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외면의 카르텔
[조카에게 들려주는 이모 분투기⑤] "All for One, One for All"
    2019년 11월 13일 12: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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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의 글 “IUF 퇴직금 체불 건, 스위스 연방정부에 문의”

국제 노동조합 질서의 견고한 한통속

(역시 국민신문고를 몰랐던) 2월 3일과 18일, 이모는 IUF에 참여하는 다른 나라 회원노동조합, 특히 이모 사건과 비슷한 경험에 도움을 준 노동조합에 이모의 ‘싸움’을 알리고 도움을 구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건 영국과 스위스의 노동조합이야. 이 두 개 노조는 IUF에서 세계총회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전략지도위원회와 집행위원회에 소속돼 있거든. 참고로, IUF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세계총회가 5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총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 동안 IUF의 중요한 사업과 예/결산을 이 두 기구에서 논의하고 결정하는 일을 해.

먼저 2월 3일 영국의 유나이트(UNITE)라는 노동조합에 1) 2012년 국제앰네스티 본부의 구조조정 계획에 파업을 벌인 직원들을 유나이트가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후 파업 등의 결과가 만족스러웠는지, 2) (이모가 속한) 전국여성노조의 (이모의) 체불퇴직금 지급 요구를 IUF가 거절했는데 이에 대해 국제앰네스티 본부 사건과 비교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어.

이메일을 받을 유나이트 노조의 간부가 이모를 잘 모르겠다 싶어서 꾀를 냈지. 그건 유나이트 노조의 ‘2008년 막스앤스펜서 노동자 조직화’와 ‘2008년과 2009년 테스코 노동자 조직화’에 국제연대에 함께 나섰던 한국 가맹노조와 유관단체들의 ‘행동’ 사진자료를 첨부하는 거였어. 왜냐면, 유나이트 노조가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조직하는 훌륭한 성과를 내는데, 특히 영국 테스코 본사의 반응을 불러온 한국의 ‘시각적인’ 국제연대행동으로 일부 도움이 됐다고 생각했거든. 그러니 당신도 국제연대 ‘먹고 튀는’ 노조가 아니라면 이모 사건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을 에둘러서 표현했던 셈이지. 하하

2008년 압구정동 막스앤스펜서 매장 앞에서

2008년 12월 문래동 (당시 테스코 소유) 홈플러스 매장 앞에서

2009년 3월 위와 같은 곳에서 (작은 현수막 든이는 이근원 선배님)

2월 18일에는 스위스의 우니아(UNIA) 노조에도 똑같이 이모의 사정을 설명하고 스위스에서 이용 가능한 고충처리 절차나 기관이 있는지 문의를 했어. 이들도 이모를 잘 모를 거라서, 이모가 ‘가짜’가 아니라는 걸 알려줄 수 있는 한국의 노조활동가 선배에게 도움을 구했어. 그 선배는 2007년 스위스와 스웨덴 원정투쟁을 갔었는데, IUF의 회원조직인 스위스 우니아 노조 활동가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 그래서 그 노조에 좋은 인상을 갖게 됐고, 2007년 원정투쟁 이후 IUF가 요청하는 국제연대행동이 한국에서 열릴 때마다 함께 해주셨던 분이기도 해.

왼쪽은 테트라팩 원정투쟁 당시(스위스 푸이), 오른쪽은 우니아 접촉 때 도움을 준 선배

그런데 말야. 정말 슬프게도 IUF 소속 이 두 개 노조에서도 아무런 대답이 없지 뭐니. 그래서 2월 21일과 3월 3일 유나이트 노조와 우니아 노조에 각각 한 번 더 이메일을 보냈거든. 역시 답이 없더라고… 우니아 노조에 접촉할 때 도움을 주었던 선배에게도 이 노조의 나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정말 많이 부끄럽고 미안했어.

