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국민신문고에서 노동부 진정까지
    [조카에게 들려주는 이모 분투기⑥] 돌고 돌아 일단 한국으로
        2019년 11월 20일 01: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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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카에게 들려주는 이모 분투기⑤] “All for One, One for All”

    답을 줄 듯 하다 멈춰버린 스위스연방정부와 시종 일관 답이 없던 국제노동계를 경험하면서 많이 괴로웠지만, (앞서 말한)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를 공적 기관들이 좀 더 확실하게 보증하는 뭔가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겠다고 다시 생각했어.

    4월 25일 국민신문고 민원에 대한 6월 17일 답변 등록

    그렇게 4월 25일 국민신문고의 문을 다시 두드렸고, ‘IUF의 체불퇴직금 및 제수당 지급 거부에 대해 고용노동부 진정이 가능한지’를 물어봤지. 처리부처는 고용노동부였는데 5월 8일, 답변을 늦춘다는 연락이 왔고, 그 뒤 6월 17일에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담당 주무관이 답변을 줬어. 답변 중에 국제사법 제28조 제2항에 따라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근로계약은 제26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의 법”에 따른다는 규정을 알려줬어.

    이모가 (여성노조를 통해) 작년 10월 16일부터 올해 1월 29일까지 5차례에 걸쳐 IUF에 ‘체불퇴직금‘을 청구했을 때, ‘준거법’인 한국법에 따라 지급하라고 했는데 이를 지지해준 것 같아 안심했지. 이모가 외국으로 출장을 다니긴 했지만 일상적으로 일했던 곳은 한국이 맞으니까.

    그런데 이 사건으로 이모가 진정을 넣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이 좀 애매하더라고. 담당 주무관은 ‘사실관계에 따라 국내 노동관계법 적용 여부와 한국사무소가 근로기준법 상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등 다양한 측면의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이모는 ‘그’ 사실관계가 분명하다고 생각했거든.

    어쨌든 이모뿐만 아니라 이 내용을 상의했던 여성노조 위원장님도 애매하다고 생각하셔서 결국 담당 주무관과 길게 통화를 했어.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라도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을 수 있고 판단은 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이 하게 될 것’이라는 주무관의 대답에서 끌어낸 결론은 결국 진정을 넣기 전까지는 ‘사실관계에 따른 법(퇴직금체불) 위반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내용이었어.

    이모는 다시 여성노조와 상의한 뒤 7월 17일 공인노무사를 소개 받게 돼. 관련 있겠다고 생각한 그동안의 모든 자료를 노무사님께 보냈고, 노무사님은 자료 검토 후 준비 과정을 거쳐 8월 23일 (마침내)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IUF의 연차수당 및 퇴직금 체불 관련 진정서’를 제출하게 돼. (관련 링크)

    이후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이모 진정)사건 처리과정’을 보고 8월 28일에 IUF 사무총장 앞으로 출석요구서가 보내진 걸 알게 됐어. 노무사님이 “피진정인 출석 조사가 이뤄지도록 대사관을 통하든 뭐든 방법을 강구해”줄 것을 (이모 사건을 맡은) 근로감독관님께 촉구하다가 “안 되면 진정인 조사라도 먼저 하라.”는 요청을 했어.

    이에 따라 이모는 9월 23일 진정인 출석조사를 받게 돼. 그날 오후 찾아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서 피진정인 출석요구서를 (이메일로 수신) 확인한 IUF 사무총장이 출석 한다, 안 한다,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어. (도대체 IUF는 한국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지? 국제 (노사정) 기구 회의 같은데서 한국 정부와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들이 별로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아 자신들도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데 정작 근로감독관님이 ‘IUF 사무총장의 반응 없음’에 대해 무심하게 말하는 걸 보고, 이런 생각을 입 밖에 내진 않았지만 화가 많이 났어. 그때 이후 10월 7일 전화로 문의하면서 알게 됐지만, 근로감독관으로서 진정과정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라 건조하게 처리하는 중이더라고. 이모가 ‘고소장’을 제출하면 ‘피진정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니 그때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좀 더 다른 무게로 수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 모양이야. 이모가 이해하기로는 그렇다는 거야.)

    서울남부지청 근로개선지도2과(4층)에서 진정인 출석조사

    이모가 조사를 받는 중간 중간 근로감독관님도 이해가 안 되는지 “노조가 왜 (퇴직금도 안 주고) 그래요?” “진정인은 근로계약서를 왜 좀 더 꼼꼼히 따져보지 않았어요?” “아니 왜 이렇게 급하게 (폐쇄) 했을까요?” 근로감독관님의 질문들처럼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맞거든. 이모는 그냥 “지난 12년 넘게 뼛속까지 IUF로 살았다고, 그래서 (이런 일을 당한 지금) 할 말이 없고 부끄럽다.”고만 했어.

    이모 생각이지만, 그런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근로감독관님은 “물론 강행규정을 위반한 것이라, 서명해도 무효지만요.” 하시더라고. 조사가 끝날 즈음에 “(아직은 조사 단계라 바뀔 수도 있지만) 문서가 위/변조 되지 않았다면 IUF의 퇴직금 체불은 분명해 보이나 어느 일방의 진술만을 채택할 수는 없다.”는 얘기를 하셨어. 그리고 이모를 해고한 IUF 아태지역총장이 직접적인 이해관계인으로 보인다면서 그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낸다고 하셨지.

    며칠 전 (앞서 얘기한 10월 7일) 근로감독관님과 통화했는데, 집무규정상 9월 30일 아태지역총장에게 보낸 피진정인 출석요구서 (이메일) ‘수신확인 여부’는 알려 줄 수 없다더라고. (그럼 9월 23일 이모 조사 때는 같이 얼굴을 마주봐서 알려줬던 건가? 어쨌든) 그래서 IUF 사무총장 앞으로 보낸 출석요구(8월 28일 발송)에 사무총장이 불응한 사실만을 갖고 노조랑 다시 상의, 10월 8일 여성노조 이름으로 공문을 보내게 돼. 내용은 ‘법에 따라 체불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출석요구에 성실히 임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추가 법적 조치는 물론 국내외적으로 이 사건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이야.

    여기까지가 지난해 10월 16일부터 최근(10월 9일 기준)까지 이모가 해 온 퇴직금 싸움의 전부야. 그런데도 아직 끝나지 않았어. 답답하지? 이모는 정말 미칠 것 같아. 그래도 퇴직금은 받아내야겠지. 일했는데도 강제 징용 노동자들에 대해 일본 정부가 돈을 주지 않는 것에 승우가 완전 화를 냈던 것처럼, 이모는 12년 넘게 IUF에서 일했던 당연한 권리로 퇴직금을 꼭 받아내고 싶어. 그래서 승우가 좋아하는 ‘레고’랑 맛난 것도 사주고 말이야. 어때, 이모가 멈추지 않는 한 계속 응원해줄 거지!

    8월 17일 군산 옛 조선은행 건물 내 일제의 조선 쌀 수탈 조형물 앞에서 승우

    덧붙임: 노동부 진정사건의 처리 결과와 후속 내용 등은 ‘조카에게 들려주는 이모 분투기’의 마지막편 ‘에필로그’에서 다룰 예정임.

    필자소개
    전 IUF 아태지역 한국사무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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