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에필로그 :
2라운드의 종 울리기 전
[조카에게 들려주는 이모 분투기⑦] "근로감독관에게 뒤통수를 맞다"
    2019년 11월 26일 03: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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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에게 들려주는 이모 분투기⑥] 돌고 돌아 일단 한국으로

‘조카에게 들려주는 이모 분투기’에서 다룬 이야기는 지난 1년간의 체험기다. 아쉽게도 ‘식품, 호텔, 요식, 캐터링서비스, 연초 및 유사산업 국제노동조합연맹(국제식품연맹 혹은 국제식품노련, IUF)’은 아직 내게 체불퇴직금을 주지 않았다. 따라서 앞으로도 미지의 무언가를 더 겪어내야 한다는 말이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노동부 진정사건 처리결과 유감

10월 15일 레디앙 연재가 시작됐을 때 8월 23일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던 ‘IUF 연차수당 및 퇴직금 체불 사건’은 진행형이었다. 매주 연재된 글은 10월 9일자 초고를 좀 더 손본 뒤 올린 것으로 그 초고에는 이미 ‘에필로그’도 있었다. 당시 ‘에필로그’의 ‘톤’은 진정사건 처리기한이 11월 6일까지 한 차례 연장된 것과 우호적(!?)이라 생각했던 근로감독관의 태도를 감안한 것이었다.

약 9개월을 돌고 돌아 노동부 진정을 선택한 것은 ‘메아리 없는 외침’이래도 그 축적한 시간을 더해 (IUF 사무총장의 반응을 보건대) 국가가 보증하는 ‘뭔가’를 보탠다면 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내 진정사건은 10월 28일자로 ‘위반 사실 없음’으로 종료됐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에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는 내 유보적 발언에, 한 선배는 ‘너 뒤통수 맞았어. 그것도 아주 세게!’라고 확인해주셨다. 초고 에필로그를 날리고 이 얘기로 대신하려 한다.

서울남부지청의 근로감독관과 9월 23일 대면조사를 마친 뒤, 그의 친절한(?!) 태도에 힘을 얻었고 어떻게든 ‘피진정인’의 출석조사가 이뤄지도록 내 편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러던 중 10월 7일과 28일 두 차례 그와 전화 통화를 가졌었다. 7일 들었던 그의 말이다. ‘조사 때도 계속 말했지만 진정 정도로는 꿈쩍도 안 할 것 같은 사람들이니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이 좀 더 압박이 될 것 같다.’ ‘(진정인이) 원하지 않으면 (사건을) 종료하지 않겠다.’ 고마움을 표하며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고 든든했다.

7일 통화를 바탕으로 28일 유선으로 다시 몇 가지 후속 문의를 이어갔다. 그때 그의 말이다. ‘본부 및 과장님과 얘기했는데 (내가) 고소장 제출하지 않으면 사건을 종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래서 나는 고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고, 내 추가 문의에 대해 그는 시종일관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납득 가능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랬는데! (아마도 통화를 했던) 바로 그날 근로감독관은 (내 고소장 제출 의사는 물론 전제-고소장 제출 유무-를 달았던 윗분들의 지시사항도 무시하며) 사건을 (급하게!?) 종료해버렸다. 그 사실을 다음날 무심코 접속한 고용노동부 민원마당 사이트에서 알게 됐다. 당황스런 마음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의 말이다. ‘상대가 출석에 불응, 더 이상 진정 사건을 이어갈 수 없을 때 통상 쓰는 표현이며, 이 결과가 고소장 제출과 수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위반사실을 단정할 수 없음’이라고 쓰는 편이 낫지 않은가, 따져 물었다. 허나 그의 답변은 반복됐다.

10월 31일 우편물로 ‘결과지’를 받고서 알게 됐지만, 29일 통화했던 그날 (내 따져 묻는 상황을 ‘우선’ 벗어나고자) 감독관이 내게 물었던 ‘급여 지급 관련 의문사항’이 “… 법 위반 사항이 없음이 확인되어 사건을 종결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로 시작되는 결과지에서 하나의 근거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른 채 나는 그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기 전 “제출 자료를 꼼꼼히 검토해줘서 고맙다.”는 말까지 했다. 그래서였을까? 의아하다 싶을 정도로 감독관은 좀 과장된 표현을 쓰며 말했다. “***, 이 ‘놈’이 오기만 하면 부정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근로감독관(고용노동부)에 묻고 싶다.

먼저, (진정인이)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으면 사건을 종료하라는 ‘지시’와 (진정인이) 고소장을 제출하겠다는 ‘의사’에도 불구하고 근로감독관이 갑자기 사건을 종료해버리는 것은 심각한 지시불이행과 권한오용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가?

둘째, ​피진정인이 출석에 불응해 진전된 수사가 불가능할 경우 사건을 종료하되 ‘위반 사실 없음’이라고 기재하는 것이 정말 통상적인 표현이 맞는지, 그리고 이런 결과지를 갖더라도 이후 고소 단계에서 전혀 ‘불리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고소인은 기대할 수 있는지?

