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민 심사 받을 기회도 거부,
    공항 장기체류 루렌도 가족 항소심 시작
    인권단체 “난민 혐오에 기반한 1심 판결 취소해야”
        2019년 07월 19일 10: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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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에서 200일 넘게 체류 중인 난민 루렌도 가족의 첫 항소심 재판이 19일 시작됐다. 난민단체들은 “전쟁과 정치 폭압, 차별과 고통을 피해 한국을 찾은 난민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일구고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며 “재판부는 루렌도 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1심 판결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고의영)은 이날 루렌도 가족이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소송의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난민과함께공동행동(난민공동행동)은 같은 날 오후 서울고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루렌도 가족에게 난민심사 받을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앙골라 국적의 루렌도 씨는 지난해 말 벌어진 콩고 이주민에 대한 대거 강제 추방 과정에서 앙골라 경찰에 의해 불법 구금과 고문을 당했고, 배우자인 바체테 씨는 경찰로부터 성폭행까지 당했다. 이에 루렌도 가족은 콩고 출신인에 대한 차별과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와 난민 신청을 했다.

    한국 정부는 루렌도 가족을 거부했다. 지난 1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인정 회부 심사에서 ‘명백한 이유 없는 난민에 해당한다’며 불회부 결정을 내렸다. 난민 인정 여부에 앞서, 루렌도 가족은 난민 신청 자격조차 얻지 못하게 된 것이다.

    특히 난민공동행동에 따르면, 루렌도 가족에 대한 심사는 통역과 조서 작성 시간을 포함해 고작 2시간 정도였고, 불회부 처분 통보 문서에는 담당기관의 직인조차 제대로 찍혀있지 않았다고 한다.

    외국인청은 루렌도 가족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도 불응했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는 끝내 루렌도 가족이 제기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루렌도 가족의 패소를 결정했다. 앙골라로 다시 송환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루렌도 가족은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를 달라며 항소를 제기했고, 이날은 그 첫 공판일이었다.

    난민공동행동은 “공항 구금 난민들에게 공항은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다”며 “루렌도 가족의 기구한 처지는 한국에서 난민들이 겪고 있는 끔찍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이것은 난민을 인간으로 대우한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루렌도, 바체테 부부의 건강 상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고, 10살도 채 되지 않은 네 자녀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반 년째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이지만 아동인권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주단체와 종교계에서도 루렌도 가족에게 난민심사를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주공동행동은 성명서를 내고 “1심 재판부의 판결은 국제 정세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며, 난민 혐오에 기반한 판결”이라며 “항소심 재판부는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주공동행동은 “최소한의 요구이자 권리인 난민심사조차 거절당한 루렌도 씨 가족은 10살이 채 안 된 아이들 넷까지 갇힌 생활을 하며 정서와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가고 있다”며 “그런데도 자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국 정부는 굶어죽든 쫓겨나 죽든 난민들의 절규에 남 일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국경을 넘어 이주한다. 특히 돈이 많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국경을 넘는다. 그러나 난민들은 그야말로 생존의 기로에선 탈출이다. 죽게 생겼거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위해 자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들”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더는 루렌도 가족을 끔찍한 고통으로 내몰지 말라. 루렌도 가족에게 국경을 열고 입국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주민소위원회도 성명서를 내고 “루렌도 씨 가족의 난민심사 받을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교회협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이 난민심사 받을 권리마저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제한함으로써 한 가정을 극심한 위험과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태”라고 비판했다.

    교회협은 “대한민국 정부는 루렌도씨 가정이 직면해 있는 심각한 박해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죽음의 공포와 위협에 관해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깊이 살펴봄으로써 난민인정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국제난민협약에 가입했으며,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법과 절차에 따라 마땅히 해야 할 바”라고 짚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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