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노조법 개정 추진
    “노조활동 심각하게 제약”
    20대 폐기 내용 다시 발의···ILO 협약 비준은커녕 협약 정신과 정반대
        2020년 09월 23일 05: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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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국회에서 ‘노동개악’으로 규정됐던 정부여당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등이 다시 발의된 가운데, 노동계는 “노동자 결사의 자유를 제한없이 보장해야 한다는 ILO핵심협약의 정신을 위반할 뿐만 아니라 현재 수준의 노동조합 활동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명백한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동의청원으로 노조법, 근로기준법 개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담은 전태일3법이 입법 발의됐으나, 정작 국회에는 이와 상반되는 내용의 정부발의 노조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며 “청와대와 민주당은 노조법 개악을 즉각 철회하라“고 이같이 지적했다.

    사진=금속노조

    정부는 지난 6월 30일 국회에 노조법 개정을 비롯해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제출했다. 해당 개정안들은 20대 국회 당시 정부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사용자 측에도 보상이 필요하다며 정부여당이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종사자가 아닌 조합원이 사업장 내에서 노조활동을 할 시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장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것 ▲단체협약 유효기간 최대 한도 2년에서 3년으로 상향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는 정부여당의 개정안이 노조 활동을 크게 위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금속노조와 같은 초기업단위 산별노조의 활동을 심각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정부와 언론이 대단한 전진인 것처럼 떠드는 실직자와 해고자 노조가입 허용도 이미 민주노총 조합원의 87%가 초기업단위 노조 소속인 상황에서 의미가 없다. 현안인 전교조의 합법화는 정부가 미적거리는 사이 대법원에서 해결이 났다. 남은 것은 모두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단협 유효기간 3년 연장에 대해선 “교섭권을 위축”하며, 공장 안에서 쟁의행위 금지 조항은 “쟁의권을 부정”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종사자가 아닌 조합원이 사업장 내에서 노조활동을 할 시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장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것’을 명시한 조항에 대해선 “산별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별노조 관계자가 사용자의 허락 없이는 사업장에 출입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사실상 사업장 출입을 금지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사용자의 노조파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교섭창구단일화 등과 같은 제도에 대한 개선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최근 법원에선 단체협약의 고유성을 강조하며 하청노동자의 원청사업장 내 쟁의행의 허용, 산별노조 구성원의 사업장 출입제한 불허,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무효 확인 등 현행 노조법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의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정부여당은 법원의 판단과는 전혀 다른 법안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노조는 “전태일 열사의 죽음 50주년이 되는 해에 집권당과 청와대가 이 땅 노동자에게 주는 선물이 기껏 노조법 개악이라니 한심한 일”이라며 “‘왜 이런 개악안을 들고나왔느냐’ 따져 물으니 정부는 ILO핵심협약을 국회에서 비준하려면 자본가단체를 달래 줄 선물이 필요하다고 변명한다. 정부는 결사의 자유를 인정하기 위해 노조법의 자유를 제한해야겠다는 뜻 모를 이야기를 부끄러움도 없이 내뱉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집권 민주당은 모든 노동개악법안을 철회하고 전태일3법을 즉각 처리하라”며 “집권당의 역할은 보호받아야 함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보호에 나서는 것이다. 정부는 아무런 조건 없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서울을 포함해 전국 9개 지역의 민주당 당사 앞에서 동시 다발로 진행됐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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