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계급투쟁 :
국민과 전쟁 중인 피녜라
[번역] 위로부터, 아래로부터의 투쟁
    2019년 11월 14일 10: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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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원문은 캐나다의 좌파 인터넷 저널 《The Socialist Project》(원문 링크)에 있으며 창원 ‘노동사회교육원’이 회원 등에게 보내는 부정기 이메일의 번역 글을 게재한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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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안 깁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마치 종교 교리처럼 채택되고 시행될 때 칠레는 수십 년 동안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안정적인 대표적 사례로 여겨지고 있었다. 이 나라가 이제 반란의 상황 속에 있다. 이 칠레의 반란은 바로 그 신자유주의 정책들 때문에 폭발한 것이다.

세바스티안 피녜라(Sebastián Piñera) 대통령과 칠레 정부의 야만적인 폭력 탄압으로 최소 18명이 목숨을 잃고, 5천명 이상이 체포·구금되었다. 군대와 경찰이 칠레 시민들에게 잔혹하게 행동하는 끔찍한 장면을 찍은 영상들이 수도 없이 소셜 미디어에 오르고 있다. 통행금지, 비상사태, 탄압, 시위자를 범죄자로 매도하기, 뻔뻔스런 폭력 등 나날이 정부의 대응 수위가 높아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탄압이 강화되면 다음 날 거리 시위의 열기는 더 높아지고, 이제 이 열기는 말 그대로 폭발 단계에 이르렀다. 어제(10월 24일)는 항만 노동자 파업으로 스무 곳 이상의 항구가 폐쇄되었다. 오늘 내일은 전국의 노조들이 총파업을 선언하고 이미 행동에 나서고 있다.

교통요금 30페소(약 50원) 인상이 어떻게 이런 반응을 일으키게 되었을까? 칠레의 교통요금은 비싸다. 최저임금을 받는 산티아고의 노동자가 매일 두 번씩 지하철이나 버스를 탄다면, 그 비용은 임금의 15%가 된다. 칠레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공식 최저임금 미만의 수입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이런 거대한 반란의 원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30페소 때문이 아니다. 지난 30년 때문이다.”

위로부터의 계급전쟁

일찍이 1970년대 군부독재 시절부터 칠레는 시카고학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한 소위 ‘위로부터의 계급전쟁’이 가장 충실하게 진행된 나라다. 이 시절의 여러 가지 유산들이 지금의 반란에 직접적으로 원인이 되고 있다. 대처와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사유화 정책이 피노체트의 군부독재 시절부터 칠레의 모델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칠레의 거의 모든 공공재가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사유화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예컨대 미국과 남미 여러 나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칠레의 공공의료 체계도 집중적으로 부식되어 취약하고 파편화된 상태가 되어버렸다. 여유가 있는 계층도 소득의 많은 부분을 민간의료보험료로 납부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럴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매년 수천 명씩 병원 치료를 기다리다가 죽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칠레의 대학생들도 고액의 등록금에 시달리다가 학자금 대출의 빚을 떠안고 졸업하며, 졸업 후 10년 이상 대출금을 갚느라고 가족들까지 모두 고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공적연금은 완전히 사라져 사유화되었다. 칠레의 ‘연금기금회사(AFP)’는 개인가입 자본주의 모델의 전형인데,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려는 정치적인 의도로 이것이 가장 성공적인 사례인 양 뻔뻔스럽게 선전해대고 있다.

이 역시 군부독재 시절에 도입된 것이다. 노동자들이 낸 돈으로 조성된 연금 기금을 민간 기업들이 운영하면서 수익을 위해 이 돈을 다시 노동자들에게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아가는 터무니없는 제도다. 이익이 나면 회사가 가져가고, 손해가 나면 그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노동조합을 위시한 여러 단체들이 이 제도를 바꾸자는 운동을 오랫동안 전개해왔다. 하지만 피녜라 정권은 이런 회사들에게 더 재정지원을 해주는 법안을 제출해서 지금 상원에서 심의 중이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의 주민들은 남미 대륙 전체에서 가장 비싼 물값을 치르면서도 주기적 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칠레의 상수도 역시 피노체트 시절에 사유화되었다. 세계은행 과 국제통화기금이 권장한 모델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지금은 칠레 국민의 3/4이 상수도의 공공화 요구를 지지하고 있다.

