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리병원 녹지병원의 파장,
    당연지정제 예외-건강보험 무력화
    공론조사 결과 무시, 배경에는 삼성과 보수언론의 부추김
        2018년 12월 10일 04: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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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가한 것과 관련해,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아주 작은 틈새 같지만 50병상짜리 병원 하나 허용하는 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10일 우려했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에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돼있기 때문에) 전국에 영리병원이 들어설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정책위원장은 전국의 경제자유구역에 얼마든지 설립될 수 있는 영리병원의 가장 큰 우려점으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적용을 받지 않는 점을 꼽았다.

    그는 “당연지정제가 안 된다는 건 의료비의 가격 결정을 본인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진료 거부를 하지는 않지만 (영리병원에서) 환자를 골라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란 쉽게 말해 의료기관의 의료비, 약값 등 거의 모든 진료가격을 정부가 통제해 환자가 적정 가격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당연지정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건 국내 의료체계를 완전히 벗어난 상태에서 운영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연지정제 예외 → 환자유인알선 → 의료양극화 →건강보험체제 흔들려

    정 정책위원장은 “(당연지정제 적용 제외가 되는 영리병원은) 건강보험과 관련이 없어지기 때문에 어떤 의료 행위를 했는지, 어떤 약을 투약했는지 보건복지부나 심사평가원 같은 데서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의료법상으로 금지하고 있는 환자 유인알선(이 가능해진다)”고 부연했다.

    환자 유인알선이란 특정 보험의 가입자는 해당 보험사가 지정하는 병원에서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제도다. 현 의료법에선 이 같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정 정책위원장은 “환자들을 끌기 위한 방법으로 (영리병원과) 민간보험이 결탁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삼성생명의 보험 가입자는 삼성서울병원을 가야 한다, 이렇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영리병원은)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을 못하지만 만약 영리병원들이 한두 개 늘어나게 되면 그 주변 지역부터 의료비가 계속 올라가게 된다”며 “태국의 경우 영리병원 도입으로 외국 환자들을 많이 받아서 의료관광 한다고 했지만 (영리병원이 있는) 그 주변 지역으로 의료 인력들이 더 빨려 들어가면서 인건비가 덩달아서 올라가고 의료비가 상승한다는 건 다 밝혀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정책위원장은 영리병원 설립으로 최종적으론 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정책위원장은 “(영리병원이 있는 지역으로 의료인력이 쏠려 의료비가 폭등하면) 의료양극화가 벌어지고 최종적으로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문제가 아니라,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것까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부자들은 ‘민간보험 가입해서 민간 영리병원에서 치료를 하는데 왜 건강보험에 돈을 내야 되느냐’라고 하면서 여기에 대한 또 다른 소송이 들어가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 재정은 점점 축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유층 30%는 민간보험을 따로 가입하고 70%는 건강보험에 가입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계속 악화되고 공공병원 질도 같이 떨어지는 현상은 외국에서 다 있었던 사례들”이라고 덧붙였다.

    공론조사 결과 무시의 배경에 삼성과 보수언론

    아울러 녹지병원 개원에 관한 최종결정권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공론조사위원회 권고까지 무시하면 개원 허가 결정을 강행한 것과 관련해, 삼성 등 재계의 이해관계에 따른 보수언론의 부추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 정책위원장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2002년부터 시작해서 2008~2009년까지 영리병원 도입과 관련한 각종 자료를 내면서 투자를 해서 배당이 되는 병원을 만들면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처럼 얘기를 했다”면서 “삼성 내에서 삼성생명은 지금도 중요한 회사인데, 삼성생명의 상품들이 지금 포화 상태다. 그래서 (삼성 입장에선) 미국형 민간의료보험들을 판매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삼성 등 재계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민간보험을 팔아서 보험 가입자를 특정 병원에 알선을 금지하는 조항을 뚫어내기 위한 도구로 영리병원을 계속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의료 행위들과 관련되어 있는 각종 규제완화들이 (영리병원 설립과) 다 결합이 되어 있다”며 “의료기기라든가 줄기세포치료제 같은 재생 의료들도 규제 완화를 해 달라는 업체의 요구들이 어마어마한데 그런 것들은 영리병원 하나가 허용되면 쉽게 구현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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