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 없는 세계를 향해,
    국경 넘어서는 연대·공동행동 나서자
    '비핵·평화 위한 한일국제포럼'과 조셉 거슨 인터뷰
        2019년 05월 31일 06: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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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일본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국과 미국, 일본 정부를 향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는 공동 입장을 밝혔다.

    ‘비핵·평화를 위한 한일 국제포럼’에 참석한 한일 양국 시민사회단체들은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국의 시민들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비핵·평화, 나아가 핵 없는 세계를 향해 국경을 넘어서는 연대와 공동행동을 더욱 강화하고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31일 세종문화회관 앞 기자회견 모습

    30일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국제포험 개막 회의 모습

    이들은 30일부터 이틀간 한일 국제포럼을 열고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진전 이후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정세 분석, 핵 위협 없는 동아시아와 세계를 위한 한미일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역할과 연대 과제, 탈핵 연대운동, 한일 여성연대를 통한 동북아시아 비핵·평화와 성평등 과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포럼은 한국의 국회시민정치포럼, 민주노총, 정의당,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일본의 신일본부인회, 원수폭금지일본협의회, 전국노동조합총연합 등이 공동주최했다. 한일 양국 원폭 피해자들과 미국, 필리핀의 평화운동 대표가 참가했다.

    한일 시민사회단체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지난 1년여 간의 대화, 협상 과정과 최근 정세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는 끈기 있는 대화와 협상이 요구되는 과제”라며 “우리는 북미 양국이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떠한 조치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남·북·미는 상대를 자극하고 평화국면의 토대를 흔드는 군사행동을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북미대화의 조속한 재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북미는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그 정신에 입각해 상호 간 요구와 기대 수준에 맞춰 합의하고 그 합의의 단계적, 동시적 이행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북 인도적 지원의 즉각 실시, 유엔 대북제재와는 상관없이 중단을 강행했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현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본 정부에 대해선 “아베 정권이 북한 위협을 구실로 오키나와 미군기지 확장, 9조 개헌 등을 추진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하며, 한반도의 평화 과정을 방해하고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태도 또한 강력히 비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는 식민강점과 전쟁책임의 문제를 청산하는 것이야 말로 일본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공헌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 등을 거론하며 “최선의 방안은 역사의 진실을 직시하고 인권, 평화, 역사 정의와 같은 보편적 원칙에 입각해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한일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북한 비핵화’로 협소하게 규정되는 것에 대해서도 견제했다. 한일 시민사회단체들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선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에서 모든 핵무기의 위협과 핵무기가 제거돼야 한다”며 “그것을 위해서도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핵무기에 의한 핵우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를 향해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한 지지, 서명, 비준을 촉구했다. 이들은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핵보유국과 남북한과 일본 정부에 핵무기금지조약 서명, 비준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평화구축 과정에 성인지적 관점이 반영되고 여성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은 “군사적 대결 과정에서 여성은 폭력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며 “여성의 참여를 통해 군비경쟁에 의해 왜곡된 자원배분 구조, 소수자에 대한 구조화된 차별, 젠더 기반 폭력의 구조를 해체하고 인간안보가 보장되는 성평등한 평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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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비핵·평화를 위한 한일국제포럼에 참석한 평화·군축·공동안보캠페인(campaign for peace, disarmament and common security) 의장인 조셉 거슨(Joseph Gerson) 박사와의 인터뷰이다. 통역은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이 맡았고 정리는 유하라 기자.

