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불평등한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 92.5%
노동현안과 정책, 1,243명 설문조사
    2020년 01월 14일 03: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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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10명 중 9명이 한국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불평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10명 중 3명도 되지 않았다. 이들은 불평등 심화의 원인이 ‘정부’와 ‘재벌’에 있다고 판단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연대조직인 ‘비정규직 이제 그만 1,100만 공동투쟁’은 14일 오전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15층 교육원에서 비정규직 당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은 비정규직 노동자 1,243명을 대상으로 2일부터 9일까지 진행됐다.

설문조사 자료 캡처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 92.5%는 한국사회가 ‘불평등한 사회’라는 봤다. ‘평등한 사회’라는 응답은 7.5%에 그쳤다.

새해엔 비정규직의 처우가 나아져 불평등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보는 노동자는 30.3%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부정적 전망은 69.7%나 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자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불평등 심화’의 가장 큰 원인이 ‘정부’(41.6%)에 있다고 봤다. 그 다음으론 재벌(경영계)이라는 응답이 32.9%였고, 국회(20.8%)와 양대노총(4.7%)이 뒤를 이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근로기준법조차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절반(55.2%)이 넘었는데 법을 어기는 기업과 법을 준수하도록 관리·감독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반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평등을 심화하는 원인으로 정부를 꼽은 만큼,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가장 필요한 것 역시 ‘정부의 의지’(52.3%)라고 판단했다. ‘비정규직 노조 및 연대 강화’라는 응답은 18.9%로 그 뒤를 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도 76.7%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는 23.3%에 그쳤다. 이 같은 내용의 노동정책의 평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탄력근로제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의 변질, 기업의 불법파견 묵인 등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 대부분(85.9%)이 정부 출범 초기엔 노동존중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현재의 노동정책에 대해선 76.7%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3.3%였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1호 정책이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과 관련해, 비정규직 당사자(82.4%) 대부분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해결하고 있다’는 27.6%.

비정규직 제로정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으로는 응답자의 70.6%가 ‘자회사 전환방식’이라고 밝혔고, ‘상시지속 업무의 기준’이라고 답변한 응답자도 14.4%나 됐다.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추진된 산입범위 확대가 실질임금 상승을 막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저임금은 비교적 많이 인상했지만, 산입범위 확대로 기대한 것보다 소득이 늘지 않았다’는 응답이 60.8%나 됐다. 산입범위 확대가 최저임금 상승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는 노동계의 우려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탄력근로제 확대 등 주52시간 상한제에 따른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해서도 최저임금과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주52시간 시행은 잘한 일이지만, 탄력근로 확대는 잘못한 일이다’는 응답은 48.0%였고, ‘탄력근로 확대로 노동시간 단축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는 답변도 26.5%나 됐다.

‘누더기 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건강권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법 시행 후 직장의 안전보건 문제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무려 73.4%나 됐다.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위험의 외주화 금지’ 답변(54.4%)이 가장 많았다.

다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기대를 완전히 접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노동문제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노동존중 공약을 일부만 지키고, 친재벌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34.8%)과 노동존중 공약을 다 지키지는 못하겠지만 친노동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일부 긍정적 전망(33.8%)이 팽팽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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