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브란스병원과 용역업체
    공모 담은 '노조파괴 전략 문건' 공개
    “현장관리자에게 구○○ 한노 전환시 구역유지 건의” 등 노골적 내용 담겨
        2021년 10월 13일 07: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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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브란스병원과 용역업체가 공모해 민주노총 소속 청소노동자의 노동조합 탈퇴를 회유·압박해 한국노총에 가입시키는 등 민주노조 파괴 전략이 구체적으로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13일 오전 신촌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브란스병원과 용역업체 태가비엠이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노조 탈퇴 공작을 벌인 증거를 공개했다. 이들은 “지난 5년간 병원의 부당노동행위로 권익침해를 당한 청소노동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병원이 짓밟은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노동부 서부지청은 2018년 4월, 5월 두 차례에 걸쳐 세브란스병원 내 태가비엠 사무실 등 압수수색해 노조와해 공작 문서 등의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세브란스병원 당시 사무국장, 사무팀장, 파트장, 태가비엠 및 태가비엠 부사장 등 9명에 대해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기소, 4월 첫 공판에서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들은 부당노동행위 공모 혐의를 인정했다.

    노조가 이날 처음 공개한 노조파괴 전략 문건은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의 수사보고서를 열람하고 일부 내용을 수기로 정리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과 용역업체 태가비엠은 민주노조 와해를 위해 2016년 6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최소 15개의 노조파괴 문건을 작성하고 수차례 대책회의를 가졌다.

    세브란스병원 측은 용역업체의 노조파괴 개입을 넘어 노조파괴를 주도하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X층 구○○ 미화원 한노 전환배경 및 조치보고 <2016.9.29.(목)사무팀>’ 제목의 문건엔 민주노조에 적극적이었던 특정 조합원을 회유, 압박해 한국노총에 가입시킨 경과를 담고 있다. 문건엔 “친분관계 활용X층 구○○등 설득자 4명.(민노 소속)”이라는 내용과 함께 특정인 4명의 이름이 열거돼있고, “구○○ 민노 이유로 구역교체 지침(9.19)”, “현장관리자에게 구○○ 한노 전환시 구역유지 건의”, “구○○ 민노 탈퇴 의사 확인.(9.20)” 등 시간 순으로 민주노조 탈퇴 경과가 적혀 있다. 민주노총 소속을 유지할 경우 근무 구역을 교체하겠다는 노조탈퇴 압박, 한국노총 전환시 현 근무구역을 유지시켜주겠다는 회유의 내용으로 읽힌다.

    ‘세브란스병원 권○○ 사무국장 주관 업체소장회의 자료 (2016.9.19.)’ 자료에도 “수술실 3명 작업중, 오후조 병동 8명 민노탈퇴 한철노 가입 추진중”이라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세브란스병원이 용역업체와 함께 민주노조 탈퇴를 추진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같은 자료에는 “권○○(병원 사무국장)의 민주노총 관련 질문(한노 인원 현황, 현재 어떤 식으로 민노 인원 관리를 진행하는지 등)”, “허○○(태가비엠 현장감독)의 답변(사무실에서 직접적으로 간섭한다는 말이 있어서 간접적으로 반장을 통해 설득하고 있으며 반장들은 조합원들이라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음. 그리고 사무실에서 적극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이 적혀 있다.

    2016년 9월 7일 작성된 ‘민노 집회 관련 보고’ 문건에는 “민주노총 생성경과 분석 및 병원 당국과 민노 퇴치 공조전략 수립 등 제2노조 식물노조화 전략”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민주노총 탈퇴 3단계 단기 전략’도 제시돼있다. ‘민노(서경)집회 현황과 태가비엠의 대응전략 <2016.9.27.(화)태가비엠>’ 문건엔 “조합원 구성 특성 전수 파악”, “구역별 이슈 채집 후 탈퇴 유도(현장관리자 및 경영자 전방위 노력)”, “비핵심세력 중심 흔들기 및 재배치 활용”이 언급돼있다.

    이 밖에도 용역업체는 지속적으로 민주노총 조합원 현황 파악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20명 탈퇴가능자 명단 입수”, “반장급 현장관리자 지속 회유” 등을 거론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의식하여 노노대립으로 진행”, “전향 가능 대상자들 중심의 추가 회유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밀히 추진하겠음”, “향후 사직자 대체시 철저한 채용심사” 등의 내용까지 적시돼있다.

    노조는 “병원 사무국장이 직접 현장소장 대책회의를 주관하고 노조가입 주도한 노동자를 만나서 퇴사를 종용하고 있고, 특히 문건 중 하나는 병원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라는 진술도 있다”며 “이렇게 병원이 주도적으로 청소노동자 노조파괴에 나섰는데 사무국장이 알아서 했다는 것을 믿기는 어렵다”며 병원 경영진의 전방위적인 노조파괴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검찰 수사를 통해 범죄사실이 드러난 관계자들을 징계하는 것은 물론, 노조파괴가 어느 선에서 어떻게 결정되고 집행되었는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용역업체 태가비엠을 퇴출시키고 용역업체에 의한 인권침해, 직장내괴롭힘, 임금체불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입찰기준이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 5년간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이 겪었던 고통과 불이익을 고려할 때 최소한의 것”이라며 “오늘의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투쟁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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