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민주당·시민사회,
    민주주의 위기 적신호의 근원지"
    ‘촛불항쟁 : 배반과 저항, 그리고 총체적 위기’ 시민사회 토론회 개최
        2021년 03월 04일 09: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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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한국 민주주의의 적신호”라고 규정하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과 같은 제1야당의 정치적 주장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 출범의 계기가 된 촛불집회에 나섰던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다.

    시민사회 긴급 시국대토론회 준비위원회는 3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촛불항쟁 : 배반과 저항, 그리고 총체적 위기’라는 주제로 시민사회 긴급 시국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온라인 중계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엔 전 민교협 상임의장인 이도흠 한양대 교수와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발제자로 참석했고,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 정성희 소통과 혁신연구소 소장, 최병현 진보 3.0 상임활동가,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가 토론자로 함께 했다.

    토론회 생방송 유튜브 캡처

    “수구·보수의 저항, 문재인 정권의 배반에도 촛불의 동력은 아직 살아있어”

    “촛불에 대한 배반/저항의 구도와 7대 위기” 제목의 첫 번째 발제에서 이도흠 전 민교협 상임의장은 우리가 현재 맞고 있는 7개 위기 즉 불평등의 극대화와 민생의 위기, 노동의 위기,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 기후위기, 환경과 생명의 위기, 간헐적 팬데믹의 위기, 공론장의 붕괴와 민주주의의 위기 등에 대해 짚으면서 원인과 대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범주를 세계 차원과 한국 차원으로 구분하여 “세계 차원의 위기 원인으로는 자본주의 및 신자유주의 체제, 산업화, 도시화, 인구 급증, 제국주의와 제국 중심의 주변부 착취, 토건카르텔의 굳건함, 과학기술의 도구화와 자본과 유착 등”이라고 진단하며 세계 차원의 대안으로는 자본주의와 결별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자본과 결별을 하고 자유롭고 정의로운 생태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글로벌 그린뉴딜로 전환하도록 글로벌 시민사회가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한국 차원의 위기 원인으로는 한국식 천민 자본주의 체제와 신자유주의 체제, 대미종속과 분단모순,, ‘자본-권력-보수언론-종교권력층-사법부-김앤장과 같은 전문가 집단 및 어용지식인’으로 이루어진 기득권 동맹의 굳건함, 완강한 촛불에 대한 배반/저항의 구도, 보수 양당 구조로 인한 정치적 재현의 위기 등을 지적했다. 문재인 정권이 촛불이 요구한 경제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교육개혁 등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한 진보가 분열되어 문재인 정권을 압박하거나 견인하지 못하고 있으며 상당수 노동자가 계급의식을 약화하고 1차원적 인간화하거나 재테크를 하면서 ‘자본가적 노동자(capitalist worker)’로 전락했다는 점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략적 목표는 촛불항쟁의 3단계 완성”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이 1단계 탄핵, 2단계 정권교체로 나아갔지만, 3단계 사회대개혁이나 4단계 새로운 민주공화국 건설을 향한 진전은 없다며 비판했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분노의 바탕에는 불평등과 불공정함에 대한 울분이 깔려 있었으며, 촛불의 명령 중 핵심은 불평등의 완화와 공정한 대한민국의 건설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로 진보의 통합을 강조하며 내년 대선에서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되 어렵다면 최소한 선거연합이라도 이루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신자유주의와 반자본주의로 전선을 명확히 하고 노동을 중심에 놓고 계급적 성격을 명확히 하되, 탈핵 등 생태와 복지와 사회 정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결합하여야 한다. 노동과 환경, 소수자가 함께, 소위 적녹보 동맹을 맺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두 번째 발제는 맡은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회의원 300명중 290명 이상이 자유시장경제 신봉자들이고,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고 싸울 때만 적일 뿐, 노동과 자본과의 싸움에선 언제나 한편인 친자본동맹”이라고 거대 양당을 비판하며 “촛불 들고 정권을 교체한다고 해서, 한국의 재앙적인 불평등사회가 바뀌지는 않는다. 노동중심 진보정치, 진보집권 목표를 향한 결단과 실천이 모아져야만 불평등 세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조직노동자들이 먼저 앞장서자. 조직노동자들은 노조 밖의 노동자들,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과 계급적으로 단결할 전략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또 보수정당과 뚜렷하게 차별화시킬 수 있는 노동진보정치의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주변화되고 무력해진 진보정치의 현실을 돌파해낼 유일한 길은 민주노조운동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내년 대선에서 실수 100만 이상의 민중경선을 성사시켜 400만 이상의 득표를 해낼 때 비로소 체념의 정치를 끝장낼 계급투표시대가 열렸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권 비판하지 않는 시민사회, 스스로 민주주의 망치는 길”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민주화 세대를 컨트롤 할 수 없게 된 상황은 소수정당과 진보에 있었던 시민사회단체, 우리 모두의 과오다” 