셋째, 진정인이 제출한 증빙 자료에 대한 ‘소명’을 사전 청취하지 않고 사후에 함으로써 (고소장 제출 이후 수사는 둘째 치더라도) 이번 진정사건 처리 ‘결과’에 전혀 반영될 수 없게 한 것은 진정인의 체불퇴직금 청구권을 무력화시키는 인권 침해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더 나아가 ‘위반 사실 없음’이라는 결과의 근거가 기존 판례와 증거자료로 입증 가능한 것임에도 이를 미리 살피지 않고 불필요한 쟁점을 ‘글’로 기재함으로써 비윤리적이고 위법한 ‘먹튀’ 사용자에게 면죄부를 주어 진정인의 ‘청구권’을 희석시킨 월권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넷째, 사건의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진정인의 자료 포함 출석 조사에서 꼼꼼히 조사한 것과 ‘꼭’ 같은 무게로 해외에 있더라도 해당 피진정인의 출석을 강제, 수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진정한 ‘중립’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그리하여 설사 이번 사건에 참고할 만한 전례가 없더라도 ‘위반 사실 없음’ 같은 무책임한 기재 대신, “피진정인의 출석 불응으로 진전된 수사를 진행할 수 없어 법 위반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이 어렵다.” 혹은 “법 위반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한 진전된 수사를 진행하려면 해외에 거주하는 피진정인의 출석이 선결되어야 한다.”로 기재하는 것이 그토록 주장했던 ‘중립’의 합당함이 아닐는지?

위 질문의 일부는 11월 6일 국민신문고 3차 민원의 주된 내용이다. 덧붙여 대한민국의 강행규정을 무시하는 IUF 관계자가 출석 조사/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 대한민국의 법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11월 25일 현재)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관련 글 링크)

고소장을 제출한 뒤에도 IUF가 계속 출석에 불응한다면 (바꿔 말하면 대한민국이 자국의 법을 무시하는 일개 사용자 하나도 강제하지 못하는 ‘실력 없음’을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드러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여전히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내 일방의 진술을 채택할 수 없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럼에도 (비관하고 싶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내 뒤통수를 후려친) 근로감독관이 ‘위반 사실 없음’의 그 근거를 ‘글’로 기재했기에 나는 ‘그것이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고소 단계에서 ‘철저히’ 입증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다행히 그 ‘결과지’를 정정할 수 있다면 불가피하게 지체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물론 (또) 내 뜻대로 안 될 경우도 고려한다면 ‘계획’이 전면 수정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 최종 목적지, ‘IUF로부터 체불퇴직금을 받아내는 것!’은 그대로다. 내가 처한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면서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과 방법을 궁구해볼 생각이다.

이 싸움의 씨앗은 2014년 IUF 아태지역총장이 개악한 근로계약서지만 그것에 서명했던 내 어리석음도 한몫 했으니, 어쩌면 이 모든 과정 중에 마주할 수 있는 ‘적’은 오히려 내 안의 여백 부족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내가 마주한 상황은 작년 10월부터 최근의 노동부 진정 결과까지 ‘이제야’ 제1라운드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싶다. 잠깐의 휴식을 갖고 제2라운드 종은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울릴 것 같으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번외: 차별 유감

IUF에서 짤린 뒤 퇴직금을 못 받아 애 먹고 있다니까 사람들은 말했다. ‘취업규칙’이나 ‘사무처규정’을 보라고. 허나 나는 IUF 규약과 IUF 아태지역 운영규정만을 알 뿐이다. 거기엔 주요의사결정기구와 임원의 역할 등이 명시돼 있고, (내가 아는 한) IUF의 발전과 그 가맹조직들의 이해와 노동(인)권 실현을 위해 일했던 IUF 스탭의 처우나 노동조건 같은 것은 적혀 있지 않다.

왼쪽은 IUF 규약 표지, 오른쪽은 IUF 아태지역 운영규정 표지

그와 같은 ‘취업규칙’이나 ‘사무처규정’ 등이 있었다면, ‘보직’에 따른 권한은 주지 않고 일방 ‘책임’과 ‘희생’만을 강요했던 아태지역총장의 독단적인 조직운영이나 해고와 갈등을 야기한 편파적인 스탭관리감독, 더 나아가 사용자 쪽 한 인사노무담당자를 ‘친구’라고 호명하며 노사교섭에 대한 그의 코멘트를 가맹조직의 말보다 더 무게를 두었던 개념 없음에 문제를 제기하고 해고됐을 때, 징계(해고) 관련 규정 같은 게 있었다면 그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항의해 ‘공식’ 기록이라도 남길 수 있었을지 모른다.

오직 ‘근로계약서’에 따라 어느 일방이 계약을 종료(해고 혹은 자진퇴사)할 경우 3개월 전 서면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만이 ‘고용 유지 혹은 중단’의 기준이었다. 고로 인사권자의 ‘변덕’에 따라 한칼에 날아갈 수도 있는 처지였던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IUF 스탭으로서 해야 할 일보다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인사권자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전근대적인 노사관계가 100년 역사를 가진 IUF에 도사리고 있었던 셈이다.

제네바 본부는 어떤지 모르겠다. 다만 아태지역총장이 (핑계 혹은 거짓이 아니라면) ‘본부 (스탭 관련) 규정에 아태지역조직도 맞춰가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나 제네바 주정부에 등록된 국제NGO인 만큼 ‘취업규칙’이나 ‘사무총국 규정’ 등 필요 서류들을 구비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그렇다면 ‘차별’ 아닌가? 밖에 나오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기회가 된다면 체불퇴직금을 받아내기 위한 ‘전술 운용’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른 경로로 제기해볼 참이다. 그래서 된다면, 나와 나보다 앞서 2014년 말 통째로 사라졌던 IUF 인도네시아 프로젝트 사무소와 5명의 스탭들, 이후 ‘변덕’과 소위 ‘조직보위’를 위해 해고됐던 다른 나라 스탭들은 비록 사라졌지만 ‘기록’이라도 남겨, 누군가 관심 있거나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이들이 참고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으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연재를 허락해주신 레디앙에 감사드린다.

필자소개
전 IUF 아태지역 한국사무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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