% ‘원장’···실태조사 발표
        2022년 01월 18일 05: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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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화성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는 A씨는 3년 동안 지속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원장의 괴롭힘은, A씨가 원장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동료 보육교사를 옹호한 이후 시작됐다. 원장은 A씨가 다른 보육교사들과 대화하지 못하게 하고, 학부모들에게도 A씨의 험담을 하고 다녔다. 다른 교사들과 달리 A씨가 사소한 실수만 해도 사유서나 반성문을 쓰도록 강요받았다.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은 후 관리기관인 화성시청에 도움을 청했지만 “어린이집 운영권은 원장에게 있고 위탁기간이 남아있으니 그저 잘 지내보라며 보조금 횡령이나 아동학대가 아니면 원장과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전혀 없다”는 황망한 답변을 받았다. 원장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A씨를 명예훼손과 영업방해죄로 고소했다.

    또 다른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재직 중인 B씨는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원장은 원생들 앞에서 B씨를 향해 “미친개는 맞아야 한다”며 몽둥이를 들고 소리를 치고, 점심식사 시간에 A씨만 혼자 밥을 먹게 했다. 다른 교사들과 함께 B씨에 대한 비방 글을 벽에 붙이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와 같이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사 10명 중 7명이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으나 보육시설 내에선 여전히 불법적인 괴롭힘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는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2021 보육교사 노동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육지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 등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17일까지 보육교사 3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71.5%(246명)로 직장인 평균(28.9%)의 2.5배에 달했다.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 중 36.6%(126명)가 ‘진료나 상담이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고, ‘진료나 상담을 받았다’고 답한 비율도 7.8%나 됐다.

    보육교사 괴롭힘의 가해자는 ‘원장 또는 이사장 등 어린이집 대표’인 경우가 78%(192명)였다. 직장 내 괴롭힘 유형으론 부당지시(사적용무 지시, 업무전가, 야근강요, 업무시간 외 SNS, 휴가불허, 모성침해, CCTV감시 등)가 62.8%로 가장 높게 나왔다.

    괴롭힘 발생 시 소극적 대응을 했던 응답자 중 61.4%(121명)가 그 이유로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했고, 괴롭힘을 신고해본 응답자 중 80.8%(21명)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고 후 ‘피해자에게 부당한 처우에 대한 암시,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발언 등을 했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53.8%)으로 가장 높았다.

    보육교사 10명 중 7명(75%, 258명)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에도 괴롭힘이 줄지 않았다고 봤다.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보육지부는 ▲어린이집 직장 내 괴롭힘 가이드라인 및 처벌조항 마련 ▲위수탁 계약서 해지사유에 사용자의 직장 내 괴롭힘 조항 명시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보육지부는 “교사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하고 인정받았어도 가해자는 여전히 어린이집의 운영자이고 막강한 권한도 그대로다. 오히려 피해자인 교사가 보복당하지 않을까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며 참거나 어린이집을 떠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육교사의 처우를 결정할 수 있는 대통령이나 자치단체장을 바꿔도 어린이집 왕국의 원장을 바꿀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면 어린이집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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