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기법 시행규칙 개정안
    "노동시간 단축 무력화"
    노동·법률·사회단체 "경영계 입장만 대변, 장시간노동 허용안 철회해야"
        2020년 01월 20일 07:2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대폭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고치는 것과 관련해, 노동·법조·시민사회계가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규정을 사실상 형해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주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도록 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에 관한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며, 노동시간단축 정책 무력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민변 노동위원회, 알바노조, 여성노조,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청년유니온,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에 대해 “경영계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참여연대

    노동부가 지난해 12월 13일에 입법예고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에 관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은 52시간 이상 노동이 가능한 이유를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가 발생하고, 이를 단기간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나 손해가 초래되는 경우’ 등과 같이 경영상의 사유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용자의 판단 하에 경영상의 사유가 있다면 주52시간 넘게 일을 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 시행규칙에서 특별연장근로는 ‘천재지변 등 자연·사회적 재난’에 한정했다.

    당초 정부는 2018년 기준 1인당 평균 노동시간(1,967시간)이 OECD 최고수준에 달하는 지적을 수용해 주52시간 상한제, 노동시간 특례업종 축소(26→5개) 등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근기법 개정 2년도 지나지 않아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해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정책들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단체들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 등이 포함된 것에 대해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업무량 증가가 없더라도 사용자가 낮은 수준의 업무량을 ‘통상적’이라고 주장하며 지속적인 연장근로 승인을 요구할 수 있는 등 사용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법정노동시간을 무력화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단체들은 “노동부가 자의적인 해석으로 무제한적 장시간 근로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종 제한 없이 ‘경영상 사유’를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으로 보겠다는 것 또한 “특례업종을 축소한 개정법의 취지에도 반한다”며 “근로기준법이나 시행령에 위임의 근거가 될 규정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시행규칙에서 특별연장근로 허용 사유를 광범위하게 정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동자 건강권 보호 조치 역시 실효성이 없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근로시간 연장 기간을 ‘특별한 사정에 대처 등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최소한의 기간’이 어느 정도의 기간을 의미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아 사용자는 실질적으로 무제한으로 연장 기간을 신청할 수 있다”며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이 사용자에게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지도할 수 있도록 하지만,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짚었다.

    아울러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노동시간을 단축하고자 하는 사회적 흐름에 역행하고, 장시간 노동을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방향과는 모순된다”며 “장시간 노동·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의 실효성을 높이고 정착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며 시행규칙 개정안을 즉시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