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혁명을 쓰다』 외
        2018년 12월 08일 12: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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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을 쓰다> – 사회주의 문화정치의 기록과 그 유산들

    민족문학사연구소 프로문학반 (지은이) | 소명출판

    프로문학과 그 주변에 대한 젊은 연구자들의 최근 연구성과를 엮은 책이다. 이 책은 1920∼193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혁명과 문학에 대해 고민했던 문학자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면서, 동시에 그들이 남긴 혁명의 기록들을 지금-여기의 관점에서 다시 쓰고 있다.

    저자들은 80년대 후반 이후 프로문학을 다룬 선배들과 다른 입장에 서 있다. 그 시기에―놀랍게도―혁명을 쓰려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던 사실 자체에 대한―‘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의문은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의식이다.

    혁명을 상상하고 쓰는 일의 어려움 내지 무모함을, 필자들은 역사로서가 아니라 지금-여기에서의 삶을 통해 지나치게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문학에 대한 이 책의 질문은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감각에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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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근대문학과 동아시아 2 – 중국>

    김재용, 장문석 (엮은이) | 소명출판

    시간과 공간의 불균등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 근대문학과 중국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11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크게 ‘관내’와 ‘만주’로 나누었으며, ‘관내’ 중에서는 베이징, 항일근거지, 상해과 항주에 주목하였고, 이광수, 한설야, 오상순, 김태준, 김사량, 김광주, 심훈 등을 연구하였다. 또한 이기영과 안수길을 통해 ‘만주’의 경우를 살피고자 하였다.

    역사적 시간을 감안.편집하여, 이 책으로 20세기 동아시아의 역사를 살필 수 있도록 하였다. 근대 중국 역시 동아시아적이며 지구적인 시공간이었고, 식민주의, 전쟁, 냉전을 경험하였다. 이 점을 감안하여 이 책은 1945년 이전 중국에 한정하지 않고, 일본-한국-중국 등 동아시아의 사상 연쇄, 혹은 분단과 냉전으로 인한 주체의 이동과 재현의 (불)가능성이라는 문제 또한 함께 발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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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할 준비> – 페미니즘을 찾아가는 다섯 개의 지도

    이은의, 윤정원, 박선민, 은유, 오수경 (지은이) | 시사IN북

    페미니즘을 다룬 좋은 책들이 쏟아지는 이즈음이지만, 일상에서 젠더 이슈에 부딪쳤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실전서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이 책에는 “질에서 냄새가 나요” “상사가 자꾸 저한테 사랑한다며 접근하려 드는데 어떡해야 하나요?”처럼 어디에도 물을 수 없었던 여성들의 솔직한 질문과 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담겨 있다.

    강의를 듣고 난 여성들이 “나 혼자 듣고 끝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얘기들이다”라고 입을 모았던 것도 그 때문이리라. 성폭력·몸·정치·글쓰기·대중문화 다섯 가지 주제를 집중력 있게 파고 든 이 책이 일상 속의 페미니즘을 찾아가고자 하는 이들, 나아가 ‘혐오와 차별이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해 나 자신부터 기꺼이 ‘불편할 준비’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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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스트 레볼루션> – 플랫폼과 제조업의 미래를 뒤바꿀 전방위 디지털 혁명

    리처드 다베니 (지은이), 한정훈 (옮긴이) | 부키

    새로운 혁명에 대응하려면 우선 AM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때 피해야 할 것은 익숙한 조직 구조와 전통적 제조 방법에 집착하는 것이다. 새로운 제조 기술이 일으킬 영향력을 처음부터 진지하게 고려하고 이 기술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재구성해야 한다.

    또한 산업 플랫폼 전략을 정의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기존 플랫폼의 장단점을 치밀하게 분석한다면 틈새시장을 비롯하여 경쟁력 있는 기회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회사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 비용 절감, 프로세스 합리화, 혁신 촉진, 시장 확대, 제품 개선, 지역 확장 등 플랫폼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목표를 세우고 살펴보는 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제조 기술의 도입은 일반적으로 개념 채택, 초기 채택, 주류 채택, 전면 채택의 4단계로 진행된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오늘날 각각의 산업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그래프를 통해 상세히 보여준다. 전자, 자동차, 신발, 의학, 건설, 항공, 방위, 해운, 식품 등의 각 산업에는 주류 채택에 도달한 몇 가지 영역이 있으며 향후 10년 내에 전면 채택에 이를 수도 있다.

    플랫폼과 제조업의 미래를 뒤바꿀 디지털 혁명에 대한, 그리고 이 혁명의 수혜자가 되는 방법에 대한 가장 친절하고도 정확한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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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가바드 기타> –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찾아가는 삶의 진리

    한혜정 (지은이) | 풀빛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진리의 길을 밝혀 온 《바가바드 기타》가 풀빛의 ‘청소년 철학창고’ 39번 《바가바드 기타-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찾아가는 삶의 진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바가바드 기타》는 힌두교인에게 삶의 지침서가 되었음은 물론이고, 마하트마 간디 같은 지도자에게는 영적 안내서였으며, 헤르만 헤세, 카를 융 같은 서양의 학자와 소설가마저 매료시킨, 《베다》《우파니샤드》와 더불어 힌두교 3대 경전이다.

