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기법도 적용 안되는 감단 노동자
    민주노총 “30만 경비노동자 조직화 나설 것”
        2021년 06월 10일 05: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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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이 경비노동자 노동조합 결성에 나선다. 입주민의 갑질 등 폭력으로 인한 경비노동자의 비극적인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열악한 노동조건 등에 있다고 본 것이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 경비노동자 이만수 열사 추모사업회 등은 10일 오전 서울 정동에 있는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의 30만명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민주노총

    이 단체들은 “이만수 열사가 세상을 등진 후 강북구 우이동 성원아파트 최희석 경비노동자는 입주민의 상습적인 막말과 갑질, 가혹한 폭력을 비관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참담한 일이 일어났다”며 “이는 입주민과의 관계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규정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특수한 노동조건에 의한 사회구조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대부분 감시·단속적(감단) 노동자다. 고용노동부는 ▲심신의 피로가 적고 ▲감시적 업무가 본래 업무이거나 불규칙적으로 단시간 동안 타 업무를 하고 ▲8시간 이상 자유롭게 휴게시간을 활용하는 등의 요건에 해당하면 감단 노동자로 분류한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법정 노동시간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과 달리 경비노동자 대부분이 주업무인 감시 외에 분리수거, 택배처리, 주차관리 등 아파트 내 업무 상당부분을 떠맡으면서 과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합원은 회견에서 “순찰뿐 아니라 우편물 하달, 입주자대표회의 자료 관리, 각종 민원, 청소, 택배관리, 잡초제거, 쓰레기관리 이외에도 셀 수 없는 업무들로 하루종일 쉬지 못한다”며 “우리는 갑도 을도 아닌 ‘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올해 10월 시행될 개정 공동주택관리법에 맞춰 경비노동자의 업무를 경비 외에 다른 업무까지 확대하는 시행령을 준비 중이다. 노조에 따르면, 국토부는 경비업무 외 허용할 겸직업무 범위로 주차관리, 택배관리, 분리수거, 환경(미화)관리를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감단 승인 기관인 고용노동부가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경비노동자를 계속해서 감단직으로 분류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노동부는 지난 5월 민주일반연맹과 면담에서 경비노동자들의 업무를 감시단속직 업무에서 배제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경비노동자의 법적인 업무범위는 확대되지만 여전히 감단직으로 분류돼 노동시간에 관한 근기법을 적용받지 못하게 된다. 노동 강도가 지금보다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노조는 “노동부의 직무유기로 경비노동자들은 공동주택관리법과 근로기준법의 충돌에 따른 대국민 사기극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감단 불승인으로 정상적인 노동자 지위부터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부가 감단직 불승인을 해도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대량해고 등의 문제는 남는다.

    노조는 “법 개정안이 일자리 위협으로 이어지게 되면 원래 입법개정 취지인 아파트경비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입주민 갑질 근절이 무색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아파트경비노동자 고용안정과 상생모델’ 마련을 위한 공식적인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경비노동자, 입주민, 관리소장 등 이해관계자를 비롯해 정부, 광역단체, 지자체, 지방의회가 모여 경비노동자 고용안정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경비 노동자가 이런저런 이유로 많이 사망했음에도 불평등한 노사관계 문제는 전혀 짚지 않고, 입주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촛불 문화제 등 이벤트식으로 마감되는 수준이었다”며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노조로 조직되지 않는 한 해결책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불미스런 사고는 또 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경비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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