    레디앙 : 미국에 대해서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 운동과 같은 노동운동의 흐름은 어느 정도 알려졌다. 그런데 베트남전 반대 이후 평화·사회운동의 흐름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조셉 거슨 : 나는 베트남전 반대 운동부터 평화운동에 참여했다. 한 회의에서 만난 베트남 사람이 “평화운동은 파도와 같다. 지속적이지 않고 굴곡이 있다”고 말했다. 대중적으로 활성화될 때도 있고,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는 뜻이다. 베트남전 반대 이후 미국 평화운동이 가장 고조됐던 시기가 두 번 있었다. 80년대 초 미국과 소련 간 핵위기 때와 이라크 침공 전후한 시기다. 이라크 침공 전후엔 뉴욕 거리에 수만 명이 결집하는 반전 시위가 많았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미국은 18년 동안 끊임없이 미국은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끊임없는 전쟁을 중단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미국의 평화운동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계속 철수시키게 만드는 동력은 되는 것 같고, 최근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핵무기금지 조약(2015년 유엔에서 채택됐으며 주요 핵무기 보유국들은 현재 비준하지 않았다)에 찬성하는 결의를 하면서 연방정부에 압박을 가할 수 있었던 것은 평화운동의 성과다. 2010년, 2015년 NPT 재검토 회의가 있을 때 반핵 반전 시위가 큰 규모로 이뤄졌다는 것 역시 의미있는 성과다.

    1980년대 후반엔 해외 미군기지 반대 운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별로 호응이 없었다. 그러다가 미국이 전 세계에 800개가 넘는 기지를 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보세력에서 미군기지 반대 운동에 대한 인식이 확대됐다. 지금은 오키나와 제주 해군기지 등 특정 지역에서 평화운동을 하는 이들이 곳곳에 있다.

    유대인의 영향력 때문에 미국 내에선 중동 문제를 활발하게 제기하지 못했다. 하지만 10년 전에 비해 상당히 진전돼 사우디아라비아 무기거래 문제, 예멘 파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대응한 것이 유의미한 운동을 건설하는 계기가 됐다. 코리아 피스 네트워크(KPN)를 만들어서 의원들을 상대로 북한과 외교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압박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반응에 화가 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단지 트럼프 대통령이 했다는 이유만으로 싱가포르 선언에 대한 어떤 긍정적 평가도 하기 싫어한다. 무조건 트럼프는 나쁘다, 이런 식이다.

    진전도 있다. 민주당 내 (북한 문제에 대한) 진보블록이 만들어졌다. 로카나 연방 하원의원은 북핵 문제를 ‘단계적’, ‘행동 대 행동’으로 해결하며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접근 방식에 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평화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차성이다. 평화운동만으론 승리를 쟁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기후 문제, 사회 문제 등을 다루는 단체들과 공동으로 집회를 조직하고 있다. 대표적인 이슈가 군비 축소의 문제다. 군비로 사람들의 복지에 활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레디앙 : 미국에선 공화당 뿐 아니라 민주당도 전쟁 문제에 있어서 자유롭지 않으며 오히려 더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공화-민주 양당에 대한 미국 평화운동의 정치적 입장은 어떤가.

    조셉 거슨 : 평화운동 내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평화운동) 지도부 급에선 민주당과 가까운 사람이 많다. 이들은 민주당이 집권하면 평화운동 내 민주당 지지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민주당 지지하는 세력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 미국이 왜 전쟁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사고와 분석이 부족하다.

    그 외에 나머지는 정치적 독립파로, 지도부를 바꿔내기 위해 외부세력과 풀뿌리운동들의 힘을 통해 아래로부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레디앙 :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북핵 문제 문제를 무시 배제했고, 클린턴 전 대통령 후보는 오바마 정부의 국무장관 시절 중동의 혼동과 무질서를 만든 주범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대선 시기 클린턴과 트럼프의 경선 구도를 보면서 (국제질서 등 문제에서) ‘나쁜 놈과 더 나쁜 놈’의 구도로 보이기도 했다.

    조셉거슨 : 이 상황을 묘사한다면 ‘당이 하나인데 두 개의 날개가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대외정책엔 뿌리를 같이 하고 국내 정치에서만 다르다. 나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찍지 않았다.

    레디앙 : 대북정책, 북핵문제, 평화문제에 관해 트럼프, 볼턴, 민주당의 대립점은 뭐라고 보나.

