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 인천공항 찾은 문 대통령
    공공 '비정규직 제로’ 공약···“낙제점”
    노조 "하청과 다를 바 없는 인력파견형 자회사 귀결"
        2021년 05월 12일 03: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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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찾아 선언한 ‘비정규직 제로’ 공약이 4년차를 맞았다. 노동계와 학계, 전문가들 모두 “낙제점”을 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2일 오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8번 게이트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인천공항 방문 4년에 부치는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약속했다. 그 뒤 4년이 흘렀고 대통령이 다녀간 자리에는 ‘공정’과 ‘인국공 사태’만 남아있다”며 “직접고용 요구는 ‘로또정규직’이라는 신조어와 해고를 품은 경쟁채용으로, 하청과 다를 바 없는 인력파견형 자회사로 귀결됐다”고 이같이 평가했다.

    이날 한국노동연구원 주최,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열린 ‘자회사 정책 성과 토론회’에서도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위해 활용한 자회사 정책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72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산하 자회사 80개의 운영실태를 분석한 결과인데, 자회사의 독립성, 사업성, 지속가능성 등이 떨어지고 일부 자회사의 경우 법적 근거도 없는 수준이라는 혹평이 나왔다.

    총 10명으로 구성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공부문 자회사 운영실태 평가위원회는 경영·계약과 인사·노무 등 11개 지표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공공기관 평균 점수는 50.4점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유형별로 점수 분포는 준정부기관 57.8점, 공기업 54.9점, 지방공기업 51.5점 순이었고 기타 공공기관 39.0점, 공공기관 자회사 26.8점에 그쳤다.

    평가위원회 위원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에 따르면,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94.2%가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이 중 1/4 정도인 4만6970명은 자회사로 편입됐다. 해당 기관에 직접고용된 정규직 전환자는 73.7%(13만6530명)다.

    문제는 30%에 가까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편입된 자회사다. 자회사 노동자들의 고용과 처우가 용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당시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제시한 2018년 말 제시한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운영 모델안’(자회사 모델안)엔 ▲공공성과 고용안정이 담보되는 지속가능한 조직(안정성·공공성 확보) ▲자회사 경영 독립성 보장 및 모기관과의 소통·연계 강화(독립성·책임성 조화) ▲노동자에 대한 서비스 역량 강화와 합리적 임금·승진체계 구비(전문성 확보)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

    권 교수는 “자회사의 독립성, 사업성, 지속가능성 부재”를 지적하며 “이에 따른 처우개선의 한계가 문제로 지적됐다”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평가를 밝혔다.

    그간 노동계는 자회사 전환 이후 처우개선 문제와 기존 용역업체와 유사한 자회사 운영방식 등을 자회사의 문제로 지적해왔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노조는 이날 회견에서 인천공항공사 사례를 들어 자회사와 기존 용역업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공사와 자회사 간의 수의계약에도 용역업체와의 경쟁 입찰을 이유로 활용해왔던 낙찰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사에서 애초에 설계한 금액 중 약 88%에 해당하는 금액만이 자회사에 지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처우개선 문제와 관련해서도 “공사 정규직과 동일한 교대제 개편을 요구하고 있으나 여전히 공사 정규직은 4조2교대, 주5일제 근무, 자회사 노동자들은 3조2교대, 주6일제(환경미화) 근무를 하고 있다”며 “자회사 노동자들은 공사 정규직에 비해 1년에 약 2달(60일)을 더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설립·위탁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자회사도 상당수 존재했다. 평가위원인 이종수 노무법인 ‘화평’ 공인노무사는 “72개소 중 25개소는 근거 없이 설립·운영 중”이라며 “근거를 마련했더라도 구체적으로 업무위탁 내용을 명시하지 않은 미흡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예산에 대한 모기관 책임 문제와 관련해 ‘적절한 관리비와 이윤 보장’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에선 고작 6개소만 자회사의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보장하고 있었다. 이 노무사는 “자본금이 적을수록 부실 운영 및 경영 투명성·책임성 결여 등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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