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련, 중대재해법 이어
    ESG 개정안도 '반대' 입장
    세계적 흐름은 ESG 경영에 적극적
        2021년 04월 06일 04: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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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한국지배구조원에서 추진 중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활동을 재개하는 모습이다. 전경련은 앞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면에서도 ‘기업환경 악화로 인해 생산기지 해외 이전, 하청업체 피해 등을 주장하며 법 제정에 반대해왔다. 정치권 일각에선 국회가 국정농단 사태의 한 축이자 ESG라는 세계적 흐름마저 거부하는 전경련의 해체를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전날인 5일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ESG 준비실태 및 인식조사’ 결과에서 ESG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관심도는 66.3%(매우 높다 36.6%, 다소 높다 29.7%)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경영전략 수립에 있어 애로요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29.7%가 ‘ESG의 모호한 범위와 개념’을 꼽았다고 전했다. 기타 애로요인으로는 자사 사업과 낮은 연관성(19.8%), 기관마다 상이한 ESG 평가방식(17.8%), 추가비용 초래(17.8%), 지나치게 빠른 ESG 규제도입 속도(11.9%) 등이 지적됐다.

    이보다 앞서 전경련은 지난달 31일 ‘ESG 모범규준 개정안’이 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작용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지배구조원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경련은 “ESG 관련 기업규제를 집대성한 버전”, “다 지키다간 성장은커녕 지속가능은 과연 가능할까요?”라는 기업들의 반응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경련은 “ESG 경영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이란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ESG 기준을 급격히 강화하는 것은 사정이 서로 다른 각 기업들에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좌초자산’과 관련한 모범규준 도입도 충분한 연구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좌초자산이란 석탄‧화력발전 등 기후변화로 자산가치가 급격히 낮아지는 설비를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될 위험이 큰 자산을 의미한다.

    전경련은 “좌초자산은 아직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등 회계기준에 명시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개념”이라며 “특정 부분만 부각해 기업들이 회계에 반영토록 할 경우 전체 기업 가치에 왜곡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SG 모범규준엔 기업이 기후변화로 인한 직‧간접적인 좌초자산 위험을 사전에 인지해야 하며, 해당 위험에 노출된 자산에 대해 재평가하거나, 자산의 저탄소 포트폴리오 전환을 목표로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기술·금융 개발 및 활용을 확대하는 등 기후변화 관점에서 경영전략을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에 따르는 경제적 비용을 내제화하기 위해 탄소배출에 가격을 매기는 ‘내부탄소가격 도입’ 등도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의 이 같은 의견서나 실태조사 결과는 사실상 ESG 모범규준 개정안을 반대하기 위한 행위로 해석된다. ESG경영이 전 세계 기업 경영의 트랜드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한국 재벌기업이 모여있는 전경련이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국내에서도 ESG경영을 기업의 핵심적 경영 방침으로서 그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다. 일례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열린 도쿄포럼에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환경 문제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불러왔다”며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 사회적 가치 창출,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ESG 경영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ESG 투자를 확대해 지속가능경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고, 삼성물산 또한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석탄화력발전 관련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하겠다”며 탈석탄을 선언한 바 있다.

    국민연금 등  ESG 경영에 적극적인 흐름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도 기업 이미지 재고는 물론 ESG를 지표로 자금이 움직이는 탓에 ESG경영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국민연금도 지난 2019년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활동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ESG와 관련하여 예상하지 못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발생한 사안에 해당하는 기업은 적극적 주주활동 대상 기업에 속한다”고 명시했다.

    시민사회나 노동계는 국민연금의 이 같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산업재해나 환경문제를 일으킨 기업, 금융사기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 금융회사를 ESG 문제 기업으로 규정하며 기업의 주주총회 시기가 오면 국민연금에 반대 의결권 행사 및 공익이사 추천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자리잡은 ESG 경영 방식을 전경련이 ‘나홀로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낡은 경제 체제를 고수하는 경제단체는 해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6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환경과 사회 그리고 기업 지배구조를 고려해 기업을 경영하고 투자하는 ESG는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따르는 원칙”이라며 “그럼에도 전경련은 때 아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왜 전경련이 이렇게 다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전경련은 2017년 그 이름부터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꾸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런데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며 “뿐만 아니라 제출된 사업내용을 보면 국정농단 이후 사업내용은 줄곧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선도와 같은 의제에 머물러 오다 지난해부터 다시 ‘포퓰리즘 정책 문제점 분석’ 등 과거 전경련이 해왔던 사업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전경련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경련의 부활’에 집권여당이 힘을 보태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장 의원은 “국정농단의 주범들이 줄줄이 실형을 선고받는 때에 왜 전경련은 바꾸겠다고 약속한 이름조차 바꾸지 않은 채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활동하고 있는 것인가”라며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소리 높이던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2019년 말 전경련을 방문했던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행태와 같이, 전경련의 부활에 힘을 보태는 어떤 행위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며 “국정농단의 주요한 한 축이었던 전경련은 반드시 해체해야 한다. 국회는 전경련 해체 촉구 결의안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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