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길 열어가길
    기대 받는 초대형 교회
    [그림 한국교회] 논란의 여의도순복음교회
        2020년 04월 09일 11: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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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7일자 국민일보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일예배를 온라인예배로 대체하면서 모든 현장 예배 및 모임을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대구경북지역 주민들과 의료진 및 공무원들을 위로하기 위해 10억원의 긴급의료지원금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전달했다. 또 지난 4일에는 5400평 규모의 경기 파주시 소재 영산수련원 2개동을 코로나10 경증환자들의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기로 하고 관계기관과 협의 중에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현장예배 중지를 권고한 것에 대해 교계 일각에서 종교탄압이라고 강변하는 국면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성숙한 모델이 되어서 참 다행입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하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조용기 목사를 떠올리지만 이 분만큼 교회와 사회에서 크게 논란이 된 목회자도 없습니다. “조용기 목사님을 차츰 존경하게 되었다.”(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 칼럼, 2010), “조용기 목사의 목회는 평생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향해 있었다.”(아이굿뉴스 이현주 기자, 2018)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에, “삼박자 축복의 위험은 겉으로는 축복 같지만 실제로는 저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는 데 있다.” (대구성서아카데미 정용섭 목사, 2005), “조 목사가 한국교회 번영복음의 원조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비리와 부패가 바로 번영복음이 낳은 썩은 열매다.”(고려신학대학원 권수경 교수, 2019)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조용기 목사가 정치적으로 문제인물이 되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삼선개헌 논란이 한창이던 1969년 9월, “기독교인은 성서의 가르침을 따라 날마다 그 나라의 수반인 대통령과 영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야 하며…..”라는 지지 성명을 발표한 것입니다, 그 이후 장기집권하는 박정희 독재정권을 비호한다고 비판이 많았습니다.

    1970년대, 영등포산업선교회가 영등포구 문래동 해태제과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나설 때, 회사의 초청을 받아 강당에서 설교를 하면서 영등포산업선교회를 빨갱이집단으로 몰았습니다. 특히 신학적으로도 문제가 되어 예장(통합)은 1983년 총회에서 “사이비 사건들”(조상숭배문제, 처녀부활소동, 목사안수 남발 등) 및 “삼박자구원”을 이유로 조용기 목사를 “사이비”로 규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조 목사가 만든 예수교대한하나님의성회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와 통합하여 교세가 100만을 넘어서고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비약적으로 성장하자, 보수적 교역자들이 소속 총회의 신학적 전통과 무관하게 오순절 성령운동을 수용하고 예배와 교역방법을 모방하여 번영신학과 성공주의 신앙이 한국교회의 대세로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이런 국면이 되자 예장(통합)은 그의 신학을 이단사이비 목록에서 해제하였고, 1996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김동완 총무 시절에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를 회원으로 받아들였는데 재정적인 이유가 컸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조용기 목사의 재산문제와 비리, 여성편력, 국민일보 사유화, 큰 아들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의 배임혐의 등으로 논란이 증폭되었는데, 세간의 의혹과 고발이 결정적으로 확인된 것은 2014년, 탈세와 횡령혐의로 재판을 받아 유죄와 벌금형을 받은 사건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유명한 복음주의 설교가 존 파이퍼(John Piper) 목사도 “조용기 목사가 그리스도를 욕되게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최근에도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의 비리의혹 등으로 구설수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지금도 제4부 예배(오후1시)에서 설교하며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한국기독교의 역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2013)에 의하면(109-110쪽), 하나님의성회는 미국에서 1914년 오순절계 교단인 하나님의교회(Church of God in Christ)에서 인종문제로 백인들이 분립한 교단이었습니다. 오순절계 교단의 가장 큰 특징은 성령세례를 강조하고 방언을 비롯한 각종 성령의 능력을 간구하며 열정적이고 체험적인 신앙을 추구했습니다. 1953년 체스넛과 허홍, 박성산 등을 중심으로 창립총회를 열어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가 출범합니다. 미국 하나님의성회가 인적 물적 지원을 강화하여 급속히 발전하였고, 조용기 목사와 최자질 목사의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세계 최대 규모의 교회로 성장하면서 오순절운동은 한국교회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림=이근복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958년 5월 조용기 전도사와 최자실 전도사가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최 전도사 집에서 창립예배를 드림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961년 10월에 서대문에 교회(서대문부흥회관, 순복음중앙교회)를 세웠는데, 교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수용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당시 여의도는 활주로만 이용되던 황폐한 섬으로 교통이 큰 문제였지만, 조 목사는 여의도에 예배당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하였습니다. 건축비 조달에 어려움이 컸지만 1973년 8월, 현재의 여의도예배당에서 첫 예배가 드려졌습니다.