IUF 발간의 양성평등 매뉴얼 (한글본도 있음)

이모는 책이나 각종 노조 선전물에서 ‘노동자 국제연대’와 ‘All for One, One for All’이란 구호를 배우고 들었는데 왜 이모에겐 적용되지 않는 걸까, 참 궁금해졌어. 혼자라서? 이모 노조가 작은 데라서? 한국은 국제노동조합에 의무금을 많이 내지 않아서? 도대체 뭣 때문일까? 정부나 사용자들에게 소수자를 차별하지 말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울타리 안 ‘소수’는 무시해도 된다는 걸까? 이모의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고, 메아리도 없는 곳에 더 물어볼 기운이 나지 않았지. 그렇다고 멈추진 않았어. ^^;;

이번엔 IUF가 대외적으로 함께 활동하는 단체 중 하나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 앞으로 이메일을 보내봤어. 그 날은 5월 1일, 전 세계 일하는 사람들의 명절인 노동절이기도 해. 질문 내용은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노조래도 고용/피고용 관계가 있는 국제조직인) IUF에 적용될 수 있는지” 말이야. 답이 없어서 혹시나 받지 못했나 생각하고 5월 15일과 6월 6일까지 두 번 더 물어봤어.

OECD TUAC의 가이드라인 활용 가이드; 한글본은 한국노총 발간

다시 보내게 된 이유는, 처음에 이메일 수신자로 했던 ‘가이드라인 해석’ 담당자가 있는데, 이게 반송된 거야. 뭐지? 하고 따로 또 보냈는데 계속 반송되더라고. 그래서 첫 번째 보낼 때 담당자 수신 외에 ‘참조’로 넣었던 OECD TUAC 대표 이메일 주소를, 두 번째와 세 번째 때는 수신자로 해서 다시 문의했지. 분명히 읽었을 것 같은데 답이 없는 거야. 이모가 읽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처음에 문의했던 ‘담당자’가 5월 1일자 TUAC 홈페이지 ‘직원명부’ 화면에 떡하니 있었거든(블로그에 쓰려고 화면을 캡처해놔서 잘 알아.), 근데 중간에 보니까 그 화면이 업데이트 되고 그 담당자가 더 이상 없는 거야. 이모가 보낸 이메일을 보지 않았다면, 그런 조치를 취했을까 생각하게 된 거지(아니어도 상관없지만).

하여간 그때 이메일이 반송됐던 것은 이모가 아는 그 담당자가 그만 둬서 그랬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된 거지. 이것과는 다른 얘기지만, 이모는 IUF 내에서도 당장 업무 접근도가 떨어지는 사람들과는 (영어 울렁증도 한 이유긴 하지만) 말을 잘 섞지 않는 ‘조금’ 소심한 축(그래서 2006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얌전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어. 하하)인데, 그나마 IUF 밖에서 이모의 관심도가 높은 업무 관련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었는데 그만뒀다니까 참 아쉽더라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모는 IUF 안팎으로 관련된 노조 사람들에게 문의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반응하지 않았어. 이모의 행위가 자신들이 만든 연못을 흐리는 미꾸라지라고 생각한 걸까? 혹여나 IUF가 잘못했다 해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는) 이모보다는, IUF가 앞으로도 계속 ‘서로 돕고 돕는 관계’인 ‘같은 편’이라고 생각해서 눈 감아 주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백번 양보해서 ‘이모 사례’ 같은 그 정도 문제는 다들 하나씩 갖고 있어서 ‘훈수’ 둘 형편이 못 되는 걸까?

사람이니까 잘못이나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해. 그건 이모가 지난 25년 동안 몸담았던 운동사회라 해도 달라지지 않아. 그런데 자기편의 잘못이나 실수를 모른 채한다면, 국제노동계도 ‘자기 식구 감싸기’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소리를 들어도 당연하지 않을까?

이모가 문의했던 국제노동계 사람들이 돕지 않아도 한국엔 아직 이모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리고 노동조합을 잘 몰라 직접 나서진 않지만 뒤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국제인권단체 선배도 있고. 그러니 이모 앞에 놓인 것이 국제노동계가 단단하게 뭉친 한통속이라 해도 가볼 거야. 왜냐면 이모를 응원하는 사람들과 ‘가장 작은’ 그러나 ‘확실한’ 기준인 법이 이모의 퇴직금 청구가 정당하다고 인정해주니까.

물론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더라도 그 법이 국제산별노조 IUF에 퇴직금을 청구하는 이모 같은 사람들의 적법한 요구에 귀 기울여 방법을 찾게 해준다는 것을, 상상 가능한 모든 방법을 써서라도 ‘즐겁게’ 증명해볼 생각이야. 이제 그 얘기를 해볼게.

필자소개
전 IUF 아태지역 한국사무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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