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제보석’ 태광 이호진,
    결국 징역 3년 실형 선고
    김득의 “재벌범행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형량은 줄어”
        2019년 02월 15일 08: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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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삿돈 수백억 원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건강상 이유로 풀려나 ‘황제보석’ 논란이 일었던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에게 결국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영준 부장판사)는 15일 이호진 전 회장에게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번 재판 결과는 대법원의 파기 취지에 따른 것인 만큼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이 전 회장의 형량은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선고 결과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전 회장은 그간 수감된 기간을 뺀 나머지 기간을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지내야 한다.

    재판부는 “대기업 오너가 범행에 회사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200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질렀고, 피고인이 피해 액수를 모두 갚긴 했지만 그 사정은 이미 지난 판결에 반영이 됐다”며 “사후적으로 피해 회복을 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판결을 한다면 고질적인 재벌기업의 범행은 개선되기 어렵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대법원 파기 취지에 따라 분리 선고한 조세포탈 혐의에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여기에는 이 전 회장이 포탈 세액 7억원 상당을 국고에 반환한 점이 고려됐다.

    작년 이호진 엄벌 촉구 기자회견 자료사진

    이 전 회장은 태광그룹이 생산하는 섬유제품에 대해 증빙자료 없이 생산량을 조작하거나 불량품을 폐기한 것으로 꾸미는 등 이른바 ‘무자료 거래’로 총 421억 원을 횡령하고, 2014년 법인세 9억 원을 포탈해 2011년 구속기소됐다.

    1·2심은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6월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횡령 액수를 다시 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2심은 2017년 다시 재판을 열어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횡령액을 206억원으로 재산정해 징역 3년6월에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2018년 10월 대법원은 법인세 포탈 혐의를 횡령·배임 등 다른 혐의와 함께 판단한 것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또 다시 최종 판결을 미루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 전 회장은 횡령과 배임, 법인세 포탈 혐의로 지난 2011년 구속 기소됐으나 간암 등 건강상의 이유로 같은 해 4월부터 구속집행이 정지돼 8년 간 병보석 상태로 불구속 재판을 받아와 ‘황제보석’ 비판을 받았다. 1,2심에서 수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 전 회장이 교도소에 수감된 기간은 겨우 63일이다.

    그러던 중 이 전 회장이 보석 중 빈번하게 음주와 흡연을 하고 제한된 지역을 벗어나 떡볶이를 먹으러 다닌 등의 장면이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이 전 회장 이 과정에서 전직 대법관 등 100명에 달하는 초호화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전관예우 의혹과 병보석 유지를 위한 허위진단서 제출 의혹도 받았다.

    이에 지난해 12월 2차 파기환송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은 “이 전 회장의 건강상태가 보석 결정을 할 당시만큼 긴급한 의학적 조치가 필요해보이지 않고,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보석을 취소하고 이 전 회장을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했다.

    당시 재판에서 이 전 회장 측은 검찰의 보석 취소 의견에 대해 “피고인이 재벌이라는 신분 때문에 특혜를 받는 게 아니라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이며 불구속 재판 원칙이 실현된 결과”라며 ‘황제보석’ 논란에 대해 “배후세력이 있다”는 주장을 펴 여론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다만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위반을 집행유예로 판결해 당초보다 형량이 줄어든 것을 두곤 ‘봐주기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1년 이상을 받아야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는데, 이번 재판에서 6개월이 선고돼 사실상 법원이 이 전 회장의 “대주주 의결권을 지켜줬다”는 지적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그나마 3년 실형을 선고한 게 위안”이라면서도 “법원은 재벌범행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실형 6개월을 줄여 대주주 의결권을 지켜 주는 봐주기 판결을 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번 판결은) 앞으로 정찰제 가이드라인이 될 것 같다”면서 “이호진 전 회장의 재판 전략은 대부분 성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지 않아 불이익 변경 불가라는 빌미도 주었다”고 짚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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