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기심에 들어간 사람도 있을 텐데....”
    황교안, N번방 성착취 심각성 이해하나?
    심상정 "'시청'한 게 아니라 피해자 폭력 모의하고 부추긴 가담자"
        2020년 04월 01일 05: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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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아동을 포함한 여성의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시청한 ‘n번방’과 ‘박사방’ 가입자의 신상공개 요구가 빗발치는 것에 대해 “호기심으로 n번방에 들어왔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1일 말했다. 단순 호기심에 입장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n번방의 구조, 성착취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황 대표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n번방 참여 회원으로 추정되는 26만 명의 신상을 전부 공개 가능한지 묻자 “n번방의 대표도 처벌하고 구속했지만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오랫동안 n번방에 들락날락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가입자 중 범죄를 용인하고 남아있었거나 (범죄)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물이 공유되는 문제의 방들은 인증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유료방의 경우 200만 원 가량의 돈을 가상화폐로 지불해야 하며, 피해 여성에 대한 성적 발언 등 성범죄 행위에 가담해야 하는 그들만의 인증 절차가 있다. 무료방 또한 수시로 바뀌는 방의 링크를 개별적으로 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다. 단순 호기심으로 입장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황 대표의 ‘호기심’ 발언은 청와대 국민청원과 국회 국민청원에 수백만명의 동의를 얻은 n번방 사건의 기본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했거나, 성착취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간과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야는 일제히 황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그 범죄의 소굴에 오래 머문 사람만 처벌하면 되고, 상대적으로 잠깐 있었던 사람은 처벌을 면하게 해주자는 것이 미래통합당의 입장이냐”며 “수십에서 수백만 원을 내며 여러 단계를 거쳐 성착취물을 좇아 접속한 텔레그램 n번방의 이용자들에게는 죄가 없다고 보느냐”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텔레그램 n번방의 접속 링크는 아주 적극적으로 검색해야만 찾을 수 있고, 대다수 n번방들은 돈을 지불해야 입장을 할 수 있다”며 “n번방 사건의 참여자들은 단순히 ‘시청’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폭력을 함께 모의하고 부추기는 적극적인 가담자다. n번방의 운영자와 유포자뿐만 아니라 이용자 모두 죗값을 치러야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대표의 발언은 매우 문제적이다. 국회로부터의 응답을 기다리는 국민들은 묵묵부답인 국회 앞에 절망까지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당장 피해자와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황교안 대표는 n번방 가입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치부하고 끔찍한 범죄 가해자에게 관용을 베풀고 싶은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심각한 성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아동, 청소년을 비롯해 여성을 극악무도하게 성착취하고 이를 광범위하게 유포한 n번방 사건에 대한 으로 국민들의 경악과 분노가 깊다. 이 착취물을 향유한 n번방 유료가입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요구도 뜨겁다”며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 자격을 갖추려면 n번방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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