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군사정보협정 포함
    청와대 "모든 옵션 검토"
    고노 일 외무상, 담화문 통해 “중재위 설치 못하게 된 것 매우 유감”
        2019년 07월 19일 07: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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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시작된 한일갈등과 관련해, 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재검토 등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가능성 검토와 관련해 “아직 아무 결정도 내려진 적이 없다”면서도 “우리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정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그 검토를 바탕으로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전만 해도 일본의 추가보복조치와 협정 재검토 연계 가능성에 대해 “분명히 말하지만 연계되어 있지 않다”며 “협정 재검토 등의 단어가 나온 것은 야당 대표가 ‘고려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에 대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부인했었다.

    앞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5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뺀다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동의했다. 이에 정의용 안보실장 등도 협정 재검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청와대가 협정 재검토 가능성을 일축한 것은 협정 폐기는 불가하다고 밝힌 미국을 의식한 처사로 읽힌다. 이날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언론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고 지역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공동 노력에서 중요한 수단”이라며 “미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전폭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한민구 국방장관(오른쪽)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GSOMIA 체결하는 모습

    한편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우리 정부가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거해 중재위원회를 설치하지 못하게 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추가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 측에 기인한 한일관계 현실을 감안해 한국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나갈 생각”이라며 “한국은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조치 해야 하며 한국이 이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즉시 취하도록 거듭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 대법원의 일련의 판결은 한일 청구권 협정 제2조를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며 “한일 우호 협력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며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밝혔다.

    고노 외무상의 담화에 청와대는 “강제징용이라는 반인도적 불법 행위를 통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은 일본”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에서 “우리가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일본 측의 계속된 주장은 잘못됐다”며 “우리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강제 징용자에 대한 반인도적 범죄 및 인권 침해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민주국가로서 한국은 이런 판결을 무시할 수도 폐기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차장은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국의) 외교적 노력이 다 소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은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다”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 자유무역 규범과 G20 오사카 정상회의에서 발현한 자유무역 원칙, 글로벌 밸류체인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국제법을 위반가고 있는 주체는 오히려 일본”이라고 강조했다.

    중재위 구성에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고노 외무상의 유감 표명에 “우리로서는 일본 측이 설정한 자의적 일방적 시한에 동의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중재위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려고 하면 일부 승소, 일부 패소 등의 경우가 많아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힘들고 장기적으로 중재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양 국민간 적대감이 커져 미래지향적인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2차장은 “일본 측은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당초 과거사 문제로 인한 신뢰 저하를 언급했다가, 이후 수출 관리상의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고 했고, 오늘 또 다시 강제징용 문제 거론했다. 일본 측의 입장이 과연 무엇인지 상당히 혼란스럽다”며 “일본 측은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 철회하고 상황을 추가적으로 악화시키는 발언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 일부에서도 고노 외무상의 담화 등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경제 보복에 이어 외교적 결례까지 아랑곳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맹성을 촉구하며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고노 외상의 사과를 요구한다”며 “작금의 상황으로 인한 극한 대치의 피해는 양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노 외상의 부친 고노 요헤이는 1993년, 그 유명한 ‘고노 담화’를 통해 위안부의 강제 동원과 군의 개입을 인정해 한일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연 바 있다”며 “아베 총리와 함께 역사적 퇴행의 길로 양국관계를 몰고 가고 있는 고노 외상은 당면한 정치적 이해에 집착하기보다 선대에 쌓았던 업적을 본받아 양국과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고노 외무상의 담화는 일본이 그간 주장해왔던 논리에서 단 하나도 벗어나지 않는 매우 뻔한 내용”이라며 “그럼에도 주장을 되풀이하는 속내는 대법원 판결을 뒤집기 위해 우리 정부를 끌어들여보겠다는 상투적인 압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짚었다.

    김 수석대변인은 “일본 역시 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삼권 분립 원칙에 대해 모르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인 삼권분립 원칙을 허물라는, 매우 무리하고 무례한 처사”라며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우리 정부를 끌어들이려는 일본의 지속적인 술책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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