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노위,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박근혜도 못한 개악, 현 정부가 자행”
    최저임금에 복리후생비 포함, 전체 노동자 임금손실
        2018년 05월 25일 10: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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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합의했다. 노동계는 총력투쟁을 예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4일 오후 10시부터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25일 오전 2시까지 논의한 끝에 정기상여금과 일부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곧바로 전체회의를 개최해 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환노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오는 2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매달 현금으로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과 식대·숙식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올해 월 최저임금인 157만원 기준 25%이상(월39만3천원)의 정기상여금과 7%이상(월11만원)의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이 기준은 단계적으로 완화해 2024년 이후에는 모든 매월지급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간다.

    다만 여야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고려해 일정 기준 소득 이하 노동자들을 산입범위 확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렇게 될 경우 연 소득 2493만원 이하의 저소득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환노위의 설명이다.

    또한 현금이 아닌, 현물로 지급되는 식대나 숙박비는 기존대로 산입범위에서 제외된다.

    환노위는 산입범위 확대와 함께 사용자가 과반의 노동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가 1개월을 초과하는 주기로 지급하는 상여금을 1개월로 나눠 지급하는 형태로 취업규칙을 바꿔도, 임금 총액의 변화만 없다면 노동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 효과 제한을 위한 ‘상여금 쪼개기’ 꼼수를 국회가 합법화한 것이다.

    환노위의 이번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노동계와 진보정당의 반발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 소수 의원들의 강한 반대에도 여야는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위에서 법안이 통과된 것에 반발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이정미 의원도 전체회의에서 “소위가 30분 만에 급조돼서 만들어진 법안을 충분한 실증적 검토도 없이 통과시켰다. 더욱이 여야 합의 처리 원칙까지 깨면서 일방 강행 처리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 의원은 “노사정위원회로 이 안을 넘겨서 이해당사자의 충분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환노위가 기본적인 노동법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결정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입장문에서도 “합의제로 운영하여온 소위원회에서 날치기는, 이전 정부조차 시도하지 않은 폭거다. 모든 수단을 통해서 이 법이 본회의장 문턱을 못 넘게 할 것”이라며 “기득권 정당의 오만한 행태는 반드시 노동자들와 국민의 심판받을 것”이라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25일 새벽 1시 30분 경 국회 진출 중 경찰과 대치 중인 노동자들(사진=곽노충)

    최저임금에 복리후생비 포함, 전체 노동자 임금손실 초래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은 “최저임금법 취지 훼손”
    이남신 “문재인 정부, 사실상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포기”

    법조계 등 전문가들은 정기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것은 현재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정리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일이지만,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에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직센터 상임활동가는 “정기상여금 수준에선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볼 수도 있겠지만,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한 것은 대부분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심각한 문제”라며,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과 더불어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안 처리는 집권여당과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포기한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아직은 본회의 의결 전이니 국회의 개악안을 폐기하고 최저임금위원회가 조속한 시일 내에 결정한다는 전제로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중 노무사는 “기타 수당이 불필요하게 많은 현재의 기형적 구조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월 단위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이 최저임금에 포함해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실제 국회에서 처리된 것은 임금체계 단순화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 복잡하고 이상한 타협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노무사는 산입범위 확대와 관련한 취업규칙 변경에 있어서 과반 노동자의 ‘동의’가 아닌 ‘의견청취’로 요건을 완화한 것에 대해 “박근혜 정부 시절에 했던 노동개악과 다를 바가 없다”면서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것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합의해 입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총력투쟁 예고 “박근혜도 못한 노동개악, 문재인 정부가 자행”

    한편 ‘최저임금 개악 저지’를 외치며 전날인 24일 오전부터 국회 앞 농성을 벌여온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총파업 포함한 총력투쟁 논의한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했을 뿐 아니라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괴이한 내용으로 뒤범벅 된 누더기 법안”이라면서 “이런 법안을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적폐정당인 자유한국당과 손을 맞잡고 날치기 강행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에 복리후생비까지 포함된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짚었다. “상당수 저임금 노동자가 식대, 숙박비, 교통비를 지급받는 현실에서 이 부분은 개악법안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치명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산입범위 확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합의에 대해선 “상여금 없이 복리후생비만 받는 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액의 7%만 산입범위 예외이고 그 이상은 무조건 해당됨으로 연봉이 2천만 원 수준이어도 산입범위에 포함되게 된다”며 “연소득 2,500만원 운운은 면피용 탁상공론에 불과하고, 최저임금이 매년 인상될 때마다 최저임금 무력화 정도도 비례하여 커지도록 만든 법안”이라고 반박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가능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선 “박근혜도 하지 못한 것을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이 자행한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500만 저임금 노동자의 분노를 모아 반드시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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