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노동위원회, 5년간
    부당노동행위 인정 12%뿐
    중노위·지노위 결정 “보수적”···노동자 손 들어준 사례 극히 적어
        2019년 10월 08일 03: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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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노동위원회와 전국 13개 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원청 사용자성 인정 등의 사건에 있어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없어도 원청의 실질적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라 나오는 추세인 반면, 노동자 권리구제 기관인 노동위원회가 지나치게 보수적인 판단으로 일관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위원회는 노·사·공익위원 3자로 구성된 준사법적 행정기관으로 노동자 권리구제와 노동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 1심 판정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2심 판정을 하는 식이다. 복수노조, 부당노동행위 등 집단적 노동분쟁, 부당해고, 차별시정 등 개별적 노동분쟁 사건에 대해 조정한다.

    중노위, 원청사용자성 인정 사례 단 2건 뿐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중노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중노위에 접수된 사건 17건 중 단 2건에 대해서만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모두 불인정됐다.

    접수사건을 유형별로 보면, 조정사건 2건, 부당해고 사건 13건, 부당노동행위 사건 2건이었고, 이 가운데 부당해고 사건 2건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받았다.

    불인정된 사건 중엔 지난 6월 10일 금속노조가 현대·기아차 포함 9개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조정신청을 했으나 중노위는 19일 원청 대기업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중노위의 불인정 결정 후 노사는 법원에 판단을 받기 위한 소송 중에 있다.

    간접고용 구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은 원청업체가 가진다. 이 때문에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법원 또한 원청업체와 하청노동자 간 명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더라도 실질적 지배력 행사 유무 등을 판단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례를 내놓고 있는 추세다.

    설 의원은 “중노위 결정을 보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며 “법원에선 하청노동자의 주장에 정당성이 있다고 할 텐데 중노위에서 적극적으로 결정했다면 재판까지 가지 않아도 될 일 아닌가. 중노위의 그런 태도가 노사 비생산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판례를 업무 매뉴얼에 반영해 사각지대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판단을 적극적으로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노동위 부당노동행위 인정도 10건 중 1건
    부당노동행위 입증 위한 현장조사 실적도 6.7%

    최근 5년간 전국 13개 지노위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사건의 비율이 12.2%로 10건 중 1건에 대해서만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환노위 소속 신창현 민주당 의원이 중노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13개 지노위에서 처리한 부당노동행위 사건은 총 3533건으로 이중 전부 또는 일부인정 처리된 사건의 수는 429건(12.2%)에 그쳤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남 지노위가 5.0%로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이 가장 낮았다. 강원 지노위는 5.2%, 경남 지노위 5.4%, 충북지노위 5.5%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제주지노위는 76.8%의 높은 인정률을 기록했고, 충남 지노위 36.2%, 인천 지노위가 21.8%로 그 뒤를 이었다. 13개의 지방노동위원회 중 인정률이 15% 이하인 곳만 10개에 달하고, 최저인 전남과 최고인 제주의 인정률 격차는 71.8%에 이른다.

    최근 5년간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은 중노위 인정률을 합쳐도 14.2%에 그친다. 재결 전에 합의한 경우까지 모두 더해도 21.8%다.

    노동위가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의지 부족은 현장조사 실적 등을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현행법상 노동자는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최종 입증 책임을 모두 지고 있다. 노동위는 노동자의 입증 책임을 돕기 위해 사업주 현장조사 및 자료제출 요구를 할 수 있으나, 최근 5년간의 사업주 자료제출 요구 실시 실적은 전체 처리사건의 19.3%에 그쳤고 현장조사 실적도 6.7%에 매우 저조했다.

    특히 경북 지노위와 전북 지노위의 경우 최근 5년간 단 한차례의 현장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울산 지노위는 1회, 부산과 충남 지노위는 각각 4회, 경기 지노위는 5회 실시하는 등 현장조사보다 사용자의 답변서를 중심으로 부당노동행위 여부가 판단되고 있었다.

    신 의원은 ““부당노동행위의 판정기준과 절차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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