    오늘날 이영훈 목사님이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새 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연세대 신학과와 한세대학교 신학과에서 공부한 후 미국 템플대학교에서 종교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워싱턴순복음제일교회와 일본 순복음동경교회 담임을 지냈습니다. 한국 순복음교회를 대표하는 신학자로서 한국교회에서 이단 시비를 받았던 조용기 목사의 오중복음, 삼중축복과 성령운동을 신학적으로 정리하여 일명 영산신학을 주류교회와 접목시켰습니다. 2008년 5월 여의도순복음교회 제2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후 여러 지교회들을 독립시켰고,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는 한편 통일, 사회복지, 교육 등에서 적극적으로 사회선교를 감당하고 있으며, 교회협 회장과 한기총 대표회장을 역임하였고, 2009년 이후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총회장으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는 임기가 정해지지 않은 대표총회장으로 취임하여 장기집권 논란이 있지만, 통합 이후 교단 상황이 녹록치 않아 그의 지도력을 필요로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농어촌미자립교회 지원과 해외선교는 물론이고, 2007년 평양에 심장병원 건립을 시작하였고 북한돕기에 열심입니다. 대표적 기관으로 국제신학연구원, 교회성장연구소, 국민일보, 오산리 금식기도원, 복지기관 굿피플과 엘림복지회가 있고, 교육연구소와 영성훈련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교회협 교육훈련원장으로 화해통일국장을 겸직할 때, 2011년 11월 2-5일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의 초청으로 교단장들과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여기에 이영훈 목사님도 동행하였는데, 가까이서 지내보니 소탈하였으며 북한교회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목사님은 보수교회와 진보교회가 함께 평화통일을 위해 일하자고 2010년에 출범한 ‘평화통일연대’가 자리를 잡는데 기여하였고, 공교육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사)더불어배움’의 회장으로 많이 수고하고 있습니다.

    엊그제 인천에서 중견교회를 섬기는 감리교 목사님이 제게 전화하여,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님이 4월 12일 부활주일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지도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이 목사님이 전임 조용기 목사의 의혹을 덮고 비호한다는 비판도 있으나, 원로목사의 후임자로 만만치 않은 입지로 인하여 외부에 비친 모습으로 보기도 합니다. 전광훈 목사의 광풍이 이 정도에서 잦아드는 것도 이 목사님이 태극기집회와 거리두기가 작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래서 조용기 목사가 가장 잘한 일은 세계적으로 가장 큰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세습하지 않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이영훈 목사를 후임자로 정한 것이라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서강대 명예교수로서 지금은 미국 칼빈신학대학원의 철학신학 교수로 재직중인 강영안 교수님은 저서 『믿는다는 것』(복 있는 사람, 2018. 3. 30)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믿는 믿음은 단순한 믿음의 내용을 수용하거나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방식’(a way of life)의 변화로 드러납니다.”(p. 34)“하나님만이 유일한 구원자이심을 알고, 오직 하나님만 신뢰하고 그분께 의존하고 의탁하는 것, 이것이 믿음입니다. 그 결과, 언제나 타자중심의 자기 비움, 줌과 나눔이 뒤따릅니다. 그러므로 믿음과 믿음의 열매는 떨어질 수 없습니다.”(P. 68)

    한국교회의 기복신앙은 해방 후 혼란, 분단과 군사독재, 급속한 경제개발과 소외가 빚어낸 불안과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박탈감과 물질만능 가치관에서 형성된 현세적이고 물질적인 성공주의 신앙관입니다. 이 기복신앙이 낳은 개교회주의와 물량적 성장주의, 번영신학이 명성교회 등의 불법세습의 뿌리인 것을 실감할 때가 많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교회가 치열한 성찰과 결단을 통하여 본질회복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기독교를 모색하지 않으면, 교회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이 기복신앙을 넘어 일상에서 믿음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때, 건강한 사회변화를 추동하는 온전한 신앙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우들이 더 성숙한 신앙인으로 변모한다면 우리 사회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이런 결정적인 전환점에서 이영훈 담임목사님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합니다.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 칼럼 링크

    필자소개
    성균관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 전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 역임. 전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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