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여성우대 정책에
    2030남성, 국힘으로 갔다?
    논란 부른 박창진 부대표 주장···20대 남성의 분노, 반페미로 가둬두기
        2021년 04월 15일 03: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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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진 정의당 부대표가 4.7재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이 국민의힘에 표를 몰아준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여성 정책’에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여성을 우대하는 반면 남성을 배제하는 방식의 여성 편향적인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라,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와 성별 갈등 조장 논란 등 향후 당내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가 ‘여성 우대 정책’ 펴서 20대 남자가 떠났다?
    민주당 떠난 20대 여성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박창진 부대표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이번 재보선에서 2030세대 남성들이 국민의힘에 표를 몰아준 결과를 언급하며 “이들이 보수화됐다는 규정”은 “안이하고 게으르다”고 밝혔다.

    박 부대표는 “30대 남성 라이더 노동자 한 분이 보궐선거를 보고 ‘제발 정의당이 우리를 대변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 가부장적 인식이 약하고, 성평등이란 성별 관계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정성별을 우대하는 조치를 성평등한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여성들을 배려하며 내놓은 각종 정책과 발언들은 보편적 의제로 다가가지 못하고 청년 남성들을 수혜자처럼 취급하고 배제했다”며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 정치에 이들은 극약처방을 택했다. 설마설마했던 극우정당 국민의힘에 투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여성만을 우대하는 정책을 강행 추진한 탓에 소외된 20대 남성들이 국민의힘으로 지지를 옮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페미니즘 대통령’을 내세운 임기 초반부터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남성의 반감은 지속됐다. 다른 세대의 남성과는 다른 독특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이남자’로 지칭된 20대 남성은 분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페미니즘을 적극 수용하는 2030세대 여성층에선 ‘페미니즘 대통령’을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 결과와 임기 초중반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를 일치시키기는 어렵다.

    박 부대표의 주장대로 문재인 정부가 여성 편향적인 정책을 추진해 20대 남성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이라면, 반대로 수혜를 입은 여성들은 민주당에 표를 몰아줘야 맞다. 그러나 20대 여성을 제외하고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세대가 오세훈 시장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다. 30대 여성은 오세훈 후보가 박영선 후보를 7%p 정도 앞섰고, 각 세대 중 유일하게 오세훈 후보보다 박영선 후보를 4%p 가량 더 지지한 20대 여성 또한 지난 총선에선 63.6%가 민주당 후보(지역구 기준)를 택했다. 20대 여성 20%p 가량이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이다.

    선언적 구호와 그 선언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20대 여성 다수가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무소속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 30대 여성 다수가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한 것은 문 대통령의 ‘페미니즘 대통령’ 선언이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대 남성 분노, 반페미로 가둬두기
    불평등 해소라는 보편적 요구 외면하기 위한 도구

    2030세대 남성의 분노를 단순히 ‘반페미니즘’으로만 규정해버리는 것은 자산·소득·교육 불평등에 신음하는 청년층의 보편적 목소리를 회피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불평등 문제 해소에 소극적인 국민의힘이나 정책 실패 전반에 책임이 있는 민주당 내에서 유사한분석을 내놓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날 같은 회의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젠더 갈등의 한 축인 20대 남성을 옹호하는 논리를 펴는 것과 관련해 “청년들이 겪는 고통의 원인을 여성과 소수자 탓으로 돌리며 주목받으려는 저급한 정치 행보”라며 “북한과 빨갱이로 연명해온 과거 보수만큼이나, 여성과 소수자 혐오 선동으로 살아남으려는 소위 ‘새로운 보수’ 역시 촌스럽고 낡았기는 매한가지”라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국민의힘은 그동안 대기업 재벌 개혁을 저지했고, 코로나 대학등록금 반환에도 반대해왔으며, 최저임금을 올리거나 부동산 기득권에게 충분한 세금을 물리는 일에도 발목을 잡았다”며 “대기업 횡포를 보장하는 산업구조를 바꾸지 않고 청년 창업자의 도전이 수월해질 수 있나. 등록금 문제 해결 없이 대학생들의 고통이 덜어질 수 있나. 그러면서도 창업지원이나 장학금에서의 가산점, 할당 등을 문제삼아 을들 간의 싸움을 부추기고 있으니 치사하고 비겁하단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 우대조치를 없애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청년들의 분노가 진짜 기득권을 향할까 두려워 여성과 소수자를 타깃으로 돌리려는 국민의힘의 행보에 깊은 환멸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성 우대정책 비판한 박창진 “정치권 성대결 조장 반성해야”

    박 부대표는 “정치권이 성대결을 조장하고 있다”며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그들(2030세대 남성)의 합리적 비판을 정의당을 포함한 진보개혁 진영이 ‘한 줌의 혐오’로 취급하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며 “청년 남성 혹은 청년 여성의 지지만 받으면서 집권한 진보정당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녀가 서로 싸우지 말라는 건 이제는 무책임한 말”이라며 “공통의 열망에 집중하자”고 덧붙였다.

    박 부대표의 이날 발언 이후 정의당 당원 게시판엔 그의 주장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올라오는 등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성대결을 조장하는 정치권을 비판했지만, 오히려 박 부대표가 성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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