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류서비스법 놓고,
서비스연맹과 공공운수노조 이견 표출
수급조절제 적용 불합리 vs 번호판 사고파는 행위 등 규제 필요
    2019년 12월 06일 11: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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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물법)을 놓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공공운수노조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비스연맹은 “택배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생물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이지만, 공공운수노조는 “택배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법이라며 졸속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2일 발의한 생물법은 “전자상거래의 발달 등으로 택배 등 배송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육상 화물운송에 관한 유일한 제도인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법)은 차량의 공급, 운송·중개에 대한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운송을 위한 차량뿐만 아니라 물품의 신속한 분류와 배송을 위한 정보망, 시설 등 체계적인 시스템이 요구되는 택배서비스와 관련된 사항을 기존 법령에 함께 규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존의 화물법이 담고 있는 차량 공급 등에 관한 규제를 완화해 급격하게 성장하는 택배 시장에 맞는 별도의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생물법에 관한 서비스연맹과 공공운수노조의 이견은 공급기준 적용 여부 등에 있다.

화물법은 수급조절제를 통해 화물·택배차의 증차량을 관리하고 있다. 매해 화물자동차운수사업공급기준심의위원회를 열고 신규허가율, 시장 물량 등의 여러 상황을 파악해 영업용 화물차량에 대한 번호판을 얼마나 지급할지에 대해 결정한다.

수급조절제 적용 불합리 vs 번호판 사고파는 행위 규제 필요

택배업에 수급조절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한 규제라는 게 생물법을 지지하는 측의 입장이다. 택배시장의 성장으로 매해 택배노동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급기준심의위가 영업용 번호판을 제한하면서 그만큼 불법 자가용 번호판이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비스연맹은 6일 낸 성명에서 “택배운임 결정 구조는 택배노동자와는 전혀 무관하게 택배회사와 대형거래처의 결정에 의해 이뤄지는 구조라 ‘화물차 수급조절’에 의해 운임이 결정되는 화물운임구조와는 다르다”며 “그럼에도 택배는 화물수급조절제 적용을 받아 수많은 택배노동자들이 영업용 번호판이 아닌 자가용 번호판을 달고 배송하다 처벌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김진일 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도 이날 레디앙과 통화에서 “현 제도의 미흡함으로 택배기사들은 불법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택배사와 정부도 잘못된 것을 알기 때문에 택배 번호판을 사실상 신고제로 바꿔서 택배사와 계약을 맺은 것만 확인되면 번호판을 발급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생물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공공운수노조는 불법 자가용 택배 문제 개선의 방향이 무한증차여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회사의 번호판을 사고파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한대로 번호판을 지급하면 택배노동자들 사이의 무한경쟁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다.

수열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은 “택배 물량이 늘어나는데다, (수급조절제 때문에) 어쩔 수없이 자가용 영업하는 거 알고 있기 때문에 매해 증차를 허가했다. 지금도 택배노동자가 택배사와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번호판을 주고, 화물차에 비해서 신규허가가 쉽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급기준심의위원회에서 번호판을 계속 발급을 해주고 있는데 그 많은 번호판은 어디가고 여전히 불법 자가용 택배가 존재하겠나”라며 “택배노동자들이 수급조절제 때문에 고용상태가 불안한 게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택배·화물사 등이 정부가 지급하는 영업용 번호판을 택배·화물노동자 개인에게 불법적으로 사고팔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부는 불법 자가용 택배·화물차를 줄이기 위해 2만 여대의 집배송 차량에 대해 ‘배자 번호판’을 택배·화물사 측에 발급하고 택배·화물노동자에게 배분하도록 했었다. 그러나 회사 측이 배자 번호판을 불법 전용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배자 번호판을 불법 자가용 차량이 아닌 합법적 영업용 차량에 부착하고 해당 차량에 부착돼있던 영업용 번호판을 다른 화물차에 판매하는 식이다. 이후 정부는 노동자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번호판을 발급하도록 했다.

