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결의안의 효력은 실행에서···
    [에정칼럼] 국회에 제출된 기후위기 관련 결의안들
        2020년 07월 08일 09: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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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서 연이어 기후위기에 관한 결의안을 내놓았다. 6월 30일 한정애 의원이 “기후위기 대응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틀 뒤인 7월 2일 김성환 의원이 대표로 “기후위기 비상상황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의당에서도 결의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21대 국회에서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인 것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우선 발의된 두 결의안은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 목표를 제안하고 국회 내 기후위기 대응 특별위원회를 설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민주적 참여와 의견수렴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한정애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국회기후변화포럼 소속 의원 중심으로 48명이 공동 발의한 결의안의 경우 포럼 구성 의원인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과 무소속 의원이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올해 연말에 제출해야 하는 국가 온실가스 목표에 2050 탄소 순배출 제로 목표를 포함한 정부의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정의와 형평성의 원칙을 반영하여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유럽연합의 기후비상결의안의 배경에서 강조하고 있는 생물다양성 보전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다만 탄소흡수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산림흡수원, BECCUS(Bio-Energy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핵발전과 같은 수단을 수용하는 입장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며, 명확하게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한 것도 아니고, 특위 설치 외에는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제시하진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K-뉴딜위원회 그린뉴딜분과를 중심으로 109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한 결의안은 지난 6월 5일 226개 기초지방정부 기후위기 비상선언에서 국회와 정부가 비상선언 요구에 응답하여 우선 지금이 당장 기후위기 비상상황임을 인식하고 선언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탄소순배출제로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예산 편성과 법제도 개선, 재생에너지 기반의 지역분산형 에너지체계로의 전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기후위기 대응 정책 수립 시 정의로운 전환 원칙 준수를 천명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의 86% 이상을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에서 지역기반 분산형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전개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원칙으로 삼겠다는 점에서 결의안의 방향은 좀 더 명확하다. 정의로운 전환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시킬지는 국회 안과 밖에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올해 초 공개된 2050년 장기저탄소발전전략-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에서 작성된 초안을 보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은 2℃ 시나리오만 고려하고 있다. 각 분과별로 발굴한 정책 수단을 상향식으로 조합하여 도출된 강시나리오의 온실가스 감축량은 충분하지 않고, 배출제로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현재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위해 14개의 중앙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협의체가 주관하여 대국민 의견수렴과 전문가 연속 토론회가 진행 중이다. 국회의 결의가 정부안의 2050년 목표를 상향시키고 구체적인 정책이 담을 수 있는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기대와 동시 우려가 되는 지점도 있다. 두 결의안은 2050년을 주목하고 있다. 2030년 목표에 관해서는 배경으로만 제시될 뿐 어떤 결의도 보이지 않는다. IPCC는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45% 감축을 제시하고 있다. 명칭이 어떻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특별위원회가 구성되면 특위는 향후 3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단기 목표와 정책적 대안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입법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의 목표만 제시하고 국회가 해야 할 역할을 나열한 채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특위로 이를 넘기고 있다. 앞으로 특위의 구성과 활동에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결의안의 효력이 궁금해 찾아보니 실제로 결의안대로 이행했는지 검토할 권한은 정부에도 없다고 한다. 법을 통해 당장 담기 어려운 것을 빠른 시일 내에 결의안으로 의결함으로서 실질적인 이행을 촉구하는데 역할이 있다. 법안과 같은 심의 절차는 거치지나 결국 공동선언문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두 결의안도 심의 절차가 남아있다. 국회차원에서 기후위기 비상선언과 이행 촉구 결의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법적인 효력이 없기에 실행이 따르지 않으면 선언은 공허할 것이다.

    기후위기는 이미 일상에 와있다.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의 이번 여름은 평균기온의 18℃를 웃돌아 관측일 기준 서울보다 더운 38℃를 기록했고 노릴스크의 영구동토층이 녹아 내려 열병합발전소의 기둥이 무너져 경유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농민들은 나무를 베고 다시 자라기까지 최소 6년을 기다려야 한다. 원인으로 기후위기를 지목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기후재난의 시대를 이미 살아가고 있다. 결의안의 “미래세대”라는 표현은 안일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들이 내세우는 현재의 아이들, 청소년, 청년들이 현재 미래세대로 대표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모두가 당사자라는 인식이 부재하다.

    가장 추운 지역인 시베리아에서 이번 여름에 이상고온으로 산불피해가 잦다(방송화면)

    다양한 당사자들이 연대하고 있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결의안 통과와 기후위기대응법 제정, 특위 설치, 예산편성, 법제도 개편 등을 요구해왔다. 두 결의안의 배경에는 파리협정과 IPCC 1.5℃ 특별보고서가 채택된 국제적 맥락이 중심적으로 제시되는 반면 국내 시민들의 기후운동 맥락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정부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라고 요구하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에 흐름을 탄 기후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전력이사회는 결의안이 발의된 30일,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소 자와 9,10호기 투자를 가결시켰다. 국내에서 7기의 신규석탄화력발전소는 건설 중이다. 그리고 정부는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아이러니에 맞선 강력한 결의안과 기후정치의 현실화를 기대했으나 아직은 멀게 느껴진다.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를 위한 향후 30년이 아니라 10년, 5년, 그리고 매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할 것이다. 국회는 온실가스 감축에 역행하는 정책에 제동을 걸고, 초당파적인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 결의안 발표를 시민들이 지켜보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켜볼 것이다. 결의안의 효력은 실행에서 나온다.

    [에정칼럼] 연재 링크

    필자소개
    기후결의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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