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중고생의
    정신건강 좋아졌다는데?
    [교육칼럼]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학교 덜 갔는데 정신건강 개선
        2021년 04월 05일 12: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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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의 한 국가통계가 의외였습니다. 갸우뚱 하며 한참을 들여다 봤습니다.

    2020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질병관리청과 교육부 주관으로 매년 발표되는 국가통계입니다. 생활습관이나 개인위생뿐만 아니라 정신건강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의 건강을 보여주는 국가통계는 두 개입니다. 청소년건강행태조사가 있고, 교육부의 학생건강검사가 있습니다. 정신건강은 전자가 중고생이고, 후자가 초등학생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것은 중고생입니다.

    스트레스 인지율,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학생은 34.2%로 파악되었습니다. 그 전보다 5.7% 포인트 줄었습니다. 좋아진 것입니다.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학생은 25.2%로, 전년보다 3.0% 포인트 줄었습니다. 우울감 경험률 역시 좋아졌습니다.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는 자살 생각률은 2.2% 포인트,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 있다는 자살 계획률은 0.4% 포인트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자살 시도율은 1.0% 포인트 감소했습니다. 개선된 것입니다.

    작년 8~11월에 조사한 데이터입니다. 스트레스, 우울감, 자살 시도 등 우리 중고생들의 정신건강이 개선된 것은 분명합니다.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작년 8~11월에는 코로나19로 학교를 덜 갔습니다. 띄엄띄엄 등교로 비대면수업이 많았는데, 중고생 정신건강은 좋아졌습니다.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면, 같은 조사에 수면건강도 있습니다. 평균 6.2시간으로 0.1시간 줄었지만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주관적 수면충족률, 잠잔 시간이 피로 회복에 ‘매우 충분’ 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 학생은 30.3%로, 8.9% 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충분히 잤다고 여긴 것입니다. 자녀 키우는 가정이라면, 작년의 익숙한 풍경들이 떠오를 듯 합니다.

    같은 조사나 국가통계는 아닙니다만, 지난해 학생자살은 늘었습니다. 사정상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교육부로 보고한 현황은 증가입니다. 좀 많이 증가했습니다.

    그러니까 중고생 정신건강은 개선되었는데, 자살은 증가했습니다.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관련 변인들까지 조사한 것은 아니어서 추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나의 추정입니다만, 어쩌면 학생들은 학교에 덜 가면서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동시에 가정, 학교, 사회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위기 학생들은 관심과 지원에서 멀다 보니 더 힘들어졌을지 모릅니다.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겠습니다.

    데이터를 한참 살펴본 이유는 또 있습니다. 지난해 원격수업으로 많은 가정은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학습결손이나 교육격차를 우려했고, 가정 내 다툼도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학생도 힘들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선입견일지 모릅니다. 청소년건강행태조사는 그게 선입견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학교에 덜 갔는데, 학생 정신건강은 좋아졌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공부 압력이나 교실 안팎 인간관계 등 학교의 일상이 그동안 학생들에게 좋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교육당국이 뒤돌아봐야 할 지점일지 모릅니다. 요즘은 행복한 교육이나 즐거운 학교를 모토로 삼는 기관이 많습니다. 잘 되고 있을까요? 글쎄요, 코로나 시기의 중고생 정신건강 결과로 봐서는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교육담당 정의당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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