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A에서도 노조파괴 문건,
    노조 설립하자 바로 탄압 진행
    직장폐쇄, 징계·해고, 복수노조 악용 등 시나리오대로 진행
        2019년 12월 05일 04: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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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자동차 휠 생산전문업체 ASA(주)에서 악질적 노조파괴를 벌인 유성기업, 갑을오토텍 등과 유사한 노조파괴 문건이 발견돼 논란이 예상된다.

    금속노조,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을 만들면 탄압과 버티기로 노조를 고사시키고 다시 열악한 노동현장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우리는 정당한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사측의 노조파괴 범죄행위를 강력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광주에 본사를 둔 ASA는 완주, 김제, 금산의 생산 공장을 두고 한국GM, 쌍용자동차 등에 자동차 휠을 생산해 납품하는 업체다. 노조에 다르면, 지역 공장마다 법인은 분리돼있으나 실질 사용자는 유동기 대표이사다.

    ASA 현장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는 맞교대 업무체계 등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디며 일해 왔다.

    차덕현 금속노조 전북지부장은 “현장의 온도가 40~50도에 육박해 2시간만 일해도 쓰러질 정도인데, 그런 상황에서 12시간씩 맞교대로 용해로에서 일하고 있다. 이렇게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식단이 명함만한 물미역 하나, 손가락 반 마디만한 김치 5조각, 쌀밥이 전부”라며 “일하다가 손가락이 잘리면 오른손에 잘린 손가락을 쥐고 왼손으로 핸들을 잡고 운전해 병원으로 가는 게 ASA의 현실”라고 지적했다.

    그러던 중 회사는 기존 600%의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지난 7월엔 자동차 시장 불경기를 이유로 한 대대적 인원감축을 예고했다. 이에 반발한 ASA 정규직 100여명과 사내하청노동자 20명은 지난 8월 1일 노동조합(금속노조 ASA지회)을 설립했다. 회사는 속전속결로 노조파괴 작업에 나섰다.

    차 지부장은 “현장 직원들의 복리후생, 노동조건 환경 변화, 안전보호구 장치 등 무엇 하나 제공하지 않던 회사가 노조를 만들었더니 지역의 유명한 변호사들로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노무사와 용역깡패를 고용했다”고 말했다.

    노조가 지난달 확보해 이날 공개한 회사 측의 노조파괴 문건엔 유성기업과 갑을오토텍 등에서도 자행된 악질적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건에 따르면, ASA는 ‘불법파업 돌입 시 조치사항’에서 “불법 쟁의행위 중지 가처분 신청, 불응 시 퇴거불응죄 고소, 직장폐쇄” 등을 적시했다. ‘직장폐쇄 시 조치사항’에 대해선 “불법쟁의 행위 대응으로 대체근로 투입 및 신규채용 투입”하고, 파업을 한 조합원에 대해선 법적조치 및 징계조치로 “민·형사 및 징계(해고)처분 조치”한다고 밝혔다.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할 어용노조 설립 계획도 포함돼있다. 문건은 “한노(한국노총) 단일화 절차”를 진행한 후 한국노총 과반수 교섭대표 노조로 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문제를 제기해도 “불사하고 추진”해 “대법원 판결 최종 확보”한다고 적었다.

    문건에 나온 노조파괴 계획은 현장에서 거의 대부분 그대로 진행됐다. 노조 설립 보름 만에 지회장 등 노조 간부 4명을 부당전보하는 등 사실상 해고했고, 현장 조합원은 개별 면담을 통해 폐업을 언급하며 탈퇴를 압박했다. 노조 설립과 함께 해고한 기존 경비 자리는 모두 사설 용역으로 채워졌다. 용역들은 해고된 노조 간부들의 출근을 저지하는 일을 했다.

    노조가 최초로 교섭을 요구한 날은 8월 19일이지만, 회사는 어용노조를 대표교섭단체 노조로 만들기 위해 10월까지 시간을 끌었다. ASA는 어용노조(113명)가 금속노조(104명) 수보다 많아진 11월 8일 대표교섭노조 확정 공고를 냈다.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교섭대표 노조로 금속노조로 판단했지만 회사는 여전히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은 불법행위가 명시된 해당 문건을 ‘통상적 경영행위’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ASA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노동부 전주지청은 지난달 28일 ASA 본사와 완주 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으나 회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은 교섭을 요구하며 두 달 가까이 천막농성 중이다.

    김필수 ASA지회장은 “17년 다니던 회사에서 노조 만들었단 이유로 해고하고 쫓겨나고 천막 생활한 지 79일”이라며 “회사는 지노위의 시정권고도 무시하고 노동청의 압수수색에도 지노위 판결의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법도 무시하고 불법을 자행하는 자본을 처벌하지 못하는 게 나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회장은 “우리는 대기업의 임금과 복지 원하는 게 아니다. 힘들면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고 목소리를 내고 싶은 것 뿐”이라고 했다.

    한편 여영국 의원은 “이번에 발견된 악명 높은 노조파괴 시나리오 문건에는 쟁의에 대응하는 직장폐쇄부터 사용자 측 노조와의 단협, 생산의 외주화까지 세밀하게 계획돼 있어 제2의 창조컨설팅이라고 할만하다”며 “노조파괴 문건의 실체가 확인된 만큼 고용노동부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신속한 수사와 처벌로 노조파괴를 엄단하고, 현장의 평화가 다시 찾아 올수 있도록 노동부는 자기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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