칠레의 헌법과 노동법 체계도 군부독재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다. 많은 노동조합들이 법적인 강제에 의해 취약하고 분산된 조직상황에 처해 있다. 노조의 교섭력이 약화되어 노동시간은 늘어나고 휴일을 줄었으며 노동착취는 더욱 강화되었다. 지금 칠레의 불평등 지수는 남미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높다. 칠레와 콜롬비아가 브라질에 이어 남미 2위를 다투고 있는 처지다. 지금 브라질의 대통령은 바로 칠레 모델을 브라질에서 재현하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다.

칠레의 원주민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마푸체(*)는 식민지 정착민 국가인 칠레에 공식적으 로 복속한 바가 없으나 이들은 수세기에 걸쳐 쉬지 않고 계속 체계적으로 계획된 폭력의 대 상이 되었다. 토착민들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폭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캐나다의 경우 와 마찬가지로 이들이 풍부한 ‘천연자원’을 마음대로 사용하는데 불편한 방해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아래로부터의 계급전쟁

공공 교통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똑똑하고 젊은 활동가들은 곧바로 지하철 회전개찰구들을 여기저기 옮겨가며 시위를 조직하는 전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하철역에 군대를 배 치하고 폭력적으로 시위를 진압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안 되자 경찰은 러시아워 시간대에 지 하철역을 폐쇄해버렸다. 퇴근길에 이런 일이 벌어지자 노동자들은 계속 늘어나는 시위대에 합 류하기 시작했다.

산티아고 경찰은 지난 주말 상황 통제력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16곳의 지하철역과 이탈리아의 다국적 에너지기업인 에넬(Enel) 본사 건물이 불길에 휩싸였다. 월마트를 포함해서 여러 공공건물과 민간건물들, 그리고 자동차들도 불에 탔다. 군대가 동원되고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통행금지가 실시되었다. 군부독재의 유산이 제대로 정리된 적이 없는 칠레에서는 이런 조치들이 대중적인 분노를 유발할 수밖에 없었다.

피녜라 대통령이 거리 시위에 대한 탄압 강화 명령을 내리고 있는데, 칠레의 <전국인권기구>는 칠레 전역에 걸쳐 보안경찰들이 인권 유린과 심각한 폭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구금 과정에서 과도한 폭력이 사용되고 있다는 보고들이 있다. 아동들에 대한 부당한 괴롭힘, 부당한 대우, 얼굴과 다리를 가격하는 등 고문이 있었고, 특히 남녀를 가리지 않고 옷 을 벗기고 성적 학대를 가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피녜라 대통령은 칠레는 지금 ‘전시 상황’이라고 공언하여 다시금 사람들을 격분시키고 있다. 한 고위 장성은 지금 누구와도 전쟁을 치르고 있지 않다고 곧바로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통행금지는 공공연히 무시되었다. 칠레 모든 도시들에서 중산층과 노동자 거주지마다 수천 명의 시위자들이 여기저기서 ‘냄비 두드리기’ 시위를 벌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분노 표출은 이제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칠레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칠레의 전통적인 정당들과 낡은 사회주의 좌파들은 이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주도해 나갈 능력이 전혀 없다. 피녜라 대통령은 월요일(10/21) 이후 양보 조치들을 연이어 제안했다. 우선 교통요금 인상 안을 철회했고 다음으로는 요금 인상이 문제의 본질이 아님을 마침내 인정하고 재빨리 연금액수 20% 인상을 제안했고, 이어서 몇 가지 비싼 수가의 의료행위를 건강보험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 모두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시위도, 이제는 총파업의 분위기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칠레 전역에 걸쳐 1만 명의 군대를 거리에 풀었다. <전국인권기구>는 군대가 인근의 폐쇄된 전철역 내부에 임시로 설치한 고문 장소들을 조사하고 있다. 칠레에서 독재 체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저항의 흐름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대중적 분노가 용기와 확신으로 이어져 가장 억압적인 정치상황 속에서도 단호하게 집단행동을 지속하고 있다. 세련된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안정과 경제성장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신화는 이제 사라졌다. 전진하라!

<참조>

* 필자 Euan Gibb: 국제 공공서비스노조(PSI) 소속으로 현재 브라질의 수도 상파울루에서 활동 중.

* Mapuche: 칠레 중남부와 아르헨티나 서남부에 주로 거주하는 원주민. 고유의 언어와 종교, 사회구조와 문화를 지니고 있으며 현재 칠레에 대략 175만 명(칠레 인구의 약 9%), 아르헨티나에 약 2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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