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직비디오, 음악을 바꿔
    [대중음악] MTV의 등장과 그 영향
        2021년 09월 13일 09: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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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1년 미국에서 개국한 케이블 TV 채널 MTV (관련 설명)는 음악의 흐름을 바꾸었다. 어떤 이들은 <Video Killed the Radio Star>(관련 영상)와 같은 음악을 만들기도 했으나, 영상은 시대의 대세였다. 오늘은 영어 사용권 나라들의 대중음악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를 했던 몇몇 동영상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를 사로잡았던 한 편의 음악을 감상하자. 노르웨이 그룹 아하(A-ha)(관련 설명)의 <Take on me>라는 노래이다(1985 발표).

    관련 영상

    후일에 ‘만찢남(만화 지면을 나온 남자)’이라는 용어가 생겼는데, A-ha의 보컬 모튼 해킷이 얼마나 잘생겼는지는 판단이 되지 않으나, 어쨌든 그는 그야말로 원조 만찢남이다. 만화 속에서 실물이 등장하는 장면은 경이적일 정도였다.

    사실 나는 그때 당시 레드제플린(Led Zeppelin) 등의 하드록을 주로 듣고 있었는데, 이 노래는 나의 취향과 무관했지만 나를 사로잡았다. 눈이 음악에서 차지하는 가치를 느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1985년에 또 하나의 눈을 사로잡는 음악이 있었다. 그것은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관련 설명)의 <Money for Nothing>이었다. 이 노래는 그래미 시상식(Grammy Awards)에서 올해의 음반(Record of the Year: 녹음 주체인 가수나 연주자에게 주는 상)과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작곡자에게 주는 상)로 선정될 정도로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갖추었던, 사실 듣기만 해도 멋진 작품이었지만, 거기에 멋진 영상이 결합하자 새로운 차원의 인기를 얻게 되었다. (관련 영상)

    이 비디오는 아하의 <Take on Me>와 비슷한 점이 있는데,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결합되어 있다. 지금으로서는 약간 좀 그래 보이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기타나 드럼 스틱에 형광색을 넣는다든지 하는 일들도 혁신적인 것이었다.

    이 노래는 그러나 ‘faggot(동성연애자를 비하하는 용어)’이라는 단어의 사용 때문에 나중에 많은 비난을 받았다. 화자의 말이 아니라 가전 제품 매장에서 일하는 이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가사를 제시했지만 말이다. 나중에 그들은 이 노래를 부를 때 faggot 대신 mama라는 단어를 넣기도 하는 등 그 단어의 사용을 피했다.

    1990년의 음악을 하나 들어보자. 아니, 보자. 시네이드 오코너(Sinéad O’Connor)(관련 설명) 의 <Nothing Compares 2U>(관령 영상)이다. 이 뮤직비디오는 특별한 기법 같은 것은 없다. 머리를 짧게 자른, 혹은 깎은 가수의 얼굴 표정만이 나타날 뿐이다. 연기력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노래 가사에 잘 몰입한 것인지, 그의 표정 변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뮤직비디오는 볼만하다. 게다가, 이 노래는 빌보드가 1990년 최고 히트곡이라고 인정했던 곳이다.

    이 노래의 제목을 보면 ‘to you’를 ‘2U’로 표시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일인데, 이 곡의 작사작곡자는 그 유명한 프린스(Prince)이다. 그가 로지 게인즈 (Rosie Gaines)와 함께 부르는 라이브 버전을 들어보자.(관련 영상)

    프린스 또한 뮤직비디오 하면 빠질 수 없는 사람이다. 여러 뮤직비디오가 유명했지만, 한국에서 꽤 오랜 기간 금지곡이었기 때문에 들을 수, 볼 수 없었던 노래 <Let’s Go Crazy>를 들어보자.(관련 영상)

    그는 훌륭한 작곡가이자 기타-베이스-드럼-건반 모두를 수준급으로 다루는 연주자이고, 춤마저 잘 추며, 얼굴도 볼만한 종합예술가이다. 그의 펑키한 베이스 연주와 가성(팔세토) 창법이 인상적인 <Kiss>라이브를 들어보자.(관련 영상)

    1993년에는 당시로서도 노장이었던 밴드 에어로스미스(Aerosmith)의 이 비디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남자들에게 배신당한 한 젊은 여성의 어느 여정을 그린 이 비디오는, 주인공이 문신하는 장면과 피어싱을 하는 장면 등도 유명하지만, 마지막 장면으로도 유명하다.(관련 영상)

    이 뮤직비디오를 통하여 당시 17세였던 얼리샤 실버스톤(Alicia Silverstone)(관련 설명) 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으며, 후에 영화 <Clueless>로 ‘아이돌’ 배우가 되었다.