    일부 토론자들은 민주화 세대 혹은 586세대가 중심에 선 민주당과 현 정부가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을 쏟아냈다. 여기엔 집권한 세력 외에 정권에 대한 견제 기능을 상실한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다.

    이들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는 위성정당의 출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등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요한 징후로 봤다.

    신지예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든 것에 대해 “과거 유신정우회를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위선적인 법제도 악용은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본인들의 손으로 행한 선거법 개정의 기본 취지를 전면 부정한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 설립에 양당체제에 맞서 다당제 체제를 이루겠다고 공언해온 소수 진보정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도 위성정당 흐름에 합류했다는 점은 더 큰 위기로 진단된다.

    신 대표는 “위성정당을 만드는 행위들은 ‘촛불로 만든 정권을 살려야 하지 않냐’는 범민주당의 이데올로기적 논리 속에서 물 흐르듯 진행됐다”며 “저 스스로는 진보정당이라고 생각했던 녹색당조차도 위성정당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배지 앞에서 마음이 흔들렸다. 진보정당이라 분류했던 다른 소수정당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놀라운 것은 그 이후 이 문제를 아무도 비판하지 않고 넘어갔다는 점”이라며 “이 위선적 법제도 악용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소수의 진보정당도 강력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의 퇴보를 보여주는 장면은 위성정당뿐만이 아니다. ‘박원순 성폭력 사건’으로 또 한 번 드러났다. 한 여성단체 대표는 박 전 시장이 성폭력 혐의로 피소된 사실을 친분이 있는 민주당의 남인순 의원에게 알렸고 남인순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을 했던 박 전 시장의 젠더특보에게 알렸다. 박 전 시장은 이를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경찰은 이를 이유로 사건을 종결했다. 민주당 안팎의 인사들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상대로 2차 가해를 남발했지만,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이를 비판하는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신 대표는 “민주당과 박원순 전 시장이 좋은 일을 했고 민중과 함께 했을지라도 성폭력 사건을 일으켰다면 그 죄를 밝히고 해결해 역사에 남기는 것은 진보운동과 여성운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며 “그러나 ‘우리와 함께 했었다’, ‘과거에 동지였다’는 연민은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시민사회단체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동지애’를 이유로 비판을 주저하고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촛불을 들고 싸웠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흠결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시민사회단체의 이러한 태도는) 약자와 소수자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민주주의를 스스로 망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부 견인 못하는 약한 진보…노동·시민사회 행정과 정치 경험 쌓아야”

