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부동산 7.10 대책 발표
    “큰 고기 놔두고 피라미 잡는 것” 비판
    종부세율 최고 6%, 투기성 거래 양도세율 강화 등
        2020년 07월 10일 05:4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을 골자로 한 6.17 대책의 추가 조처(7.10 대책)가 지난 시기 실패한 정책의 재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투기의 핵심으로 꼽히는 재벌 대기업 소유의 부동산엔 이번에도 칼을 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10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다주택자와 다주택 보유 법인에 대해 종부세 최고세율 6%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행 3.2%의 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12.16 대책 당시 제시한 4.0%보다도 2.0%p나 높다.

    우선 과표 94억원(시가 123억5천만원)을 초과하는 다주택자(3주택 이상과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게는 종부세 최고세율을 6.0%로 적용한다. 다주택 보유 법인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중과 최고세율인 6.0%를 적용한다.

    홍남기 부총리는 “다주택자로서 시가 30억원인 경우 종부세는 약 3천800만원, 시가 50억원이면 종부세는 1억원 이상으로 전년에 비해 약 2배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인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주택부문 종부세 납세자는 51만1천명으로 전체인구 대비 1.0%다.

    투기성 거래에 대한 양도세율도 높이기로 했다.

    2021년 이후 양도분부터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을 현행 40%에서 70%로 인상하고,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 주택의 양도세율은 현행 기본세율(과세표준 구간별 6∼42%)에서 60%로 인상하기로 했다.

    분양권의 경우도 현재 조정대상지역은 50%, 나머지 지역은 기본세율을 적용하고 있었으나 이번 대책에서 1년 미만은 70%, 1년 이상은 60%의 양도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양도세 중과는 다주택 매도를 위해 내년 6월1일부터 시행한다.

    홍 부총리는 양도세 납부 회피를 위해 증여로 돌려 발생할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로 발표하겠지만 시기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주택자의 절세 수단으로 전락한 임대등록제도를 개편해 단기임대(4년) 및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는 임대사업자에 대해 4·8년 의무 임대기간을 지키고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리면 세금 감면 혜택을 줘왔다. 다만 2017~2018년도에 등록한 기존 임대사업자가 받는 세제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

    공급확대 정책도 추진한다.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민영주택에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을 15% 할당하고 국민주택에는 공급 비율을 20%에서 25%로 높이기로 했다. 수도권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 등 수도권에 추가 중소규모 택지를 발굴할 계획이다.

    7.10대책 발표 모습(방송화면 캡처)

    “실패한 정책 재탕….큰 고기는 다 놔주고 피라미만 계속 잡겠다는 것”

    시민사회계에선 지난 시기 실패한 정책들의 재탕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책 역시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 억제와 조세 정의 측면에서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9.13 정책에서의 개인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 강화 등 이전에 나왔던 실패한 정책과 방향이 다르지 않다”고 총평했다.

    김 국장은 “법인 토지에 대한 세율 부담은 여전히 0.7%밖에 되지 않는데 다주택자에 한해서만 종부세를 강화해선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효과를 볼 수 없다”며 “이렇게 되면 불공정 과세 체계가 돼서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책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불공정 과세 체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 억제 효과도 없을 뿐더러, 조세정의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뜻이다.

    앞서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재벌들이 가진 1조 원짜리 빌딩이나, 삼성동 10조 5000억 주고 산 현대자동차 토지 같은 건 세금이 0.7%밖에 안 된다. 현대자동차는 벌써 5조 원 정도가 올라서 15조 원이 됐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세금을 올리겠다는 발표는 하지 않는다”며 “결국 큰 고기는 다 놔주고 피라미만 계속 잡겠다고 하는 거다. 피라미들이 집값을 올리는 게 아닌데 거기다가 고통을 준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종부세 인상으로 인한 임대료 인상 우려도 나온다. 최경호 한국사회주택협외 정책위원장은 “임대사업자 중엔 2년 5% 인상률 제한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임대차3법 개정 전에라도 임대료 규제 등 세입자에게 부담 전가할 수 없도록 하는 실질적인 조치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국가가 나서서 임대료 올린 돈으로 세금 받아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부동산 정책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기까진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관되게 공급 확대만을 요구해온 미래통합당은 종부세 인상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여야 정쟁만 하다가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공시지가 인상의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고가 부동산에 한해서만 시세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공시가격을 정상화하면 종부세를 인상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에도 자신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공시지가 문제엔 손대지 않았다.

    미래통합당 “시장논리와 국민정서 고려 없어”
    정의당 “부동산 투기 핵심인 대기업 보유 토지 건드리지 못해, 치명적인 한계”

    미래통합당은 벌써부터 ‘세금폭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지난 3년 동안 온갖 규제와 편가르기식 징벌적 과세를 매기는 데만 열을 올렸던 문재인 정부”라며 “시장논리와 국민 정서는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탁상공론에서 단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을 요구해온 정의당도 이번 대책 역시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근본적인 정책 전환에서 아주 중요한 대목을 빠트린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선임대변인은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 상향 조정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부동산 투기의 핵심인 대기업 보유 토지는 건드리지도 못한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며 “법인의 부동산 투기 급증으로 2007년부터 10년간 개인 토지 보유는 5.9%가 감소한 반면, 법인 보유 토지는 80%가 증가했다. 생산적인 투자로 흘러야 할 돈이 부동산 투기로 몰리는 것인데 이를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폐지에 관해 선 “말은 폐지를 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그대로 유지됐다”며 “4년 임대 및 8년 임대 아파트에 대해 신규 임대사업 등록을 받지 않는 것일 뿐이며, 기존 52만 명의 임대사업자가 누리고 있는 각종 혜택은 폐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