    그는 계속 에어로스미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는데, 이 곡에서는 그룹의 보컬 스티븐 타일러((Steven Tyler, 본명 Steven Victor Tallarico)의 딸 리브 타일러(Liv Tyler)와 함께 출연했다. 리브 타일러는 나중에 그 유명한 Elf가 되는 인물이다.

    Aerosmith <Crazy>(관련 영상)

    2000년이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인지 2001년이 그러한지 논란이 있었지만, 어쨌든 대세는 2.000년이 시작이라고 하는 주장이었다. 새 밀레니엄의 첫해를 장식했던 뮤직비디오는 다음의 영상이었다.

    Christina Aguilera, Lil’ Kim, Mya, Pink <Lady Marmalade>(관련 영상)

    영화 <무랑루즈 Moulin Rouge>의 주제가였던 이 노래는 엄청난 노출과 엄청난 가창력/ 랩 실력으로 이름 높았는데, 핑크는 리드보컬 역할을 아길레라에게 빼앗긴 것에 분개하여 그와 사이가 매우 나빠졌고, 릴 킴은 아길레라와 친해져 함께 노래를 만드는 등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음악이었다.

    2004년에는 그린 데이(Green Day)의 이 뮤직비디오(관련 영상)가 음악 애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사와 어울리는 황량한 배경들이 이 뮤직비디오의 핵심일 것이다. <부서진 꿈들의 거리 Boulevard Of Broken Dreams>라는 제목과 매우 잘 어울리는 영상은 노래의 메시지에 힘을 더해준다.

    시간을 건너뛰자. 2008년에 아주 유명한 음악이, 그리고 뮤직비디오가 등장했다. 비욘세(Beyoncé)의 <Single Ladies (Put a Ring on It)>였다. 비욘세와 두 명의 무용수가 춤추는 모습을 흑백으로 담은 이 동영상은 별 기법 없이도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냈다. 너무나 유명해서 한국의 희극인 등이 패러디를 할 정도였다.(관련 영상)

    한국의 영화들이 세계 팬들의 주목을 받았듯, 2010년대가 되면서 한국의 뮤직비디오가 세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일이 일어났다. 2012년 싸이가 발표한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가 그 시발점이었다. 한국의 주목할 뮤직비디오에 관한 글은 2주 후에 게시할 예정이다.

    어떤 이들은 음악에 영상이 더해지는 것, 그리고 그 영상이 음악 자체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을 느끼고 그 불편함을 말하는 이들 중 일부는 그 유명한 비틀즈도 레드 제플린도 사실 외모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무시한다.

    다음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 그들은 60년대 중반의 ‘아이돌’ 그룹이었다.(관련 영상)

    레드 제플린의 로버트 플랜트는 일종의 섹스심볼이었다.(관련 영상)

    나는 라디오를 들으며 음악에 빠져들었던 세대이긴 하지만, 요즘 유튜브 등을 통해 예전에는 귀로만 들었던 음악을 눈으로도 보며 즐거움을 느낀다. 정말로 훌륭한 음악은 듣기만 해도 좋은 음악이겠지만, 시각이 주는 추가적인 즐거움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60대 할아버지들의 연주와 노래도 우리를 즐겁게 하지 않는가?

    (관련 영상) 레드 제플린 <Kashmir> 주 1)

    <주석>

    주 1) 이 공연은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가 68세였고 베이스/ 키보드 연주자 존 폴 존스가 66세, 보컬 로버트 플랜트가 64였던 2012년에 있었다. 죽은 드러머 존 본햄의 아들 제이슨 존 본햄이 드럼을 연주했다.

    * 대중음악 이야기 연재 칼럼 링크

    필자소개
    정재영(필명)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작가이다. 저서로는 「It's not Grammar 이츠낫 그래머 」와 「바보야, 문제는 EBS야!」 「김민수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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