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자유당 불참 속
    ‘개인정보 3법’ 통과시켜
    '개인정보의 상업화'···민주당 대다수 찬성 일부 기권, 정의당 등 반대
        2020년 01월 10일 12: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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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정보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기업에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인정보3법’(데이터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인정보3법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규제를 대폭 완화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시민사회계와 일부 정치권에선 “인간성의 일부인 개인정보를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넘겨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10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개인정보3법을 포함해 198건의 법안을 상정해 처리했다. 이로써 기업은 이윤 추구를 위해 개인의 신용정보, 질병정보 등에 광범위하게 접근하고 활용, 판매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정부여당이 ‘데이터3법’이라고 지칭하는 개인정보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이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가명처리한 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상업·산업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도 가명처리한 신용정보를 통계작성, 연구 등 상업·산업적 목적으로 정보주체 동의 없이 민간기업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보호 관련 내용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으로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3개 법안에 대해선 정치권 안팎으로 ‘정보인권’ 훼손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다. 가명화한 개인정보라도 재식별이 가능해 정보주체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라고 볼 수 있는 가명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민간기업의 돈벌이 목적으로 활용하도록 허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는 개인정보3법 모두 압도적인 찬성표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내에서도 소수 의원들이 개인정보3법에 반대하거나 기권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했지만 압도적 다수는 당론에 따라 찬성했다.

    3법 중 정보통신망보호법 개정안이 가장 먼저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표결 결과는 재적 295인, 재석 155인 중 찬성 137인, 반대 7인, 기권 11인이었다. 민중당 김종훈·민주평화당 박주현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여영국·윤소하·이정미·추혜선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원내 진출한 진보정당 의원은 대부분 반대한 것이다. 기권은 민주당 기동민·김상희·남인순·박용진·서형수·설훈·신경민 의원, 정의당 김종대 등이다.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도 재석 152인 중 찬성 114인, 반대 15인, 기권 23인으로 무난하게 국회를 통과했다. 반대표는 민주당 김두관·우상호 의원, 바른미래당 임재훈·장정숙·최도자, 민주평화당 박주현 의원, 정의당 의원 전원, 무소속 천정배·정인화 의원이 냈다. 이 밖에 민주당 강훈식·권미혁·기동민·김상희·김영춘·김현권·남인순·박완주·박용진·박찬대·서형수·송옥주·신동근·위성곤·이재정·전현희·정춘숙·진선미 의원이 기권했고, 바른미래당 박선숙·신용현 의원,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 등이 기권표를 냈다.

    3법의 핵심법안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재석 151인 중 찬성 117인, 반대 13인, 기권 21인의 결과가 나왔다. 마찬가지로 정의당 의원 전원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반대표를 냈다. 민주당에선 김두관·우상호 의원만 반대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 민주평화당 박주현 의원, 무소속 정인화·천정배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강훈식·권미혁·기동민·김상희·김영춘· 김철민·남인순·박용진·백재현·서형수·설훈·심기준·오영훈·우원식·윤일규·이재정·전현희 의원은 이 법안의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주도한 개인정보3법은 거대양당에는 비쟁점 법안이었다. 정부여당은 4차 산업혁명을 명분으로, 혁신성장의 구호 아래 개인정보3법 처리를 서둘렀고, 자유한국당 또한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유사한 법을 추진한 전례가 있어 개인정보3법 합의에 적극적이었다.

    개인정보3법을 당론으로 반대해온 정의당은 “매우 유감”을 표명했다. 강민진 대변인은 전날인 9일 국회 브리핑에서 “데이터3법의 통과는 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이 국민의 기본권을 저버리고 기업의 이익에 손을 들어준 행보로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이같이 비판했다. 여영국 원내대변인도 “기업이 개인정보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길을 국회가 열어준 셈”이라며 “국회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개인정보보호 방안 등을 조속히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평화당은 이승환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정부는 기업의 이윤과 사회의 공익적 이익을 위해 충분한 안전장치도 없이 정보주체의 권리를 희생하도록 강요한다는 우려에 대처할 수 있는 제도를 조속히 마련하고 보완하는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계는 “국회가 정보인권을 포기했다”며 “이번 개인정보 3법 개악은 20대 국회 최악의 입법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박근혜 정부 때 야당으로서 한 목소리를 내어 정보인권을 주창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인권에 대한 철학도 신념도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 금융정의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 민변, 민주노총,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은 10일 공동성명을 발표해 “이제 기업은 현대인들의 삶의 터전이라는 인터넷의 모든 곳을 관리하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흔적인 ‘데이터’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얼마든지 결합하고 공유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질타했다.

    이 단체들은 “그동안에도 고객 정보를 수집해온 금융기업 등 일부 관련 기업들은 환호할 것이고 데이터산업의 부가가치는 일부 기업에 집중되겠지만, 정보주체인 국민들은 개인정보 권리 침해, 데이터 관련 범죄 증가, 국가와 기업의 국민 감시 및 차별 심화 등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며 “가장 사적이고 민감하여 보호받아야 할 각종 질병 정보, 가족력이나 유전병 정보 등 건강정보에 의료 관련 기업은 물론이고 의료와 관계없는 온갖 영리기업들도 접근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SNS에 올린 정보들도 신용평가에 활용될 것이며 기업들은 이렇게 수집하고 축적한 고객 정보들을 결합·가공해 팔아 수익을 내거나, 고용이나 보험금 지급 등에 활용할 것”이라며 “기업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손쉽게 고객을 통제할 수 있게 되지만, 정보 주체인 국민은 이런 기업에 대응할 법률적 수단이 사실상 없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계는 개인정보3법에 대해 헌법소원과 국민캠페인 등을 동원해 재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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