    민주당 정부의 우클릭 정책에 대한 지적도 나왔는데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이에 대해 “좌측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없으니 우측으로 끌려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다 진보적인 정책을 펴도록 압박해야 할 진보정당 등 진보진영이 현 정부에 대한 견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진보진영의 무능에 대한 비판과 성찰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자본주의체제와 신자유주의 체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대안은 없다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며 담론 투쟁에 집중하자는 이도흠 교수의 발제와 “차기 대선에서 100만 민중 경선을 통해 400만 표 이상을 확보해 계급투표의 시대를 열자”며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장한 한상균 위원장의 발제 내용에 대한 날선 비판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권수현 여세연 대표는 이 교수 발제에 대해 “현실에서 적용하고자 할 때 일반 시민은 뭘 하라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고, 한 전 위원장 발제에 대해선 “혁명에 대한 열망을 갖는 건 좋지만 어느 역사를 봐도 혁명을 했다고 해서 그 사회의 모든 구조와 작동 방식, 사람들의 이해방식이 변하진 않았다. 혁명을 하기 위해선 오히려 땅에 발을 딛고서 구체적인 대안과 실천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시국 대토론회가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는데 (두 분이 말한) 혁명을 이루기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은 짧다”며 “87년 이후에 자본주의 체제와는 다른, 이를 넘어서는 또 다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어떤 일들을 해왔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시민사회계에 있는 분들, 노동운동을 하는 분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들어가서 행정과 의회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고,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의 성과들을 일궈온 경험을 갖고 있는지, 또 그것을 확산해왔는지 등을 봤을 때 지금 이 논의는 너무 추상적”이라고도 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등을 통해 다른 정치를 꿈꾸는 시민사회와 노동계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정치권 안으로 뛰어들어 정치의 경험을 쌓고 유권자로 하여금 진보정치의 효용성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권 대표는 “(예컨대) 지자체 차원에서 기후위기 정책을 현실화하고 지역구 주민들에게 기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경험 없이 국회의원이 되거나 청와대 권력을 잡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며 “내년 대통령 선거도 중요하지만 지방선거에 초점을 맞춰 어떤 것을 성취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진보, 새로운 의제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진보의 한계”

    진보진영 내 계급과 민족을 중심으로 한 ‘구진보’가 새롭게 확장되는 ‘신진보’의 의제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한계로 지적됐다.

    최병현 진보 3.0 상임활동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대선 당시를 떠올리며 “박근혜 당선 저지 운동을 했는데 한 선배가 박 전 대통령을 두고 ‘칠푼이 같다’고 해서 후배들이 ‘장애인 비하’라고 지적했다. (그 발언을 한 선배는) 후배들의 지적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계급과 민족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과거 운동권은 여성, 인권, 소수자, 장애인 등 제기되는 다양한 의제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는 과거 운동권의 나이브함, 게으름”이라고 비판했다. 최 활동가는 “새로운 의제를 수용하지 못한 극단적 사건이 박원순 성폭력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을 향한 오랜 ‘짝사랑’도 진보진영의 한계다.

    최 활동가는 “기득권 카르텔의 대표자가 수구냐 민주당이냐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이미 기득권 가르텔은 민주당 정부와 손잡았고 민주당도 기득권과 전혀 싸울 의지가 없다. 진보진영은 그걸 알면서도 일방적인 짝사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비판하며 “이 문제에 대해 진보의 본진은 손을 놓고 있고 활동가도 아닌 한 개인인 진중권 교수만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은 반성해야 할 점”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진보정당의 성장을 위한 대안으로 한상균 전 위원장과 정성희 소장 등은 진보대통합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최근 선거 때마다 진보대통합론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지만 한 번도 실현된 적은 없다. 특히 일부 원외정당은 정의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느슨한 선거연대조차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수의 토론자들도 진보대통합은 실현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박석운 대표는 “진보대통합이 될 가능성은 내 간절한 희망을 담아도 10%조차 안 된다”며 “정치를 당위로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권수현 대표는 “다 모이라고 하는 것이 21세기에도 유효한 대안인지 모르겠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최병현 활동가 또한 “(각 정당이) 사회변혁을 위해 (설정한) 경로 자체가 다른데 여기에 합의가 가능한지 먼저 생각을 하고 통합을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토론회 유튜브 생중계(편파tv) 링크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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