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간 조리흄 노출 사망
    급식노동자 첫 산재 인정
    노조, 환풍시설 전수조사 등 요구···경기도교육청 4년째 수용하지 않아
        2021년 04월 06일 08:2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12년 넘게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가 폐암으로 숨진 학교 급식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폐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고온의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에 노출된 것이 폐암 발생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는데, 해당 급식실은 주방 내 환기를 위한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채로 1년 넘게 방치된 상태였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노조)는 6일 오전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교육청 권선중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다 2018년 4월 4일 폐암으로 사망한 조합원 A씨가 지난 2월 23일 폐암 사망 사건에 대한 업무상질병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급식 노동자의 직업성 암이 산재로 인정된 첫 사례다.

    A씨는 2005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권선중학교 및 남수원초등학교에서 12년 1개월 동안 조리실무사로 근무했다. 주로 점심 급식을 위한 조리 작업을 했고 검수 및 세척 작업 등도 했다. 조합원 A씨는 권선중학교에서 근무했던 시기인 2017년 4월 28일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1년 가까이 투병하다 끝내 사망했다.

    급식실 현황 사진자료(사진=노조)

    업무상질병심의위원회는 고온의 튀김 요리 등 조리과정에서 발생한 조리흄이 폐암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업무상질병심의위는 “고온의 튀김, 볶음 및 구이 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cooking fumes)은 폐암 발생의 위험요인”이라며 “사망 근로자는 4일에 하루 빈도로 많은 양의 튀김, 볶음 및 구이 요리를 12년 동안 직접 수행하면서 조리흄에 대한 누적 노출량이 적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업무상질병심위가 2019년 3월 권선중학교 방문 당시 조리 인원은 4명으로 조리실무사 1인당 담당하는 급식인원은 약 100명 이상에 달했다. 2016년 2학기에 해당하는 9월부터 2017년 1월까지의 식단표를 검토한 결과 총 조리 일수는 84일이면서 튀김, 볶음 및 구이 요리가 포함된 일수가 68일이었다.

    A씨의 유족은 “2016년 여름부터 급식 주방의 환기 시설이 불량하여 조리 연기가 정체되어 있어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A씨의 폐암 발병 전에도 이 학교 급식실에선 근무 중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이송된 사례가 2016년 두 차례 발생했다. 2017년 5월 16일 근무 중 쓰러진 같은 학교 급식노동자 B씨도 뇌출혈로 산재 인정을 받았다.

    노조는 2016년부터 조리실 내 환풍기와 공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교체를 요구했지만 1년 넘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학교는) 조합원 A씨의 폐암 발병과 같은 학교 조합원 B씨의 작업 중 쓰러진 후에서야 후드와 공조기를 고쳤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국의 급식실 노동자들이 권선중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에 처해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전국의 급식실이 1인당 100명에서 많게는 200명까지 식수를 담당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2일 이상 튀김, 볶음 및 구이 요리가 조리되고 있다”며 “한마디로 전국의 급식실이 현재 발암물질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후드 및 공조기 등 환풍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공기질 조사 등을 요구해왔으나, 경기도교육청은 4년째 수용하지 않고 있다. 최근엔 공기질 조사를 위한 협조 공문 요청조차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노조는 “이러한 상황에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물론 어떠한 담당자도 장례식장에 조문조차 오지 않았으며, 산업재해 승인이 난 이후 한 달이 넘어가고 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어떠한 입장이나 유족에 대한 사과표명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은 급식실 식중독 사고나 친환경 재료에는 관심을 가질지언정, 발암물질과 중량물, 고언과 화기로 인한 사고를 안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 사건은 ‘제2의 삼성 백혈명 산업재해 사망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이 사건을 계기로 급식실 산업안전 문제를 전면화할 것”이라며 “학교급식종사자 직업성 암환자 찾기 사업과 집단 산재 신청을 시작한다.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미설치 등 법위반 사항에 대한 고소·고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