    《바가바드 기타》는 전쟁터에서 친족을 적으로 맞이하여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아르주나와 인격신 크리슈나 사이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아르주나가 크리슈나의 가르침에 감화되고 그를 향한 헌신을 맹세함으로써 현생의 고통과 슬픔, 두려움을 벗어 던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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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과로사> – 다카하시 마쓰리의 죽음

    다카하시 유키미, 가와히토 히로시(지은이), 다나카 신이치, 노미애, 최효옥(옮긴이) | 건강미디어협동조합

    어느 젊은 일본 여성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카하시 마쓰리는 대학을 졸업한 후 유명 광고 회사에 들어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청춘을 스스로 마감하게 된다. 신참 사원으로 과도한 연장 근무, 업무와 상관없는 일의 지시, 여성 직원에 대한 차별과 편견, 위계적인 회사 분위기 등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다.

    저자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마쓰리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책으로도 펴냈다. 이 책에는 마쓰리가 죽음에 내몰리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를 밝히기 위한 변호사와 엄마의 지난한 과정들이 담겨 있다. 마쓰리 외에도 동경올림픽을 위해 신국립경기장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청년 야마카와의 과로 자살 사례와 편의점 물품 배송을 위해 운전을 하던 42세 오사다의 과로사 그리고 의사, 교사, 기자 등 전문직의 과로자살 사례까지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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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138억 살>

    신동경 (지은이), 이명애 (그림) | 풀빛

    138억 년이라는 아주아주 긴 시간 속의 ‘나’에 대한 이야기다. 길어야 백 년을 사는 나는 우주의 나이인 138억 년과 비교하면 한 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존재이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다르게 보인다. 나를 구성하는 물질이 어디서 왔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나를 구성하는 물질은 책 속에 등장하는 ‘나’인 원자이다.

    원자는 138억 년 전 우주가 팽창하기 시작한 빅뱅 몇 초 뒤에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우주와 지구를 떠돌았다. 첫 생명체를 이루었던 원자들은 때로는 다른 생명체의 일부가 되고 때로는 무생물이 되었다가 하면서, 지구의 역사 내내 쉬지 않고 여행을 해 왔다. 한 번 생긴 원자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원자로 이루어진 나도 138억 살인 셈이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이명애는 <나는 138억 살> 원고를 처음 만났을 때의 전율을 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에서부터 나의 몸까지 관통하는 거대한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탄생한다는 기쁨에 두 계절을 찰나로 느끼며 작업했다고 한다. 이명애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따뜻한 감성에 광활한 스케일을 더해 훌륭한 작품을 빚어냈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우주와 지구, 생명과 인류의 역사를 꿰뚫는 내러티브는 기존 그림책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수작이다. 특히 작가만의 해석이 돋보이는 인류의 진화 과정을 표현한 그림이 압권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8년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된 <나는 138억 살>은 글과 그림의 멋진 조화 속에서 우주와 지구, 생명과 인류의 역사를 꿰뚫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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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조선> 장혁주 소설 선집 1

    장혁주 (지은이), 장세진 (엮은이) | 소명출판

    장혁주 소설 선집 1권. 이중언어 세대 작가 장혁주의 일본어 소설.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계에서는 이중언어 세대 작가의 창작이라는 입장에서 장혁주 문학을 재평가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중적 글쓰기는 두 이데올로기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냉전 시대에 민감한 사안을 객관적으로 그릴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아, 조선>(1952)은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성일’이 북한 의용군에 강제 징집되어 무고한 남한 인민들을 살상하게 되는 경험을 자세히 묘사한다. 북한 의용군에서 탈출한 ‘성일’이 다시 남한 국민방위군에 징집된다는, 파란만장한 설정으로 인해 당시 남한에서는 신문 보도조차 자유롭게 허용되지 않았던 거창 양민 학살 사건이나 대대적인 국민방위군 부정 사건들이 이 소설에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어조로 자세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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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궁화> 장혁주 소설 선집 2

    장혁주 (지은이), 장세진 (엮은이) | 소명출판

    장혁주 소설 선집 2권. 《아, 조선》 이후 2년 후에 발표된 《무궁화》는 전쟁으로까지 치닫게 된 한(韓) 민족의 비참이 대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탐구한 소설적 시도이다. 특히, 그는 해방 이후 조선의 정치 실패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 바로 ‘남북협상파’의 몰락이라고 보았다.

    실제로 《무궁화》는 남북협상파 정치가인 김명인 일가의 돌이킬 수 없는 몰락에 관한 이야기이다. ‘남북 분리가 민족의 비극’이라는 것, ‘남북 각각의 배후에 있는 2대 세력을 배제하고 민족 자체의 힘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당시 남북협상파의 주장은 대다수 조선인들의 상식이나 희망과 일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단정 수립 직후 정권의 대대적인 정치적 전향과 숙청 작업의 대상이었다. 남북협상파 인사들이 사람들의 시야에서 하나 둘씩 점점 사라지고, 미국과 소련이라는 외부 권위에 편승했던 세력이 남과 북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한 이 상황이야말로 장혁주가 《무궁화》를 통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던, 동족끼리의 전쟁을 야기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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