문제는 생물법이 직영을 전제로 하면 택배사에게 무한대로 번호판을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수열 정책기획국장은 “생물법은 직영 전제로 하지만 택배사가 번호판을 받도록 하고 있다. 직영이라는 건 노동자를 고용한다는 것인데, 노동자와 고용관계가 끝났을 때 (정부가) 번호판 회수한다는 조항이 없다”고 짚었다. 택배사가 정부가 지급한 번호판을 불법 전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 교육선전국장은 “(택배사가 번호판을 불법 전용해 불법 자가용 택배가 늘어난다는 주장은) 추측이다. 그런 주장에 대한 근거 자료도 없다. 불법 자가용 택배가 늘어나는 건 택배기사가 늘어나는 상황을 공급기준심의위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택배 영업판이 다른 용도로 전용될 것에 대해선 관리, 규제에 대한 내용이 생물법에 들어가 있다”며 “이 법은 택배기사들을 위한 규제완화”라고도 했다.

생활물류서비스와 관련된 국토부 장관이나 행정기관 장의 업무 일부를 관계기간, 단체, 법인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 내용도 이견이 크다.

현행 화물법은 5톤 이상 화물차에 한해 ‘일반화물협회’(사업자단체)가 화물차 신규·변경 허가 등 관련 행정업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협회가 행정처리를 대가로 화물노동자에 대한 금품요구, 번호판 강제탈취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택배의 경우 정부, 지자체 등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생물법은 택배 또한 “관계기관․단체 또는 법인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김진일 교육선전국장은 “화물이나 용달은 개인사업자이지만 화물협회가 기사들에게 갑질을 할 수 있지만, 택배는 특정 협회로부터 규제를 받을 수 없다. 그런 우려는 기우이고 추정”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행정사무 위탁 문제는) 지엽적 문제”라면서 “그 부분까지는 깊이 있게 검토가 안 돼 있다”고도 했다.

택배노동자의 권리 보호 필요 vs 생물법 구체적 내용은 문제점 많아

서비스연맹은 생물법의 핵심을 택배노동자에 대한 택배사와 대리점의 갑질 규제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리점이 택배노동자에게 요구하는 수수료 문제가 꼽힌다. 택배노동자들은 위수탁계약을 맺고 있는 대리점에 영업점 관리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내야 한다. 문제는 수수료를 점장 재량으로 결정하는 탓에 대리점마다 적게는 3%에서 많게는 30%까지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원청인 택배사는 ‘수수료 갑질’ 문제에 대해 대리점과 택배노동자 간 문제로 치부하고 통제하지 않아왔다.

김진일 택배노조연대 교육선전국장은 6일 <레디앙>과 통화에서 “대리점과 택배사의 갑질로부터 택배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생물법의 핵심”이라며 “원청에 책임성을 부여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연맹도 이날 성명에서 “생물법은 택배사에게 대리점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를 부과하며, 점장 마음대로 정한 수수료, 일상적 계약해지 위협 등 온갖 갑질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했다”고 밝혔다. 생물법을 통해 택배사가 대리점을 감독해 수수료 갑질 문제 해결에 대한 책임성을 부여하겠다는 뜻이다.

공공운수노조 또한 택배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한 법안 제정에 반대하지 않지만, 생물법의 구체적 내용이 노동자 권리보호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한편 오늘 생물법 관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공청회가 개최됐으나 이 법안에 반대하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배제된 채, 서비스연맹만 참석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생물법의 졸속처리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생활물류서비스 노동자들의 권리 증진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현재 제출된 법안이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의견을 정부와 여당에 수차례 전달했다”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리는 생활물류서비스법 공청회에도 이 법에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하는 노동자는 단 한 명도 초대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 법이 생활물류서비스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위한 법이어서 반대하는 노동자는 없는 양 우리의 존재를 지우고, 거짓에 기반해 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반면 서비스연맹은 “미진하더라도 해당 산업에 법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생물법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표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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