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고 기다릴 것
[낚시는 미친 짓이다 ⑥] ‘눈맛’
    2020년 06월 29일 09: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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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는 미친 짓이다 ⑤] ‘풀기’

보통 낚시에는 세 가지 맛이 있다고들 한다. 물고기를 잡았을 때 느껴지는 짜릿한 ‘손맛’, 환상적인 찌 올림을 볼 때 느끼는 ‘눈맛’, 그리고 마지막 낚시를 접으면서 그동안 잡은 물고기를 살림망을 들어 올리면서 느끼는 ‘들 맛’이 그것이다.

누구는 들맛 대신 ‘입맛’을 꼽기도 하다. 한밤중에 따끈하게 즐기는 커피 한잔의 맛과 잡은 고기를 맛있게 요리해서 먹는 맛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먹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는 ‘들 맛’이 더 좋다. 대부분 낚시인은 손맛을 잊지 못한다. 오죽했으면 인기리에 연재되고 방영된 “손맛”이라는 웹툰과 드라마도 있을까? 그러나 나는 ‘들 맛’은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워낙 많이 잡는 경우가 드물어서 그럴 것이다.

낚시인이라면 다들 알만큼 유명한 송귀섭이라는 분은 여기에 세 가지 즐거움과 쾌감을 더 한다. “자연과의 어울림, 벗과의 어울림, 붕어와의 어울림”이라는 즐거움과 “낚시를 가지런히 펼쳤을 때 기분, 낚은 붕어를 놓아줄 때 느낌, 끝난 자리를 잘 정리하고 돌아볼 때 흐뭇함”이 쾌감이라는 것이다.

나는 ‘눈맛’을 제1로 치는 편이다. 낚시란 게 이상해서 한 마리도 안 잡히다가 갑자기 입질이 무더기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거꾸로 잘 잡히다가 입질이 뚝 끊기기도 한다. 그래서 기다려야 한다. 무작정 기다림이 답이다. 다른 방법이 없다. “최선을 다하고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그리고 기다릴 것!” 그게 낚시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

강은교 시 [사랑법] 중에서)

밤새 꼼짝 않던 찌가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서서히 올라올 것이라는 그 믿음! 캄캄한 어둠 속에서 야광찌가 서서히 올라오는 것을 보는 그 황홀경. 누구는 그것을 오르가즘보다 더 한 기쁨이라고도 했다.

나는 2박 3일을 작정하고 떠났다가도 첫날 많이 잡으면 그냥 오는 편이다. 내가 많이 잡는다고 하는 것은 스무 마리 정도다. 그런데 계산을 한번 해 보자. 보통 오후 5시경, 해가 지기 전에 낚시터에 도착하는 게 좋다. 어두워지기 전에 주변을 모두 정리하고, 낚싯대를 펴고, 어느 정도 밑밥을 줄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케미컬라이트(야광찌)를 꽂고 본격적으로 낚시를 즐긴다. 그렇게 해서 중간에 잠을 자고 아침 9시경 철수하는 게 보통의 경우다. 대략 10시간 정도 낚시를 했다고 치면 한 시간에 두 마리를 잡은 셈이다. 이게 미친 짓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그리고도 좋다고 하니 제대로 미친 셈이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내가 배운 것도 ‘기다림’이다. 오늘도 나는 “최선을 다해 실천하고 나면 언젠가는 좋은 세상이 오겠지”하고 기다린다. 물론 근거는 없고, 잘 들어맞지도 않는다. 그러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던가? 누군가 나보고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라고 했다. 맞다. 근거는 없지만 ‘낙관주의’는 내 신조라면 신조다.

한때 혁명이 조만간 가능할 것이라고 착각한 젊은 시절이 있었다. 세종문화회관을 보면서 “요건 혁명이 성공하면 노동자문화센터로 써야겠네.”라는 상상도 해보고, 용인에 지방 캠퍼스가 생기는 곳에 우연히 갔다가 술김에 연못을 만드는 곳에 오줌을 누면서 “여긴 나중 노동자수련원으로 딱 어울리겠네.” 등등의 말을 한 기억도 있다. 그러나 혁명은 그리 오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전망이 전혀 안 보인다고 생각할 때 세상을 뒤흔드는 투쟁이 생겨나곤 했다.

하나의 촛불로 세상을 뒤집어엎은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돌아보면 전두환 정권 때, 합법적인 노동조합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논쟁도 있었다. 그러나 도둑같이 87년 노동자들의 거대한 투쟁이 일어났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일제 36년을 버텨왔던 사람들은 무엇으로 그 잔혹한 시대를 버틸 수 있었을까? 옥인동이나 남영동에서 고문을 당하던 사람들은 무슨 신념으로 그것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 아무리 절망의 끝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그게 중요하다. 최선을 다한 기다림, 그 끝에는 뭔가가 반드시 온다!

<침묵연습> 6

별 하나 별 둘 별 셋
하늘에 하나
물에도 하나
마음에도 하나

올라오렴 올라오렴
그리움이 깊으면
만나야 하느니

내가 너를 사랑하느니
낮에도 밤에도
저 흔들리는 나뭇잎에도
네가 있느니

소쩍소쩍 소옷쩍
올라오라
만나라
꼭 만나고 말거야
응원하고 가는 저 소쩍새

<발랑지>

경기도 파주에 있다. 16만 5천여평으로 매우 큰 계곡형 저수지다. 무엇보다 풍광이 좋다. 하지만 배스가 있어서 루어 낚시를 하기도 한다. 새끼 배스들이 떠다니는 게 훤히 보이기도 한다. 물이 아주 맑고, 저수지 안에 좌대가 없어 좋다.

입어료는 2만 5천원. 물가에 있는 좌대는 10만원이다. 3명이 가면 적당한 가격이다. 마음을 비우고, 경치를 즐기기에는 최고이지만 여성들에게는 화장실이 안 좋다는 단점이 있다. 식사는 알아서 준비해 가야 한다.

필자소개
이근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 정책실장. 정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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