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터의 크기 따라
    권리의 크기 차별 안돼"
    민주노총,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 캠페인 본격화
        2019년 11월 12일 09: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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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청산가리와 같은 각종 화공약품을 이용해 주얼리를 생산합니다. 지난 3월엔 한 노동자가 관리되지 않은 화공약품으로 인해 생을 마감했습니다. 사업장이 작다는 이유로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왜 사업장 작다는 이유로 절반이 넘는 노동자가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못하고 70%가 넘는 노동자들이 4대 보험 가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퇴직금조차 받을 수 없습니까.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해고 없는 사업장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평범한 노동자를 꿈꿉니다”(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종로주얼리분회 김정봉 분회장

    “노동법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약자에게 힘이 돼야 하는 것 아닌가요. 노동자로서의 어려움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더 많이 일어나는데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어린이집을 포함해 모든 작은 사업장에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며, 정부는 정당한 노조 활동을 제한하려는 개악의 시도를 즉각 멈춰야 합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 이선희 서울지회장)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맞아 민주노총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 등 ‘작은사업장 노동자 권리보장’ 사업을 시작한다. 내년 11월 전태일 열사 50주기까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영세사업장 노동자 권리 보장과 노동조합할 권리 확대를 위한 캠페인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전태일 다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면 노조 가입은 먼 이야기이고,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권리를 요구하려 해도 제대로 알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며 “일터의 크기에 따라 권리의 크기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사진=유하라

    근로기준법도 적용되지 않는 ‘작은 사업장’인 5인 미만 사업장 수는 320만개이고, 여기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만 580만 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노동자의 27%에 해당한다.

    지속적으로 규모를 확대해온 민주노총이 조합원 100만 명을 넘겼지만 작은 사업장 조직율은 현저히 낮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의 노조 조직율 10.7% 중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조직율은 0.2%에 불과하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60%에 가깝다.

    근로기준법 미적용, 낮은 노조 조직률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올해 4월 민주노총 상담DB를 분석한 결과, 1년간 접수된 상담(78개 상담기관, 10,159건) 중 72%가 100인 미만의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었고, 47.7%가 비정규직, 52%가 근속년수 2년 이하의 노동자였다. 민주노총은 “여성, 10대, 5인 미만 사업장, 단시간 노동자의 임금상담 비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취약계층일수록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민주노총은 작은사업장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해 ▲근로기준법 누릴 권리 ▲평등한 쉴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 ▲알 권리 등을 4대 실현 의제로 제시했다.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적용제외 조항인 연차유급휴가, 생리휴가, 초과근로수당, 휴업수당 등을 적용하고 부당해고 금지를 시행령 개정으로 우선 적용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공휴일의 유급휴일을 적용하고, 강제 연차대체, 연차강제사용 금지도 요구할 계획이다. 또 근로계약서 서면교부, 취업규칙 게시 등 근로기준법 준수, 월급명세서 서면교부 의무화, 근기법 준수 캠페인과 현장실태 알리기 등을 진행한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에게 직격탄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노조법 개정 등 노동개악 저지 투쟁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여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학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단위기간 1년으로 확대, 주휴수당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금도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은 법제도 사각지대에서, 노조 없는 일터에서, 장시간·저임금·불안정노동을 떠받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악은 이 노동자들부터 공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회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노동기본권 개악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며, 노조할 권리를 옥죄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자유롭게 노동조합 활동을 할 권리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4대 의제 실현을 위해 ‘작은 사업장 노동자 권리찾기 공동사업단’을 구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동의제화 사업과 캠페인을 전개할 방침이다. 민주노총 가맹산하조직이 전국 지역과 업종, 공단 등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단 활동을 하고 이를 통해 전국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역별 상담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현장맞춤형 작은사업장 조직상담교육도 진행한다.

    민주노총은 “작은사업장 노동자 권리찾기는 모든 노동자를 위한 실천이자 요구”라며 “우리는 문자로 해고당하고, 퇴사와 이직을 반복하고, 연차를 써서 명절에 쉬어야 하고, 월급명세서는커녕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도 본적 없는 노동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내년 전태일 열사 50주기까지 전태일의 외침을 기억하는 노동사회단체 및 시민들과 함께 근로기준법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작은 사업장 노동자도 권리를 찾고 노조할 수 있도록 투쟁하고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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