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법원 판결은 기만"
    ‘가습기살균제 참사’ 무죄 판결 반발
        2021년 01월 13일 05: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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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연루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직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피해자와 시민사회계는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는 사법부의 판결은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전날인 12일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등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애경산업·SK케미칼·이마트 관계자 등 11명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가습기살균제 성분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주로 제조·판매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이 주로 제조·판매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있다.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관계자들을 2016년 재판에 넘겨져 2년 만에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번 1심 재판부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주로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CMIT과 MIT 성분이 폐 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동물 실험과 역학 조사 등을 했으나 폐 질환과 천식에 영향을 줬다고 결론을 내린 보고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CMIT·MIT의 인체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기업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재판부는 “각 실험을 실행한 교수와 전문가들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CMIT·MIT 사용과 사망 또는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지 못했다”며 “일부 전문가는 ‘사람에게 이미 폐 질환 등이 발생했다는 전제를 하고 CMIT·MIT 성분의 영향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동물실험을 했지만 뒷받침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CMIT·MIT가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들의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왔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직원에 대한 기소의 근거가 된 것도 환경부 종합보고서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부의 보고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모든 시험과 연구 결과를 종합하고 있는 환경부의 종합보고서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한 기존 연구에 대해 추정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일종의 의견서에 그친다”며 “이 같은 추정에 기초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가 2002~2011년 제조·판매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피해 신고자는 지난해 10월 기준 835명이다. 이마트와 애경이 함께 판 제품 사용 피해자 240명을 더하면 피해 신고자는 1,077명에 이른다.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은 입장문을 내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는 이 판결은 사법부의 기만”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이미 제품에 노출된 피해자가 있으니 피해는 분명하고 동물실험은 어떤 기전으로 제품이 건강피해를 유발하는지 확인하는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동물실험으로 검증됐는지를 따지는 어처구니없는 1심 재판부의 모습에서 피해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2019년 7월에 발표한 검찰의 수사 결과만 보더라도 가습기메이트로 인한 피해 인과관계가 확인된 피해자가 모두 97명이고, 이 가운데 세상을 떠난 12명”이라며 “사람을 죽이는 제품을 만들어 판 혐의에 그 어떤 형사 책임도 물을 수 없다는 재판부의 1심 판결로 결국 가해기업들은 면죄부를 받고 말았다”고 반발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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