    조셉 거슨 : 가장 나쁜 놈은 볼턴이다. 그건 확실하다. 트럼프는 위험하다. 민주당은 다 입장이 다르다. 바이든 같은 사람은 끔찍하고, 로카나 같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버니 샌더스는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외교나 군사정책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군산복합체에 대해 비판하기 시작했다.

    레디앙 : 중국과 미국의 대화와 국교 추진도 공화당 닉슨도 그랬고, 지금 현재의 북미 갈등에서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대화도 결국은 공화당 트럼프가 하고 있다. 민주당 주류의 한반도 문제, 북핵 문제의 해법과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조셉 거슨 : 닉슨은 대중운동의 압박에도 라오스와 캄보디아에서 200만명을 대량학살을 했고,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돈을 벌기 위해 무기를 갖다 바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무역분쟁을 일으키며 전 세계 경제에 굉장한 위험을 주고 있다. 트럼프는 동맹을 믿지 않는다. 미국 힘만으로 세계를 지배할 수 있고, 핵무기와 미사일 더 만들면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과 베네수엘라, 이란에서 그런 사례를 만들려고 한다.

    싱가포르 회담 결렬은 볼턴과 폼페이오의 작품이다. 볼턴과 폼페이오가 뒤에서 트럼프를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에서 ‘스몰딜이 있을 것이다’. ‘제재 해제 후 종전 선언이 있을 것이다’ 등의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볼턴의 저지선을 넘을 수가 없었다.

    레디앙 : 볼턴이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을 때, 트럼프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모습을 봤을 때 볼턴이 트럼프를 조종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조셉 거슨 : 트럼프는 자신의 재선을 위해서라도 외교정책은 무조건 성공적이어야 한다. 재선 성공 전까지는 대북외교가 실패했다는 상황을 만들진 않을 거다.

    레디앙 : 동북아시아 갈등 축이 북핵 문제를 둘러싼 것으로 부각되어 있지만, 다른 한 측면의 중요한 의제로는 일본의 재무장과 평화헌법에 대한 개헌 문제가 있다고 본다. 미국은 세계 패권 장악을 위해 경제적 군사적 측면에서 하위 파트너인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으며 따라서 개헌이나 재무장은 아베와 자민당의 목표인 동시에 미국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것은 트럼프만이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의 일관된 태도이다. 미국의 평화운동이나 시민운동에서 이러한 미·일동맹과 일본의 재무장 관련한 미국 정부를 비판하고 개입하려는 점에서는 부족하거나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본의 아베, 미국의 트럼프와 같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미·일, 한·미, 한·미·일 동맹이라는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의 역할에 주목해야 하는 것 아닐까. 개인에게 책임을 돌려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조셉 거슨 : 미국에선 동아시아에 대해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일부 적극적인 사람들이 미일 동맹에 대해 비판 했었고, 미국이 동아시아를 지배하는 데 있어서 일본에 미국의 하위제국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해 활용하는 것에 비판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식인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런 것은 문제라고 보고 분노스럽다.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들이 미국 여론을 일본에 유리하게 만들려고 적극적인 로비를 하는 영향도 있다. 최근엔 오키나와 문제를 통해 미일 관계를 보여주는 등 교육을 하고 있다.

    정종권 : 마지막 질문. 이번 한일 국제포럼은 2006년 이후 13년 만이라고 들었다. 이번 국제포험의 의미와 앞으로의 발전 전망에 대해서 의견을 듣고 싶다.

    조셉 거슨 : 우리가 어떻게 하면 미·중 사이의 전쟁 막을 수 있을까에 대해 일본 학자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민중 간의, 인간적 교류와 연대를 굳건히 하는 것이 그 방법이라는 점에서 공통되었다. 미국엔 “단결하면 힘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한일 시민사회가 평화운동 교류와 연대를 쌓는다면 예측할 수 없는 결과 얻을 수 있다. 전쟁을 막는 힘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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