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보육교사 경력·자격,
    국공립과 민간 격차 심각해
    “같은 10년차 교사인데도...국공립 235만원, 가정·민간은 최저임금”
        2021년 05월 11일 06: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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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차 보육교사는 (높은) 호봉 때문에 국공립에 취직도 못하고 매년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합니다.”

    “국공립은 반 원아가 다 차있지 않음에도 호봉제로 받고 민간은 거의 두배 수준의 원아를 보육하며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현실에 자존감과 의욕이 상실된다”

    국공립어린이집과 민간·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임금차별 해소를 위한 서명운동 과정에서 현직 보육교사들이 정부에 남긴 말이다. 같은 보육교사임에도 국공립어린이집 교사에겐 호봉이 적용되는 반면, 민간·가정어린이집 교사는 경력과 무관하게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똑같은 보육교사 자격증과 경력이어도 민간⸱가정어린이집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차별과 저임금에 놓여있는 것이다.

    국공립어린이집 교사가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다. 경력이 쌓여 높은 호봉을 받는 국공립 교사는 임금을 많이 지급해야 한다는 이유로 해고대상 1순위에 오른다. 이런 이유로 국공립에서 나온 베테랑 보육교사들은 급여가 최저임금으로 고정된 민간·가정 어린이집으로 갈 수밖에 없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같은 10년차 교사인데도…국공립은 235만원, 가정·민간은 최저임금”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노조)는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차별 없는 어린이집을 위한 보육교사 서명운동 결과’를 발표했다. 1393명의 보육교사가 참여한 서명운동 결과를 이날 회견 후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노조에 따르면, 민간·가정 보육교사 10명 중 9명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으며 경력이 높을수록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임금격차가 크다고 밝혔다. 국공립과 민간·가정 보육교사는 동일한 자격증을 보유했으나 소속에 따라 임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2018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어린이집 교사의 평균 기본급은 156만6천원, 민간어린이집은 160만5천원이다. 가정어린이집 교사의 경우 그 해 최저임금인 157만3770원보다도 낮았다. 그러나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는 1호봉인 170만2800원을 받았다.

    임금격차는 교사의 경력이 쌓일수록 더 커진다. 국공립, 법인, 직장어린이집 근무하는 10년차 보육교사는 복지부 기준의 10호봉인 월 235만원을 받지만 같은 연차의 민간·가정 교사는 최저임금인 월 182만2480원을 받는다. 연차에 따라 호봉이 높아지는 국공립 교사와 달리, 민간·가정보육교사는 경력이 전혀 반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조가 지난해 12월 23~24일 민간·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 1만22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민간·가정 교사의 89.4%가 ‘179만원(최저임금)’을 받고 있었는데, 응답자 절반 이상이 ‘6년 이상’ 경력자였다.

    “경력 쌓여 호봉 높은 국공립 교사 해고 빈번…
    베테랑 교사들, 생계위해 최임 주는 민간으로”

    민간·가정 교사들은 저임금 문제에 노출돼있다면, 경력이 많은 국공립 교사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경력이 쌓여 높은 호봉을 받는 국공립 교사는 임금을 많이 줘야 한다는 이유로 해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예 채용공고를 낼 때 호봉이 높은 교사를 받지 않는다고 밝히는 국공립 어린이집도 있다고 한다.

    2010년부터 민간·가정·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일해 온 보육교사 채 모 씨는 “국공립에 취업을 해 근무했으나 근무한 지 2년이 지나고 3년째 되던 해 호봉이 높다는 이유로 계약만료로 퇴사를 권장했다”고 전했다.

    채 씨는 “초임이나 연차가 낮을 때는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일하기 쉽다. 호봉이 낮기 때문에 어느 어린이집에 가도 환영받는 존재”라며 “하지만 경력이 쌓여 10호봉 이상이 되면 베테랑 교사가 아닌, 월급주기 부담스러운 교사가 돼버린다. 매년 2월쯤에는 계약만료나 아이들이 모집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1순위로 해고가 되고, 호봉이 높은 보육교사들은 다시 민간·가정어린이집으로 들어가 최저임금만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정부, 어린이집 교사 임금차별과 고용불안 방조…
    현장 교사와 예산확충과 임금 지급방안 논의 필요”

    저임금, 고용불안엔 정부의 탓이 크다. 복지부가 매년 보육교사의 적정임금을 제시하는 인건비 지급 기준을 발표하고 있지만 민간·가정 보육교사들은 이 기준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보육사업안내’ 지침을 보면 국공립, 법인 어린이집 등 보육교사는 복지부가 정한 기준(호봉표)에 맞춰 임금을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민간어린이집 교사 임금 기준에 대해선 명확한 언급 없이 “모든 어린이집은 보육교사에게 최저임금법에 의한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를 지급해야”라고만 밝히고 있다.

    국가 재정으로 교사들의 인건비가 충당되지만 ‘인건비’ 아닌 ‘기관보육료’ 항목으로 지원되는 점, 임금지급을 어린이집 원장을 통해서 지급한다는 점 등도 보육교사들이 저임금에 시달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명운동 중 자신의 의견을 밝힌 한 어린이집 교사는 “급여를 원장에게 위임하지 말고, 국가에서 지불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관련부처는 더 이상 묵인 하지 말고 보육의 질을 향상을 위해 힘써달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복지부가 보육교사 임금차별 해소를 위한 예산확충과 구체적인 지급방안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조와 협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지침 공백과 방조는 임금차별을 더욱 더 공고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모든 보육교사가 차별 없는 어린이집에서 일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과 방향을 제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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